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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중앙은행의 시대는 끝났다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9-08-17 오전 7:21:03 ]

  • ⓒ글로벌모니터

    어제 일본은행이 5~10년 국채 정례 매입규모를 300억엔 줄였다.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 있는 중장기물 테이퍼 조치였다. 대신 만기가 짧은 1~3년물 매입은 20억엔 늘렸다.

    단기물을 더 많이 사고 장기물을 덜 사는 것은 수익률곡선을 더 가파르게 만들기 위한 조작이다. 이른바 "YCC(Yield Curve Control)"이다.

    그러나 일본은행의 공식 타깃인 10년물 수익률은 이 발표 직후 오히려 마이너스(-) 25bp 아래로 떨어져 2016년 YCC 도입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그걸로는 턱도 없다"는 시장 반응이다.

    10년물 수익률은 여전히 BOJ 목표범위 하단인 -20bp를 하향 이탈해 있다. 일본은행 QE 조달금리에 해당하는 예치금 금리(-10bp)와도 10bp 이상의 역전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지난 2016년 9월 YCC를 도입하면서 "금리가 경제활동과 물가 및 금융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수익률곡선의 모양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 일본의 중앙은행은 수익률곡선 통제력을 잃은 상태다. 문제는, 경제활동과 물가 및 금융환경에 중앙은행이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이 비정상적인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뉴 노멀의 선진국 일본은 지금 '중앙은행 시대의 종언'을 앞장서 알리고 있다. 최근 폭락한 글로벌 국채 수익률의 배경에는 이 사실이 분명히 반영되었다고 Editor's Letter는 믿는다. 일반적인 경기침체 우려와는 차원이 다른 재료다.

    ⓒ글로벌모니터

    국채 10년물 수익률 0%를 타게팅하는 일본은행의 YCC는, 그에 8개월 앞서 도입한 마이너스 예치금 금리제도(2016년 1월)에 대한 황급한 하자보수 작업이었다.

    따라서 YCC는 일본은행의 정책금리(-0.1%)가 이미 이른바 '리버설 레이트(reversal rate)'에 도달했다는 의미, 더 이상 금리를 인하했다가는 저금리의 부양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클 것이란 뜻이었다.

    YCC는 말 그대로 수익률곡선 스티프닝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통화정책이다. 하루짜리 벤치마크 -0.1%와 10년짜리 벤치마크 0.0% 사이에 10bp의 장단기 스프레드를 기본적으로 보장하겠다는 시장과의 약속이었다.

    10년물 수익률이 0% 타깃 아래로 떨어져 그 스프레드가 축소되더라도 하루짜리 벤치마크(-0.1%)와 역전이 되도록 방치하지는 않겠다고 BOJ는 애초에 시장과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BOJ는 이 통제를 약간 느슨하게 풀었다. 10년물 수익률이 0% 타깃에서 20bp까지 변동하는 것은 용인할 뜻을 밝혔다. 물론, 이 때까지만 해도 이 조정은, 약속에서 후퇴하는 것이기보다는, 정상국가 정상(normal) 중앙은행으로 가기 위한 초석처럼 여겨졌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양적긴축과 금리인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고,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3%를 향해 꾸준히 상승하고 있었으며,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는 10년물이 5%를 넘을 것이라고 예언할 예정이었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중립금리까지 한참 멀었다"고 포효할 계획이었다.

    따라서 당시에만 해도 BOJ가 10년 벤치마크 금리를 플러스 20bp로 인상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수익률곡선을 30bp로 스티프닝하는 것은 "초완화조치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에서 벗어나고, "리버설 레이트(reversal rate)"로부터 탈피하는 초석을 깔며, "경제활동의 동맥이라 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강화하는 조치가 될 수 있다고 여겨졌다.

    이는 무엇보다도 '엔화 강세압력' 부담을 피할 수 있는 환경에서의 "통화정책 정상화"였다.

    적어도 당시에는 그 조치가 10년물 수익률 변동 허용범위 하단을 -20bp로 낮춘 것임을, 그래서 10bp까지는 수익률곡선의 역전을 허용하는 뜻임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글로벌모니터

    익히 알려져 있듯이 수익률곡선 역전은 '단기조달-장기운용'을 기본 비즈니스 모델로 삼는 은행들에게 치명적이다. 은행이 돈을 잘 벌지 못하거나 손실을 입으면 경제시스템의 자금중개 및 통화창출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

    이 수익률곡선 역전 상태를 구조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단기 타깃금리(-10bp인 예치금금리)를 인하해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 은행들이 부담해야 할 '지준 보관료' 비용이 증가해 역시 수지에 악영향을 미친다. YCC 도입은, 전술했듯이, 이미 일본은행의 정책금리가 더 내릴 수 없는 상태에 도달했다는 방증이었다.

