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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금리인하? "물가보다 고용에 달렸다"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9-05-11 오전 6:58:01 ]

  • ⓒ글로벌모니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부의장인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10일 낙관론을 분출했다. "경제가 성장하고 있고,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은 약간 낮은데 거의 (목표에) 근접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윌리엄스 총재는 "통화정책 기조는 기본적으로 강한 경제가 지속되도록 하는 한 편으로 동시에 불균형 발생을 허용하지 않도록 잘 위치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윌리엄스 총재의 이날 발언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 때 밝힌 입장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금리를 올리든 내리든 어느 방향으로든 움직일 강력한 동기를 느끼지 않는다"는 의미다.

    말인즉슨, 시장에서 기대하고 있는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기각한다는 것이다.

    FOMC 내에서 온건 완화적 인사로 분류되는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준 총재는 좀 더 나아갔다. 이날 보스틱 총재는 "나는 인내할 의사가 있다"면서도 "올해 기본 전망은 한 차례 금리를 올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늘 그랬듯이 금융시장의 생각은 다르다. 이날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60.7%로 좀 더 높여 가격에 반영했다. 5월 FOMC 직후 50% 밑으로 떨어졌던 확률이 재점화된 미·중 무역갈등 우려 속에서 반등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그림을 통해 연준과 시장의 반목을 유추할 필요는 없다. FOMC 위원들이 찍는 점도표 금리는 보스틱 총재가 말했듯이 '기본전망(baseline)'을 시각화한 것이다. 반면 선물시장에 반영된 정책금리 변경 확률은 모든 시나리오별 확률을 가중 평균한 값이다. 애초에 수평비교할 수 없는 다른 차원의 금리를 대조했는 것일 수도 있다.

    따라서 수평비교를 위해서는 연준이 갖고 있는 '리스크 시나리오' 즉, 상황이 기본전망과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보스틱 총재는 만일 관세인상이 장기화하고, 그 추가비용이 전가되어 소비가 후퇴하면 적정 정책금리에 관한 "계산이 달라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세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뛰더라도 그것으로 인해 소비가 위축되면 금리인하로 대응할 수 있음을 밝힌 것이다.

    보스틱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목표에서 이탈해 떨어진다는 관점은 갖고 있지 않다"고 베이스라인을 밝히면서도 "만일 기대 인플레이션이 불안정해진다면 무엇이든 우리 정책대응이 테이블 위에 올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지금 당장 그런 쪽에 가까워진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윌리엄스 총재도 자신의 경제 및 금리 관점이 "분명히 바뀔 수 있다"고 말하면서 "팩트가 변화하면 우리의 마음도 바꿀 것"이라고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시장의 리플레이션 금리인하 정책 기대심리에 불을 붙였던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준 총재도 사실 "지금 당장" 완화정책으로 선회하자고 주장한 게 아니다. 그의 발언 역시 '조건부("인플레이션이 1.5%로 떨어지면")'였다.

    이에 파월 의장은 "일시적(temporary)"이란 용어를 유행시키면서 낮은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persistently)" 유지되면 행동을 검토할 것임을 밝혔다.

    그리고 "일시적"으로 낮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지속적으로" 계속되고 있다. 여러 물가항목들이 돌아가면서 "일시적인" 급락세를 보이는 통에 전체 물가지수가 "지속적으로" 짓눌린는 것이다.

    ⓒ글로벌모니터

    이날 미국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미국의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4월 중 전월비 0.1% 오른데 그쳤다. 0.2%로 속도가 정상화했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전달과 같은 더딘 흐름에 머물렀다.

    최근 3개월간의 근원 물가 상승 속도가 12개월간 지속된다면 연간 인플레이션은 1.6% 밖에 되지 않는다.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 2.0%에 부합하는 수준(2.3~2.4%) 대비 70~80bp나 모자라는 것으로 약 2년 만에 최저치에 해당한다.

