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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마지막 하나의 항복이 남았다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9-08-16 오전 7:14:29 ]

  • ⓒ글로벌모니터

    ⓒ글로벌모니터

    미국 뉴욕시간 15일 오후 2시가 되기 직전 약 20분간 미국 주가지수가 장기국채 수익률과 함께 급히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라고까지 할 수는 없었지만, 뒤숭숭한 시장 분위기 속에서 다분히 주목받을 만한 흐름이었다.

    그 시점에 국채선물 거래량이 급증하고, 뉴욕증권거래소(NYSE) 하락종목 수가 상승종목 수를 압도하는 모습도 관찰됐다.

    누군가 버티다 못해 항복을 한 것일까? 항복을 이끌어 내기 위한 오프사이드 트랩이었을까?

    계절적으로 시장 심도가 낮은 시기다. 누군가 국채 포지션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과정에서 주식시장이 지레 겁을 먹었는지도 모른다.

    ⓒ글로벌모니터

    위 차트가 어떤 주식의 최근 2년 흐름을 기록한 것이라면, 이 주식을 사고싶은 마음이 들까?

    누군가 위 차트의 화살표 시점에서 "가격이 '5' 이상으로 올라갈 테니 베팅하라"고 했다면, 그의 말을 따라 돈을 걸었다면, 손절도 못 하고 '존버'하고 있는 지금 마침 그 사람을 밤길에 마주쳤다면, 그 사람에게 뭐라고 말하겠는가?

    위 차트는 요즘 화제의 중심이 된 미 국채 30년물 수익률이다. 화살표 지점에서 제레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지금은 4%는 되어야 한다. 앞으로 5% 이상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예언했다. 10년물이 그 정도라면 30년물은 최소 6%는 되었어야 하지 않을까?

    200일 이동평균선으로부터 어마어마한 깊이로 추락하고 있는 위 차트는 전형적인 '항복(capitulate)'의 각이다. 이후 '절망(despair)'을 수반한 언더슈팅이 전개되고 나면 반등이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아직 '항복'을 하지 않은 매우 중요한 주체가 하나 있다. (지난 2016년초에도 그랬다.) 단기 낙폭이 과도하긴 하지만, 장기 수익률의 추세적 반등은 아직 모색하기 어려운 이유다.

    장-폴 로드리그의 '주식시장 거품단계 차트' ⓒ글로벌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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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31일 기자회견에서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경기확장을 지속시키는 것이 우리 지고(至高, overarching)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지고의 목표는 지금 백척간두에서 심히 흔들리고 있음을 최근 미국 국채시장 수익률곡선이 웅변하고 있다. 전일 미국 정책금리를 뚫고 내려간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이날 사상 처음으로 1%대로 내려섰다.

    이 파죽지세의 드라마틱한 시장 전개과정 속에서 연준은 결국 '지고(至高, overarching)의 금리'를 갖게 되었다. 이 세상 모든 주요 금리들을 딛고 올라선 이자율의 왕, king of rate, 연방기금금리다.

    바로 이 'overarching rate'가 이 세상의 나머지 모든 rate를 찍어 누르고 있다. 적어도 트레이더들은 그것을 핵심 명분으로 삼아 다른 모든 rate에 쇼트 베팅(채권 long)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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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미국 국채 3개월물과 10년물의 수익률 스프레드는 장중 마이너스(-) 43bp까지 역전이 심화되었다.

    향후 3개월 간 평균 연방기금금리가 50bp는 떨어져야 이 스프레드가 가까스로 정상화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장 9월 FOMC가 50bp 이상의 금리인하를 단행해야 한다.

    그러나 이날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여전히 그 가능성을 반신반의하고 있다. 연방기금금리가 1.50~1.75%로 인하될 확률을 52.5%로 가격에 반영했다.

    연준이 즉각 과감한 대응에 나설 것이란 믿음이 이처럼 희미한 상황에서는 장기 수익률 하락에 베팅하는 것이 계속 정당화된다.

    경제의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장기 수익률이 단기 수익률을 제치고 다시 올라서는데 돈을 걸기 위해서는 연준의 항복과 절망이 필요하다.

