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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고질병과 체제전쟁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9-08-13 오전 7:03:23 ]

  • ⓒ글로벌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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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국채시장의 2년~10년 수익률곡선이 결국 역전을 향하고 있다.

    그동안 이 두 채권의 수익률 스프레드는 마치 시장 참여자들에게 남은 마지막 자신감을 상징하는 듯이 어려운 국면 때마다 우뚝 일어서곤 했다. 그래서 이는 또한 연방준비제도에 대한 시장의 마지막 신뢰를 표상하는 듯이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는 다 지나간 얘기가 되어가고 있다. 연준 통화정책 전망과 태도를 반영하는 2년물 수익률은 10년물 수익률에 비해 뚜렷한 하방 경직성을 보이고 있다.

    12일 10년물 수익률이 10bp 이상 떨어지는 와중에 2년물 수익률은 7bp 내리고 말았다. 그 결과 두 채권의 수익률 스프레드는 5bp대로 좁혀져 마이너스를 목전에 두게 되었다.

    작년 가을 이후 꾸준히 반등하는 흐름을 보이던 5년~30년 수익률 스프레드 역시 되꺾이는 추세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지난 9일자 보고서에서 "연준은 커브 스티프너(curve steepener)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국내 경제환경을 감안할 때 과감한 금리인하가 정당화되기 어려운 실정이고, 금리인하 자체가 비교적 낮은 레벨에서 시작된 형편이어서 연준이 그런 태도를 보이는 듯하다는 게 BofA의 판단이다.

    그래서 수익률곡선은 더욱 평탄화할 전망이지만, BofA는 플래트너 전략을 취하기보다는 아예 그냥 30년물에 대해 롱 듀레이션에 나서라고 권고했다. △연준의 더딘 움직임과, △플러스 수익률을 주는 안전자산의 부족, 그리고 △보험이나 연기금 같은 LDI(liability-driven investing)의 리스크 축소(de-risking) 자금유입 등이 롱 듀레이션 베팅을 뒷받침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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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3개월짜리 국채 수익률은 소극적인 FOMC의 금리인하 전망 탓에 더욱 꽁꽁 묶여 있다. 자연히 3개월~10년물 수익률 스프레드의 역전은 날로 심화하며 '리세션(recession)' 신호를 요란하게 울리고 있다.

    TD시큐리티즈는 지난 9일자 보고서에서 이 수익률곡선을 이용해 추정한 미국의 12개월내 침체도래 확률이 지난 2007년 이후 최고치(55%)를 기록했다고 진단했다.

    수익률곡선의 평탄화가 리세션을 신호하는 배경은 명쾌하다. 장기국채 수익률은 실물경제 전망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집합적 판단을 반영한다. 반면 단기국채 수익률은 통화정책 기조에 의해 결정된다. 두 수익률이 축소, 역전된다는 것은 통화정책 기조가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너무 긴축적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수익률곡선의 평탄화는 그 자체로 경기침체를 유발하기도 한다. 은행의 예대마진과 이윤을 압박해 자금중개 활동을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수익률곡선의 평탄화는 중앙은행 통화정책 수단의 한계를 역설하기도 한다. 중앙은행의 정책금리가 실효하한에 근접, 추가인하 여력이 극히 제한됨에 따라 갈수록 비전통적 통화정책 수단에 더욱 의존해야 하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양적완화와 포워드 가이던스 등의 비전통적 정책수단은 주로 장기금리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중앙은행의 처지는 시장의 경제 비관론과 투기적 기대심리를 더욱 조장하며, 이로 인한 장기금리 하락세와 수익률곡선 평탄화는 경제주체들의 자신감을 떨어뜨려 자기실현적 예언처럼 리세션을 불러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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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준에 대한 시장 기대의 퇴조는 보편화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12일자 보고서에서 "무역긴장이 고조되고 세계경제 전망이 약화하는데도 불구하고 연준이 금리인상 때와 마찬가지의 점진적 인하 태도를 보일 것이므로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연말에도 1.60%에 머물 것"이라고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연준의 금리인하 횟수를 총 3회로 한 회(25bp) 늘려 전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권시장의 기대 인플레이션은 개선되지 못할 것이라고 모건스탠리는 지적했다.

