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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Welcome to Wonderland"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9-07-10 오전 6:40:48 ]

  • ⓒ글로벌모니터

    레버리지와 부채 상태를 단순히 과거와 비교하는 방식은 '신용의 질(credit quality)' 악화 정도를 과장할 수 있다고 골드만삭스가 보고서를 통해 주장했다.

    그러한 비교방식은 지난 20년간 이뤄져 온 '플로우 효과(flow effect)' 측면에서의 구조적 개선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골드만삭스는 밝혔다.

    예컨대 투자적격(IG)이든 투자부적격(일명 하이일드, HY)이든, 회사채 발행자들의 조달비용은 2000년대초 이후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반면, 그 기간동안 기업들의 순이윤율은 두배로 늘어났다. 자연히 발행기업들의 이자보상배율은 높아졌다는 게 골드만삭스의 설명이다.

    "따라서 우리는 사상 최고치에 달하는 레버리지비율이 사상 최악의 크레딧 퀄리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본다"고 골드만삭스는 결론지었다.

    순이윤율이나 이자보상배율 등에 관해서는 표준편차 등도 다각적으로 따져봐야겠지만(소수의 초우량기업이 전체 평균치를 윤색했을 수도 있다), 큰 틀에서는 골드만삭스의 주장에 Editor's Letter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무엇보다도, 지난 20년간의 조달비용 감소는 세계경제의 부채 다이내믹스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 일으켰다. 이는 국가 신용의 질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일본을 보라.

    ⓒ글로벌모니터

    전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다 집어삼킬 듯했던 왕년의 노키아는 신용등급이 이른바 정크(junk, 쓰레기)이다. 이 회사가 발행한 채권은 정크본드, 투자부적격 등급이다. 무디스가 Ba1, S&P는 BB+를 주고 있다.

    그러나 노키아 회사채는 이른바 '하이일드(High Yield)' 채권은 아니다. 수익률이 마이너스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3월 발행된 쿠폰 1%, 2021년 3월15일 만기 노키아 채권(유로화)은 현재 수익률이 마이너스(-) 0.105%이다. 그나마 -0.2%선 아래로 떨어졌던 것이 최근에는 좀 반등을 해서 이 모양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노키아처럼 마이너스 수익률로 거래되는 유로화 표시 정크본드가 현재 14개나 된다. 연초에만 해도 전무했는데, 최근 수익률이 전반적으로 급락하면서 정크본드의 수익률도 함께 초현실(surreal) 영역으로 떨어졌다.

    따라서 이 14개 채권을 사는 사람은 그 순간 이 정크기업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도 지급하는 책임을 약정하게 된다. (물론 채권 보유자가 실제로 그렇게 이자를 현금으로 정기 지급하지는 않는다. 그동안 받은 쿠폰보다 더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 만기 때 원금을 돌려받게 된다는 의미다.)

    그래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중앙은행이 돈을 더 풀 조짐이기 때문에 앞으로 정크본드 가격은 더 오를 것이고, 수익률은 마이너스 더 깊은 곳으로 떨어질 것이고, 그 때에 가서 더 높은 가격에 팔고 나오면 된다.

    골드만삭스의 타당한 주장을 다시 강조하자면, 부채비율이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고 해서 신용의 질이 그만큼 악화되었다고 보는 것은 잘못이다.

    아무리 정크등급의 기업이라지만, 이렇게 조달비용이 낮은 환경(나중에는 마이너스 쿠폰을 발행할 지도 모른다.)에서 과연 부도라는 것이 날 수 있을까? 부도가 차단된 금융환경에서 과연 경기가 침체에 빠질 수 있을까? 설령 테크니컬한 리세션(2개 분기 연속해서 실질 GDP가 전기비 감소하는 현상)에 빠지더라도 과연 대량실업과 연쇄도산을 수반하는 과거와 같은 불황이 발생할 수 있을까?

    ⓒ글로벌모니터

    유럽중앙은행(ECB) 조사연구 파트를 전담하게 된 필립 레인 집행이사(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불확실성이 길어져 성장 전망을 압박하고는 있지만, 경기침체가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목표치를 하회하고 있고, 성장 전망에는 하방 위험이 있다"며 "(마이너스 금리를 포함한) 선제적 조치는 인플레이션을 우리의 목표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즉, 지난달 파월 의장이 "일반원칙(general principle)"이라고 밝혔듯이, 경기침체를 사전에 원천봉쇄하는 통화정책은 유럽에서도 이미 보편화한 전략이다. 따라서 경기침체가 보이지 않는 게 아니라, 경기침체는 거대한 화폐의 벽에 가로막혀 현실세계로의 접근이 차단되어 있다.

    물론 레인 이사의 '경기침체 없다' 발언은 30층 또는 60층에서 떨어지고 있는 자의 오만일 수도 있다.

