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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오펙 투뿔(OPEC++)"과 "못 믿을 남친"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9-04-23 오전 6:34:27 ]

  • 미국 백악관이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전면 금수조치를 22일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국 등 8개국에 허용되었던 '예외'는 5월2일에 완전히 종료된다.

    백악관은 대변인 명의의 성명서에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세 곳의 great 산유국이 우리의 친구들 및 동맹들과 더불어 글로벌 원유시장 공급을 적절하게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 원유시장에는 이제 이 '3대 great 산유국'으로 구성된 새로운 원유동맹이 등장하게 되었다. 블룸버그의 에너지팀장 Javier Blas는 이를 두고 "오펙 투뿔이냐?(OPEC++?)"라고 트윗했다.

    "오펙 투뿔"은 "오펙 원뿔(OPEC+)"에 빗대어 만든 조어이다. 그 OPEC+는 지난해말에 거의 공식화한 사우디와 러시아 간의 원유동맹이다. 실제로 공식 동맹화할 지 여부는 다음달 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수십년 동맹의 OPEC을 제쳐두고 OPEC+와 OPEC++가 부상하는 것은 원유시장의 배반과 줄타기, 양다리의 시대를 상징한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러시아의 영향력을 또한 그 특징으로 한다.

    ⓒ글로벌모니터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란의 3월 원유 출하는 일평균 130만배럴이었으며, 이달 상반월 들어서는 110만배럴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제재 부활 이전에는 250만배럴에 달하기도 했다.

    초과 감산 중인 사우디는 현재 일평균 982만배럴을 생산 중이다. OPEC+ 협약을 어기지 않고도 당장 50만배럴을 증산할 수 있다. 현재 생산량은 지난해 10월 정점에 비해서는 86만배럴 적은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한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가 단기간에 일평균 100만배럴까지 증산할 능력이 있다"고 전했다.

    아랍에미리트는 현 생산량 304만5000배럴을 350만배럴까지 확대할 수 있다.

    ⓒ글로벌모니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맺었던 핵협정에서 탈퇴한 것은 일 년 전이다. 그 뒤로 유가가 솟아 올라 지난해 10월에는 브렌트 86달러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철천지 원쑤" 이란을 거덜내겠다는 미국의 발표에 감읍한 사우디는 트럼프의 유가안정 요구에 적극 협조했다. OPEC+를 이끌어 산유량을 100만배럴 늘렸다.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휘발유 값이 뛰어 오르면 트럼프의 이란 봉쇄가 정치적 난관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금수조치 돌입을 목전에 두고 돌연 8개국에 대한 예외 허용 카드를 꺼내들었다. 미국의 '배신' 이후로 유가는 곤두박질쳤다. OPEC+가 산유량을 이미 대폭 늘려놓은 상태에서 글로벌 경제에 대한 우려까지 가세했다. 10월초 고점에서 12월말 저점까지 유가 낙폭은 42%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 러시아다. 미국의 배신 이후 궁지에 몰린 사우디를 극적으로 구출함으로써 세계 원유시장을 좌우하는 OPEC+, 사실상의 양대국 동맹체제를 확고히 했다.

    지난 15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당시 OPEC은 내폭 직전이었다. 12월 감산논의를 목전에 두고 카타르가 회원국을 탈퇴했다. 이란은 감산 열외를 고집하며 역시 회원국 탈퇴를 위협했다. 뜻하지 않은 공급과잉에 대응하기 위해 사우디가 마련했던 감산안이 무산 직전에 몰린 상황이었다.

    WSJ에 따르면, 그 논쟁 당시 이란의 비잔 잔가네 석유장관은 총회 의장을 맡은 아랍에미리트의 수하일 알-마즈루에이 에너지장관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너는 우리나라의 적이다"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움직이기 시작한 게 바로 이 때였다. 비엔나 OPEC 총회에 참석했던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노바크 에너지장관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급히 돌아갔다. 푸틴은 노바크에게 감산안을 반드시 관철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사우디를 다시 만난 노바크 장관은 난색을 표했던 러시아 대량 감산안을 거의 수용했다. 대신 이란에 대해서는 감산 적용 면제를 요구해 타협안 통과를 이끌어 냈다.

    이후 러시아는 당시 약속했던 대량 감산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OPEC+의 파트너 사우디는 이를 눈감아 줬다. OPEC의 동맹이었던 아랍에미리트는 그렇게 이란과 적이 되었고, 이번에는 미국과 동맹(OPEC++)을 맺었다.

    이 새로운 동맹이 얼마나 적극적일 지는 미지수다. 배반의 소동을 겪은 지 6개월 밖에 지나지 않은 탓이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의 눈에 미국은 아직 "못 믿을 남친(unreliable boyfriend)"으로 남아 있을 지 모른다.

