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크게 텍스트작게 바로가기복사 프린트

[Editor`s Letter]골디락스가 "서늘한" 이유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9-04-19 오전 6:25:51 ]

  • ⓒ글로벌모니터

    라파엘 보스틱 미국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8일 "우리는 금리를 올릴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으며, 그대로 둘 수도 있다"고 말했다. 모든 것은 경제 상황에 달려 있으며 어떤 쪽으로든 선택지가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보스틱 총재는 아마도 지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등장했던 "대여섯명(several)" 가운데 한 명이었던 모양이다. 의사록에 따르면, 당시 회의에서 이 "several" 참석자들은 "향후 자신들이 생각하는 적정 정책금리가 양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다"며 인하 가능성 또는 필요성을 개방한 바 있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이 고도의 정책 유연성은 주로 갑작스럽게 등장한 고도의 저물가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명분이 갖다붙여진 바 있는데, 보스틱 총재 역시 이날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 연준 2% 목표에 좀 미달한다면서 경제전망을 가리는 먹구름이 아직 걷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제와 고용이 여전히 제법 괜찮은데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낮아서 문제인 상황을 대처하다보면 이른바 금융안정에 관한 새로운 우려가 부상하기 십상이다. 즉, 물가를 띄우려다가 거품을 키우는 우를 범할 수가 있는 것이다.

    보스틱 총재도 이날 연설에서 이 점을 우려했다. "사람들이 지나치게 낙관해서(overconfident) 과도하게 위험을 추구하고(take extra risks) 너무 멀리 나갈(go too far)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은 대출 부문에서 대단한 안이함은 발견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사람들이 이처럼 아직은 나대지 않는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기도 한데, 이날 발표된 지표들이 특히 그 이유를 잘 설명해 주었다.

    ⓒ글로벌모니터

    이날 1.13달러선을 넘나들며 방향을 모색하던 유로화가 우리 시간 오후 4시 반이 되자 번지점프를 했다. 오후 5시에 또 한 차례 곤두박질을 쳤다. 독일과 유로존의 4월 Markit PMI가 차례로 실망감을 준 탓이다.

    독일의 4월 제조업 PMI 잠정치는 44.5로 0.4포인트 반등한데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시장에서는 45.0으로 제법 많이 올랐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유로존 전체의 4월 서비스업 PMI는 52.5로 0.8포인트 떨어졌다. 53.1로 소폭 둔화되었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마치 제조업 부진이 서비스업으로 번지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이는 독일과 프랑스의 서비스업 PMI가 서프라이즈를 연출했음에도 불구하고 나타난 현상이었다. 유로존 주변부(periphery)의 서비스업 경기가 차별적으로 나쁠 가능성을 시사했다.

    유로존 지표의 실망은 그 의미가 작지 않았다. 가뜩이나 정정한 달러화 가치를 더욱 밀어 올리기 때문이다. 이날도 유로화 약세는 즉각 이머징통화들의 가치를 끌어 내렸다.

    Editor's Letter처럼 달러의 추세적 하락반전 여부에 주목해 온 진영에게 유로존의 여전한 지표 부진은 '아직 전면적인 위험자산 랠리'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리기에 충분했다.

    (이미지 출처: Frederik Ducrozet, Senior Economist at Pictet) 글로벌모니터

    그러나 희망은 살아 있다. 지표 실망에도 불구하고 이날 유럽증시는 랠리를 이어갔다.

    픽텟의 선임 이코노미스트 프레데릭 듀크로젯은 유로존 PMI 발표를 앞두고 전일 미리 쉴드를 쳐 놓았다. 독일 PMI가 중국 PMI에 3개월 후행하는 특성이 있는만큼 향후 독일 반등 서프라이즈에 따른 대대적 가격조정에 유의하라고 했다. 설사 4월 지표에서 반등이 나오지 않더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즉, 글로벌 금융시장의 분위기는 근본적으로 중국 PMI의 놀라운 반등이 목격된 이후로 달라져 있다. 단지 아직까지는 "지나치게 낙관해서(overconfident) 과도하게 위험을 추구하고(take extra risks) 너무 멀리 나갈(go too far)" 환경은 조성되지 않았을 뿐이다.

    달러가 스스로 여전히 강하다는 점 역시 나머지 모든 자산들을 주눅들게 하는 요소이다.

    ⓒ글로벌모니터

    놀라울 것도 없이, 미국의 소비자들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몇달 좀 참았더니 지갑이 어느새 두둑해져(개인저축률 상승) 손이 근질근질 했을 것이다.

    이날 미국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3월 중 미국의 소매판매는 전월비 1.6% 급증했다. 시장 예상치 1.0%를 대폭 상회했다. 자동차와 휘발유, 건축자재 및 음식서비스를 제외한 이른바 핵심 소매판매(retail sales control)는 전월비 1.0%의 증가세로 급반등했다. 역시 예상치 0.4%를 크게 웃돌았다.

