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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strangled"…목 졸린 시장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9-03-09 오전 6:48:13 ]

  • ⓒ글로벌모니터

    로렌스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이 8일 유럽에 까칠한 발언을 쏟아냈다.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커들로는 유럽연합(EU)이 아직 "빼박(outright) 리세션"에 빠진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가진 수요란 것은 오로지 우리(미국) 뿐"이라고 비난했다. 경제가 나쁘면 유효수요를 내부에서 증진시켜야 할 텐데 맨날 미국에 대한 수출에만 의존하고 있으니 한심하다는 말투다.

    커들로는 아무래도 어제 유로화 가치가 급락하고 달러가 번쩍 밀려 올라간 것 때문에 기분이 상했던 듯하다. 시장에 만연한 글로벌 성장세 약화 우려와 관련해 커들로는 "문제는 유럽"이라며 "그런 식의 양적완화를 새로 하려들 게 아니라 노동시장과 재정정책을 뜯어 고쳐라"고 훈수했다.

    커들로의 주장이 틀린 말은 아니다. 대외 통화가치 하락을 야기하는 부양책은 사실 부양책이 아니다. 다른 나라의 몫을 빼앗아 오는 행위에 불과하다. 그런 부양은 전세계 총수요에 하등의 보탬을 주지 않는다.

    진정한 부양책은 자국 통화의 대외가치 상승을 야기해야 한다. 스스로 수요를 늘려 대외적으로 그 통화 자산의 매력이 높아지는 결과(기대감)를 낳아야 명실상부하게 글로벌 파이가 커지는 진정한 '부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어제 ECB의 TLTRO-3는 제로섬은커녕 오히려 역효과까지 낳았다는 점에서 낙제점이었다.

    커들로는 "우리는 그들을 도와주려고 한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 가서는 그들도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역설했다.

    ⓒ글로벌모니터

    커들로의 말 대로 최근래에 제대로 된 부양을 한 곳은 미국이 유일했다. 재정지표가 망가져가면서까지 대외 수요를 가파르게 늘렸다. 그렇게 미국이 남의 나라 물건을 사 주면 수출한 나라에서는 승수효과가 발생하며 경제 활력을 얻는다(물론 미국이 남을 위해 그렇게 한 것은 아니다).

    즉, 지난해 이후로 미국은 전세계 경제에 '기관차*' 역할을 했다. 이제는 그 역할을 유럽이 맡으라고 커들로는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제 ECB가 보여주었듯이 유럽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유로화가 존폐위기에 몰렸을 때도 하지 않았던 재정부양을 지금처럼 '정상*'에 가까워진 상태에서 풀어제칠 것 같지는 않다. "니가 해라 기관차!"

    *"기관차 이론(locomotive theory)"은 한 나라의 경제 팽창이 수입수요 확대를 통해 다른 나라의 경제활동까지 진작한다는 가설로 미국 지미 카터 행정부 초기의 대외 경제정책을 상징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로렌스 클라인 펜실베이니아 대학 교수가 당시 브루킹스연구소를 중심으로 설파한 것으로, 미 정부는 일본과 독일 등 미국에 대해 대규모 무역흑자를 내던 나라들에게 통화가치 절상과 내수부양을 강력히 요구했다.

    *지난해 4분기 유로존의 실업률은 7.90%로 10년 만에 최저치였다. 지난 1990년 이후 기간 중에서 하위 10% 정도에 해당할 만큼 이례적으로 낮은 실업률을 구가 중이다. 즉, 지난 28년 중에서 지금보다 고용시장이 좋았던 시기는 1할 밖에 되지 않는다.

    ⓒ글로벌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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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들로는 깜짝 놀랄 정도로 적게 나온 2월 고용창출 실적에 관해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통계상 결함과 셧다운, 날씨 등으로 인한 "완전 후루꾸(absolute fluke)"라고 평가절하하면서 가구대상 조사에서의 취업자 수라든가 낮아진 실업률, 임금 오름세 등을 꼽으며 밝은 면을 강조했다.

    커들로는 특히 "미국은 바깥에서의 경제둔화에도 불구하고 악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지금도 3%씩이나 성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말은 틀렸다. 미국의 성장속도는 적어도 1분기에는 가파르게 둔화되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만땅(full tank)으로 채웠던 기관차의 연료가 차츰 소진되어 올해부터는 열차 속도가 테이퍼링할 것이란 게 정설이다. 이날 혼재된 신호를 보낸 미국 고용지표가 비관적일 것까지는 아니었지만, 향후 전망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촉구하기에는 충분했다.