    연준을 바라보는 모건스탠리의 시각은 TD("연준은 스티프너의 걸림돌")와 동일하다. 모건스탠리는 "브레이크이븐 레이트의 저점매수(일반국채에 대한 물가연동국채 가격의 아웃퍼폼)를 모색했던 투자자들은 실망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 결과 연준은, 제롬 파월 의장의 주장과 달리, 금리인하 행진을 내년에도 계속 이어가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2020년 중 총 3~4회 금리인하가 더 이뤄질 것임을 시장이 가격에 반영해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말 10년물 수익률이 1.60%까지 밀릴 것이란 전망도 월스트리트에서 컨센서스를 형성해 가고 있다. 모건스탠리와 TD, 바클레이즈 등이 그 수치로 예상치를 각각 낮춰 잡았다.

    도이치뱅크는 9일자 보고서에서 '3가지 요소들'이 지속적으로 낮은 수익률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꼽았다.

    "1)시장은 미국도 일본과 유럽처럼 저성장/저인플레이션 환경에 빠질 것이라고 이미 결론을 내렸다. 2)경쟁우위를 점하기 위한 외환시장 개입 이후 통화량이 늘어난 채 남겨질 것(unsterilized)이다. 3)역외 위안화 가치의 하락으로 인해 중국으로부터 자본유입이 촉발될 것이다."

    장기국채 수익률의 하락을 점치는 일방적인 분위기 속에서 골드만삭스는 9일자 보고서를 통해 "바닥을 다지는 숨고르기 국면(period of consolidation)"을 예상했다. 지난주에 급격한 수익률 하락세를 겪은 만큼 이제는 미국 듀레이션에 대해 중립적인 자세로 돌아서겠다는 것이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현행 수익률 수준에서 어떤 방향을 논할 만한 적정 밸류에이션 논쟁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금 당장 볼 수 있는 것은 단기 기술적인 사이클 뿐이라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이슈 두 가지가 국채시장에 추가되었다. 아르헨티나發 이머징 불안과 홍콩 시위사태가 중국 이슈에 미치는 함의다. 둘 다 표면적으로 수익률 하방을 가리키는 재료이며, 이날 나타난 급격한 하락세 역시 이에 기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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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아르헨티나 증시 S&P메르발지수는 38% 떨어졌다. 달러-페소 환율은 17% 폭등했다. 그나마 중앙은행이 개입을 해서 오름폭을 좀 줄였다. 이에 따라 증시 메르발지수는 달러화 기준으로 이날 하루에만 47% 폭락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류의 증시 역사상 두 번째로 큰 일일 낙폭이다.

    지난 금요일 아르헨티나 증시가 근거없는 기대감으로 8% 가까이 급등했던 터라 역동작의 충격의 배가되었다.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예상과 달리 예비선거에서 압도적 표차로 참패했다. 오는 10월 예정된 대선 본선에서도 패배해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에게 정권을 넘겨주고, 친시장적 정책기조도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솟아 올랐다.

    마크리 대통령의 참패는 IMF의 참패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는 기존 국제 경제 및 금융제도의 문제해결 능력에도 명백한 한계가 있음을 드러낸 사건이다.

