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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Watch]야박한 `비둘기` 서프라이즈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김성진 기자 [기사입력 2019-03-08 오전 3:37:32 ]

  • 유럽중앙은행(ECB)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에 이어 비둘기파적으로 통화정책 기조를 급하게 틀었다. ECB는 첫 금리 인상 시점을 내년으로 미루는 한편으로 새로운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3차 TLTRO)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같은 결정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완화적 조치다. 시장은 추가 TLTRO 시행 및 금리 인상 시점 연기가 결국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해왔지만, 이번 달에 두 가지가 동시에 발표될 것이라는 전망은 드물었다.

    1. "올해 말까지 금리 동결"…금리 인상 내년으로

    <드라기 총재 모두발언 캡처> ⓒ글로벌모니터

    ECB는 7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본부에서 개최한 정례 통화정책회의에서 주요 정책금리들이 "최소한 2019년 말까지 내내(at least through the end of 2019)" 동결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기존 포워드가이던스는 "최소한 2019년 여름 내내" 동결이었으나 금리 동결 기조가 적어도 올해 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에 따라 ECB의 첫 금리 인상은 확실히 내년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올해 10월 말 임기가 끝나는 드라기 총재로서는 금리를 한번도 못 올려보고 ECB를 떠나는 셈이다.

    드라기 ECB 총재는 기자회견 질의응답에서 정책위원회 '몇몇'(several) 위원들은 "포워드가이던스의 칼렌다를 내년 3월로 연장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금리를 더 오랫동안 동결하자는 의견도 있었다는 얘기다.

    ECB는 금리 포워드가이던스에서 인플레이션 목표(2% 바로 밑) 달성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한 금리를 계속 동결한다는 '데이터 디펜던트적' 요소는 그대로 뒀다. 내년이 되어도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이 어려워보이는 경우에는 금리 인상을 계속 미룰 수 있다는 의미다.

    금리 인상이 미뤄짐에 따라 보유채권 재투자 기간도 자연히 연장되었다. 첫 금리 인상 뒤 "연장된 기간 동안(for an extended period of time) 계속한다"는 관련 포워드가이던스가 유지됐다.

    이날 주요 정책금리들은 예상대로 모두 동결(레피금리: 0.0%, 예치금금리: -0.40%, 한계대출금리: 0.25%)됐다.

    2. 3차 TLTRO, 9월부터 실시…조건은 야박해져

    <드라기 총재 모두발언 캡처> ⓒ글로벌모니터

    ECB는 이미 준비작업에 착수했던 새로운 장기특정대출 프로그램(TLTRO)을 올해 9월부터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은행들의 대출 실적을 평가해 저리 유동성을 장기간 지원하는 TLTRO는 2014년 처음 시작됐으며, 2016년에 이어 이번에 세번째를 맞게 됐다.

    3차 TLTRO는 2021년 3월까지 분기마다 실시된다. 하지만 조건은 종전에 비해 안 좋아졌다. 3차 TLTRO의 만기는 2년으로 2차 TLTRO 때의 4년에 비해 짧아졌다.

    3차 TLTRO에 기본적으로 적용되는 금리는 레피금리(현행 0.0%)와 연동되도록 결정됐다. 2차 때는 레피와 같은 수준에서 '고정금리'가 적용됐었다.

    반면 3차 TLTRO는 '변동금리' 형식이다. ECB가 향후 금리를 인상한다면 이미 나가 있는 TLTRO 자금의 금리도 따라서 올라간다는 얘기다.

    또 2차 TLTRO는 대출 실적에 따라 예치금금리(현행 -0.40%) 수준까지 금리를 낮춰주는 '당근'을 제시했으나 이번에는 이 점이 명확하지 않았다.

    ECB는 "3차 TLTRO는 신용환경이 계속 우호적이도록 내장된 유인을 갖출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적절한 때에 알리겠다고만 밝혔다.

    ⓒ글로벌모니터

    앞서 대출된 TLTRO 잔액은 현재 7200억유로(약 920조원)를 넘는다. 내년 6월에만 3800억유로에 달하는 만기가 예정되어 있다. 이 자금을 롤오버해 주지 않을 경우 '절벽 효과(cliff effects)'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난 1월 의사록에 실리기도 했다.

    드라기 총재는 이와 관련해 "앞으로 몇년 간 TLTRO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은행 펀딩에 혼잡(congestion)이 있을 것"이라면서 3차 TLTRO는 우호적 대출환경 유지와 통화정책의 매끄러운 전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드라기 총재는 금리 인상 시점 연기와 3차 TLTRO 실시는 만장일치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결정된)패키지의 복잡성을 고려할 때 만장일치는 정책위원회의 응집력과 관련해 좋은 신호"라고 말했다.

    3. 올해 성장률·인플레 전망 대폭 하향

    <ECB 수정 경제전망(출처: ECB)> ⓒ글로벌모니터

    조건이 야박해진 신규 부양에 비해 ECB가 석달마다 내놓는 경제전망은 과감하게 낮춰졌다. 특히 올해 전망이 단 석달 만에 드라마틱하게 하향됐다.

    ECB는 올해 성장률 전망을 1.7%에서 1.1%로 낮췄고, 인플레이션 전망은 1.6%에서 1.2%로 내렸다. 내년 성장률 전망은 1.7%에서 1.6%로, 인플레이션 전망은 1.7%에서 1.5%로 낮춰졌다. 내후년치에서는 인플레이션 전망만 1.8%에서 1.6%로 하향됐다.

    드라기 총재는 "성장을 저해하는 일부 역내 특이 요인들이 퇴조하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있다"면서도 "경제지표의 약화는 경기팽창 속도의 상당한 둔화가 올해까지 연장될 것임을 가리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정학적 요인들과 보호무역주의 위협, 신흥시장 취약성과 관련된 불확실성의 지속이 경제심리에 흔적을 남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그는 아울러 "기조적 인플레이션이 계속해서 잠잠하다"면서 "경제 모멘텀의 약화가 인플레이션의 목표(2% 바로 밑)를 향한 조정을 느리게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4. "위험, 여전히 하방으로 기울어"…부정적 균형평가 그대로

    내년과 내후년 성장률 전망을 대폭 낮췄으면서도 ECB는 유로존 성장전망을 둘러싼 위험에 대한 평가를 "여전히 하방으로 기울어 있다"로 제시했다. 낮아진 전망보다 실제 성장이 더 나쁠 위험이 반대의 위험보다 우세하다는 것이다.

    드라기 총재는 이와 관련해 대외 위험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우리의 결정이 유로존 경제의 회복력을 분명히 높일 것이라는 점을 우리는 알고 있다"면서도 "유로존 경제를 억누르는 세계 다른 곳의 요인들을 우리가 관리할 수가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이번 회의에서 채택된 위험에 대한 평가는 지난 1월 회의에서 사용했던 "위험이 하방으로 이동했다(have moved to the downside)"와 내용상으로는 같다. 하지만 '기울어 있다(tilted)'는 전통적인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하방 위험이 더 크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할 수 있다.

    5. 기타 발언들

    "모든 위원들이 기본적으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는 경기침체의 확률은 매우 낮으며, 기대 인플레이션이 고정되지 않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의미다."

    "양적완화 재가동에 대한 논의는 하지 않았다. 예치금금리 인하에 대한 논의도 없었다."

    "환경이 더 불확실해졌다고 해서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어두운 방에서는 아주 작은 보폭으로 움직인다. 달리지는 않지만, 분명히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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