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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감산" 외쳐도…시장은 지난해 "증산 유턴" 떠올려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블룸버그=글로벌모니터) 기자 [기사입력 2019-05-21 오전 3:40:25 ]

  • 지금으로부터 1년 전, 석유수출국기구(OPEC)플러스(+) 국가의 장관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리츠칼튼 호텔에 모였다. 그리고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석유장관은 석유시장의 공급 축소를 추진했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73달러에 거래되던 지난해 4월, 알 팔리 장관은 "과거 우리는 유가가 지금의 2배에 달할 정도로 상당히 높았던 시절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 후 1년은 빠르게 지나갔으며, 적어도 표면적으로 상황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지난 주말 같은 장소에서 알 팔리 장관은 1년 전과 비슷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OPEC을 비롯한 산유국들(OPEC+)이 글로벌 재고를 줄이기 위해 감산을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이다. 이번에는 따로 유가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문맥상 의미는 분명했다. 유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석유 시장에서는 베네수엘라와 이란의 산유량 급감, 영원할 것 같은 미국 셰일오일의 붐, 무역전쟁 격화 등의 요인들이 잔존하고 있다. 이를 주시하는 석유 트레이더들은 지난해 시장 상황의 전개 양상에 비춰 올 하반기 상황을 평가할 것이다.

    지난해 알 팔리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압박 속에서 유턴을 단행했다. 유가가 지나치게 올랐다는 점을 인정했고, 이후 6월 진행된 OPEC 장관급 회의에서 증산을 꾀했다.

    사우디 당국자들은 개인적으로 올해는 다를 것이라 말한다. 그러나 다수의 석유 투자자들은 사우디가 지난해처럼 다시 한 번 후퇴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들어 첫 4개월 동안 유가는 크게 올랐다. 지난 4월 브렌트유는 배럴당 75달러에 도달하기도 했다. 베네수엘라의 석유산업이 붕괴 직전까지 간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제재를 강화한 영향이다. 그러나 4월 이후 유가의 상승세는 멈춘 상황이다.

    지난 주말 사우디 제다에서 회의가 끝난 후, 수시간 동안 런던에서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1.7% 오른 배럴당 73.40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20일(현지시간) 유가는 상승분을 반납했다.

    에너지어스펙츠(Energy Aspects Ltd.의 암리타 센 수석 석유 애널리스트는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산유량 감소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우디는 분명히 유가 하락 방지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경우에는 이미 지난해처럼 정책 전환의 신호를 내보내고 있다. 지난 19일 알렉산드르 노바크 러시아 에너지장관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OPEC+가 다음달 회의에서 현 감산합의를 "수정할"(to tweak)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바크 장관은 현 감산목표에 대한 "초과 이행 철회"가 하나의 옵션으로 협상 테이블 위에 올라와있다고 밝혔다. 이는 OPEC+의 감산조치를 올 하반기 크게 완화시킬 수 있는 조치다.

    아마 푸틴 대통령도 말을 보태고 싶을 것이라 생각된다. 지난해 6월 열린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에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에너지 및 석유의 가격이 끝없이 오르도록 하는데 관심 없다"고 말했다.

    올해 SPIEF는 다음달 6~8일 진행될 예정이다. 그리고 러시아의 희망 유가는 사우디보다 약간 낮은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배럴당 60달러에도 버틸 수 있지만, 사우디는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보다 낮을 경우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러시아는 단순히 산유국들의 감산합의 이행률 초과분을 제거하는 것보다 현재의 감산합의를 수정해 모든 산유국들이 증산하는 것을 선호할 수도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우디는 일평균 980만배럴까지 감산을 단행했다. 이는 OPEC+에서 합의한 산유량 규모인 일평균 1030만배럴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단순히 감산합의 이행률 초과분만 제거할 경우, 사우디는 일평균 50만배럴을 증산하게 된다. 이는 OPEC 회원국 에콰도르의 총 산유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러시아는 합의한 만큼만 감산을 단행했으며, 이달에 들어서야 감산합의 목표에 다다랐다. 따라서 이행률 초과분만 제거할 경우, 러시아는 현 산유량을 그대로 유지하는데 그치게 된다. 러시아 정부의 실세들, 그리고 로스네프트의 이고르 세친 최고경영자(CEO)는 증산을 원하고 있다.

    석유시장은 추가 공급이 필요한 것처럼 보인다. 브렌트유 선물가격 대비 소비자 지불가격을 의미하는 '피지컬 프리미엄'(physical premiums)은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그리고 현물 가격은 선물가격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서 형성돼 공급 부족을 시사했다.

    물론 러시아 혼자서는 사우디의 결정을 바꾸지 못할 것이다. 알 팔리 장관이 산유량 관련 방침을 바꾸려면, 사우디는 주요 소비자들의 열기를 느껴야 한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고유가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제다에서 에너지장관들이 회의를 끝낸지 얼마 되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OPEC이 또 (감산을) 하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는 인위적으로 매우 높다! 좋지 않으며 용인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국 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사우디 원유 수입국들도 약간 더 외교적으로 지난해 사우디에게 압력을 넣었다. 다르멘드라 프라단 인도 석유장관은 알 팔리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유가 상승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고 말했다. 중국도 유가에 대한 불만을 내비쳤다.

    지난 주말에는 조용했지만, 최근 수주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OPEC에 대한 불만을 토로해왔다. 미국의 운전자들에게는 "드라이빙 시즌"이 다가오고 있으며, 휘발유 가격 상승에 직면하고 있다.

    20일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2.85달러로 올 초보다 높은 수준이다. 다만 지난해 5월 관측됐던 심리적으로 중요한 수준인 갤런당 3달러선에는 미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사우디는 지난해 중요한 점을 학습했다. 미국, 러시아, 인도, 중국의 압력에 따라 사우디는 지난해 7월 부터 상당한 규모의 증산을 단행했지만, 그 결과 지난해 10월 배럴당 86.74달러에 달하던 유가는 12월 49.93달러로 내려앉았다.

    알 팔리 장관은 추가 석유를 요구하는 고객들의 수요에 대응할 준비가 돼있다면서도, 현저한 규모의 증산은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 말해왔다.

    UBS그룹의 지오반니 스타우노보는 대고객 보고서에서 "사우디가 (산유량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꾀하는 것은 과도한 공급에 따라 시장이 충격을 받고 유가가 급락했던 지난해와 비슷한 결과물이 나오는걸 피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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