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크게 텍스트작게 바로가기복사 프린트

[Editor`s Letter]금리를 내리기가 더 편해졌다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9-03-13 오전 6:44:49 ]

  • ⓒ글로벌모니터

    모건스탠리의 투자전략가들은 지난 10일자 보고서에서 "시장이 골디락스(Goldilocks) 시나리오를 가격에 과도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24개월 동안 성장이 안정화하고 인플레이션이 억제되어 중앙은행들이 얌전할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그 가능성을 지나치게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경고다.

    자연히 모건스탠리가 보기에 투자자들은 "중간 시나리오를 과신하고 있으며" 양쪽 꼬리(tails) 가능성을 너무 간과하고 있다. 중국의 부양책으로 글로벌 성장이 훨씬 강력하게 반등할 가능성, 혹은 1분기의 두드러진 기업실적 악화가 시장에 예상했던 것보다 큰 충격을 가능성 모두 열어 두어야 한다고 모건스탠리는 지적했다.

    모건스탠리의 주장은 당국의 쇼트 스트랭글(short strangle) 포지션을 과신하지 말라는 주장으로도 들린다. 미국과 중국의 통화금융 당국이 경제의 조기 침체와 지나친 열기 모두를 틀어막기 위해 풋(put)과 콜(call) 바리케이트를 쳐 두었으나, 실제 시장 흐름은 언제든지 그 아래위 통제선을 뚫고 이탈하는 꼬리(tail)를 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12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모건스탠리의 '양쪽 꼬리 시나리오' 가능성을 한층 더 낮추어 놓았다.

    ⓒ글로벌모니터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이른바 '근원(core)' 지수는 지난 2월 중 전월비 0.1% 오른데 그쳤다. 시장 예상치(+0.2%)에 미달했다.

    CPI는 연준의 인플레이션 기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에 비해 통상 높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근원 CPI 인플레이션이 2.3~2.4%는 되어야 연준 목표인 PCE 기준 인플레이션 2.0%에 부합한다. 그러나 2월 중 근원 CPI 전년동월비 상승률은 2.2%에서 2.1%로 둔화되었다. 목표에서 하방으로 더욱 멀어진 셈이다.

    근원 CPI가 전월비 0.1%라도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거의 전적으로 주거비 덕분이었다. CPI 가중치의 3분의1 이상을 차지하는 주거비(shelter)는 2월 중 전월비 0.35% 뛰었다. 지난해 가을 0.2%로 월간 속도가 좀 둔화되는 듯하던 주거비는 다시 모멘텀이 강해져 최근 4개월 연속해서 0.3%씩 오르는 중이다.

    전체 CPI에서 식품과 에너지 및 주거비까지 제외한 이른바 '근원근원(core-core)' 지수는 2월 중 전월비 0.06% 떨어졌다. 기저 인플레이션이 이렇게 하락하는 일은 흔치 않은데, 최근에는 빈도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근원근원지수의 전년동월비 인플레이션은 1.4%에서 1.2%로 둔화됐다.

    '근원 상품(core goods)' 부문이 기저물가의 하락세를 이끌었다. 조제약 가격이 한 달 사이에 1%나 급락하면서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전년동월비로는 -1.2%의 가격수준을 나타내 지난 1972년 이후 가장 많이 내렸다. 게다가 새차 가격이 4개월 만에 다시 떨어졌고, 중고차는 전월비 0.7% 내려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큰 하락률을 나타냈다.

    ⓒ글로벌모니터

    지난해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했지만 최종 소비자물가에는 그 흔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늦봄 미국이 중국 대상 무역전쟁을 본격화한 뒤로 중국산 수입품의 가격은 오히려 빠른 속도로 떨어졌다.

    이 역설적 현상의 배경을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는 다양한 경로들이 있을 텐데, 그 중 가장 손 쉬운 것이 환율이다. 지난해 무역전쟁 개시 직후 미국 달러가 중국 위안화에 대해 급등했다. 이는 위안화 가치의 하락일뿐 아니라 위안화를 원가단위로 만든 중국산 제품의 수출가격 하락을 동시에 의미하는 것이었다.

