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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내부의 역류(逆流)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9-07-12 오전 7:13:37 ]

  • 확신이 나의 생각과 시장을 지배할 때에는 맹목(盲目, blindness)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이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란 '틀릴 수 없는' 전망이 형성되어 있지만, 그 시기와 강도를 기대하는데 있어서 우리가 오버하고 있는 것 아닌지 돌이켜보게 하는 흐름들이 나타나고 있다.

    먼저 유럽중앙은행(ECB)의 미묘한 기류다.

    지난달 18일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신트라 연설에서 경제전망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추가 부양조치가 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더 악화되지 않더라도, 현 수준을 유지하기만 해도 중앙은행의 액션이 나올 것이란 예고였다.

    그리고 지난 10일 ECB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필립 레인 집행이사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목표를 하회하고 있고 성장전망에는 하방위험이 있다며 "사전적(proactive, 또는 예방적) 조치가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있어서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장은 당장 이달 25일에 예정된 통화정책회의에서 ECB의 행동이 시작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일단 이번에는 금리인하를 예고한 뒤 오는 9월에 예치금금리를 -0.50%로 인하하고, 오는 12월에는 양적완화 재개에까지 나설 수 있다는 게 시장 컨센서스이다.

    그러나 이날 브누아 꾀레 집행이사의 연설 톤은 그 컨센서스와 분명히 거리를 두고 있었다.

    ⓒ글로벌모니터

    미국식 양적완화로 이어진 지난 2014년 8월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잭슨홀 선언 이후로 유로존 금융시장의 5 year 5 year forward 기대 인플레이션(ILS: Inflation-Linked Wwap)은 통화정책의 핵심 변수로 작용했다. 이 지표가 떨어지면 경제주체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이 저하되어 실제 인플레이션까지 떨어지므로 정책대응이 필요하다는 철칙을 ECB가 운영해 왔다.

    그러나 11일 브누아 꾀레 ECB 집행이사는 이 철칙에 제동을 걸었다. ECB 홈페이지에 톱으로 올린 꾀레 이사 연설문의 요약제목은 "중요한 것은 가계부문의 기대 인플레이션이다(Households' inflation expectations matter)"였다.

    즉, 그동안 ECB 통화정책 방향을 좌우해 온 금융시장의 기대 인플레이션은 최소한 '덜' 중요하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꾀레 이사는 ECB에서 시장운영(market operation)을 담당하는 핵심인사이다. 미국 연준에서 뉴욕 연준 총재의 지위에 비교할 수 있다. 꾀레 이사는 따라서 매번 통화정책회의 때마다 필립 레인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함께 위원들에게 정례 브리핑을 한다.

    꾀레 이사는 이날 연설에서 가계부문의 기대 인플레이션은 금융시장과 달리 6년 만에 최고 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며 위 그래프를 보여 주었다. 그러면서 그는 "가계 기대 인플레이션이 자주 미래 인플레이션 결과를 더 잘 예고해 온 반면, 금융시장은 미래 인플레이션을 예상하는데 있어서 그다지 훌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꾀레 이사는 이 판단을 입증하는 실증 자료와 연구결과 및 자신의 배경 분석을 연설에서 함께 제시했다.

    꾀레 이사는 "채권시장이 오늘날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비관론이 반드시 미래 인플레이션 압력에 관한 전조는 아닐 수 있다"면서, 반면에 인플레이션 목표 이탈을 기대하는 소비자들의 경향은 줄어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꾀레 이사는 "기저 물가 압력이 중기적으로도 계속 억눌릴 것이라는 금융시장의 우려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되, 미래 물가전개에 비치는 위험을 측정할 때에는 보다 광범위한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들의 움직임을 고려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모니터

    이날 공개된 ECB 6월5~6일 통화정책회의 의사록 분위기는 전일에 나온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6월 18~19일 회의 의사록에 비해 훨씬 긍정적이었다.

    예를 들어 인플레이션 수정 전망을 논의한 대목에서 ECB 의사록은 "인플레이션 경로가 위쪽으로 움직일 것이라는데 대한 자신감이 피력되었다"고 기술했다.

    물론 위원들은 성장전망을 둘러싼 리스크들이 하방으로 기울어 있다고 여전히 판단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들은 지속적으로 상향수정되고 있는 집행부의 고용전망에 대해서도 방점을 찍었다. 또한 리세션 위험은 낮다는 점 역시 지적되었다고 의사록은 전했다.

    유로존 경제가 "소프트 패치(soft patch)"를 겪고는 있으나, 이는 주로 수출주도 제조업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는 두 곳의 대국(大國)에 의한 것이라며, 다른 곳의 경제활동들은 보다 강력하다는 점 역시 위원들은 주목했다고 의사록은 소개했다.

    "시장의 미래 인플레이션 비관은 과장된 것"이란 이날 꾀레 이사의 주장은 6월 통화정책회의 때에도 제기되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기술적인 요인들이 시장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에 영향을 미쳤고 설문조사 등 다른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에서는 그만큼의 강력한 악화가 관찰되지 않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만해서는 안된다는 언급이 있었다"고 의사록은 전했다.

