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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美·中 환율협정?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9-03-15 오전 6:50:38 ]

  • 한 때 중국 위안화 가치를 들어 올렸던 미중 무역협상의 환율조항 삽입 이슈는 '플라자합의' 따위의 대단한 결과를 낳을 것 같지는 않다. 위안화가 30여년 전의 일본 엔화처럼 대대적으로 절상될 경우 전세계에 엄청난 파급효과(2015~2016년의 정반대)가 미칠 것이나, 실제 흘러가는 분위기는 이번 환율이슈 역시 트럼프 허언증의 또 한 가지 사례로 남게 되는 각이다.

    ⓒ글로벌모니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해 중국에 대한 무역전쟁을 본격화하자 위안화 가치가 급락했다. 달러-위안 환율은 불과 몇 달 사이에 10%이상 뛰어 올랐다. 미국에 똑같은 양의 물건을 팔더라도 위안화로 받는 수출대금은 10% 이상 늘어나게 되었다는 의미다. 따라서 미국 정부가 중국산 상품에 물린 관세는 사실상 무효화되었다.

    그렇다면 그 환율 급등세, 달러에 대한 위안화 가치의 급락세는 중국정부의 '조작(manipulation)'에 따른 것일까?

    당시 위안화 움직임을 설명하는 배경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미국 무역전쟁으로 인해 입게 될 중국 거시경제적 피해가 위안화 약세로 반영되었다는 설명이다. 외환시장이 일반적인 가격조정 메커니즘을 작동했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반론은 거의 없었다.

    당시 중국 인민은행이 이미 가라앉고 있는 경제활력에 대응해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는 등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쳤는데, 이 역시 위안화 가치의 대외약세를 야기한 것으로도 이해되었다. 하지만 이는 현대의 '환율조작' 범주에는 들지 않는 통화정책 행위였다.

    *인민은행의 지준율 인하는 환율 급등세(위안화 급락세)에 따른 위안화 자금시장의 긴축에 대응, 중앙은행이 후행적으로 불태화(달러 매도-위안 매수 이후의 보완적 위안화 공급) 정책에 나선 것일 수도 있다.

    '조작'의 증거나 근거가 있든 없든, 환율에 의한 관세무기의 무효화는 미국 정부를 열받게 만들었고, 이는 미중 무역합의서에 환율조항을 삽입하는 논의로 이어졌다.

    지난달 블룸버그는 "미국이 무역협상의 일환으로 위안화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을 중국에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안정적인 환율(stable currency)"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안정적 환율을 정부 당국이 "유지(keep)" 하는 행위는 어떠한 것인가?

    ⓒ글로벌모니터

    "미국이 위안화 가치 안정을 중국에 요구 중"이라는 지난달 블룸버그의 보도가 나가자 위안화 가치가 급등(달러-위안 환율 급락)했다. 미국의 입장에서 위안화 가치 '안정'이란 달러에 대한 위안화 가치의 절상을 뜻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보도를 접한 적지 않은 사람들의 머리에는 '플라자합의'가 무의식적으로 떠올랐을 것이다.

    보도 이틀 뒤인 지난달 22일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류허 중국 부총리 및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가 함께 앉아 있는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환율에 관한 역대 가장 강력한 합의 중 하나를 미국과 중국이 결론지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위안화 가치의 절상 안정은 별로 오래 '유지'되지 못했다. 달러-위안은 므누신 장관의 발언 다음 거래일에 연중 바닥을 찍은 뒤 오늘날까지 반등 추세(위안화 가치 반락 추세)를 이어오는 중이다. 환율이 200일 이동평균선을 뚫고 내려갔으나, 6.70위안선의 강력한 지지력을 극복하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중국과의 환율 협정은 경쟁우위를 획득하기 위한 평가절하를 막는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될 듯하다면서도 최종합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며칠 전 므누신 장관("역대급으로 강한 환율합의 결론")의 말과는 분명히 다르게 들렸다.

    ⓒ글로벌모니터

    최근 일주일 사이에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끌린 뉴스는 지난 일요일 중국 이강 인민은행 총재의 기자회견이었다.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 총재는 회견에서 '중국과 미국이 최근 무역협상에서 환율에 관해 논의했으며, 다수의 핵심적이고 중요한 이슈들(many key, important issues)에 관해 컨센서스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아울러 '양측이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각국이 갖는 통화 주권을 어떻게 존중(respect)할 것인지에 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이 부분은 굉장히 중요한 것이어서 더블체크가 필요하다. 같은 사안을 다룬 블룸버그는 "중국과 미국이 다수의 중대한 이슈들(many crucial issues)에 관해 컨센서스를 형성했으며, 양국 각자의 통화정책 주권을 준수할(observe) 필요성을 논의했다"고 이 총재의 발언 내용을 요약해 전했다.

