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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연준 보험은 게임체인저가 아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9-06-07 오전 6:51:44 ]

  • ⓒ글로벌모니터

    Editor's Letter는 여전히 미국 경제 확장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가시적인 미래에 침체(recession)가 도래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그게 기본 시나리오(baseline scenario)이다. 미국 가계의 저축률을 볼 때 소비경제의 과잉은 거의 없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경기 사이클의 전환은 보통 외부 충격에 의해 촉발되는데, 과잉이 크지 않거나 없는 경우에는 외부 충격이 가해지더라도 소프트패치로 선방하거나 약한 리세션에 그치고 만다.

    그러나 이런 기본 전망은 지난 5월5일을 기해 무의미해지고 말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인상을 발표한 바로 그날, 베이스라인에 미치는 하방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극대화됐다. 여기에 5월30일 선언까지 더해졌다. 트럼프는 "불법이민" 문제 해결이란 정치적 어젠다에까지 관세무기를 동원했다. 중국과 멕시코는 매우 중요한 공급선이기 때문에 사태가 악화할 경우 미국 경제에는 심각한 타격이 가해질 수 있다.

    이로써 경제 전망의 분포도는 엉망이 되어버렸다. "미국 경제의 침체는 시야 바깥에 있다"는 기본 전망은 단지 '상대적으로 높은 확률'일 뿐인 것으로 납작해져버렸다. 하방의 꼬리는 매우 두꺼워져 몸통과 우열을 겨룰 지경이 되었는데, 더 큰 문제는 그 꼬리의 굵기를 계량하기조차 어렵다는 점이다(고도의 불확실성).

    그래서 금융시장이나 Editor's Letter의 화두는 오로지 '보험(insurance)'이 되어 버렸다. 기본 전망이 달라지지는 않았으나, 그 경로에 대한 믿음이 희박해진 탓에 방어를 모색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피해가 제법 클 리스크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이 제법 높아졌기에 투자자들이든 통화정책 당국이든 미리 매트리스를 깔아두는 게 안전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설사 아무일도 없는 것(베이스라인 전망의 실현)으로 귀결되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이제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기본 전망과 리스크 시나리오의 전개양상을 주시, 전망을 업데이트 해 나가는 한 편으로, 그 과정에서의 중앙은행 대응 시나리오를 중요한 변수로 감안해 역시 논의 전개과정을 관찰하는 중이다.

    ⓒ글로벌모니터

    그러나 이 시나리오별 흐름도를 작성하는데 있어서 가장 우선시 해야 할 펀더멘털은 바로 중국 경제 그 자체이다.

    장기 추세적(secular) 성장둔화 양상("신창타이")을 보여 온 중국 경제는 현재 순환기적(cyclical) 둔화 흐름에 동시에 갇혀 있다. 3월 지표를 통해 그 우려가 걷히는 듯했으나 잠시뿐이었다.

    또한 중국 경제는 금융위기 이후 부양과정에서 쌓아 온 막대한 찌꺼기(과잉 신용과 부동산 거품 등)에 시달리고 있다. 그에 따른 자생적 또는 정책적 디레버리징 압력은 추세적이고 순환기적인 경제둔화에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당국의 경기 안정화 정책을 제약하고 있다.

    만일 중국 경제가 경착륙한다면 또는 둔화 양상이 제법 가파르다면, 미-중 무역협상이 조기에 원만하게 타결된다 하더라도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지대할 것이다.

    Editor's Letter의 기본 전망은 일단 중국 경제가 어떻게든 그럭저럭 완만한 성장둔화 추세를 잘 관리해 나갈 것임을 전제하고 있다. 근거가 있는 전망이기보다는 희망에 가까운 전제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판단에 기초해 시나리오들의 흐름도를 그려보면 아래와 같을 것이다.

    ⓒ글로벌모니터

    위 흐름에서 맨 왼쪽은 최선의 시나리오이다. 중국 경제의 추세적/순환기적 둔화가 희망대로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가운데 연준이 보험 차원의 완화조치에 나서고("insurance cut")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 조기에 무역합의를 이루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연준이 보험성 완화조치를 추가하는 경우 경제의 오버슈팅도 가능할 수 있다. 다만 이 시나리오에서는 연준이 추가 완화를 꺼릴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그렇다고 해서 상황이 나빠질 것은 없다.

