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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국채시장의 자기실현적 예언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9-08-08 오전 6:47:44 ]

  • ⓒ글로벌모니터

    비관의 먹구름이 칠흑처럼 짙게 쌓이던 금융시장이 뉴욕 현지시간으로 7일 정오를 막 넘어서면서 다소 기운을 차리는 모습을 보였다. S&P500과 달러-엔이 낙폭을 급히 줄이고, 달러-원 NDF 1개월 포워드는 급반락했다.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반도체 제조물질 일부를 수출 승인했다는 일본경제신문(닛케이) 보도가 나온 시각과 대략 일치한다.

    한일간의 갈등은 미중 대립과 더불어 오늘날 하수상한 시대를 상징하는 사건 중 하나였는데, 약간의 해빙 신호가 비치자 시장에 안도감이 좀 돈 것이다.

    물론 이 정도로는 턱도 없다. 설사병이 다시 도져 아베 신조가 정치판을 다시 떠난다고 해서 풀릴 상황도 아니다.

    ⓒ글로벌모니터

    ⓒ글로벌모니터

    이날 미국 국채 30년물 수익률은 장중 2.1216%까지 떨어져 지난 2016년 브렉시트 사태 당시의 사상 최저 기록에 바짝 다가섰다. 사상 처음으로 1%대 진입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장기 수익률이 급락세를 이어가는데 단기채권의 수익률은 하락 속도가 더디다. 아직까지는 연방준비제도가 공격적 액션에 나설 것 같은 신호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책금리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3개월물의 하방경직성은 더욱 강하다.

    그래서 이날 3개월~10년 수익률 스프레드는 역전폭이 한 때 40bp를 넘기도 했다. 실물경제 전망을 반영하는 장기물 수익률에 비해 정책금리에 좌우되는 단기물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너무 높다는 의미, 통화정책의 경기압박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꺼번에 금리를 50bp는 내려야 수익률곡선을 가까스로 정상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블룸버그의 톰 올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은행들의 전통적인 통화정책은 여력이 제한되어 있고, 비전통적 통화정책은 실효성이 제한되어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날 형성하기 시작한 컨센서스는 중앙은행 무용론이다. 설사 여력이 있다 하더라도 금리를 내리고 돈을 풀어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한 인식은 비관론을 더욱 증폭하는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글로벌모니터

    그래도 어쨌든 트럼프에게는 금리인하가 절실해 보인다. 추락하는 주가지수를 보자니 동줄이 타는 모양이다.

    트럼프는 이날도 트위터를 통해 "수익률곡선 마진(역전폭?)이 너무 크다. 인플레이션은 없다'며 "연준은 금리를 더 큰 폭으로 더 빠른 속도로 내리고 그 우스꽝스러운 양적긴축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새로운 문제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트럼프가 자초한 것이고 어쩌면 재발한 것이기도 한데, 트럼프에 대한 연준의 반발이 표면화하고 있다.

    생존한 전직 연준 의장들 전원이 공개 성명을 통해 '독립성 보장'을 촉구한 가운데, 이번 금리인하를 가장 앞장서서 주도했던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준 총재는 과감한 추가부양 요구에 싸느랗게 등을 돌렸다.

    트럼프가 중앙은행을 하잘 것 없는 수하 다루듯 하는 태도가 역겨울뿐만 아니라, 그 변덕스러운 무역정책에 일일이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는 것 자체가 무리이자 위험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트럼프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이념적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말이다.

    "우리의 문제는 중국이 아니라 연준"이라고 한 이날 트럼프 트위터에서는 초조함이 두드러지게 느껴졌는데, 어제 불라드의 주장과 더불어서 생각해 보면 묘한 공상이 떠오른다.

    만일 연준이 불라드의 주장대로 무역 불확실성에 소극적으로만 대응한다면, 경기침체 위험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이를 반영해 주가 낙폭이 커지더라도 연준이 냉담한 태도를 견지한다면, 트럼프는 중국에 대한 무역공세 수위를 대폭 낮출 수도 있다. 침체된 경기 상황에서 내년 대선을 치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역전쟁의 앞날은 연준의 손에 쥐어져 있는 것일까?

    ⓒ글로벌모니터

    불 붙은 시장금리 하락세에 기름을 부은 것은 이날 아시아 중앙은행들이었다. 뉴질랜드와 인도 중앙은행이 예상보다 큰 폭의 금리인하를 단행했고, 태국 중앙은행은 예상하지도 못했던 금리인하를 전격 결정해 서프라이즈를 연출했다. (그래서 트럼프는 더욱 셈이 나고 약이 올랐던 듯하다.)

    하지만 일련의 이 깜짝쇼는 한 편으로는 불안감을 더욱 조장했다. '하늘에서 돈이 비처럼 쏟아진다' 따위의 들뜬 반응은 없었다. 중앙은행의 공격성은 사태가 그만큼 엄중하다는 방증이었을 뿐이었다.

