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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은행의 `선 지우기` : 환율 마지노선 없다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오상용 기자 [기사입력 2019-06-07 오후 5:25:58 ]

  • 인민은행 이강 총재는 7일 당국이 사수해야 할 `특정레벨의 환율`은 없다는 인식을 표명했다. 그간 시장이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달러-위안 = 7` 레벨에 대한 존재감과 의미를 희석시키는 커뮤니케이션이다. 인민은행 전직 관리(위용딩, 저우샤오촨)들의 입을 빌어 시작된 이 작업은 이날 이강 총재의 발언으로 정점을 찍었다.

    ☞ 위용딩 "달러-위안, 7위안을 허(許)해도 무방"

    ☞ 중국의 `美관광 주의보`와 서비스수지, 그리고 환율

    ☞ 유동성과 환율사이

    ☞ 자본유출 압력의 전조

    이 총재는 블룸버그와 단독 인터뷰에서 `위안 환율의 레드라인이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에 "어떤 숫자(특정 환율 레벨)가 다른 숫자들 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완전히 시장에 의해, 외환시장내 수급에 의해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6.99든 7.01이든 숫자는 숫자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며, 비용이 얼마나 들어도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환율 레벨은 존재할 수도 존재하지도 않으며 그럴만한 의미도 없다는 이야기다. `선 지우기`, `레드라인 지우기`다. 그러니 시장도 7이라는 숫자에 연연하지 말고 장기 관점에서 위안화가 발 딛고선 지반, 중국 경제의 토대를 보라고 주문했다.

    ⓒ글로벌모니터

    이강 총재의 이날 발언은 환율에 발목잡혀 필요한 정책 (추가 완화조치) 기동을 꺼리거나, 소극적으로 대처하지 않겠다는 인민은행의 의지표현이기도 하다. 다음 대목에서 한층 분명해진다.

    "우리는 엄청난 정책 여력을 갖고 있다. (무역전쟁 심화에 따른 여파로) 상황이 더 나빠지면 우리는 올바른 방향으로 정책을 수행할 수 있다. 정책금리와 지준율을 비롯해 여타 통화정책 수단, 그리고 재정정책 부문에서 우리의 정책수단은 풍부하며, 정책조정 여력 또한 막대하다."

    "무역전쟁으로 실직자가 늘어나는 경우, 6개월 정도 혹은 그 이상일수도 있는데, 우린 고용시장에 미칠 이런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도 준비가 돼 있다. 실업급여를 통해 생계를 지원할 것이고, (실직자에 대한) 일자리 교육을 통해 직업 훈련에 나서도록 할 것이다."

    이 총재는 이번 국면에서 정책의 무게중심이 환율이 아닌 경기 안정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번 발언으로 인민은행이 지준율 인하는 물론 기준금리까지 손대거나, 이와 유사한 효과를 내기 위해 정책금리 개혁에 나설 가능성은 한층 높아졋다고 판단한다.

    ☞ 레드라인 / 베어마켓

    ⓒ글로벌모니터

    한편 경제와 고용시장을 안정시킬 능력과 수단이 풍부하니 일시적 출러임이 가시고 나면 나면 위안환율도 중장기적으로 안정될 것이라고 이 총재는 주장했다.

    "무역전쟁은 일시적으로 위안에 약세 압력을 가한다. 그러나 노이즈가 가시면 위안은 계속 안정될 것이며, 주변 이머징 통화, 심지어 태환통화(달러와 같은 주요국 통화)와 비교해서도 상대적으로 강해질 것이다. 위안은 매우 강한 통화다. 나는 위안이 다소 균형잡힌 수준에서 계속 안정될 것이라 자신한다."

    그는 또 "일정부분 환율의 유연성 - 문맥상 7위안을 넘어선 위안 약세를 의미한다 - 은 중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에도 좋다"고 강조했다. 이는 경제에 자동안정 장치를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환율에 의한 자동조정 기능이 다시 중국 경제의 회복과 대내외 수지 균형에 일조하고, 나아가 위안의 장기 안정에 복무한다는 교과서적 이야기인데, 인민은행은 굳이 이를 막을 생각(위안 약세의 순기능)이 없다는 의미를 담았다.