    그렇다면 일본은행은 장기 타깃금리, 일본국채 10년물 수익률의 목표치를 인상해야 한다. 그리고 이날 실시한 것과 같은 소극적 대응(매입규모 축소)이 아니라, 보다 과감한 조치(보유채권 매각)를 통해 중장기 수익률을 끌어 올려야 한다. 일종의 逆오퍼레이션 트위스트이다.

    그러나 이 역시 큰 문제를 야기한다. 환율이다. 지금 전세계적으로 국채 수익률이 바위처럼 굴러떨어지고 있다. "고금리 통화"라는 고정 별명을 가졌던 키위(뉴질랜드달러) 10년물 벤치마크조차 0%대로 내려섰다. 이런 와중에 일본국채 수익률만 끌어 올렸다가는 몰려드는 해외자금과 엔화 강세를 감당할 수가 없을 것이다.

    장기국채 수익률 인상은 그 자체로 통화정책의 긴축이기도 하다.

    ⓒ글로벌모니터

    마이너스 국채 수익률과 수익률곡선 역전은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에게도 치명적이다. 일본은행이 수익률 -25bp인 국채 10년물 100억엔을 매입하면, 본원통화가 100억엔 증가한다. 이 중 일부가 현찰로 인출되어 나가고 나머지 대부분은 지급준비금으로 쌓인다.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수익률 국채매입을 통해 연간 25bp의 손실을 입는다. 국채 수익률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중앙은행(정부) 주조차익(seigniorage)의 종언을 뜻한다.

    즉, 중앙은행은 정부에게 0% 이하로 돈을 빌려줄 수가 없다. 마이너스 수익률 국채 매입으로 인한 중앙은행 손실은 결국 정부가 메워줘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문제를 보완해 주는 장치가 바로 '마이너스 지준 예치금 금리' 제도이다. 은행으로부터 세금을 걷어 마이너스 국채 수익률 환경에서도 주조차익을 얻기 위한 '수익률곡선 컨트롤(YCC)이다. 그러나 국채 수익률이 이 지준 예치금 금리 밑으로 떨어진 지금 환경에서는 주조차익이 불가능하다.

    즉, 양적완화를 지속하면 지속할 수록 일본은행의 손실은 불어나게 된다. 시뇨리지 어쩌구 할 여유가 없다.

    전술했듯이 일본은행은 예치금금리를 더 내릴 수도 없다. 은행시스템이 더 망가지기 때문이다. 그걸 보완하기 위해 이른바 '티어링(tiering, 마이너스 예치금 금리 면제)'을 강화할 수록, 이번에는 일본은행이 망가진다. 지준 보관료 수입이 줄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본 통화시스템에는 여전히 현찰화폐가 존재한다. 엔화 지폐는 고정 수익률이 0%인 일본은행 영구채(note)이다. 일본은행 양적완화의 일부는 이 0% 영구채를 발행해 조달한 돈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의 국채를 매입하는 구조를 갖는다. 구조적 역마진이다. (게다가 일본은 흡연율과 더불어 현찰 유통비중이 유별나게 높은 나라다.)

    일본은행의 수지가 악화하고 적자가 발생하고 결손이 늘어나면, 결국에는 정부가 예산으로써 자본을 보충해야 한다. 중앙은행의 자본이 부채에 비해 부족해지면, 부채(지준과 유통화폐 등 주로 본원통화) 상환능력을 의심받을 수 있으며, 이는 아르헨티나와 같은 '커런시 런(currency run)'을 촉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초저금리와 화폐증발을 통해 실물경제와 물가를 띄우면서도, 화폐발행을 통한 시뇨리지를 정부 세외수입으로 벌어들이면서도, "경제활동의 동맥이라 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을 안정(수익률곡선 통제를 통한 은행 수지 유지)"시키면서도, 동시에 엔화 가치를 절하 내지는 유지할 수 있는 일본은행의 통화부양 정책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무엇인가는 반드시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결국 맞고 말았다.

    이상 기술한 사실과 주장은 ECB 등 다른 주요 중앙은행들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글로벌 자본시장은 고도로 개방되어 있다. 17조달러로 불어나고 있는 마이너스 수익률의 글로벌 유통채권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사정 역시 별반 다르지 않을 것임을 역설한다. 그러함으로 인해서 마이너스 수익률의 채권은 더욱 더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중앙은행들은 이 사망선고를, 적어도 올해 안에는 설득력 있게 반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 또는 레짐이 필요해진다.

    ⓒ글로벌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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