    경제규모 세계 2위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경제공격은 미국 바깥 대부분 경제의 연쇄적 위축을 야기했다. 이에 반해 미국 경제는 천문학적인 재정부양을 배경으로 홀로 팽창, 무역전쟁의 주도권을 쥘 수 있었다. 그 결과는 달러화의 전반적인 강세였다.

    지난 2월 연준 무역가중 달러인덱스(broad)는 일년 전에 비해 무려 8%나 높았다. 전세계 각국에서 유입되는 수입품 가격에 그만큼 강력한 하락압력이 가해졌다는 의미다. 물론 이러한 후생증대 효과는 공짜가 아니었다. 전세계를 상대로 거래를 하는 미국 기업들은 그만큼 강력한 매출압박을 겪어야 했다.

    ⓒ글로벌모니터

    예상보다 더욱 낮게 안정되어 있는 인플레이션은 파월 연준 "인내심"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물가가 곧 뛰어 오를 것같은 압력이나 열기가 보이지 않으니 해외 경제가 과연 잘 안정화되는지, 미국 경제가 잠재 수준으로 원만하게 둔화되어 연착륙하는지를 지켜볼 시간여유를 더욱 더 길게 가질 수 있다.

    지난 1월 물가지표를 통해 켜졌던 상방으로의 인플레이션 경고등은 결국 다시 꺼지게 되었다. 골디락스 시나리오에서 상방 리스크를 겨냥하는 꼬리 베팅은 역시 확률이 낮은 포지셔닝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올해 두 차례 더 금리를 올리겠다고 점을 찍어 둔 FOMC 위원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이번 2월 CPI를 통해 '우려'도 새롭게 고개를 들 수 있게 되었다. 인플레이션이 안정적인 것까지는 좋은데 너무 낮아져서는 여러가지로 곤란한 문제가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제 소개했듯이, 당장 기대 인플레이션이 구조적으로, 기조적으로 가라앉아버릴까봐 슬슬 걱정을 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수시로 탄식하는 경제주체들의 '디플레이션적인 사고구조(deflationary mindset)'가 작금의 구조적이고 기조적인 저성장 추세와 결합하게 되면, 구조적이고 기조적인 저금리가 고착화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금리조절을 통해 경제활동과 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연준의 능력이 극히 제약된다. 이 경우 연준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양적완화에 더욱 본질적으로 의존하거나, 말도 더 많고 탈도 더 많은 마이너스 금리까지 만지작거려야 할 수 있다.

    ⓒ글로벌모니터

    ⓒ글로벌모니터

    어제 Editor's Letter는 리세션 징후에 등떠밀린 전통적인 뒷북치기 금리인하가 아닌, 미국 경기팽창 사이클을 영구화해 제로금리 하한 문제를 원천 회피하기 위한 선제적 금리인하 가능성을 모색해 보았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연준의 그러한 완화 편향의 선제적 경기사이클 관리를 훨씬 용이하게 해 주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파월 연준은 경기가 약간이라도 힘든 기색을 보이는 경우 인플레이션 오버슈팅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도 금리를 내릴 수 있다.

    그러한 기대감에서든, 리세션에 대한 우려에 기인해서든, 금리인하 논의가 촉발될 '타이밍'을 가늠할 만한 지표들이 시장에 존재한다. 미 국채 10~2년 수익률 스프레드와 2~5년 만기의 국채 수익률이다.

    한 때 20bp 이상까지 확대되었던 10~2년 수익률 스프레드는 현재 14bp대로 좁혀져버린 상태다. 이 지표가 10bp선을 뚫고 내려간다면(역전 경고등) 연준이 단기금리를 내려 대응할 가능성 또는 필요성이 커진다. 리세션 위험이 크게 높아졌거나,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대폭 낮아졌다는 판단을 시장이 프라이싱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현재 만기 2~5년 국채 수익률은 하루짜리 실세 연방기금금리(2.40%)를 향해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중이다. 트레이더들의 기대감 또는 압박이 커지는 양상인데, "시장을 느낄 줄 아는" FOMC 위원들이라면 같은 심정일 수 있다.

댓글 로그인 0/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