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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거짓 전쟁이거나 증시가 틀렸거나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9-05-21 오전 6:52:57 ]

  • ⓒ글로벌모니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이 미국을 대체해 세계 선두의 슈퍼파워가 되기를 원하는 걸로 자신은 믿는다면서 "나를 상대로 해서는 일어나지 않을 일(not going to happen with me)"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경제가 지금 현재는 "대단하지 않다"며 이런 말을 했다. "그들은 우리를 따라잡아왔고 그들은 우리보다 더 커질 태세였다. 만일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었다면, 그녀의 임기가 끝날 무렵에는 중국 경제가 우리보다 훨씬 더 커졌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근처에도 못 오고 있다"고 트럼프는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 생각에는, 그게 그들의 의도이다. 왜 안 그러겠어? 내 말은, 그들은 굉장히 야심찬 사람들이고 굉장히 똑똑하다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미국을 대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무역갈등의 본질이 세계 1위를 둘러싼 패권전쟁이라는, 삼척동자도 다 추정하는 사실을 결국 공식화했다. 어정쩡하게 타협을 하는 일은 더욱 더 어려워졌다.

    따라서 이제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적 타깃은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되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트럼프는 '경제규모'를 세계 슈퍼파워 선두 여부를 가리는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성장률은 기껏해야 3%에 못 미치는 반면, 중국의 성장률은 대폭 둔화되었다고 해도 6.0~6.5%(올해 중국 정부가 세운 목표)이다. 이 속도차가 계속된다면, 중국의 경제규모는 머지 않아 미국을 따라잡게 된다. HSBC와 국제통화기금(IMF)은 모두 그 시점이 2030년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

    ⓒ글로벌모니터

    제임스 불라드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준 총재는 이날 발간된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 인터뷰에서 무역전쟁과 관련 "미국은 굉장히 크고 다변화된 경제여서 그 전체 규모 대비 충격은 상대적으로 작을 것이라고 본다. 미국 경제에 진정한 피해를 끼치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계속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무역에 의존하는 소규모 개방경제의 경우는 "무역 네트워크가 뒤집어지거나, 심지어는 뒤집어질 수 있다는 위협만으로도 굉장히 손상을 입 수 있다. 그들은 십자포화에 갇혀 있다"고 말했다.

    JP모건자산운용의 패트릭 쇼비츠 글로벌 멀티에셋 전략가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이달 초 트럼프가 일련의 트윗을 올려 대 중국 관세인상을 예고한 이후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회사가 이머징 주식에 대한 포지션을 하향했다고 소개하면서 최근 트럼프의 대 중국 위협은 이머징마켓에게도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쇼비츠는 트럼프의 위협이 있기 전에만 해도 글로벌 주식 펀더멘털은 보다 안정적인 실적과 개선된 밸류레이션 및 긍정적인 미국 지표 등에 힘입어 익스포저 확대를 꾀하는 상황이었다면서 "우리는 세상을 트럼프 트윗 이전과 이후로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선진국 경제들 사이의 성장세 차이로 인해 달러가 선호되는 상태에서 미중 무역전쟁이 고조된다면 달러가 더 강해질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글로벌모니터

    "인민의 전쟁(People's War)"을 선포한 중국의 사회관계망(SNS)에서는 빠른 속도로 전쟁의 노래가 유포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무역전쟁"이란 이름이 붙여진 이 노래는 1960년대에 만들어진 항일전쟁 영화 "地道戰(땅굴전)"에서 따왔다고 한다. 여기에 전직 지방 공무원이자 현재 공산당 선전국 산하 시인협회 공인 작가인 자오리양티안이 가사를 붙이고 제작을 했다.

    "무역전쟁! 무역전쟁! 이 무도한 도전은 두렵지 않다. 이 무도한 도전은 두렵지 않다. 무역전쟁이 태평양을 넘어 시작되었다!"