    전일 공개된 블룸버그의 이코노미스트 정기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독일의 성장률은 0.7%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 수치가 '리세션'을 뜻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2.0%에 달하기도 했던 2019년 독일 성장률에 대한 시장 예상은 여전히 추락 진행형이다. 그러니 ECB는 경제가 땅바닥에 나뒹굴기 전에 '선제적으로' 보험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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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크본드 수익률이 마이너스로까지 떨어지는 것을 보면, 유럽 회사채시장 참가자들 역시 경기침체 위험이 없다고 보는 것이 틀림없다. 그 위험이 느껴지는 상황이라면 신용 스프레드가 튀어 올랐을 것이다. 적어도 그들은 중앙은행의 선제적 대응능력과 의지를 강력히 신뢰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그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면, 이미 다시 위대해진 미국인 투자자들에게 유로존 채권시장은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이다.

    스와프를 통해 헤지를 한다고 가정(유로-달러 현물매수 1년 선물매도)할 경우 노키아 2021년 만기 정크본드의 수익률은 무려 2.78%에 달한다. 미국 10년물 국채 대비 70bp가 넘는 프리미엄을 제공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미국인 입장에서 유로-달러 스와프를 이용한 환헤지 비용이 마이너스이기 때문이다. 비용이 마이너스라 함은, 헤지를 통해 추가적인 덤의 수익률을 제공받는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최근 값이 너무 뛰었다고들 말이 많긴 하지만, 이탈리아 국채는 여전히 매우 매력적이다. 헤지 후 수익률이 무려 4.6%대에 달해 동일 만기 미 국채 대비 무려 250bp가 넘는 프리미엄을 준다. 단, 이것은 위대한 미국 달러를 보유한 투자자들에게만 허용되는 혜택이다.

    이 파티를 즐기려는 미국 투자자들로 인해 유럽의 수익률이 더욱 더 압박을 받으면, 절망한 유럽 채권 투자자들이 미국으로 환헤지 없는 자금을 들고 몰려들 것이다. 그러면 유럽의 상대적 수익률 매력이 되살아날 것이다.

    ⓒ글로벌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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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크본드마저 마이너스 수익률로 거래되는 요즘, 한 방울이라도 yield를 더 얻으려면 좀 더 위험을 추구해야 한다. 정크 중에서도 더 낮은 등급을 찾거나 만기가 더 긴 채권을 구해봐야 한다.

    그 덕분에 이탈리아 국채 50년물 발행에 무려 여섯배에 달하는 자금이 몰리는 흥행이 이뤄졌다.

    이탈리아 따위에 어떻게 그런 장기자금을 빌려 줄 수 있느냐고 혀를 차서는 곤란하다. 올 들어 최고 대박 금융상품 중 하나가 바로 아르헨티나 100년 만기 국채, 일명 Century Bond이다.

    만기는 무려 2117년, S&P 평정은 B등급인 이 이탈리아보다도 못한 나라의 달러국채는 최근 두 달 사이에만 가격이 17%나 올랐다. 장기물 시장에 수요와 공급이 북적이는 이유다.

    수익률이 떨어지는 가운데, 저비용으로 장기자금을 픽스해 놓으려는 공급이 늘면서 유로존 국채의 평균적인 듀레이션(modified)은 어느덧 6.9년으로 솟구쳐 올라갔다. 이자율 변동에 대한 유로존 국채시장의 민감도가 유례 없는 수준으로 높아졌다는 의미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골드만삭스가 지적했듯이 단지 과거의 수치와 대조하는 것만으로 위험이 높아졌느니 어쩌구 해서는 곤란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지금 과거와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중앙은행이라고 입장을 바꿔서 생각을 해 보자. 위 듀레이션 그래프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금리를 인상하거나 보유채권을 내다팔거나 하는 이른바 '정상화(normalization)'를 시도할 생각이 들겠는가?

    경기침체를 막는 선제적 부양이 "일반원칙"이 되어 있는 이 세상에서 누가 감히 이 듀레이션을 건드릴 수 있겠는가.

    이 초현실적(surreal)인 세상에서 금리는 내리기는 쉬워도 올리는 것은 어마어마하게 힘들다. 많이 내리기는 쉬워도 조금 내리기는 엄청나게 어렵다.

    아마도 이 초현실은 중앙은행이 제 손으로 깨뜨리지는 못할 것이다. 정크본드마저 마이너스 수익률로 거래되는 세상에서 인플레이션이 뛰어 오를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초현실이 무너진다면,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어떠한 충격에 의한 붕괴일 것이다. 그 때가 언제일지, 과연 오기나할 지는 알 수가 없다.

    한 가지 현실적으로 상상해낼 수 있는 그 붕괴의 트리거를 든다면, 아마도 그것은 "일본을 보라"며 세력을 키우고 있는 이른바 "현대통화이론(MMT)"의 현실화일 것이다.

    그 때까지는 변동금리로 빌리고 고정금리로 장기 운용하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중앙은행이 매파 코스프레로 시장을 흔든다면 기회로 반길 만하다. 매파적 태도는 그 흉내만으로도 수익률 환경을 더 끌어 내릴 것이기 때문이다(위 듀레이션을 보라). 단기적으로 거친 잔파도를 좀 맞을 지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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