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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인민의 전쟁(People`s War)"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9-05-18 오전 6:55:49 ]

  • 소머즈와 600만불의 사나이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사자와 호랑이가 붙으면?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길어질 것임이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긴장이 잘 관리되어 험악하게 폭발하지만 않는다면 그나마 다행일 듯하다.

    그런데 만일 둘이 제대로 한 판 붙는다면 누가 이길까? 패배한 자의 말로는 어떠할 것이며 승자의 비용은 어느정도일까? 둘은 어떤 비장의 무기를 갖고 있으며, 각자의 아킬레스건은 무엇일까?

    이런 요소들을 따지다 보면 장기화하는 무역전쟁의 예상 시나리오들과 그에 내포된 리스크들을 도출해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것 한 가지를 꼽는다면 단연 2020년 선거일 것이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을 꼽는다면 역시 2020년 선거일 것이고, 그 다음 중요한 것 또한 2020년 선거일 것이다.

    며칠 전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중국은 트럼프의 그 아킬레스건을 노리고 있다. 당장은 뉴욕증시(미국 대기업의 이익)가 타깃일 것이고 그게 일자리와 생활물가를 경유해 내년 표심으로 연결될 수 있다.

    "두 라이벌 권투선수들의 주먹이 서로 뒤엉켰을 때는 고통을 가장 잘 참을 수 있는 선수가 버팅(머리 들이받기) 전략을 쓰는 게 가장 유효하다. 중국은 미국이 인내할 수 있는 고통의 한계를 시험할 것이다." (<제퍼리즈 파이낸셜그룹> 보고서 中)

    제퍼리즈는 중국이 '미국 정치시스템의 장기적인 퇴락(American Political Decay)'에 베팅하는 전략을 구사 중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정치인들이 농민, 소매업계, 대기업 등 특수이익집단의 목소리에 취약하다는 걸 겨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라시아그룹의 카싱크 상카란 선임 전략가는 '특히 공화당의 재계 연결고리가 잠재적인 취약점'이라고 지적했다.

    무역은 비교우위를 교환하는 분업 시스템이다. 크게 보자면 자본과 노동의 국제 연합이다. 미국은 중국의 저렴한 노동을 얻고, 중국은 미국의 값싼 자본을 빌려 상호 번영을 이루었다. 그 결과 미국은 자국내 노동을 잃었다. 중국은 미국의 기술과 시장 및 자본 시스템에 종속되었다.

    유라시아그룹의 상카란은 "중국의 노동에 타격을 주면서도 미국 자본이 상처를 입지 않는 것은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미국 자본의 정당임을 자임하는 공화당의 트럼프에게는 그게 문제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내년 선거에서 자신이 이길 것이므로 문제는 오히려 중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정치인이 과연 선거를 장담할 수 있겠는가. 주식시장이 결국 주저앉고 실업이 다시 증가하고 생활물가가 불안정해지는데도 과연 트럼프는 재선을 확신하면서 중국을 몰아 붙일 수 있을까?

    중국의 최대 강점은 자유선거가 없다는데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트럼프와 달리 임기도 없다. 중국에는 야당도, 언론도, 특검도, 촛불도 없다. 유일한 것은 공산당이다.

    그래서 중국과 시진핑에게는 이 일당 독재 체제가 최대 약점이다. 만일 실업이 증가하고, 민심이 불안해지고, 외환시장이 흔들리고, 물가가 뛴다면 천안문 광장이 다시 메워질 수 있다. 야당이 된 공화당과 낙선한 트럼프는 그냥 놀면 그만이다. 그러나 축출된 독재국가의 지도부는 목숨을 걱정해야 한다.

    그리고 트럼프가 재선을 장담할 수 없듯이 중국은 트럼프의 낙선을 확신할 수 없다.

    교역이론에 따르면, 큰 시장과 작은 시장이 교역을 개시할 경우 작은 시장이 상대적으로 더 큰 혜택을 본다. 그렇다면 큰 시장과 작은 시장의 교역이 교란될 경우 상대적으로 더 큰 손해를 보는 곳은 작은 시장이다.

    하지만 이 이론이 반드시 미국의 무역전쟁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제퍼리즈 보고서가 비유했듯이 머리가 터지고 선혈이 낭자해져 앞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라도, 끝까지 참아내고 쓰러지지 않는다면 버팅(butting)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

    결국 이 무역전쟁의 관전 포인트는 중국, 그 중에서도 특히 중국 인민들의 인내심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3일 중국 국영방송은 "끝까지 싸운다"고 다짐하는 내용의 동영상 클립을 웨이보에 올려 수십억 조회수를 이끌어 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에서 무역전쟁을 "인민의 전쟁(People's War)"으로 규정했다. 지난 1938년 마오쩌둥의 유명한 말을 인용한 것인데, 당시 마오는 일본의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지정학적 침략이 본질적으로는 "인민"이라는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며 '끝내 승리'를 공언했다고 한다.

    17일 중국 관영매체들은 "혹시 중국이 단순히 블러핑(쎈척)을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면 한국전쟁 이래 가장 심각한 오판이 될 것"이라는 논평을 실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화웨이 압박은 대화환경 교란을 위한 "잔꾀(little tricks)"라고 일축하면서 "중국이 제기한 3대 핵심 이슈들에 대해 미국이 양보하지 않는다면 중국으로서는 대화를 재개하는 의미가 없다"고 선을 분명히 그었다. 트럼프에게 '표나게 무릎을 꿇라'고 했으니 꿇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중국 정부는 거듭해서 자신감을 과시하고 있다. 이날 중국 정부는 경제를 계속해서 "합리적인 범위 안에서 유지할 것"이라며, 미국 관세충격을 연구하고 있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가 "필요한 경우에 사용할 대응수단"을 내놓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인민은행은 통화정책 실행보고서에서 '긴축과 완화 사이에서 균형잡힌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면서 '경제성장과 물가의 변화에 대해서는 통화정책을 선제적으로 적절하게 미세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앞서 한 소식통은 로이터에 "현재로서는 달러-위안 환율 7위안선 돌파를 당국이 허용하지 않을 것임을 확신해도 좋다"고 말했다.

