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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판도라의 상자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9-07-09 오전 7:03:25 ]

  • ⓒ글로벌모니터

    금리를 내리라는 명령을 듣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통령이 중앙은행 총재를 잘라버린 터키에서 8일 리라화의 가치가 달러에 대해 비교적 큰 폭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사안의 중대성을 놓고 본다면 이날 리라화의 낙폭은 그리 크지 않았다. 달러-리라 환율은 2% 남짓 오른데 그쳤다.

    오는 25일 통화정책회의 뒤의 반응을 다시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시장은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손을 들어주었다고 볼 만하다.

    이 리라화 환율을 지난 하루동안 가장 주의 깊게 지켜봤을 법한 두 사람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다.

    파월 의장은 의기소침했을 것이고 아마 트럼프는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 터키는 이미 벌써부터 이머징 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고리였다. 그런 터키에서의 시장 반응이 그 정도에 불과하다면, 이미 위대해진 미국의 화폐는 파월을 전격 해고한 뒤에도 전혀 끄떡 없을 것이라고 기대할 만하지 않겠는가.

    ⓒ글로벌모니터

    지난 주말 미국의 위대한 고용지표에도 불구하고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여전히 이달말 금리인하를 100% 확신하고 있다. 변화는 크지 않았다. 단지 50bp 인하 베팅이 거의 사라졌을 뿐이다. 이제는 25bp 인하 컨센서스가 거의 절대적 시나리오로 형성되어 있다.

    시장의 기대가 이처럼 압도적인 상황에서 연준이 만일 '동결'을 결정한다면 그 충격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주말에 잘린 터키의 중앙은행 총재도 그렇게까지 시장을 거슬렀던 것은 아니었다.

    지난달 25일 미국 외교협회(CFR) 대담에서 파월 의장은 "만일 부진(weakness)이 관찰된다면, 나중보다는 보다 일찍 나오는 게 바람직하다. 그게 일반원칙(general principle)이다"라고 말했다. "저금리의 세계에서는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게 더 낫다는 연구결과가 있는데, 그게 아주 광범위하게 수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코끝이 시큰해지기만 해도 병원에 달려가 항생제 주사를 맞는 이른바 'insurance cut'은 이제 더 이상 예외적인 테크닉이 아닌, 기존의 다른 모든 정책원칙들을 압도하는 최상위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일반이론(General Theory)"이 다른 모든 경제이론들을 변방으로 밀어 내었듯이.

    따라서 7월31일 FOMC의 금리인하를 100% 확신하는 시장의 태도는 여전히 정당하다. 만일 그 확신을 거스르는 결정을 연준이 내린다면 파월 의장은 무라트 세틴카야(주말 사이 해고된 터키 중앙은행 총재)의 신세를 답습할 위험이 커진다.

    물론 7월 FOMC는 관문, 출발점일 뿐이다. 그리고 문제는 그 다음부터이다.

    ⓒ글로벌모니터

    최근 들어 조정을 좀 받긴 했지만, 연준에 대한 금융시장의 '공격적 보험제공' 기대는 여전히 매우 크다.

    연방기금금리 선물 2020년 12월물에 내재된 금리는 1.455%로 현행 연방기금금리 2.420%에 비해 거의 100bp나 낮은 상태이다. 지난해 2017년 한 해 동안 올렸던 금리를 내년말까지 모두 되돌릴 것이라는 데 시장이 베팅해 두고 있다.

    그리고 그 베팅은 적어도 지난주 화요일까지는 계속해서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글로벌모니터

    이날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발표에 따르면, 지난 2일 현재 유로달러 선물에 대한 투기적 세력(Non-Commercial)의 순매수 포지션은 142만6000계약으로 늘어 지난 2008년 3월초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유로달러 선물은 3개월짜리 리보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다. 이 상품에 대한 투기적 순매수 포지션이 급증했다는 것은 금리인하 기대가 그만큼 강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강력한 기대, 대대적인 쇼트 포지션에서 돌변한 이 대대적인 롱 베팅은 지난 1993년 관련통계를 시작한 이후로 전례가 없는 추세로 전개되는 중이다. 보험성 금리인하가 언제나 어디서나 "일반원칙(general principle)"으로 통용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일반원칙의 성립 배경은, 파월 의장이 설명했듯이, 저금리의 시대, 저물가-저성장의 뉴노멀이다. 이는 지난 2015년 3월 재닛 옐런 당시 연준 의장이 설명한 '금리인상의 원칙'과도 마주닿는다. 위험이 비대칭적일 때에는 '완화'쪽에 기울어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세금도 금리도 내리기는 쉬워도 올리기는 매우 어렵다. 위험이 비대칭적인 뉴노멀 환경에서는 더욱 더 그러하다.

    따라서 중앙은행의 본능적 태도는 트럼프 혹은 시장과 비대칭적일 수밖에 없다.

    ⓒ글로벌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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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례적인' 보험성 금리인하를 단행한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지난 1995년과 1998년의 경우 연준은 지금에 비해 훨씬 강한 명분을 확보하고 있었다.

    지난 1995년의 경우 실업률이 뛰어 오르고 취업자 수가 감소세로 급반전하는 등 고용시장이 빠른 속도로 악화하는 모습을 확인한 뒤에야 연준의 '보험'이 제공되었다.

    당시 경기 확장기는 인플레이션이나 여타 불균형을 우려할만큼 오래 전개된 상태(late cycle)가 아니었다. 실업률은 아직 더 떨어질 여유가 있어 보였다. 그 직전 경기사이클의 저점이 5.0%(1989년 3월)였던 반면, 당시에는 5.6%였다.

    그러나 1995~1996년 당시 금리인하 폭은 75bp(6.00 → 5.25%)에 그쳤다. 1997년 3월에는 다시 금리를 25bp 인상했다.

    지난 1998년 보험의 경우는 러시아 국가부도와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파산사태라는 뚜렷한 충격을 명분으로 했다. 고용시장이 그리 나쁘진 않았지만, 급격하게 경색되는 금융환경이 결국 실물경제를 위협할 위험이 있다고 연준은 판단했다.

    금리를 역시 5.5%에서 4.75%로 인하, 총 75bp의 보험을 제공했다. 이후에는 긴축 사이클에 다시 돌입해 175bp를 되올렸다.

    그런데 지금 시장은 이번 보험이 100bp에 달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기존의 금리 대비 인하폭의 '강도'를 비교하면 그 차이가 더욱 두드러진다. 1995년 보험의 경우 6%에서 75bp를 내렸다. 이자를 12.5% 경감해준 셈이다. 1998년 경감률 역시 13.6%로 대략 비슷했다.

    그에 반해 시장이 현재 연준에 기대하고 있는 보험금, 이자 경감률은 41.7%(=1.00/2.40%)에 달한다. 표면적으로 고용은 과거 사례에 비해 여전히 좋고 LTCM 정도의 충격도 없다.

    하지만 아마도 트럼프의 희망 내지 욕심은 시장보다 더할 것이다. 이달 말 25bp를 내리더라도 트럼프는 전혀 감동하지 않을 것이다. 목 마른 자에게 한 방울의 물은 갈증을 더욱 자극할 뿐이다.

    과거보다 내리기는 쉬워도 올리기는 더 어려워진 이 비대칭적인 환경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은 어떤 결정을 할까?

    독립성 이슈를 포함, 연준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리스크는 이달말 FOMC 이후에 본격화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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