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크게 텍스트작게 바로가기복사 프린트

러시아 오염 원유, 유럽 전체 문제로 확산…비용 갈수록↑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블룸버그=글로벌모니터) 기자 [기사입력 2019-05-25 오전 4:18:42 ]

  • 약 4주 동안 유조선 <멘델레예프 프로스펙트>는 5000만달러 규모의 원유를 하역하지 못한 채 폴란드 그단스크 항구에 하릴없이 정박해있다.

    정상적인 항해를 마쳤더라면, 이 유조선은 정유공장에 러시아 원유 70만배럴을 전달했을 것이고, 이는 휘발유, 디젤 등 정유제품으로 가공됐을 것이다. 그러나 멘델레예프 프로스펙트는 불확실한 상황에 놓였다. 약 1개월 동안 유럽 석유시장에 혼란을 불러일으켰던 전례없는 원유 오염사태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24일(현지시간)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대통령실) 대변인은 "문제가 있다"며 "러시아의 파트너국들과 거래상대국들, 러시아 내 모든 관련 제도들에 미치는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4월 드루즈바 송유관을 흐르는 러시아 원유에서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의 유기염소화합물이 검출됐다. 드루즈바 송유관은 지난 1960년대에 지어졌으며, 구 소련의 원유를 동유럽 동맹국들에게 운송하는 용도로 사용됐다. 유기염소화합물은 정유공장에 심각한 손상을 가할 수 있는 물질이다. 지난 4월24일 러시아 국영 송유관 운영기업 트랜스네프트는 운송을 중단했다. 러시아는 문제를 즉시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으며, 4주가 지난 지금 유럽으로 운반되는 러시아 석유의 규모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드루즈바 송유관은 러시아 우랄 원유를 중유럽으로 일평균 약 150만배럴 공급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리비아의 총 산유량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러시아 우랄 원유는 송유관 2개 지선이나 발트해 우스트루가 수출항의 유조선을 통해 정유공장에 직접 전달된다.

    러시아 당국자들은 수일 내로 운송을 재개하겠다는 약속을 되풀이하고 있으나, 사태는 사람들의 예상보다 커지고 있으며, 장기화하고 있다. 사태 해결에 드는 비용이 늘어나는 가운데, 해결책을 찾으려면 수주를 더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러시아 드루즈바 송유관 북부·남부 지선(출처 : 블룸버그)> ⓒ글로벌모니터

    독일에서는 프랑스 석유기업 토탈이 운영하던 로이나 정유공장이 폐쇄됐다. 로이나 정유공장은 유럽 내 최대 규모의 정유공장 중 하나로 꼽힌다. 폴란드는 비상비축유를 풀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유럽의 석유 중심지인 로테르담에서는 일부 정유공장들의 가동률이 하락했다.

    오염된 원유 수백만배럴을 처리하는 기술적인 문제도 있지만, 누가 이번 사태 해결 비용을 댈 것이냐 하는 문제도 있다. 지난 23일 바르샤바에서 열린 긴급 정상회의에서 약간의 진전이 있었으나, 해결책이 도출되진 않았다.

    컨설팅업체 JBC에너지는 고객들에게 "지금까지 드루즈바를 통한 원유 운송 재개는 매우 느린 속도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며 "협상과 비용지불협정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으며, 운송의 완전재개 시점도 늦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드루즈바 송유관이 폐쇄된 기간 러시아 원유산업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미스터리가 제기된다. 공식통계에 따르면 러시아의 산유량은 지난 4주 동안 미약하게만 감소했다. 4월 일평균 1123만배럴 수준이던 것이 5월 일평균 1115만배럴을 기록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원유 수출량은 정상 수준보다 일평균 100만배럴 가량 줄었다. 전체 산유량의 10분의 1에 달하는 수출 감소폭이다.

    석유 트레이더들 사이에서는 러시아가 어떻게 산유량을 유지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4주 동안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과하지 못한 수백만배럴의 원유를 비축할 수 있는 저장고가 있냐는 것이다.

    수주가 흘러가면서, 문제해결 비용은 커지고 있다. 런던, 제네바, 모스크바의 석유 트레이더들과 정유업체 간부들 다수는 해결 비용이 10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오염된 원유의 규모, 정유업체들이 해당 오염된 원유에 대해 요구하는 배럴당 10~20달러 수준의 디스카운트를 반영해 추정한 수치다. 트레이더들과 정유업체 간부들은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익명으로 추정치를 밝혔다.