    자오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중국이 오늘날 직면한 상황이 과거 일본의 침략 당시와 유사하다. 무역전쟁이 발발한 이후로 나는 뭔가를 해야겠다는 동기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 국영 중앙텔레비전의 영화채널은 지난 16일 프라임타임에 당초 아시아 영화주간 레드카펫 행사를 중계하려던 계획을 바꿔 한국전 당시 미군과 싸웠던 영웅적 아들 딸들을 다룬 선전영화를 틀었다. 그 뒤로도 매일 밤 프라임타임에는 한국전 영화를 상영 중이라고 한다.

    중국의 장민 유럽연합(EU) 특사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대해 "정치적 동기에 의한 수출통제 조치의 남용"이라고 규정하면서 "필요한 대응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그동안의 협의에 대해 반복해서 문제를 일으켜 왔다. 어렵고 힘들게 얻은 협상 과정에서 형성된 긍정적인 모멘텀을 해쳐 괴롭힘과 협박을 통해 부당한 이득을 추구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중국은 그 합법적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흔들림 없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이 싸우기를 원한다면 끝까지 가주겠다. 우리도 제대로 싸우겠다. 우리는 5000년의 역사가 있다. 앞으로도 그 5000년을 더 못 갈 이유가 있는가?"라고 결의를 과시했다.

    앞서 지난 18일 왕이 중국 외교장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에게 '무역이슈는 동등한 입지(equal footing)에서 협상될 때에만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은 "5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의 패권국 중국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요구이다. 중국이 그 유구한 패자(覇者)역사에서 '동등한 입지'로 국제 이슈를 다뤘던 적이 언제 있었던가?

    그 '동등한 입지'가 진정 중국이 명실상부하게 추구하는 "인민의 전쟁" 목표라면, 이 갈등은 결코 신속하고 가볍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미국을 따라오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트럼프의 공언 역시 마찬가지의 방향과 크기를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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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분위기와 정황들을 감안할 때 미국의 주식시장은 굉장히 강건하다고 할 수 있다.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S&P500의 올해 각 시기별 변동위험은 "세상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한 지난 5월5일 전후로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VIX 선물은 근월물을 중심으로 2포인트 좀 안 되게 오르고 말았다. 선물가격에 내재된 변동위험은 오히려 연말로 갈 수록 미미하게만 높아졌을 뿐이다.

    이 차트를 제시한 블룸버그의 예시에(Ye Xie) 기자는 세 가지 시나리오 중 하나 이상을 받아 들여야 위와 같은 선물곡선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 무역협상이 결국 타결된다거나,

    2) 타결되지 않더라도 부정적 경제충격이 제한된다거나,

    3) 연준이 시장 뒤를 받쳐 주어 충격 완화조치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거나.

    시에 기자는 위 세 가지 모두가 사실로 드러날 수도 있지만 완전히 틀릴 수도 있다며, 예를 들어 무역전쟁이 경제 성장을 심각하게 침해해 연준이 개입한다 하더라도 주식가격이 현 수준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충만한 시장이 얼마나 오래 가겠느냐고 좀 의심하는 게 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일리 있는 말이다. 중국의 성장률이 미국에 못 미치도록 하겠다고 대통령이 공언하고 있는데, 뉴욕증시가 정말로 그렇게 평온하기만 하겠느냐고 반문하는 것은 전혀 무리가 아니다. 어쩌면 뉴욕증시가 너무나도 평온하기에 트럼프와 중국의 갈등은 더욱 깊어지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역설적 구도는 오래 전개될 수가 없다.

    그렇게 본다면 또 다른 보험가격,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의 잠재 리스크 반영 정도 역시 다소 미흡해 보인다. 험악한 일이 발생할 확률이 그렇게까지 높지는 않다는 공통된 계산(위 세 가지 시나리오 중 1) 또는 2)에 해당)이 깔려 있는 듯하다.

    시장은 항상 옳지만, 그 곳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항상 그러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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