    시장 한 켠에는 그 희망이 존재한다. 어제 역전돼 세상을 뒤흔들었던 2년~10년 수익률은 다시 정상화되었다. 두 채권의 수익률 스프레드 0%선은 아직 지지력을 발휘 중이다.

    "연준이 당분간은 고자세를 보이겠지만, 결국 머지 않아 항복하게 될 것"이라고 2년~10년 수익률 스프레드는 지금 역설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도 시장 압박이 강화되고 있다. 9월 50bp 인하 전망은 어쨌든 이제 25bp 인하 시나리오보다 우세해졌다. 그제 11%에 불과하던 확률이 어제 32.8%로 높아진 뒤 이날은 50% 위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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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의 진앙지인 중국의 15일 증시는 뜻밖에도 상승했다. 미국 증시가 급락했기 때문이라는 나름 합리적인 해석이 있었다. ☞ 관련기사 : 諸行無常

    전일 하염없이 추락하는 주가에 폭풍 같은 분노를 표출했던 트럼프는 장마감후 정신을 차린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낯 뜨거운 구애공세를 펼쳤다.

    주가지수에 대한 트럼프의 애정은 기존에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그리고 어제의 에피소드는, 증시의 추락이 광란의 무역전쟁을 막을 수 있음을 새롭게 상상하게 해주었다.

    그러한 메커니즘이라면, 트럼프의 무역전쟁을 직접 가로막을 수 있는 주체가 미국 내에 존재한다. 바로 연방준비제도다.

    지난달 회견에서 파월 의장은 '무역이슈는 이례적인 것이라 정책에 어떻게 반영해야 할 지 경험이 많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전에 겪어보지 못했던 우리는 지금 대응해 가면서 배우고 있다(learning by doing)"고 말했다.

    연준 금리인하 개시 바로 다음날 트럼프는 무역공세 강화("3000억달러에도 10% 관세")로 화답했다.

    이에 지난 6일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준 총재는 '성장을 위해 이미 할만큼 했다. 금리는 현재 올바른 영역에 있다'며 '통화정책이 그날 그날 무역협상에서 벌어지는 밀고 당기기에 일일이 합리적으로 대응할 수는 없다'고 언급, 매파적인 태도로 돌아섰다.

    연준이 무역전쟁 불확실성만큼은 정책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게 분명해진다면, 트럼프의 태도와 전술이 달라질 지도 모른다.

    ⓒ글로벌모니터

    그 불라드 총재가 이날 다시 입을 열었다. 9월 FOMC 50bp 금리인하 전망에 매겨진 확률(52.5%)처럼 어중간한 자세를 보였다.

    불라드 총재는 폭스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 펀더멘털은 매우 좋다. 소비자들이 굉장히 좋아 보인다"고 말하고 "시장의 일부 하락 움직임이 과도한 것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시에 "지표들이 좋기는 하지만 정책은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 금융시장과 경제지표를 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7월 핵심 소매판매는 3개월 연속해서 빅 서프라이즈를 연출했다. 이 지표의 최근 3개월간 모멘텀은 지난 2003년 이후 16년 만에 가장 강력한 수준이다. 2개월 연속 서프라이즈를 연출한 근원 소비자물가와 더불어 미국 핵심 펀더멘털 지표들은 국채시장이 가리키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을 지시 중이다.

    그렇다면 연준은 과연 '양호한 지표'를 명분으로 트럼프 무역전쟁을 가로막는 매파적 의거를 단행할까? 그 과정에서 증시는 불가피하게 일시적 충격에 빠지게 될까?

    연준이 의도적으로 그러한 거사를 행할 것이라고는 물론 상상하기 어렵다. 당분간은 기존의 소극적이고 (기대치 대비) 매파적 태도를 견지할 것으로 보이나, 결국에는 '뒤늦게' 항복하고 말 것이라고 Editor's Letter는 예상한다. 시장이 프라이싱하고 있는 구도 역시 그러하다.

    다만 유의할 점은, 파월 연준이 그동안 보여왔던 오락가락 패턴이다. 지난 7월31일 회의에서 뜻밖의 매파적 태도를 보였으니 이번에는 비둘기 서프라이즈 차례일지도 모른다. 파월 의장은 23일 잭슨홀에서 '통화정책이 직면한 도전'에 관해 연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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