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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Race to The Bottom"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9-04-11 오전 7:55:31 ]

  •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미국과 유로존이 10일 경쟁을 개시했다. 누가 더 완화적인지를 다투듯이 유럽중앙은행(ECB)과 연방준비제도가 시차를 두고 비둘기 서프라이즈를 연출했다.

    유로존에서는 ECB 금리인하 재개 기대감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고, 미국 연준 내부에서는 시장의 금리인하 선회 기대감을 수용하는 태도들이 목격되었다.

    유럽과 미국의 상호 응수 속에서 이날 외환시장에서는 유로와 달러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펼쳐졌다. 두 통화가 약세 경쟁을 펼친 덕에 글로벌 금융환경이 일제히 완화되었다.

    미국과 유럽의 국채 수익률이 일제히 떨어졌다. 미국 물가연동국채(TIPS) 시장에서는 실질 수익률이 뚝 떨어지는 한 편으로 기대 인플레이션은 껑충 뛰어 올랐다. 명목 수익률의 하락이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보다는 '리플레이션(reflation) 정책' 기대감을 반영한 결과일 것임을 시사한다.

    ⓒ글로벌모니터

    중앙은행의 총재가, 그것도 유럽중앙은행(ECB)의 마리오 드라기쯤 되는 거물이 나름 상징적인 장소에서 새로운 화두를 꺼내들었을 때에는 분명히 무언가 복안이 있다고 생각해 두는 게 바람직하다. 지난달 27일 프랑크푸르트 본부에서 ECB 관찰자들(ECB Watchers)을 모아놓고 행한 연설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그는 "우리의 현재 반응함수는 (목표로의) 인플레이션 수렴이 추가로 지연되는데 반응하도록 잘 설계돼 있다"면서, 그런 상황이라면 새로운 인플레이션 전망을 반영해 금리 포워드 가이던스를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드라기 총재는 유로존 경제전망에 미치는 위험이 "여전히 하방으로 기울어 있다"면서 "우리의 통화정책은 계속 완화적일 것이며, 인플레이션 전망의 어떤 변화에도 반응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특히 마이너스 금리정책으로 인한 부작용이 만약에 있다면, 이를 완화할 조치를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주 전 발언 당시에는 드라기 총재의 뜻이 '현행 마이너스 0.4% 금리의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정도로만 받아들여졌다. ECB는 포워드 가이던스에서 "적어도 올해말까지"로 규정하고 있지만, 시장은 이미 그보다 훨씬 뒤로 금리인상 예상시점을 미뤄 두었기에 시장 가격에 미치는 파장은 제한적이었다.

    게다가 ECB 내부의 페인트 모션까지 곁들여져 신호에 다소 혼선도 있었다. 일부 정책위원들이 '마이너스 금리 부작용 완화책'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가운데, 집행부 안에서 관련 연구가 제대로 진척되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던 것이다.

    그러나 10일 드라기 총재의 신호는 좀 더 분명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예치금 금리의 인하 가능성까지 고개를 들었다.

    ⓒ글로벌모니터

    드라기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마이너스 금리 부작용 완화책 검토'를 공식화했다. "정기적인 점검의 맥락하에서"라고 물을 타면서도 "마이너스 금리가 경제에 미치는 우호적인 시사점을 유지하는데 있어서 은행 중개기능에 미치는 혹시라도 있을 지 모를 부작용을 완화하는 게 필요한지 여부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기본적으로 효과적이긴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그에 수반되는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면, 특히 은행 중개기능을 저해하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보완책을 도입하겠다는 얘기다. 일부 초과 지준에 대해서는 마이너스 금리 적용(은행들에 대한 보관료 징구)을 면제해 주는 이른바 '티어' 제도 도입 가능성을 성명서에 반영한 것이다.

    이 발언은 자연스럽게 마이너스 금리의 연장, 금리인상 개시시점의 현저한 후퇴 전망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전망은 단기물뿐 아니라 중장기 국채수익률에도 강한 하방압력을 제공했다. 왜냐하면 장기 수익률은 장기간 예상되는 단기 정책금리의 평균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10월초 이후 유로존 단기자금 포워드 시장의 10년 뒤 예상금리는 50bp 이상 떨어졌다.

    그런데 이날 드라기 총재의 회견은 그보다 더 공격적인 시장 기대감을 촉발해 냈다. ECB가 금리인상 연기를 넘어서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글로벌모니터

    이날 유로존 OIS(Overnight Interest rate Swap) 시장에서 ECB의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은 22.4%의 확률로 가격에 반영됐다. 전일 14.4%에서 껑충 뛰어 올랐다.