    즉 이강 총재에 따르면, 지난 일요일까지도 미중 양국은 환율정책에 관한 가장 본질적인 합의는 도출하지 못했다. 환율에 관해 두 나라가 구속력 있는 합의에 도달하게 된다면, 통화정책의 주권(autonomy)은 결정적으로 유보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향후 중국이 무역협정에서 약속한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벌칙성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자유로운 외환시장이라면 이 경우 달러-위안 환율은 지난해처럼 크게 뛰어 오를 수 있다. 이는 미국의 눈으로 보기에는 명백한 환율 불안정일 수 있다. 관세의 위력을 환율이 무력화, 중국의 무역 경쟁력을 회복시켜 주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이런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무역협정에 환율조항을 집어 넣을 생각이었다. 미국의 뜻대로라면, 향후 합의 미이행으로 벌칙관세를 부과받은 중국의 당국은 "위안화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매도하거나 and/or 통화정책을 긴축해야 한다.

    그런데 후자는 상식적이지 않다. 가뜩이나 경기가 가라앉고 있는 마당에 보복관세까지 다시 두드려맞아 이중고인 상태에서 통화까지 긴축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이강 총재가 말한 '통화정책 주권'에 대한 존중 또는 준수 이슈이다. 통화정책 주권을 존중 또는 준수한다면, 이 경우 중국 통화당국은 긴축정책에 나서지 않아도 된다. 대신 이 경우 중국 당국은 달러를 매도해 '위안화 가치의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

    그럼 그건 가능한 일일까? 이미 3조달러로 쪼그라든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공격대상으로 떠오를 위험이 있다.

    게다가 펀더멘털을 반영한 시장의 위안화 가치 조정을 당국이 개입해 막는 행위는 자본통제와 더불어 미국이 중국에게 손떼라고 요구해 온 反시장적 환율정책의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지난 일요일 기자회견에서 이강 총재는 올해 중국의 광의통화(M2)는 명목 국내총생산(GDP)과 대체로 비슷한 증가율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과의 환율협정이 어떠하든, 이 계획을 유지하는 것이 중국의 입장에서는 '통화주권'일 것이다.

    ⓒ글로벌모니터

    "안정적인 위안화 가치"는 사실 중국 당국이 일찌감치 수립해 공표해 놓은 정책목표이기도 하다. 물론 그 "안정"은 중국의 관점을 기준으로 삼는다.

    지난 일요일 이강 총재는 기자들에게 "합리적인 균형수준에서(at reasonable equilibrium) 기본적으로 안정적인(basically stable)" 위안화 가치를 유지할 것이란 기존의 맨트라를 재확인했다.

    또한 중국은 절대로 환율을 경쟁 목적으로 활용하지 않을 것이며, 일일 개입은 "기본적으로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강 총재는 미국과의 환율 논의가 "매우 의미있었다"고 만족감을 표시하면서 위안 환율결정 메커니즘은 G20 스탠다드에 부합할 것이며 시장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G20 스탠다드는 무역경쟁 우위를 위한 환율정책을 배격하되, 자국내 사정에 따른 통화정책의 결과로 나타난 대외 통화가치의 하락은 용인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미중 무역협상을 통해 달라진 중국 환율정책은 대체 뭐란 말인가?

    앞서 지난 주 리커창 총리는 올해 경제정책 방향을 내놓으면서 "환율결정 메커니즘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위안화 위기 이후 지난 2년 동안 쏙 들어갔던 약속이 다시 등장한 것일 뿐이다.

    한편 14일 블룸버그는 미중 양국 정상의 무역협정 합의 서명회의가 이달 중에는 없을 것이며, 이뤄진다면 4월말쯤일 것이라고 세 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번 주 앞서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주요하고 주요한 이슈들(major major issues)"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으며, 어제 트럼프 대통령은 "서두르지 않겠다. 좋은 합의가 아니라면 체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잘 되어 간다던 협상이 이렇게 정체된 이유는 뚜렷하게 전해지지 않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의 미 상원 원내총무 척 슈머 의원은 이날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약한 딜에 합의할까봐 우려된다"고 녹음기를 틀듯이 거듭 압박했다. 슈머 의원은 중국의 환율조작에 대응해 무역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을 오랫동안 펼쳐온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기간 중 "취임하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거듭 공언했으나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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