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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트럼프는 과연 `달러 절하`를 밀어붙일까?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9-07-18 오전 5:58:37 ]

  • ⓒ글로벌모니터

    오늘자 Editor's Letter 제목에 대한 답부터 말하자면 "여전히 알 수 없다"이다. 왜냐하면 트럼프의 일이기 때문이다. 예측불가능함은 트럼프의 예술적 협상기술에 기인하기보다는 그의 변덕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답도 잘 모르면서도 이 주제를 왜 건드렸는가 하면, 뭔가 주목할 만한 낌새가 엿보였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지금 속으로는 "달러화 강세"를 즐기고 있는지도, 혹은 즐기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최소한 트럼프는 지금 당장 달러화 하락세를 적극적으로 원하지는 않는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어제(현지시간 1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각료회의에서 "관세는 미국에 오로지 긍정적인 효과만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새삼스러운 말은 아니었는데, 이에 대한 그의 설명이 지난 12일과 15일자 트위터이다.

    "중국도 멕시코와 비슷하다. 그들이 25%의 관세효과를 줄이기 위해 자국 통화를 절하하고 기업들에게 보조금을 준 것 말고는. 지금까지는, 우리 소비자들에게는 (관세의) 영향이 거의 없다." (12일자 트럼프 트위터 中)

    "그러는 동안 우리는 중국으로부터 수십억달러의 관세를 받고 있다. 아마도 훨씬 더 많이 들어올 것이다. 이러한 관세들은 중국이 평가절하와 (화폐) 펌핑을 통해 지불하는 것이다. 미국 납세자들이 내는 게 아니다." (15일자 트럼프 트위터 中)

    트럼프의 설명을 좀 더 풀이하면 이렇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 2500억달러에 대해 순차적으로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10달러에 납품되던 물건이 12.5달러에 들어오게 생겼다. 중국산을 많이 쓸 수밖에 없는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말대로 미국 소비자들에게 미친 영향은 거의 없었다. 왜냐하면 중국 기업들이 달러화 표시 수출가격을 대폭 낮췄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0달러에 수출하던 물건 값을 8달러로 인하하면 25%의 관세(2달러 = 8 x 0.25)를 물고도 종전과 같은 10달러에 납품할 수 있다.

    그렇다면 중국 기업들은 막대한 손해가 아닌가? 그렇게 막대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

    첫째, 몇 차례 설명했던 '환율효과'가 있다. 달러-위안 환율이 지난해 4월 바닥 이후 10% 가량 올랐다. 작년 4월 6.3위안 환율 때 10달러를 받고 수출했던 중국기업은 63위안의 매출을 올렸다. 지금 6.9위안 환율에서 8달러를 받고 수출하면 55.2위안이 들어온다. 판매수입은 12.4% 줄었다. 물론 환율로는 관세효과를 다 상쇄하지 못했다. 이 잔여 손실에 대해 트럼프는 "중국 정부가 보조금으로 보전해 준다"고 주장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2500억달러에 대해 물린 25%의 관세는 중국 납세자들이 내는 것이 된다. 환율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과 보조금 지급에 따른 조세부담의 형태로 말이다.

    반면 미국 납세자들의 경제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 중국산 수입품은 25%의 관세 이후에도 똑같이 10달러에 납품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남는 장사다. 트럼프가 주장했듯이 미국 정부가 수십억달러의 관세를 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주장은 지표를 통해서도 뒷받침된다.

    ⓒ글로벌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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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6일 미국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6월 중 미국의 석유류 제외 수입물가는 전월비 0.4% 하락했다. 이 지표의 3개월 이동평균치 역시 -0.4%를 기록해 지난 2015년초 이후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미국 근원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석유류 제외 수입물가는 지난해 이맘때부터 추세적으로 하락세를 타고 있다.

    *미국 수입물가지수에는 관세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수입물가를 조사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국민계정,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도출하는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명목 수입액을 수입물가로 할인(deflate)하면 실질 수입액을 얻을 수 있다. 이 때 만일 관세가 포함된 수입물가를 디플레이터로 사용하면 수입된 실질 부가가치 규모를 과소평가할 수 있다.

    미국으로 들어온 중국산 수입품의 가격도 지난해 이맘때부터 추세적으로 하락세를 타고 있다. 트럼프가 "환율조작"이라고 비난한 유로존의 독일이나 일본에서 들어온 수입물가는 같은 기간 횡보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이처럼 하락하는 중국산 제품의 수입물가는 관세에도 불구하고 미국 소비자물가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데 기여하고 있다. 전술했듯이 그 배경에는, 트럼프의 주장에 따르면, 달러화 강세 및 중국정부의 보조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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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러 환율에 관한 트럼프의 발언 흐름에서 주목할 최근 변화는 두 가지이다.