    이 핵심 소매판매는 GDP 개인소비 항목과의 연관성이 매우 높다. 1분기 전체의 미국 소비실적 역시 기대이상일 가능성이 생겼다. 핵심 소매판매의 전월비 증가율 3개월 이동평균치는 지난 2005년 10월 이후 최고수준(+0.8%)을 나타냈다.

    애틀랜타 연준의 추정모델 <GDPNow>는 이날 소매판매 지표를 반영, 1분기 성장률 예상치를 2.4%에서 2.8%로 상향 수정했다. 이 예상치는 잠재성장률 추정치를 1%포인트나 웃도는 성장속도이며, 지난해 4분기에 비해서도 모멘텀이 0.4%포인트나 강할 것이란 관측치이다.

    그래도 연준은 마음을 놓지 못한다. "인플레이션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연준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달러는 강하다. 그나마 그 구조는 다행스럽다. 유로존은 어쨌거나 중국을 따라 반등신호가 축적되고 있고, 미국의 반등양상은 좀 더 뚜렷한 상황이다. 그래서 지금은 "서늘한" 골디락스, 다함께 달려가기보다는 옥석가리기, 내부 차별화 국면이다.

    만일 유로존이 심각하게 나쁘고 미국이 상대적으로 덜 나빠서 나타나는 달러화 강세였다면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다(디플레이션).

    (이미지 출처: FT) ⓒ글로벌모니터

    18일 터키 리라화 가치가 두드러지게 큰 폭으로 하락했다. 장 중 한 때 낙폭이 1.9%에 달하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터키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통계 분식(粉飾)을 마사지를 폭로한 탓이다.

    4월 첫 주 현재 터키의 총(gross) 외환보유액은 770억달러였다. 1770억달러에 달하는 유동외채(1년 이내 만기도래)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준비금 규모다.

    純(net) 보유액 기준으로는 그보다 훨씬 적은 281억달러밖에 안 된다. 그나마도 분칠한 결과임이 FT에 의해 밝혀졌다. 스와프 거래를 통해 터키 은행들로부터 달러를 차입, 보유액을 부풀린 것이다. 부외장부에 기록되어 있는 이 파생거래분을 제외하면 純보유액은 160억달러도 안 된다고 FT는 보도했다.

    중앙은행 외화자산과 부채 통계로 따져 보아도 마찬가지의 결과가 나온다. 지난 3월 중 200억달러 밑으로 떨어졌던 터키의 순외화자산은 4월5일 현재 236억달러로 회복되었다. 하지만 스와프 차입금까지 빼고 보면 115억달러에 불과했다. 3월 한 달 사이에만 170억달러 가량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환율이 안정적인 것처럼 '관리'를 하느라 곳간이 대폭 비어버리자 터키 중앙은행이 '기술'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도 불어난 스와프 차입금에 비해 중앙은행 외화자산은 덜 늘어났다. 외환시장 매도 개입이 계속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중앙은행측은 스와프 차입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국제규범을 전적으로 준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적법하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분노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머지 않아 터키는 금리를 대폭 더 인상하거나 and/or IMF에 손을 벌려야 할 지도 모른다. 러시아제 미사일을 사 놓고는 IMF에 돈을 빌려달라고 요청하는 게 과연 순조로울 지는 미지수이다.

    외환위기발 경기침체로 인해 인기가 바닥에 떨어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에게는 정치적으로 내우외환의 위기이다. 그래서 "적법한(?)" 무리수를 계속 둘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글로벌모니터

    이머징이라고 해서 다들 언제나 '경제가 나쁘면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운명은 아니다. 지금 정도의 달러화 강세라면 조심스럽게나마 허리띠를 좀 풀어도 되는 이머징이 드물지 않게 존재한다.

    어제 한국은행의 긴축 바이어스 철회가 가장 최근의 대표 사례에 해당한다.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완화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는 향후 성장과 물가의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했던 기존의 문구를 삭제했다. 제롬 파월 연준이 "인내심" 공표에 이어 "저물가 우려"를 선언한 것이 한은 긴축기조 철회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을 듯하다.

    금융시장은 브라질 역시 '터키와는 다른' 이머징으로 분류하는 모습이다.

    브라질 새 정부의 연금개혁 작업이 의회에서 계속 표류하자 브라질 선도금리의 하락세가 재개되었다. 은행간 하루짜리 금리의 내년 1월물과 올해 5월물 스프레드는 이날 1.9bp로 좁혀졌다. 마이너스 재진입 목전이다. 개혁 지연으로 경기회복세가 발목을 잡혀 향후 정책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물론 브라질의 개혁 불확실성이 외환시장에서는 헤알화의 약세, 달러-헤알의 상승추세로 반영되고 있다. 하지만 중앙은행이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안정한 환율 양상은 아직 아니다.

댓글 로그인 0/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