    따라서 위원들은 통화정책기조를 추가로 완화하는데 대해 "미리 준비해 두고 대기(be ready and prepared)"하자는 데 폭넓은 동의가 있었다고 의사록은 전했다. 그러나 이 준비된 부양이 바로 7월 또는 9월에 실행될 것이라는 신호까지는 의사록이 주지는 않았다. 시장 기대 인플레이션을 무시하지는 않겠지만, 상황이 그처럼 비관적인 것은 아니라는 판단과도 맥락을 같이 하는 듯했다.

    또한 지난달 회의에서 위원들은 "포워드 가이던스가 통화정책기조를 변경하는데 있어서 기본 정책수단(principal instrument)이며 그 효과가 확인되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그래서인지 "미리 준비해 두고 대기"하기로 한 잠재적 추가 부양 수단을 위원들은 1)포워드 가이던스 추가 연장 및 강화, 2)양적완화 재개, 3)정책금리 인하 순으로 열거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 6월 회의에서 또 있었다. 이른바 "보다 전략적 성격의 고려(considerations of a more strategic nature)"가 필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너무 낮은 인플레이션이 계속해서 지배적인 환경이 펼쳐질 경우" 인플레이션이 목표에서 벗어나더라도 아래로든 위로든 대칭적인 형태로 "용인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히는 게 필요하겠다는 것이다. 그 의미는 바로 다음 이어지는 기술에서 역설적으로 드러났다.

    이 "전략적 고려"라는 것이 마치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이 어려운 시기에 골대를 이동하는 것처럼 비쳐져서는 안 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고 의사록은 전했다.

    즉, 지난달 회의에서 ECB 통화정책위원들은 보다 낮은 인플레이션 실적을 두고도 "목표 달성"을 주장할 수 있는 논리 개발을 모색했다.

    ⓒ글로벌모니터

    이런 분위기 속에서 독일 국채 수익률 급등세가 이날도 이어졌다. 유로존의 벤치마크인 독일 10년물 수익률은 8.2bp 뛰어 올라 한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융시장의 인플레이션 비관이 과장됐다는 꾀레 이사의 발언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전일에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산업생산 지표 서프라이즈가 국채시장을 자극했다.

    독일 10년물 수익률은 지난 4일의 사상 최저치(-0.409%)에서 일주일 사이에 19.4bp나 상승했다. 아직 지난 2015년 봄 당시의 '분트 발작'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절대 수익률이 당시 대비 대폭 떨어져 있는 점을 감안하면 충격강도를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제롬 파월 의장의 비둘기 의회보고가 이틀째 이어지는 와중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내부에서도 역류가 관찰됐다.

    평소 중도 부양적 정책태도를 견지해 왔던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준 총재가 파월 의장의 주장과 달리 "인플레이션이 목표에 근접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달말 금리인하에 적극적으로 반대할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인플레이션과 기대 인플레이션은 목표치에서 현저하게 이탈하는 흐름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파월 의장이 금리인하 논리로 내세우고 있는 또 하나의 근거인 "기업 자신감 약화"에 관해서도 보스틱 총재는 "기업들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실질적 변화가 없다"고 일축했다.

    토머스 바킨 리치몬드 연준 총재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그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인플레이션이 목표에 더 근접해 있을 수 있다"며 보스틱 총재와 마찬가지로 댈러스 연준의 지표(Trimmed Mean PCE 인플레이션)를 증거로 제시했다. 이 지표는 파월 의장이 지난 5월 기자회견 때 "저물가는 일시적"이란 논지를 펴면서 제시했던 증거이기도 하다.

    바킨 총재는 또 기대 인플레이션이 "매우 안정적"이고, 고용시장은 역사적으로 강력한 상황이라고 평가하면서 "현재의 인플레이션 수준 및 기대 인플레이션이 추가 부양의 방아쇠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 관련기사 : 美 파월 의장에 반기…두 명의 지역 연준 총재 "인플레 목표 근접했다"

    ⓒ글로벌모니터

    때마침 나온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 지표 또한 중앙은행들의 과감하고 신속한 보험제공 의지와 배치되는 내용을 담았다.

    미국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6월 중 미국의 근원(식품 및 에너지 제외), 근원-근원(식품,에너지,주거비 제외) 물가는 모두 전월비 0.3% 상승했다. 앞선 4개월간의 유별났던 부진을 딛고 반등했다.

    낮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고 했던 파월 의장의 지난 5월 주장은 스스로 고백했듯이 잘못된 것이었으나, '극심한' 저물가 만큼은 지속되는 현상이 아니었음이 판명되었다.

    이 소식이 가세하면서 이날 미국과 독일 국채 수익률 상승세는 장기물 중심으로 더욱 두드러지게 되었다.

    낮은 인플레이션이 앞으로도 계속될 구조적 현상이며, 이에 따라 장기국채를 보유하는 헤지 포지션이 바람직하다는 Editor's Letter의 판단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최근 단기간에 급속도로 전개된 수익률 하락세와 그 배경의 부양 기대감에는 조정의 압력이 쌓여 왔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겠다.

    전략적 포지셔닝의 중심을 확고히 유지하면서 전술적 과잉을 경계하는 한편, 그에 따른 조정을 기회로 모색하는 유연한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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