    아르헨티나는 IMF로부터 역대 최대규모(56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IMF는 자신들의 혹독한 '정통' 개혁 프로그램이 정치, 사회적으로 큰 역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인지해 아르헨티나에는 나름 새로운 접근법을 취했다. 그러나 자본탈출은 계속되었고 외환시장은 안정되지 않았으며 인플레이션은 50%를 웃돌았다. 초고금리 긴축 정책이 불가피했고 경제는 질식해갔다. "알고 있는 위기는 위기가 아니다"라는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이미지 출처: 로빈 브룩 트위터) ⓒ글로벌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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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로빈 브룩 트위터) ⓒ글로벌모니터

    국제금융기구(IIF)의 로빈 브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르헨티나 자산에서 외국인들이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되어 여타 이머징으로의 전염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브룩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에만 해도 외국인들은 아르헨티나 자산을 1650억달러 보유하고 있었다. 대부분 채권의 형태였다. 그게 올해 1월말에는 1120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주로 평가손(위 첫번째 그래프 파란 막대)에 기인했다. 지난해 이맘때의 충격으로 인해 처분할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당한 결과였다. 이번의 거대한 충격파는 그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에게 가해진 피니시 블로우와 같았다.

    지난해 이맘때 아르헨티나와 더불어 치명상을 입었던 터키는 최근 일본에 못지 않은 안전도피처처럼 보였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불안감과 위험회피 흐름 속에서도 리라 환율은 지난 5월초 고점 대비 약 13%나 급락했다. 하지만 리라에 대한 저가매수 흐름에도 역시 지난 주말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말까지 급격한 개선추세를 보였던 터키의 무역수지는 올해 들어 다시 빠른 속도로 망가지고 있는 것으로 지난 주 확인되었다(경상수지가 17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으나 무역수지는 적자가 다시 확대되는 추세였다).

    IIF의 로빈 브룩은 신용이 재차 팽창하면서 무역수지 개선을 가로막았다고 분석했다. 브룩 수석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방선거를 앞두고 1분기 중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터키의 신용이 현재도 당시의 약 70%의 강도로 계속 팽창 중이다. 지난 1분기와 달리 지금은 오로지 국영은행들에 의해서만 신용이 급증하는 양상이다.

    적어도 터키와 아르헨티나는 치료가 불가능해 보이는 '고질병'을 앓고 있다. 다른 이머징은?

    홍콩 사태를 보면, 상대적 우열을 따지는 이머징 옥석가리기를 화제 삼기가 어렵다.

    시위대와 같은 복장으로 위장한 경찰에게 부상당한 한 시민이 끌려가고 있다. (블룸버그) ⓒ글로벌모니터

    밀튼 프리드먼은 이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곳 가운데 하나로 홍콩을 꼽았다. 정부의 역할을 최대한으로 제한한 사회의 가장 가까운 사례라고 홍콩을 칭송했다.

    "홍콩은 국제거래 상 아무런 제약도 관세도 없다. 경제활동에 관한 정부의 지시도 없고, 최저임금제도 없을 뿐 아니라, 더구나 가격통제 같은 것도 없다. 거주자는 누구나 원하는 것을 누구에게서나 살 수 있고, 또 누구에게나 원하는 것을 팔 수 있으며, 무엇에나 투자할 수 있고, 누구라도 고용하며, 누구를 위해서건 일할 수 있다." (<선택할 자유>, 밀튼 프리드먼, 1979년)

    그러나 홍콩은 이제 중국이다. 당분간은 독자 체제를 유지하지만, 얼마 뒤면 유일정당의 중국에 완전히 복속되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정부로부터 통제를 받을 예정이다.

    어쩌면 그 날짜가 훨씬 앞당겨질 지도 모른다. 중국 정부는 홍콩 시위가 "테러리즘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고, 환구시보는 "인민해방군이 (홍콩에 접한) 선전에 집결 중"이라고 전했다.

    어떤 식으로든 홍콩의 시위는 지금의 형태로 지속 불가능하다. 만일 중국군의 개입으로 진압이 된다면, 현재 세계경제의 거대한 핵으로 떠오른 중국 이슈가 새로운 국면으로 진화할 수 있다. 경제·금융 허브의 항공운항이 중단된 것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논의가 전개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이 무역전쟁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바야흐로 명실상부한 체제의 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맞게 된다. 문제해결 능력이 없는 무능한 체제들 간의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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