    두 발언을 종합하면, 중국 통화 및 외환 당국은 나중에 필요한 경우 통화 증발과 환율 상승을 추구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그러나 중국의 정책에는 명백한 제약이 있다. 전통적인 트라일레마(trilemma)를 넘어서는 다중의 딜레마가 중국의 손발을 묶어 놓았다. 이를 극복하려면 역사적인 선택, 중대한 결단이 불가피하며, "인민"이 치러야 할 비용은 엄청날 수 있다.

    미국이 제시한 한 달의 시한이 다 흘러가 나머지 3000억달러의 대미 수출품에도 25%의 관세가 부과된다면 중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더욱 커지게 된다.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한 블룸버그 설문에 따르면, 지금까지의 관세조치로 올해 중국 GDP 성장률에 0.3%포인트의 부정적 영향이 가해졌으며, 모든 대미 수출품으로 대상이 확대될 경우 내년 성장에는 추가적으로 0.6%포인트의 충격이 가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블룸버그 소속 이코노미스트들의 분석은 더욱 부정적이다. 각각의 시나리오에서 성장률에 가해지는 충격은 0.9% 및 1.5%포인트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중국의 경제 모멘텀이 이미 4월 들어 빠르게 냉각된 상태여서 부담은 더욱 크다.

    모건스탠리는 관세가 전면적으로 확대될 경우 당장 올 하반기 중국 성장률이 정부 목표 하단인 6%선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에는 5.5%로 더 부진할 전망이다. 씨티그룹은 추가 관세부과 없이도 일자리가 440만개 사라질 것이라고 계산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수석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 헬렌 치아오는 중국 성장률이 5.8%로 떨어질 가능성을 말하면서 "실제 성장환경은 그 숫자가 시사하는 것보다 더 끔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중국으로서는 돈을 풀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이날 로이터에 구두개입성 언질을 준 '한 소식통'의 말처럼 외환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이다. 인민은행이 통화를 방출하면 가뜩이나 강한 자극을 받고 있는 환율이 임계점을 넘어설 수 있다. 내국인들의 자본이탈(currency run) 행렬이 이어지고 외화부채를 잔뜩 짊어진 기업들은 연쇄도산 위기에 처한다.

    이러한 통화 불안정을 막으려면 (역시 소식통이 언급한 것처럼) 외환보유액을 투입하는 게 정석이다. 하지만 중국 경제의 거대한 규모에 비해 3조달러의 준비금이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다. 자칫하면 지난 수십년동안 모아 온 경화(硬貨)를 탕진하고 빈털터리로 남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은 (역시 소식통이 언급한 것처럼) 위안화 통화사정을 긴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중국 경제는 수 년 전 그리스나 키프로스 또는 브라질의 꼴이 되기 쉽다(극심한 화폐 디플레이션).

    물론 해외여행을 통제하는 한편으로 자본이동을 최대한 차단하는 극약처방이 보완책으로 내려질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중국은 국제 자본시장에서 스스로를 왕따시키는 결과를 낳게 되어 미래 성장 잠재력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이 모든 제약들을 딛고 재정팽창과 통화증발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심각한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이미 심각한 수준으로 과도한 부채가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어서 시스템 위기를 불러 올 위험이 높아진다. (이날 인민은행은 종전에 삭제했던 "구조적 디레버리징" 언급을 통화정책 보고서 전망 섹션에 다시 넣었다. 그만큼 스스로 심각하게 여기는 이슈라는 의미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기술(제품) 수출을 제한할 수 있으며, 중국의 대미 투자에도 제약을 가해 첨단기술 획득과 습득을 막을 수 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클라우스 바아더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해외 다국적 기업 및 중국 민간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생산기지 이전을 모색할 수 있다"며 "중국에서의 투자 성장세가 둔화되고 해외 노하우에 대한 접근이 차단되면 중국의 장기 생산성 성장에 영구적인 상처가 가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모하메드 엘-에리안 알리안츠 수석 고문은 블룸버그 칼럼에서 "과거 경제 및 금융 불안정이 커질 때마다 고개를 들었던 세 가지 행태*들을 극복하지 못할 경우 중국 정부의 부양책은 실패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 첫째는, 중국 가계부문이 자기보호를 위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더욱 늘리려는 경향이다.

    둘째는,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중국 정부가 재정 및 통화부양으로 돌아가려는 경향이다. 이러한 정책수단들은 갈 수록 유효성이 떨어지고 더 많은 부채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세째는, GDP를 부풀리기 위해 정부가 국영기업에 의존하려는 경향이다. 국영기업들은 효율성과 생산성이 낮은데 그 마저도 더 하락 중이다.

    이런 많은 제약들을 딛고 중국의 정부는 역사적인 "인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까? 각성한 인민들이 천안문 광장에 모이기보다는 미국산 불매운동으로써 트럼프의 돈줄과 표심을 와해시킬 수 있을까?

    미국 역시 기울어 가는 패권이긴 하지만, 그에 비해 중국은 너무 일찍 중증의 성인병에 걸려버렸다.

    이기는 것 이전에 위태로워지지 않는 게 중요하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고 했다. 이 갈등에 '중화인민의 자존심'을 판돈으로 건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결정은 자충수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퇴로가 없으면 옥처럼 부서지는(玉碎)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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