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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파월의 "일시적"은 일시적일 수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9-05-02 오전 6:38:01 ]

  • ⓒ글로벌모니터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드디어 금리를 내렸다. 기준금리가 아닌 초과지급준비금 예치금 금리(IOER)를 일단(?) 손댔다. 1일 연준은 이사회가 IOER을 2.35%로 5bp 인하했다고 발표했다. 만장일치의 결정이었다.

    별도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2.25~2.50%로 동결했다.

    일각에서는 이번에서 IOER을 손대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마치 완화정책으로 선회하는 것처럼 비치거나 해석될까봐" 꺼리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관측은 빗나갔다. 연방기금 시장의 긴축이 계속됨에 따라 FOMC는 즉각 금리 변경에 나섰다. 이에 따라 IOER은 목표금리 상한보다 15bp 낮아졌다. 하한과의 차이는 10bp밖에 남지 않았다.

    따라서 만일 실효 연방기금금리(EFFR)가 연준의 의도대로 IOER 수준으로 하락한다면. 비은행 기관들 중 일부는 연준 역레포에 자금을 묶어둘 지도 모른다. 신용 리스크가 존재하는 민간시장에서 불과 10bp밖에 프리미엄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연준이 잘 조사하고 계산했을 테니 별 문제는 없으리라고 일단 믿어 본다.

    *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도 알 수는 없지만" IOER 추가 인하는 기대하지 말라고 말했다. 어쩌면 이는 당연한 일일 것이다. 더 내릴 경우 연준 여유자금 예치에 있어서 은행들이 비은행에 비해 누리는 상대적 금리 혜택은 5bp에 불과하게 된다.

    그런데 연준은 '커뮤니케이션 오류' 위험이 있다는 당연한 지적들에도 불구하고 IOER 인하 발표문에서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단지 "연방기금금리가 목표 범위 충분히 안에서 거래되는 것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만 밝혔다. 'IOER 인하가 통화정책기조의 완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도의 설명이 명시적으로 붙을 줄 알았는데, 그 얘기는 나중에 제롬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입'으로만 했을 뿐이다.

    연준은 '시장의 오해'를 크게 우려하지 않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적어도 Editor's Letter가 보기에는 그랬다.

    마침 FOMC 성명서는 인플레이션 하락 현상을 업데이트해서 언급했다. 헤드라인 뿐만 아니라 근원 지표마저 떨어져 2%를 밑돌고 있음을 적시했다.

    이에 따라 장단기 국채 수익률과 달러가 뚝 떨어졌다. 오전 중 ISM 제조업 지수 실망으로 한 차례 폭포수를 연출했는데, 오후 2시 정각에 2단 폭포를 만들었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2.453%까지 곤두박질쳤다. 주가지수들도 상승폭을 확대했다.

    그러나 이후 기자회견이 전개되면서 시장금리와 환율과 주가는 모두 정반대로 방향을 돌렸다.

    ⓒ글로벌모니터

    파월 의장의 화려한 비둘기 날개짓을 기대했던 시장 참여자라면 이번 기자회견은 실망스러웠을 것이다. 변호사 답게 파월 의장은 예상됐던 핵심 질문을 요리조리 잘 피해다녔다. 적어도 이번 회의에서만큼은 더 탈의(脫衣)해야 할 준비도, 의사도, 그래야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성명서에 기재된 "2.0% 목표 밑으로의 인플레이션 하락"과 관련해 파월 의장은 "일시적(transitory)", "순간적(transient)", "특수요인에 의한(idiosyncratic)" 현상이라고 디펜스했다. 물가란 게 월별로 분기별로는 크게 변동하기 마련인데 낮은 인플레이션은 반등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월 의장은 댈러스 연준이 집계하는 '조정(trimmed) PCE 인플레이션'을 예로 들었다. 이 지표는 매번 통계에서 아래위 변동이 컸던 이례적인 항목들을 제거한 뒤 물가 등락을 측정한다. 일시적 요인 또는 특수요인들을 제거한 기저흐름을 파악하는데 용이하다.

    파월 의장의 설명대로 이 지표 월간 상승률의 연율 환산치는 연준 목표 2% 부근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1.95%, 6개월 이동평균으로는 1.97%이다. 지난 2000년 이후 가장 빈하게 나타났던 인플레이션 딱 그 수준이다. 이 정도면 연준은 물가안정 책무를 사실상 완벽하게 달성했다고 볼 만하다.