    씨티그룹의 에드 모스 원자재리서치 헤드는 "드루즈바 송유관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러시아의 원유 공급을 제한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자체적으로 계산한 비용 추정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서방의 트레이더들은 다수의 예상보다 문제가 크고, 해결에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 보고 있다. 러시아 석유 당국자들은 2000만배럴이 오염됐다고 보고 있지만, 석유 트레이더들과 정유업체 간부들은 실제 오염된 원유의 규모가 4000만배럴에 근접할 것이라 보고 있다.

    오염된 원유의 규모가 클 수록 문제는 더 커진다. 오염된 원유는 염소화합물의 수준을 허용범위 내로 줄이기 위해 다른 원유와 혼합하는 과정을 매우 천천히 거쳐야 한다. 대개는 1대10 비율로 섞는다. 이 과정은 수주가 아니라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 현재까지는 폴란드 정유업체들이 원유 혼합을 실험했으나 차질을 빚었다.

    에너지애스펙츠(Energy Aspects Ltd.)의 암리타 센 수석 석유 에널리스트는 "러시아 원유는 시간을 두고 혼합해야만 한다"며 "이 과정에는 오염되지 않은 원유가 수억배럴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 문제는 이번 사태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냐는 것이다. 그리고 오염된 원유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냐는 것이다. 송유관을 운영하는 업체는 트랜스네프트이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 KGB 동료였던 니콜라이 토카레프가 이를 운영하고 있다. 다수의 석유는 국영 석유업체 로스네프트에서 공급되고 있으며, 이는 러시아 크렘린궁과 가까운 실세 이고르 세친이 운영하고 있다.

    러시아의 석유 당국은 모스크바에서 1000km 떨어진 사마라 지역 내 소규모 민간 수출항에서 오염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만 해당 석유를 누가 소유했으며, 왜 오염이 발생했는지는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원유가 유기염소화합물로 오염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게다가 글로벌 석유시장에서 이미 우랄 원유와 비슷한 품질의 원유는 공급 부족이 발생한 상태다. 미국의 이란 및 베네수엘라 제재, OPEC+의 감산, 멕시코 산유량의 예상 하회 등에 따른 충격으로 세계에서 황 함유량이 높은 원유의 출하가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현물시장의 중질유 프리미엄은 수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BNP파리바의 해리 칠링기리안 수석 원자재 전략가는 "(러시아 원유 오염은) 계획에 없던 상당한 규모의 생산 차질이며 그 파급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결국 가용한 중질유가 더욱 줄어드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브렌트유 현물-6개월물 스프레드(출처 : 블룸버그)> ⓒ글로벌모니터

    러시아 당국자들과 유럽의 석유업체 간부들은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23일 바르샤바 회의 이후, 트랜스네프트는 이해관계자들이 24일 재개 계획을 시행한다면, 6월10일까지 폴란드로 오염되지 않은 원유가 유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폴란드 측의 PERN SA는 마감시한을 맞추려면 먼저 정유업체들의 배상 청구가 인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확실한 건, 상황이 천천히 개선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러시아는 소련 스타일의 동원 방식에 기대고 있다. 수천대의 철도 차량을 동원해 북부의 원유를 오염되지 않은 원유와 혼합시킬 수 있는 흑해 지방의 수출항으로 운반하는 중이다.

    체코와 헝가리로 이어지는 드루즈바 송유관 남부지선은 보통 수준의 절반인 일평균 30만배럴의 속도로나마 가동을 시작했다. 23일에는 오염되지 않은 원유가 슬로바키아에 도착했으며, 오는 27일에는 헝가리에 도착할 예정이다. 우스트루가 항에도 오염되지 않은 원유가 유입되고 있으나, 운송량이 불규칙한 상태다.

    그러나 큰 문제는 벨라루시, 폴란드, 독일로 향하는 드루즈바 송유관 북부지선이 여전히 폐쇄 상태라는 것이다. 때문에 해당 지역에는 최소 일평균 70만배럴 규모의 석유가 운반에 차질을 빚고 있다. 지금까지 해당 송유관의 가동을 재개하려는 시도는 모두 실패했다. 그 대안으로 해당 지역의 정유업체들은 발트해에 있는 폴란드 그단스크 항이나 독일 로스토크 항을 통해 석유를 받고 있다.

    적절한 해결책이 나올 때까지, 러시아 남부 외딴 마을에서 시작된 사태가 유럽 전체 석유시장에 끼치는 영향력은 유지될 것이다. 그리고 그 비용은 계속 커질 것이다.

댓글 로그인 0/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