    중앙은행 서프라이즈 시리즈에 대한 부정적 해석에는 때마침 발표된 독일의 산업생산 지표가 일조했다. 전년동월비 5% 이상 감소해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그런데 이게 과연 모두 트럼프 때문인가? 어떤 계기로든 트럼프가 무역전쟁에서 한 발 물러서기라도 해 준다면 사태가 진정되고 해결될 것인가?

    Editor's Letter는 그렇지 않다고 여전히 생각한다. 중국의 장기 추세적(secular) 둔화와 경기순환적(cyclical) 냉각이 겹쳤고, 여기에 트럼프의 무역전쟁이 가세해 상황을 악화시켰으며, 미국 역시 경기 사이클 후반기를 맞은 상태에서 재정부양 효과가 테이퍼링 하는 중이다.

    그만큼 상황은 복잡하고, 그 펀더멘털에는 나름의 순서와 경중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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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서운 속도로 떨어지는 국채 수익률은 그 자체로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아시아 중앙은행들의 연쇄적 서프라이즈에 대한 심리반응과 유사하다. 경제가 정말 저렇게 빠른 속도로 곤두박질치고 있는 모양이라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두려움은 행동으로 이어진다. 금을 사고 국채를 매입한다. '국채 20년+ ETF'는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급등랠리를 펼치는 중이다. 지난해 12월 그 난리통에도 이렇게 뜨겁지는 않았다.

    그렇게 해서 금과 국채 가격이 더욱 뛰어 오르면 불안감 역시 증폭된다. 그 불안감에 따른 행동은 단지 금과 국채를 사들이는데 그치지 않는다. 소비자는 씀씀이를 줄이고 저축을 늘린다. 기업은 투자와 채용을 유보하고 비용을 줄이며 더 나아가 고용을 축소하게 된다.

    이 경우 미래 기대를 담은 국채 수익률의 추락은 경기침체를 촉진하는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 되어 버린다.

    *이날 뉴욕 정오를 막 넘긴 시점에 전반적으로 '리스크 온(risk on)' 무드가 살아나는 흐름을 보였는데, 이 과정에는 미 국채 10년물 입찰 수요 부진 소식과 이로 인한 수익률 반등 역시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수익률 급락세가 비관적 분위기를 조성했던 것과는 반대 양상이 연출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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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너무 비관적인 태도는 불필요한 손실을 야기하기 십상이다. 국채 수익률의 급락세는 그 자체로 경기에 부양적이기도 하다. 어두워진 경제전망과 그 전망에 비해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중앙은행들의 공격적인 태도를 반영해 국채 수익률이 급전직하하는 측면도 강하다.

    시장의 기대 변화에 의해 나타나는 이러한 국채 수익률의 하락세는 중앙은행의 대응 이전에 일찌감치 경기를 부양하는 이른바 '자동 안정화(automatic stabilizer)' 기능을 수행하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어두워진 경제전망을 반영해 유가가 급락하고 있는 점 역시 다행스럽고 반가운 경기 안정제라고 할 수 있다.

    관리 가능한 수준에서 한 레벨 더 높아진 달러화 환율은 우리와 같은 수출의존 경제에 강장제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희망은 전략이 아니다. 트럼프가 "당장 끝내라"고 여전히 요구하고 있는 "양적긴축"이 무엇을 두고 하는 말인지는 불분명하나, 달러의 긴축적 압박이 다시 심화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소극적인 연준의 태도를 반영해 달러 단기 금리(OIS)가 상대적으로 더딘 속도로 하락 중인 가운데, 역외달러 단기금리(리보)는 역내보다 내림세가 더 느리다. 불확실성으로 인한 신용 리스크와 미 재무부의 자금수요 증가 등을 반영하는 현상일 텐데, 이는 금리의 자동적인 경기 안정화 기능을 더욱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

    또한 중국의 평가절하와 겹쳐 이머징 통화들의 가치는 불안정한 속도로 떨어지는 중이다. 수출 도움을 기대할 만한 달러 환경이 아니다.

    ⓒ글로벌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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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포감을 야기하는 최근의 국채 수익률 급락세가 기술적으로 증폭된 측면도 있다. 시장을 통해 경제 전망을 비관할 때에는 어느정도의 디스카운트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메커니즘은 이렇다.

    시장금리가 대폭 하락하자 미국에서는 모기지 대출을 더 싼 금리로 갈아타려는 리파이낸싱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렇게 모기지대출 조기상환이 급증하면서 기 발행된 모기지증권(MBS)의 듀레이션은 곤두박질치는 중이다.

    이에 매니저들이 황급하게 롱 듀레이션에 나서면서 스왑레이트가 급락하고 있으며, 급기야는 민간 스왑레이트가 무위험 국채 수익률을 하회하는 역전현상이 심화하게 되었다.

    이렇게 추락하는 이자율 스왑레이트는 이날도 계속해서 국채 수익률을 끌어 내리는 힘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네거티브 컨벡서티 헤징' 장세가 가미한 것이다. ☞ 관련기사 : 금융시장 신호의 이해와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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