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크게 텍스트작게 바로가기복사 프린트

[Editor`s Letter]"Tariff Man"의 실토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9-08-14 오전 6:27:33 ]

  • ⓒ글로벌모니터

    지난해 1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을 "Tariff Man(관세를 휘두르는 사나이)"이라 자칭하며 "관세는 언제나 미국의 경제력을 극대화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트럼프는 "우리는 지금 수십억달러의 관세를 벌고 있다"고 자랑하면서 "미국을 다시 부자로"라고 외쳤다.

    그러나 8개월 뒤인 13일 트럼프는 더 큰 부자가 되는 것을 유보했다.

    미국 정부는 9월1일부터 10%의 관세를 새롭게 물리기로 했던 중국산 수입품 '3000억달러' 품목 중 일부를 대상에서 면제하기로 했다. 국민보건, 안전, 국가안보 및 기타요인 등을 고려해 대상을 선정한다고 밝혔다. (정부나 공무원이 쓰는 '기타' '등'이란 표현 뒤에는 엄청난 재량 권한이 숨어 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핸드폰, 노트북, 게임콘솔, 일부 장난감, 컴퓨터 모니터, 일부 의류 및 신발 등에 대해서는 관세부과를 오는 12월15일로 미루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과거를 반성하며 달라진 태도를 보인데 대한 은전은 아닌 듯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비자에 미치는 충격을 피하기 위한 것. 다양한 그룹들을 돕기 위한 것"이라며 "이에 따라 크리스마스 쇼핑시즌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트럼프는 매우 민감한 소비재들로 따로 구성해 놓았던 3000억달러 묶음에까지 관세를 물리는 것이 매우 부담스러웠음을 이날 우회적으로 실토하고 말았다.

    그동안 펼쳐왔던 관세공격이 사실은 교과서적인 관세효과(최종가격 상승에 따른 수요억제)를 노린 게 아니었음을 트럼프는 이번 조치를 통해 행동으로써 입증했다. (그동안에는 말로 시사해왔다)

    또한 이번 조치는 트럼프의 관세공격이 '환율'이라는 묘약만으로는 더 이상 희석할 수 없는 한계점에 봉착했음을 행동으로써 웅변한 첫 사례이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흐름은 중대한 갈림길 앞에서 다시금 휴지기를 맞게 되었다. 기간은 표면상 4개월이 주어졌다.

    ⓒ글로벌모니터

    몇 차례 소개했듯이,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위안화 절하를 겉으로 "조작"이라 비난하면서도 속으로는 즐기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미국 소비자들에게 관세충격이 가해지는 것을 피하는 한편으로, 중국으로부터는 관세 수입을 벌어들인다고 자랑할 수가 있었다.

    예를 들어 100달러에 들어오던 중국산 제품에 관세 25%가 붙는 경우, 중국기업은 수출가를 80달러로 낮춰야 25%의 관세를 물고도 미국 수요자들에게 종전과 동일한 가격에 판매할 수가 있다.

    중국 기업이 포기한 '20달러'는 미국정부에 관세수입으로 들어온다.

    중국 기업으로서는 그 20달러의 판가인하 손실을 어떻게든 메워야 하는데, 그 묘약을 제공한 것이 바로 환율이다. 달러-위안 환율이 올라준다면, 중국 기업은 위안화 수출매출에서 손실을 피하거나 줄일 수 있다.

    그렇다면 환율이 얼마나 올라야 할까?

    위 그래프는 Editor's Letter가 주먹구구로 산출해 본 값이다.

    중국의 연간 대미 수출이 △25%의 관세가 이미 적용되고 있는 2500억달러와, △10%의 관세가 붙게 될 3000억달러 등 총 5500억달러의 품목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가정했다.

    그리고 환율은 무역전쟁이 본격화하기 직전인 지난해 봄의 레벨, 6.3위안을 출발점으로 삼았다.

    1) 2500억달러에만 25%의 관세가 붙고 있는 현재는 달러-위안 환율이 6.93위안으로만 올라도 관세충격은 모두 상쇄할 수 있는 것으로 계산됐다. 따라서 현재 7위안을 넘은 환율은 오히려 거시적으로 중국에 '초과 이득'을 주고 있다.

    물론 이것은 중국 전체를 하나의 주체로 간주한 셈법이다. 25%의 관세부담을 진 쪽은 환율이 7.875위안으로 올라야 관세를 완전히 희석할 수 있다.

    다만, 관세 대상이 아닌 기업들이 얻는 위안화 절하의 어부지리 효과, 그리고 미국 이외지역 수출을 통해 얻는 모든 수출기업의 환율 효과 등을 감안하면, 중국 경제 총체적으로 누리는 환율효과는 관세충격을 넘어섰을 수도 있다. (수입물가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 후생 저하는 또한 환율효과를 희석하는 비용으로 감안해야 할 것이다. 또한 수입대체에 따른 고용증가 등 효익도 발생한다. 손익 계산은 매우 복잡해진다.)

    2) 만일 나머지 3000억달러에 대해서도 계획대로 10%의 관세율이 적용된다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연간 전체로 볼 때 중국은 5500억달러에 달하던 대미 수출액을 4727억달러로 14% 낮춰야 한다.