    드라기 총재가 '마이너스 금리 부작용 완화' 화두를 꺼내기 직전이었던 지난달 26일의 확률은 0.4%에 불과했으나, 그 이후로 기대감은 기회 있을 때마다 무럭무럭 솟아 올라가는 중이다.

    이날 드라기 총재는 자신의 지난달말 발언 이후 시장에 형성된 기대심리를 사실상 인정했다.

    드라기 총재는 기자의 관련 질문에 대해 "부작용 완화 조치가 마이너스 금리 장기화를 수반하는지 여부는 글쎄, 시장이 그런식으로 생각한다는 당신의 생각이 맞는 것 같기는 한데, 나로서는 뭐라고 말해야 할 지 모르겠다. 어쨌든 마이너스 금리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와 장기간 시행중인 때에 가해지는 충격은 굉장히 상이하다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우리는 그 점을 측정해야 한다. 내가 하려는 말은 바로 그것이다"라고 말했다.

    드라기 총재는 특히 지난 2012년 6월의 "무엇이든 하겠다" 선언을 연상케 하는 발언과 화법을 구사함으로써 시장의 금리 추가인하가 향후 가용한 옵션에 포함될 것이란 기대를 결정적으로 자극했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인플레이션이 계속해서 목표를 향해 지속적으로 움직이도록 하기 위해 위원회는 모든 적절한 수단들을 조정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여기까지는 성명서에 늘 등장하는 대목이다.

    그런데 이날 회견에서 그는 이 "모든 수단들을 동원 또는 조정할 준비" 발언을 무려 6차례나 반복했다. 성장 및 물가 전망과 관련해 "약하다"고 한 발언은 14차례나 쏟아졌다.

    드라기 총재는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 자신감이 약해지고 있다"면서 "오늘 회의는 그렇게 약해지는 그림의 전망을 측정하는데 주력했다"고 밝히고 "또한 가능하고 필요한 모든 수단들을 동원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재차 분명히 확인하기 위한 회의였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수단들을 동원한다는 데 대한 컨센서스는 만장일치였다"고 강조했다.

    이런 와중에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다시금 연출한 서프라이즈는 '완화 경쟁'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글로벌모니터

    지난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몇몇(several) 참석자들이 금리인하에 개방적인 태도를 보인 사실이 밝혀졌다. 적지 않은 수의 위원들이 보다 적극적인 유연성을 발휘할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3월 회의 이후 공개연설에서 입을 모아 금리인하 필요성을 부인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의 물밑 흐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날 공개된 의사록에 따르면, 3월 회의에 이 몇몇 위원들은 "향후 경제 상황에 기반해 자신들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금리목표 범위가 양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인하' 요구에 연준이 '반응'하고 있음이 확인된 셈이다. 명분은 갑자기 연준 내부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저물가 우려감"이다.

    시장의 기대심리가 다시 샘솟기 시작했다.

    이날 미국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은 56.4%의 확률로 가격에 반영됐다. 지난달 27일 77.3%까지 올라갔던 금리인하 확률은 지난 8일 50.6%까지 떨어진 바 있다.

    때마침 미국의 기저 인플레이션이 놀라울 정도의 부진한 흐름을 지속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이는 연준의 '인내심'을 뒷받침하는 한편으로, 저물가에 대한 제롬 파월 의장의 "우려"를 심화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미국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3월 중 미국의 근원 소비자물가(전체 물가지수에서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것)는 전월비 0.1% 상승속도에 머물렀다. 시장에서는 오름세가 0.2%로 빨라졌을 것으로 예상했다.

    근원 소비자물가의 전년동월비 상승률은 2.0%로 0.1%포인트 둔화해 역시 예상치 2.1%를 밑돌았다. 지난해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준이 목표로 하는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 2.0%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비 2.3~2.4% 가량 올라야 한다.

    근원 소비자물가에서 주거비까지 제외한 근원근원 지수는 전월비 0.0013% 떨어졌다. 근원근원 지수가 연속해서 전월비 하락한 것은 지난 2017년 3~5월 3개월간 이후 처음이다.

    다만, 기저물가의 부진은 통계방식 변경에 따른 잡음에 기인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의류비 가격이 전월비 1.9% 급락해 근원 물가의 월간 상승률을 0.07%포인트 끌어 내렸다. 의류비 하락폭은 지난 1949년 1월 이후 가장 컸다. 지난달 미 정부는 의류가격 집계와 산출을 위한 방법론을 변경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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