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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美 경기가 좋다면 돈을 더 풀어라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9-06-15 오전 6:17:15 ]

  • ⓒ글로벌모니터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유로존 금융시장의 중장기(5년 뒤부터 5년간) 기대 인플레이션이 연일 급전직하하고 있다. 이제는 그 누구도, 아무 것도 그 추락을 막을 수 없겠다 싶을 정도로 떨어지는 속도가 가파르다.

    유로존 기대 인플레이션의 붕락(崩落, melt-down)은 물가안정을 단일 책무로 삼고 있는 유럽중앙은행(ECB)의 능력과 의지에 대한 금융시장의 불신임 투표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글로벌모니터

    미국 미시간대학이 집계한 미국 소비자들의 중장기(5년 뒤부터 5년간) 기대 인플레이션이 6월 들어 2.2%,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연방준비제도가 목표로 삼고 있는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 2.0%를 달성하려면 소비자물가지수(CPI) 인플레이션이 2.3~2.4% 정도 되어야 하는데, 미국의 소비자들은 이제 그 가능성을 희박하게 보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미국 국채시장 참가자들은 그 가능성을 접은 지 오래다.

    ⓒ글로벌모니터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지난 3월8일 연설에서 "지속적으로 약한 인플레이션은 기대 인플레이션을 아래로 끌어 내릴 수 있으며, 이는 금리를 더욱 낮게 만들어 경기가 하강할 때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려 경제를 지원할 수 있는 여지를 줄여 놓는다"고 우려했다.

    이어 3월20일 FOMC 기자회견에서는 "일부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이 최근 수년간 변동범위의 하단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하고 "인플레이션에 하방압력이 가해지는 것은 우리 시대의 중대한 도전들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5월1일 FOMC 기자회견에서 표변했다. "인플레이션은 전월비로 전분기비로 항상 움직인다"며 "낮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 요인들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국채 10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그날 하루에만 3.6bp나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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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ABC뉴스 인터뷰에서 파월 연준을 다시 비난했다. 그는 파월 의장을 두고 "내가 뽑은 사람이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 완전히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솔직히, 만일 연준에 다른 사람이 있었더라면 금리를 그렇게 많이 올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 성장률은 지금 최소한 1.5%포인트 더 높았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연일 공세로 당장 다음 주는 물론이고 7월말 금리인하 가능성도 이론상으로는 다소 낮아졌다.

    FOMC에서 최강의 비둘기 성향을 보였던 나라야나 코처라코타 전 미니애폴리스 연준 총재(2015년까지 재직, 現 로체스터대 교수)는 이날 블룸버그에 "지금은 금리를 내려서는 안 된다"는 칼럼을 실었다.

    그는 칼럼에서 하드데이터의 증거가 부재한데도 불구하고 금리를 인하하면 연준이 정치압력에 굴복했다거나 증시 부양에 나섰다고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천하의 코처라코타조차도 '증거'를 요구하며 보험성 인하(insurance cut)를 사실상 기각한 것인데, 때마침 이날 미국 5월 소매판매 지표는 이중의 서프라이즈를 연출하며 제법 왕성한 소비경기를 보여주었다.

    이 소식에 달러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위로 뛰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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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20일 FOMC 직후 Editor's Letter가 "두 곳의 큰 승부처" 가운데 하나라고 꼽았던 달러는 변함없이 강력하다. 달러인덱스(DXY)는 당시보다 오히려 더 올라갔다. 200일 이동평균선은 여전히 철옹성이다. 달러는 이 추세선을 지난해 봄 뚫고 올라간 뒤 일년 넘게 고공행진 중이다.

    달러가 하락하기에는 미국 경제가 여전히 '상대적으로' 너무 강하다. 달러가 떨어지기에는 미국 바깥의 경제가 여전히 너무 약하다. 그렇기 때문에 달러는 떨어져야만 한다. 그래야 미국 바깥의 경제가 진정으로 살아날 틈을 얻을 수 있고, 그래야 시장이 기대하는 '보험(insurance)'이 미국 경제에 제공될 수 있다.

    그리고 달러가 약해져야만 인플레이션과 기대 인플레이션이 되살아 나 연준에게 '필요시 내릴 수 있는 충분한 금리 버퍼'를 제공할 수 있다.

    만일 미국의 경제가 여전히 너무 강해서 달러가 너무 센 것이라면 연준은 그 제약을 넘어설 정도로 충분히 강력한 완화적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달러는 여전히 큰 승부처 가운데 하나이다. 만일 연준이 달러인덱스 200일선을 무너뜨리지 못한다면 장기국채에 몰아치고 있는 매수행렬은 계속해서 정당성을 얻게 된다. 왜냐하면 "insurance cut"은 없는 것이며, 보험은 각자 스스로가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금리인하를 개시했거나 모색 중인 한국,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심지어 터키 등은, 달러가 길을 열어주지 않는다면, 시늉에 그치거나 헛물만 켜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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