    그런데 이 '조정' 물가지수라는 게 그렇게 훌륭하기만 한 기저 인플레이션 측정지표인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세상 만사에서 다 그러하듯이 물가지표에서도 특수 요인으로 인해 아래 위로 크게 움직이는 "일시적" 항목들은 "상시적으로"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 특수한 항목들의 일시적 물가변동이 지속적으로 아래쪽으로 편향되어 있다면, 이는 그 자체로 체계적(systematic)한 현상인 것이며, 그 결과들이 누적되면서 전반적인(systemic) 현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추세의 단면은 늘 이런 식인 것이다.

    * 지난 2000년대 우리나라 집값 폭등 파동 당시 한국은행 총재와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우리 동네는 안 올랐다"며 국지적 현상임을 강변한 바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파월 의장은 "일시적"이란 키워드와 조정 인플레이션이란 지표 예시를 던져주는 것만으로 그쳤어야 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보다 상세한 설명에 나섰다. 그 결과 논리의 결함을 드러내고야 말았다.

    파월 의장은 "일시적"인 인플레이션 하락을 이끈 "작은 항목들이 많이 있다"며, 그 대표적인 예로 자산운용수수료, 의류, 항공기 요금 등을 들었다. 문제는 이들 항목이 기저 인플레이션의 추세에 영향을 미칠만큼 비중이 크지 않다는 데 있다.

    글로벌모니터가 미국 상무부 자료를 분석한 데 따르면, 예를 들어 미국의 의류는 신발까지 포함하더라도 전체 PCE의 2.9%에 불과하다(2017년 기준). 항공료는 0.7%, 금융서비스는 5.1%밖에 되지 않는다. 이 정도의 가중치를 갖는 항목이 FOMC 성명서 내용을 바꿀 정도로 기저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으로" 끌어 내렸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다.

    ⓒ글로벌모니터

    ⓒ글로벌모니터

    저물가가 특수요인들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란 주장은 원래 재닛 옐런 전임 의장의 전매특허 레퍼토리였다. 하지만 전체 인플레이션의 발목을 잡는 그 일시적 현상들은 여러 항목에서 돌아가며 나타났고 결국 기저 인플레이션은 금융위기 이후 단 한 번도 제대로 목표를 넘어서지 못했다. 파월 의장 스스로도 3월 기자회견에서 "대칭적 인플레이션 목표를 납득할만하게 달성하지 못했다"고 자백한 바 있다.

    그러나 "슈퍼 비둘기" 서프라이즈를 연출했던 지난 3월20일 FOMC와 지금은 다른 점이 있다.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금융환경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완화적이며, 성장전망은 밝아졌다. 게다가 IOER 인하결정까지 있었으니 오늘 또다시 저물가에 대한 걱정까지 늘어놓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는 여전히 "어느 쪽으로든 금리 방향을 바꿔야 할 만한 유인이 없다"고 말했다. 적어도 당장은 시장을 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었다.

    파월 의장은 또한 이날 회견에서 최근의 낮은 인플레이션이 '경기'와는 별로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회복 초기와는 달리 지금은 경기가 좋으니 인플레이션도 반등하게 될 것이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다만 그는 "너무 낮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여 여운을 남겼다.

    인플레이션이 얼마까지 떨어지면 금리인하를 촉발할 것이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면서도 낮은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인 경우"일 것이라고 파월 의장은 말했다.

    즉, 낮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란 파월 연준의 평가에는 엄연히 유통기한이 존재한다. 시간이 지나도, 경기가 계속 좋아도, 그 일시적인 특수 항목들의 물가 끌어내리가 순서를 바꿔가며 계속된다면, 파월 연준은 좀 다른 말을 갖고 시장을 상대해야 할 것이다.

    그 연유야 어떠했든 이날 시장은 교과서적으로 반응했다. 오는 12월물 연방기금과 유로달러 선물가격은 급히 하락세로 돌았다. 연내 금리인하 전망을 제법 낮춰 잡은 것이다.

    물가연동국채(TIPS) 시장의 움직임을 주목할 만했다. 실질 장기시장금리의 프록시인 10년물 TIPS 수익률이 껑충 뛰어 올랐고, 기대 인플레이션은 곤두박질쳤다. 중앙은행이 예상보다 긴축적이라 인플레이션 회복이 어렵다는 인식의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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