    물량이 그대로인 상태에서 가격이 인하되는 구조를 가정한다면, 환율이 7.33위안까지 올라줘야 경제전체가 받는 관세충격을 피할 수가 있다. 현행 환율에서 3%는 더 상승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달러부채를 천문학적으로 지고 있는 중국이 자본이탈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환율을 그 레벨로 즉각 끌어 올리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미국 최종 수요자가 지불해야 하는 중국산 구매비용이 상승할 수밖에 없고, 가격상승으로 인한 수요감소는 불가피해진다. 미국과 중국, 트럼프와 시진핑 모두에게 좋지 않은 그림이다. 진정한 의미의 관세충격이 개시되는 것이다.

    3) 만일 미국이 나머지 3000억달러 중 절반에 대해 관세를 면제해준다면 숨쉴 틈이 생겨난다.

    중국은 5500억달러의 대미 수출액을 4864억달러로 11.6% 줄이면 된다. 역시 수출가격 인하를 통해 수출량은 보전한다는 구도다. 이 경우 환율이 7.12위안대만 유지해 준다면 중국 경제 전반에 미치는 평균적인 충격은 피할 수 있다는 단순계산이 나온다. 현재 환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리고 미국은 이 3)안과 유사한 선택을 했다.

    ⓒ글로벌모니터

    다시 말하지만, 위의 산수는 중국을 단일 주체로 가정하는 한계가 있다. 25%의 관세를 맞고 있는 중국 수출기업은 환율로 다 커버할 수 없는 큰 고통을 겪고 있을 수 있다. 일부는 가격을 대폭 낮춘데 따른 고통일 것이고, 일부는 가격을 많이 내리지 못한데 따른 판매량 감소의 고통일 것이다.

    현실 세계에서 이미 '환율 효과'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몇 차례 소개했듯이 미국으로 들어오는 중국산 수입품의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일본이나 유럽산 제품과는 분명히 다른 흐름이다.

    하지만 지난해 봄 이후의 중국산 수입가격 하락폭은 2%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2500억달러에 대한 25% 관세부과가 점진적으로 이뤄졌고, 3000억달러에는 아직 관세가 붙지 않았음을 감안하더라도 가격하락폭은 관세에 비해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

    따라서 시간이 지날 수록 관세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차츰 더 체감되어 갈 가능성이 높다. 유통과정에서 충격이 흡수된다면 기업이윤과 고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와중에 3000억달러 품목군에까지 10%의 관세가 붙는다면 환율 효과로도 상쇄하기 힘든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관세는 차츰 체감과 지표를 통해 미국 유권자들의 삶에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물가 모멘텀이 살아나고 있다는 게 또한 문제다.

    ⓒ글로벌모니터

    ⓒ글로벌모니터

    ⓒ글로벌모니터

    이날 미국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7월 미국의 근원 CPI는 전월비 0.3% 올라 전달과 같은 비교적 높은 상승률을 유지했다. 시장 예상치 0.2%를 웃돌았다. 1년반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던 전달에 이어 2개월 연속해서 서프라이즈를 연출했다.

    전년동월비로는 2.2% 올랐다. 전월(+2.1%)보다 물가상승폭이 확대돼 지난 1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예상치 2.1%를 역시 웃돌았다.

    소비자물가지수 특유의 집세 거품 덕을 본 게 아니었다. 식품과 에너지 및 주거비까지 제외한 근원근원지수도 두 달 연속해서 0.3%의 상승속도를 보였다. 逆 기저효과가 작용했을 텐데도 모멘텀이 꺾이지 않았다.

    이는 연준 기준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에도 파급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미 지난 6월 중 근원 PCE 물가는 3개월 변동률의 연율 환산치가 2.5%에 달해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강한 모멘텀을 보여준 상태다.

    지난 6~7월 2개월간 미국 근원 CPI의 상승폭은 0.6%로 지난 2006년 4월 이후 13년여 만에 가장 빠른 속도를 기록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기조적(secular)인 하방압력을 받고 있다. 그러나 단기 사이클에서는 물가 모멘텀이 커지는 국면에 있다.

    트럼프의 변덕과 간섭, 비난과 공격에 불만을 쌓아가고 있는 FOMC 내 일부 삐딱한 진영으로서는 소극적일 이유 하나가 더 생겼다. 게다가 트럼프의 뒷걸질 덕분에 무역 분위기가 표면상 다시 좀 밝아졌다.

    선물시장은 그래서 연준 금리인하 전망을 약간 낮춰 잡았다. 미 국채시장의 2년~10년 수익률 스프레드는 그래서 이날 오후 0.785bp까지 좁혀지며 리세션 경고음의 데시벨을 높였다.

    일부 품목의 관세를 유예, 연기한다고 해서 나아질 펀더멘털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실제로, 3000억달러 제품의 상당수에는 다음달부터 전에 없던 관세가 붙게 되며, 나머지 중 상당 품목 역시 넉달 뒤부터는 관세가 붙는다.

댓글 로그인 0/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