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크게 텍스트작게 바로가기복사 프린트

[Editor`s Letter]연내 금리인하에 베팅하는 이유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9-03-12 오전 6:13:10 ]

  • ⓒ글로벌모니터

    11일 관심을 모았던 미국의 1월 소매판매 지표는 그다지 강한 인상을 주지 못했다. 핵심 소매판매(휘발유, 자동차, 건자재, 음식서비스 제외분)가 전월비 1.1% 급증하며 시장 예상치(+0.6%)를 크게 웃도는 반등강도를 보였지만, 앞선 12월 감소율이 -1.7%에서 무려 -2.3%(2000년 1월 이후 최악)로 하향 수정된 탓에 서프라이즈라고 할 수 없었다.

    1월 들어 반등한 점은 분명히 긍정적인 사실이었다. 미국 소비자들이 여전히 돈을 쓰고 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 그러나 최근 3개월 추세가 월간 0.1%의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한 점은 미국 소비경제가 뚜렷하게 감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해 주었다.

    한 가지 더 위안을 주는 요소를 꼽는다면, 미국 소비자들이 스스로 과열을 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late-cycle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가계부문의 저축률은 역사적으로 제법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리세션을 멀찍이 뒤로 미뤄놓는데 일조할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더 문제점을 꼽는다면, 과열은커녕 온기조차 너무 부족한 현실이다.

    ⓒ글로벌모니터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조사해 이날 발표한 미국 소비자들의 3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2월 중 2.77%로 떨어져 1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와 기대 인플레이션은 통상 실제 인플레이션보다 높게 형성되는데, 그 절대 수치보다는 추세가 중요하다. 2013년에만 해도 미국의 소비자들은 지금보다 1%포인트나 높은 인플레이션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연방준비제도가 목표로 하는 인플레이션(CPI 기준 2.4%)에 거의 근접해 가는 중이다. 이유가 있다. 미래에 대한 기대는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형성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현지시간 전일 저녁에 방송된 CBS뉴스 "60 minutes"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기간에 걸쳐 인플레이션이 2%(PCE 기준) 목표를 밑돌았다. 인플레이션이 2%를 넘는 경우가 없었다. 그래서 인플레이션 평균치는 2%가 안 된다. 이는 생각해볼 가치가 있는 문제다. 왜냐하면 우리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2% 부근에 고정되어 있기를 원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 답변은 '연준은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2% 목표를 웃돌도록 허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응해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인내심"의 파월 연준은 정말 인플레이션 오버슈팅을 추구할 것인가?

    ⓒ글로벌모니터

    이날 파월 의장이 "평균" 인플레이션을 언급한 것은 나름 큰 의미가 있다.

    파월 의장은 "사실 우리는 평균 2%의 인플레이션을 원한다고 말해오지는 않았다. 그동안 우리가 말한 것은 약간 좀 다르다. 우리는 2%를 웃도는 에러(error)나 밑도는 에러나 모두 대칭적으로 간주한다고 말해왔다"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의 설명에는 현행 '대칭적 2% 인플레이션 목표제'에 결함이 있다는 인식이 묻어 있다.

    2%를 크게 하회해서 '문제'였던 인플레이션이 이제 목표선에 거의 근접했으니 현행 제도(대칭적 목표제) 하에서는 더 이상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 결과 목표선을 계속 밑도는 인플레이션의 비대칭적 흐름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 수년간 평균 인플레이션은 당연히 2%에 미달하며, 이는 경제주체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을 2% 주변에 묶어놓는데 문제가 될 수 있다.