    위 흐름에서 맨 오른쪽은 최악의 시나리오이다. 중국 경제의 추세적/순환기적 둔화가 잘 관리되지 않아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빠른 속도로 경제가 악화하는 경우이다. 이 때 연준이 소극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미-중 무역갈등은 장기화한다면 그보다 더 나쁜 시나리오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차악(次惡)을 살펴보자. 중국 경제가 악화되는 가운데 연준은 침체의 전염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보험성 완화조치를 취한다. 이 때 미-중 양국이 무역합의를 이룬다면 경제 흐름은 어떠할까? 아마도 여전히 부정적일 것이라 본다. 그래서 연준이 추가 완화에 나선다면? 아마도 여전히 부정적일 것이라 본다.

    Editor's Letter가 갖고 있는 하방 리스크 시나리오의 중심은 두 곳이다. 1)중국 경제가 악화하는 경우 또는 2)중국 경제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상황에서 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하는 경우이다. (위 그래프에서 노란색으로 표시)

    중국 경제의 둔화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악화하는 1)의 경우는 연준이 보험을 제공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부정적이다. 무역합의이 조기에 이뤄진다고 해도 역시 부정적 흐름을 되돌리지는 못할 것이다. 연준의 완화와 조기 무역합의는 단지 부정적 충격을 상대적으로 줄여줄 뿐이라고 본다.

    중국 경제가 안정적으로 관리되더라도 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한다면 미국 및 글로벌 경제전망에 부정적이다. 연준이 보험성 완화조치를 취한다 해도 그 부정적 흐름을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라 본다.

    즉, 향후 매크로 전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중국 경제의 안정화 여부이고 그 다음은 미-중 무역관계이다. 연준의 보험 제공 여부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한다.

    다만, 위 최선의 시나리오에서도 앞으로 중국 경제는 지금 수준의 고성장이 불가능할 것이다. 매사가 다 잘 풀려 가더라도 우리는 중국 경제의 장기 추세적 저성장 돌입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말 그대로 완전히 새로운 상태(新常态)인데, 지금 현재와 비교해서도 그 새로움은 놀라우리라고 본다.

    ⓒ글로벌모니터

    이날 뉴욕 금융시장은 오후 들어 '멕시코' 이슈로 큰 변동을 겪었다. 미국이 협상 시간을 벌기 위해 멕시코에 대한 관세부과 연기를 검토 중이란 블룸버그 보도가 리스크 온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러나 거래가 마무리된 이후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현재로서는 기존 계획대로 10일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라고 부인했다. 협상에 진전은 있으나 아직 많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멕시코가 수세를 보이자 미국이 마구 몰아붙이는 모습이다.

    골드만삭스는 5일자 보고서에서 오는 10일부터 멕시코산 수입품에 5%의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을 70%로 제시했다. 관세가 부과된 상태에서는 미-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이 비준되지 않을 것이며, 올 여름 내내 관세가 유지된다면 협정 자체가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 잔여분 3000억달러에 대해 다음달 중 10%의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60%에 달한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달말 G20 정상회의에서 무역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을 더 이상은 예상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다양한 측면에서 무역정책 전망이 부정적으로 돌아섰다"며 "올해 부과될 관세에 비하면 지금까지 시행되어 온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는 약과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긴장이 다시 낮아질 것이라고 봤다.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선거 이전에 중국과 합의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10일 예정되어 있는 멕시코 관세 부과 여부는 오는 18~19일 FOMC의 토론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달 30일의 G20 정상회의와 미-중 정상의 회동은 7월 30~31일 FOMC의 핵심 변수이다.

    블랙아웃(FOMC 직전 침묵기간) 돌입을 앞두고 말문이 터진 FOMC 위원들은 아직까지는 '보험'을 제공할 뜻이 없어 보인다. 괜히 장우산을 쓰고 거리에 나섰다가 해가 쨍쨍뜨면 머쓱해질까봐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 머쓱해지는 것을 무릅쓰고 미리 대비해 두는 것이 바로 '보험'이다. 물론 연준이 보험을 들든 말든, 그들이 대세를 바꾸지는 못한다.

    *어제 '케이비픽'님께서 댓글로 추가 질문하신 데 대한 답변 역시 오늘 Editor's Letter로써 갈음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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