    첫째, 트럼프는 더 이상 달러화 강세 그 자체에 대해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출하지 않고 있다. 예를 들면 지난 2017년 1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했던 아래와 같은 식의 발언이 요즘에는 자취를 감췄다.

    "중국은 분명히 환율 조작국이다. 그들은 '우리가 환율을 절하하고 있다'고 말하는 대신 '우리 환율이 떨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위안화는 떨어지는 게 아니다. 그들이 인위적으로 그렇게 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그들과 경쟁할 수가 없다. 우리 통화가 강하기 때문이다. 그게 우리를 죽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美 대통령 당선자 WSJ 인터뷰, 2017년 1월13일자)

    트럼프는 더 이상 중국의 평가절하 또는 환율조작이 자신의 관세공격을 무력화한다고 비난하거나 불평하지 않는다. 오히려 앞에 소개했듯이 만족스러워하는 듯한 인상이다. 미국 소비자들(유권자들)에게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해 주기 때문이다.

    연준을 겨냥해 미국도 "맞대응(match)" 해야 한다는 요구 내지는 주문도 지난 3일 중국과 유럽에 대한 "환율조작" 비난 이후로 나오지 않는 중이다.

    어떤 면에서는, 중국과 유로존에 대한 트럼프의 '환율조작' 비난은, 환율 그 자체보다는, "시스템에 대한 화폐 펌프질(money pumping)"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듯한 인상을 주었는데, 연준에 대한 직접적인 화폐증발 요구 내지는 주문 역시 지난주 파월 의장 의회보고의 '비둘기 서프라이즈' 뒤로 중단된 상태이다.

    트럼프는 어쩌면 달러화 절하보다 금리 인하를 더 원했을 지도 모른다. 추측을 확대하면, 트럼프는 금리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달러화 고평가, 해외의 환율조작(화폐 펌프질) 문제를 제기했는지도 모른다.

    * 그런 면에서 지금 달러화 하락을 더 원하는 쪽은 파월 의장일 수 있다. 달러가 연준 통화정책이나 미국 경제 펀더멘털 외적 요인으로 인해 약해지면 연준은 금리를 덜 내려도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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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한 가지 주목할 변화는 트럼프가 더 이상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문제를 입에 올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그동안 달러화 강세 때문에, 중국의 더티 플레이 때문에 미국이 대규모 무역적자에 시달린다고 주장해 왔다. 트럼프의 정반대 진영인 민주당 "진보" 계열의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도 이에 동의해 최근 "달러화 절하"를 요구한 바 있다.

    달러화 절하 and/or 관세는 이론상 분명히 무역수지 적자를 줄여 없앨 수 있다. 문제는,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상당한 물가상승 충격이 가해져야 한다는데 있다.

    몇 차례 설명했듯이 무역수지는 저축에서 투자를 뺀 값으로, 무역수지가 개선되려면 저축이 증가(소비가 감소)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비자물가가 올라야 한다(우하향 하는 수요곡선). 즉, 달러화 절하 and/or 관세는 소비자물가 상승을 통해 무역수지 개선을 이끌게 된다.

    그런데 만일 미국이 계속해서 과거와 같은 왕성한 소비를 한다면, 그래서 저축이 늘어나지 않는다면, 무역수지는 개선되지 않는다. 이 왕성한 소비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물가가 오르지 않아야 하며, 관세부과에도 불구하고 그러하려면 달러가 강해져야 한다. 트럼프가 관세위협을 본격화한 지난해 봄 이후 달러가 강해진 배경이다.

    그래서 어쩌면 트럼프는, 자신이 애초 목표로 제시했던 무역수지 개선이란 것이, 소비자들에 대한 물가충격이 없이는 달성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뒤늦게라도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소비자들에 가해지는 물가충격'이 선거에서는 쥐약이라는 사실과 함께 말이다.

    그래서 요즘 트럼프가 밀고 있는 마케팅 포인트는 무역수지 개선이나 중국의 항복이 아닌 '미국은 오로지 남는 장사 중'이란 주장이다. 정부는 중국이 내는 수십억달러의 관세수입을 벌고 있고, 관세에도 불구하고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아무런 충격도 없다는 것이다.

    * 물론 이 주장은 진실을 숨기고 있다. 중국 경제를 통해 직간접적인 매출을 일으키는 수많은 미국 기업들이 달러-위안 강세 등 무역전쟁의 직간접적인 환경변화로 인해 상당한 손실을 입고 있다. 불확실성으로 인한 전세계적 투자 및 가동률 손실분과 그로 인한 승수효과까지 감안하면 미국이 오로지 남는 장사라는 말은 절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미국경제가 상대적으로 손실을 덜 입는다고 보는 게 합당할 것이다.

    * 위와 같은 추측에 근거한다면, 트럼프는 연준 금리인하 선회로 인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경우 달러화 강세를 통해 상쇄하는 것을 선호할 수 있다고도 확장해 추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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