    ⓒ글로벌모니터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에너지장관은 이날 성명을 발표, 적절한 원유공급이 이뤄지도록 하고 시장이 균형을 잃지 않도록 여타 산유국들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태도는 좀 미지근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트위터에서 "사우디와 여타 OPEC 국가들이 부족분 이상을 보충할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알 팔리 장관은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 할 것이며, 앞으로 수 주 동안 다른 산유국들과 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만 밝혔을 뿐이다. 유가가 당장 뛰어 오르고 있지만, 기대감과 불안감을 즉각 진압하는 행동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사우디로서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당장 급하게 증산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지난해 11월 미국측에 심각한 수준의 분노("트럼프에 사기당했다")를 표출했던 사우디는 그 이전부터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의 개혁안 추진을 위해 80달러의 유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글로벌모니터

    미국이 유가 안정에 얼마나 적극적인지도 불분명하다. 그동안 미국 각계에서 이란 원유수출 '제로(0)化'를 백악관에 압박해 왔는데, 정치권에서는 이를 테드 크루즈 텍사스주 공화당 상원의원이 주도했다. 미국은 이란 원유 금수를 통해 가장 큰 혜택을 입는 나라 중 하나이며, 텍사스는 그 이익이 집중되는 지역이다.

    삼척동자도 알고 있듯이, OPEC++로 명명된 새 원유동맹에 미국이 끼어든 데서도 드러나듯이, 미국은 이란의 원유시장을 차지하려는 욕망을 갖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에너지 주식들이 원유가격을 따라 일제히 뛰어 올랐다. S&P500 에너지섹터가 2% 이상 올랐고 <Carrizo Oil & Gas>는 16% 이상 급등했다.

    이날 브렌트는 지난해 10~12월 낙폭의 피보나치 되돌림 61.8% 수준인 72.68달러를 아무런 저항 없이 돌파해냈다. 지난해 10월의 고점 86달러까지는 아직 10달러 이상의 여유가 남아 있는데, 당시 유가는 사우디가 산유량을 사상 최대치로 늘린 상황에서 도달한 레벨이었다.

    수요측면에서도 유가에는 압박이 가해지는 중이다. 글로벌 경제 성장세가 턴어라운드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의 여름철 드라이빙시즌이 다음달 메모리얼데이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이미지 출처: 블룸버그) ⓒ글로벌모니터

    유가에 미치는 충격이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UBS의 원자재 애널리스트 Giovanni Staunovo는 이날 보고서에서 이번 2분기 중 브렌트가 70~80달러 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란 원유수출이 조만간 100만배럴 이하로 떨어지고, 사우디 등이 선제적 증산보다는 조심스러운 대응에 나설 것이란 전망을 전제로 하고도 도출한 예상치이다. 초과감산 중인 OPEC+의 협약 이행률이 차츰 낮아지면서 충격이 완충될 것이란 전망이다.

    <Petromatrix>의 Oliver Jakob 이사는 보고서에서 이란의 원유수출이 '제로(0)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요구에 순응하겠지만, 중국은 아마도 국가안보 차원에서 이란원유 수입을 지속할 것 같다는 것이다. 인도와 터키의 반응도 아직은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어떤 나라든 이란 원유를 구입하면 미국의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실제로 어느 정도의 강도로 규율을 세울 것인지는 오로지 미국의 재량에 달려 있다.

    특검 압박에서 벗어난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선거 준비에 본격 돌입하려는 중인 가운데 미국 휘발유 소매가격은 다시 민감한 갤런당 3달러선을 향하고 있다. 미국이 누릴 수 있는 유가상승 혜택에는 국내 정치적인 제한이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의 Liam Denning과 Elaine He가 지난해 7월에 쓴 칼럼에 따르면,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른바 'red states'는 대체로 처분가능소득이 미국 평균에 비해 적은 반면 일인당 연간 휘발유 소비량은 미국 평균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 그래프)

    OPEC+의 현행 감산협약은 6월에 종료될 예정이다. 러시아를 중심으로 감산 연장 회의론이 이미 고개를 든 상태이다.

    무엇보다 유가 오름세는 미국 석유기업들의 생산활동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 원유선물 원월물이 레벨을 더 높여 올라간다면 그동안 이윤율 제고에 주력했던 생산자들이 헤징 기회를 살려 몸집 불리기를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모니터

    이날 인도 루피 1개월 NDF 포워드는 70.03루피로 0.4% 올랐다. 인도네시아 루피아의 1개월 NDF 포워드는 0.4%, 필리핀 페소의 1개월 NDF 포워드는 0.5% 상승했다. 원유를 수입해 쓰는 이들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수급이 향후 악화될 것이란 전망을 반영한 것이다.

    이란 전면 제재 시행에 따른 원유수급 전망이 불투명하게 남아 있는 가운데, 어떤 경우에든 시장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 이란산 원유공급 공백을 메꾸기 위해 사우디가 재차 풀가동에 나선다면 예기치 못한 생산차질에 대응할 여력은 극히 제한되기 때문이다.

    산유량 110만배럴로 회복했던 리비아에서 이미 정정불안이 심화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생산환경은 악화일로이고, 나이지리아에서는 화재로 인해 핵심 파이프라인이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이런 환경에서 미국과 사우디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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