    # 절묘한 타이밍?

    이 총재의 발언은 주말 G20 재무장관 회의를 앞두고 즉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회담 직전에 이뤄진 것이며 월말 G20 정상회담을 20여일 앞두고 나온 것이다. 과거 인민은행은 미국과 중요한 회담을 앞두고 환율을 안정시키거나 가두는 쪽에 신경썼다.

    이번에는 정반대다. 환율 7위안 돌파에 대한 시장의 공포를 지우는 아주 중요한 커뮤니케이션을 아주 민감한 시기에 아주 분명한 언어로 제시했다.

    *무역협상이든 환율이든 모두 상대가 있는 게임이다. 이날 이 총재의 발언은 최근 밀접해진 이 둘의 상관관계처럼 어디까지나 상대방 하기에 달렸음을 미국에 주지시키는 듯하다. 위안 약세 혹은 환율 7위안 돌파는 중국의 희망상황도 의중도 아니었으며 미국(미국발 무역전쟁)에 의해 시작됐고, 미국에 의해 해소돼야 할 성질이라는 뉘앙스를 풍긴다.

    이는 환율로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라기 보다 인민은행도 향후 상황전개를 예단할 수 없으니 준비태세에 나섰음을 의미한다. 미중관계가 더 꼬이고 뒤틀릴 것에 대한 준비인데, 그의 발언이 당내 분위기 혹은 당의 (미국쪽 기류에 대한) 상황 인식에 기반한다면 결코 달갑지 않은 신호다. 이달말 시진핑과 트럼프의 회동에 대한 기대치를 낮춘다.

    # 위안약세와 무역전쟁의 악순환

    이 총재의 발언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을 대충 정리하면 이렇다.

    ①인민은행은 위안 환율의 7위안 돌파를 주도적으로 유도하진 않을 것 같다. ②시장내 비정상적 흐름으로 인해 위안이 아주 빠른 속도로 약해질 경우엔 속도조절에도 나설 수 있다. ③다만 무역전쟁 심화와 이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로 위안이 일시적으로 약해진다면, 또한 그것이 환율 본연의 자동조정기능을 위협하지 않는 범위내라면, 특정 레벨에 연연하지 않고 내버려둘 것이다.

    그럼 상대는 어떻게 나올 것인가. 미중간 교착상태가 지속되고 추가관세와 보복관세가 더해지는 상황에서 시장에 의해 위안 환율이 7위안을 넘어서 약세 흐름을 이어가는 경우, 가만히 있을 트럼프가 아니다.

    이미 상무부는 상계관세 부과 기준에 환율조항을 포함시켰다. 여기에 근거해 대중국 관세율을 다시 높일 것이다. 즉 위안 약세→미중 무역전쟁 심화→추가 위안약세라는 악순환 고리가 만들어질 위험이 존재한다. 이런 상태에선 양자 관계는 더 악화되기 쉽다.

    # 경쟁적 완화조치 테마

    미국의 또 다른 대응방식은 연준을 계속 압박하는 것이다 - 인민은행이 완화정책과 통화절하로 대응하니 연준도 서둘러 응사하라는 식.

    이는 외형적으로는 환율전쟁 양상을 띠지만, 자산시장에는 환율전쟁을 빙자한 `경쟁적 완화조치` 테마로 거듭날 수 있다. 이 전쟁에 참전할 총탄이 빈약한 진영, 즉 일본은행(BOJ)과 유럽중앙은행(ECB)은 더 무책임하고 방만한 통화정책 수단을 고안하거나, 아니면 통화절상을 인내해야 한다.

    중앙은행들에 의해 자산시장이 버퍼를 확보한다 해도 안심하긴 이르다. 무역전쟁 장기화가 실물경제에 미칠 위험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피상적이다. 어디에서 어느 정도의 부작용이 생겨날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안다. 그렇다고 시장 입장에선 이 위험을 100% 반영하는 것도 망설여진다. 언제든 트럼프의 트위터 몇줄에 상황은 일변할테니. 이런 어정쩡함으로 자산시장내 잠재 위험은 계속 누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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