    문제는, 공무원들은 법규 근거가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다는데 있다(당연히 그래야 한다). 그래서 '대칭적 2% 인플레이션 목표제' 자체를 다른 것으로 바꿔야 한다. 올 여름에 아주 대대적으로, 어쩌면 중앙은행 역사에 길이 남을 광범위한 토론이 있을 텐데 그 핵심 주제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파월 의장의 언급은 이런 큰 농사를 앞두고 국민들에게 가장 가까이 간 자리에서 나온 것이다. 그리고 그 "평균 2% 인플레이션 목표제"는 최근 존 윌리엄스 뉴욕 연준 총재가 주창한 것이기도 하다. 기존에 논의되던 명목 GDP 목표제(NDGP targeting) 또는 물가지수 수준 목표제(price level targeting)를 보다 대중적으로 설명하기 쉽게 번안한 버전이다. "만회(ばんかい, make-up) 전략"이라고도 불리는 이 새로운 성격의 제도 하에서는 목표를 밑돌았던 기간과 충격만큼 목표를 웃도는 오버슈팅이 중앙은행 의무로 부과된다.

    하지만 Editor's Letter는 지난달 23일 이 제도를 소개하면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PCE 인플레이션이 2%를 넘을 정도의 금융환경이라면, 미래 기업 현금흐름에 대한 청구권인 주식이라든가 미래 임대료(rent)에 대한 청구권인 부동산의 인플레이션이 훨씬 더 솟아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저항이 보다 약한 곳으로 돈이 흘러 들어가는 이른바 '자산 거품' 현상이다.

    <포토맥리버 캐피털>의 마크 스핀델 CIO는 이런 논의에 대해 "집을 더 사라"고 농반진반의 투자조언을 했다. 지난 금요일 스탠포드 연설에서 파월 의장 스스로도 "시도해 본 적 없는 전략으로, 현실적으로 어떻게 실행될 것인지에 관해 의문을 제기할 만한 근거도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모니터

    "평균 2% 인플레이션 목표제" 따위의 논의는 기본적으로 당장에 써먹을 수단이기보다는 다음번 하강국면에 대응할 '화력'을 보완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지난 주말 파월 의장의 연설을 되돌아 보면, 이날 "60 Minutes"에서 행한 인플레이션 발언의 시사점을 좀 더 파악하기 쉬워진다.

    "이 금리하한의 제약 문제(problem of the lower bound), 그리고 금리가 중립 상태인 때에서조차 제로(0)에 너무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전세계 중앙은행들 모두의 문제다. 그리고 오늘날까지 우리가 겪은 모든 경험에 따르면, 제로금리 하한의 문제는 장기간에 걸친 낮은 인플레이션 및 저성장과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는 그 것에 대해 더 나은 접근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즉, 아직 파월 의장 스스로도 내심 어느 아이디어가 현실적으로 바람직한 지 방향을 잡지는 못했다. 금리가 제법 인상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로에 너무 가까워서 나중에 필요할 때 내릴 만한 여지가 별로 없다는 이 '문제'는 따라서 현재로서는 뾰족한 해법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책은 '금리를 많이 내려야만 하는 상황'이 없도록 하는 것일 수 있다.

    로렌스 메이어 전 연준 이사(1996~2002년 중 재임)는 "제로금리 하한의 맥락 하에서는 통화정책이 달라야 한다. 긴축을 덜 해야 한다. 그리고 경기가 둔화하는 경우에는 금리를 제로(0)로 인하하는 데에 굉장히 선제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메이어 전 이사는 그러면서 "연준은 항상 정책 우선순위를 갖고 있다. 현재 그들의 우선순위는 경기팽창 사이클을 지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날에도 금리선물시장은 올해 중 연준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을 16.6%의 확률로 가격에 반영했다. 인상 가능성은 거의 전무(0.6%)한 수준이다.

    메이어 전 이사에 따르면, 이러한 '인하' 편향의 기대심리는 어쩌면 비관적 경제전망과는 다른 차원일 수 있다. 이미 사상최장 기록을 세웠을 미국 경기팽창 사이클을 영구화하기 위해 파월 연준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을 트레이더들이 프라이싱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적어도 '연내 1회 추가 금리인상' 주장 및 전망은 올드 노멀(old normal)의 잔재일 수 있다.

댓글 로그인 0/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