    즉, 미국 바깥의 경제가 바닥 징후를 보이는 가운데 미국 경제의 상투 신호도 뚜렷해지는 중이다. 결국 둘은 만나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시장은 앞으로도 당분간 아래 위가 꽉 막혀 오도가도 못하는 가두리, 양손으로 교살된 질식장세(strangled)에 머물기 십상이다.

    지난 2월 중 미국의 비농업 취업자 수는 전 달에 비해 2만명 증가한데 그친 1억5061만명이었다. 민간 비농업부문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34.4시간으로 0.1시간 줄었다. 둘을 곱한 총 노동투입시간은 전월비 0.3% 감소했다.

    경제성장률은 총 노동투입시간 및 생산성 증가율의 합작품이다. 노동투입의 3개월 이동평균 추세는 둔화하고 있는 미국 성장률 모멘텀 및 그 전망과 부합한다.

    총 노동투입시간에 시간당 평균임금을 곱한 미국의 총 임금소득 역시 증가속도가 둔화되었다. 다만 그 모멘텀의 절대수준은 여전히 전기비 연율 5%대의 비교적 강한 흐름을 이어가는 중이다. 노동시간이 줄고 투입노동자 수가 더디게 늘었으나 시간당 임금이 크게 오른 결과다.

    따라서 미국의 소득주도 소비 경기에는 아직 에너지가 남아 있다.

    그러나 임금은 소득인 동시에 비용이기도 하다. 생산 증가속도가 빠르게 둔화하고 있는데 임금비용은 제법 높은 오름세를 유지한다면 고용을 더 늘리기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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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ECB가 소극적이었던 데에는 '최악은 지났다'는 잠정적 판단도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일부 통화정책위원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지만, ECB 집행부는 올 하반기 중 경기반등을 예상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1월 산업생산 지표는 일단 청신호를 켰다. 프랑스의 산업생산이 전월비 1.3% 뛰었고, 이탈리아의 산업생산은 1.7% 급증했다. 모두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치를 웃도는 서프라이즈였다.

    즉, 지금 글로벌 금융시장에게는 소주 반 병이 주어져 있다. 아무래도 바닥은 찍은 것 같다는 점에서 소주는 반 병이나 남아 있다. 그러나 유일했던 기관차(미국)조차 기운이 빠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소주가 이제 반 병 밖에 남아 있지 않다.

    ⓒ글로벌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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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는 중국의 정부가 주식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콜옵션 매도포지션을 내보이며 당장에는 주가가 더 올라갈 수 없다고 바리케이트를 쳤다. 지금까지 아무 소리 않고 가만히 있다가 과열징후가 명백해진 뒤에서야 나서는 걸 봐서는 증시가 오르는 것 자체는 희망사항이 분명한 듯하다. 제롬 파월과 동일한 '쇼트 스트랭글' 포지션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어제 상하이종합지수 구성 종목들 중에서 14일 상대강도지수(RSI) 과열선 70을 넘은 종목이 무려 73.41%에 달했다. 중국 증시가 멜트업(melt-up)을 향해 솟구쳐 올라가던 지난 2015년 4월7일의 최고 기록(73.86)에 바짝 다가섰다. 거의 모든 종목들이 "단기 과매수" 상태에 돌입했다는 의미다.

    중국 당국의 액션은 바로 이 타이밍에 나온 것이다. 열기가 순식간에 식으면서 RSI 지표가 정상화되었다. 뛰어난 공무원들 덕분에 2보 후퇴한 중국 증시는 좀 더 지속가능해진 거품을 향해 1보 전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 거품이 중국을 다시금 세계경제의 기관차로 만들어 줄 것 같지는 않다. 이날 발표된 독일의 1월 제조업 주문은 전월비 2.6% 감소했다.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시장에서는 0.5% 증가했을 걸로 기대했는데 꽝이었다. 대신 12월 분이 1.6% 감소에서 0.9% 증가로 대폭 상향 수정되어 위안을 줬다. 12월에 급증한 것으로 수정된 항공기 주문으로 인해 逆기저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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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고 해서 독일 제조업에 큰 희망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 몇 시간 전에 공개된 중국의 2월 수출입 실적이 보여주었 듯이 '호구'를 자처하는 기관차는 이 세상에 없다.

    감히 2800선을 넘어섰다가 교수형에 처해진 뉴욕증시 S&P500지수는 이후 계속해서 흘러내리는 중이다. 닷새 연속 음봉은 면한채 한 주 거래를 마쳤다는 점은 그나마 위안거리가 된다.

    *교수형 캔들(hanging man): 상승추세에서 아랫꼬리가 길게 달린 음봉이 나타나면 하락전환의 신호가 될 수 있다. 후발 매수세력들이 장중 이익실현 매물을 일정부분 소화해 냈으나, 시초가를 회복하지는 못한 채 마감, 추가 상승 에너지가 부족함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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