    그나마도 이번 역시 집세 덕을 톡톡히 본 결과였다.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압도적으로 가장 큰 비중(33.3%)을 차지하는 미국의 주거비는 2개월 연속해서 전월비 0.4%나 뛰었다. 따라서 주거비까지 제외한 근원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3개월 연속해서 전월비 하락세를 탔다. 이 지표가 석달 내리 떨어지는 현상은 통계작성이 시작된 1967년 이후 지금까지 세차례 발생했다. 모두 금융위기 이후에 나타났다.

    이번에 "일시적으로" 물가를 짓누른 항목은 중고차였다. 3개월 연속 떨어졌는데 하락 속도가 빨라졌다. 전월비 1.3% 내리면서 지난해 9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의류가격은 4월에도 0.8% 더 내렸다. 지난 3월 중에는 1.9% 하락해 1949년 이후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하지만 윌리엄스와 보스틱 총재가 말한 것처럼 지금 경제와 고용은 굉장히 좋은 상태이며, 앞으로도 양호한 흐름을 지속할 것이란 게 연준의 '베이스라인' 전망이다. "낮은 인플레이션이 우리 시대 최대 도전 중 하나"인 게 사실이지만, 지금 금리인하를 입에 올리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수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일단은 "조정(trimmed mean) 인플레이션이 목표에 부합한다"는 기발한 논리로 시간을 벌고 있는 중이다.

    연준이 앞으로 어떤 전략을 구사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호주와 뉴질랜드 중앙은행이 모델 역할을 할 수 있다. 뉴질랜드는 신속하게 완화조치를 결정했고, 호주는 어정쩡하게나마 문을 활짝 열어 두었다.

    ⓒ글로벌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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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과서에 오랜 기간 실려온 핵심 거시경제 이론들이 요즘 주요국들에서 엉망이 되어 버렸다. 성장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오쿤의 법칙, Okun's Law)이라든가, 고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필립스곡선,Phillip's curve) 따위는 심지어 이론과 정반대로 작동하고 있다.

    통념과 상식으로도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이상한 경제현상 속에서 중앙은행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중이다.

    지난 9일 호주 중앙은행은 분기 통화정책 성명서에서 오는 6월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2.5%에서 1.75%로 하향했다. 연말 성장률은 3.0%에서 2.75%로 낮췄다. 그나마 시장에 형성된 50bp 금리인하 전망을 적용해서 도출한 값이다. 호주의 성장률은 이미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연속해서 전기비 연율 1% 안팎 수준으로 급랭해 있는 상태다.

    호주의 분기 인플레이션은 1.3%로 떨어져 약 3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금리인하 기대가 금융시장에 팽배한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주 중앙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데에는 약간의 비빌 언덕이 있다. 고용시장이다. 성장속도가 급락하고 있는데도 1분기 실업률은 오히려 4%대로 떨어져 금융위기 이후 가장 양호한 수준을 기록했다. 정책금리가 사상 최저치(1.5%)로 낮아져 있는 만큼 고용시장에 기대어 실탄을 좀 더 아껴보자는 심산으로 보인다.

    호주 중앙은행은 성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은 5% 수준을 유지한 뒤 2021년에는 4.75%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서 호주 중앙은행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인플레이션보다 고용시장이다. 만일 고용마저 나빠진다면 3박자(성장,고용,물가) 부진이 완성되며 '액션'의 근거가 마련된다. 고용을 더 부양해 나머지 둘을 살려 올리는 적극적인 스탠스를 예상할 수도 있다. 다만 낮은 정책금리 수준을 감안할 때 적극적 시나리오에서의 금리인하 연속성은 상대적으로 제한될 것이다.

    지난 7일 통화정책회의 성명서에서 호주 중앙은행은 "경제에 여전히 유휴 생산능력이 존재하며, 인플레이션이 목표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고용시장의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할 듯하다"고 밝혔다.

    이는 중앙은행이 고용시장을 전술적으로 타게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소한 고용악화의 상황에서는 금리를 내려 대응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한 것이다. 중앙은행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고용이 더 개선되어야만 하는데, 현상유지는커녕 더 악화된다면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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