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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제롬 파월은 이런 사람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9-01-12 오전 5:43:54 ]

  • 제롬 파월은 이렇게 말했다.

    "약간의 시장 변동성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말은 해야겠다. 지금보다 더한 변동성이 있을 수 있어서 걱정이다. 이 말도 해야겠다. 도무지 알기가 너무 너무 어렵다. 내가 금융시장에 시간을 쏟으면 쏟을 수록 시장을 예측하는 내 능력에 대한 내 믿음이 줄어든다. 주된 이유가 있다. 이 문제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해 보면, 그들은 항상 자신의 포지션을 말할 뿐이다. 우리에게 얘기를 하려는 사람들은 진정으로 중요한 사람들이 아니다. 불행하게도 그게 현실이다."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장을 느껴라"고 연준에 주문했다. 그러나 FOMC와 파월 의장은 그 요구를 기각, 지표(data)에만 무게를 두었다.

    위의 발언은 마치 파월 의장이 지난달 왜 '시장 느끼기'를 거부했는지를 진술하는 듯하다. 그러나 사실 위의 인용은 지난 2013년 6월 FOMC 때 파월의 말을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다.

    "역사는 되풀이 되지 않으나 각운은 반복한다"고 마크 트웨인 등의 선인들이 말했다.

    11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2013년 FOMC 회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매번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한 발언을 실명과 함께 완전히 실었다.

    파월 의장이 과거 매우 민감했던 시기에 한 발언들을 통해 우리는 앞으로의 민감한 시기에 그가 보여줄 성향과 경향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5년여 전 당시 파월은 연준 이사로 재직하며 FOMC에서 당연직으로 투표권을 행사했다.

    (2013년 6월 FOMC 녹취록 중) ⓒ글로벌모니터

    이번에 녹취록이 공개된 2013년는 '테이퍼'의 해였다. 그 해 FOMC는 오로지 'QE 테이퍼와 그에 따른 발작(taper tantrum)'에 의해 지배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대체로 알려져 있듯이 파월 당시 이사는 양적완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던 인물이다. 이사였기에 마지못해 반대표를 던지지 못했을 뿐이었다.

    'QE'를 싫어하는 사람

    녹취록에 따르면 파월은 계속되어 가는 채권매입에 대해 갈 수록 조바심을 내는 모습이었다. 그 해 4월30일~5월1일 회의에서 파월은 "다음 회의에서는 테이퍼를 할 수 있는 적절한 기회를 잡자"고 주장했다. 당장 6월 회의에서 테이퍼를 결정하자는 얘기였다.

    그는 자신있어 했다. "관리 가능하다. 합당한 경제지표 맥락 하에서 결정하는 것이니 관리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금융시장에 엄청난 쇼크를 주는 방식으로 이뤄질 사안이 아니다"라고 파월은 주장했다.

    역시 잘 알려져 있듯이, 제레미 스타인 당시 연준 이사도 QE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경제가 호전되면 종료한다는 생각으로 QE3를 시작했는데도 시장은 갈 수록 그걸 믿지 않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연준이 QE 축소 종료 조건에 관해 뚜렷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탓이었다. 그래서 스타인 이사는 "이제 우리는 본질적으로 기대심리의 덫에 빠졌다. 연준은 통제력을 잃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스타인 이사는 "통제력을 회복하는 게 긴요하다. QE의 월간 매입속도와 장기적인 규모는 무엇이 옳은 지에 관한 우리의 집단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중론도 있었다. 당시 회의에서 재닌 옐런 부의장은 "(자연실업률 대비) 대폭 좁혀진 실업 갭에 드러난 것보다 훨씬 큰 고용 갭이 존재한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며 매파적 정책실수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러나 '변화'를 막지는 못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QE를 늘릴 수도 있고 줄일 수도 있다"는 내용을 새로 담은 성명서였다. 약 3주 뒤인 5월 의회보고에서는 벤 버냉키 의장이 "거품(frothiness or bubbles)"을 입에 올리며 "연내 테이퍼"를 처음으로 발언했다.

    곧바로 금융시장 소동이 시작되었다. 파월 이사의 자신감과는 완전히 다르게 시장이 돌아갔다.

    "시장을 접하면 접할 수록 더 모르겠다"는 파월의 발언은 그 직후(2013년 6월 FOMC)에 나온 것이다.

    ⓒ글로벌모니터

    '소통'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

    그래서 2013년 6월 회의에서 파월은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앞으로는 위대한 커뮤니케이터의 어깨가 무겁다. 게임 마지막에는 공을 르브론(미국의 스타 프로농구 선수)에게 넘겨야 한다. 하지만 르브론이 게임에 들어가기 전에 내 생각을 좀 전달할 생각이다"라며 자신의 시장 소통 전략과 전술을 개진했다.

    당시 회의에서 파월은 "아주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국면을 진단했다. "우리가 언제 채권매입을 줄일 것인지, 왜 줄이려 하는지 시장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은 그런 메시지를 분명히 보여 주었고 우리는 그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당시 파월은 시장 커뮤니케이션의 포커스를 "테이퍼 이유"를 설명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회의에서 위원들이 분명히 정리해야 할 의제도 테이퍼의 명분 또는 논리적 배경이라고 파월은 판단했다.

    '시장'은 (못 믿겠기에) 잘 모르는 사람

    그러나 당시 파월은 다소 간과한 것이 있었다. 그 무렵 시장이 요동친 근본 원인은 "연내 테이퍼"가 촉발한 "조기 금리인상" 우려였음에도 파월은 "테이퍼 명분"에만 주목하고 있었다.

    이러한 초점 불발은 일정부분 시장에 대한 불신("사실은 자신들의 장부 얘기일 뿐")에서 기인했을 수 있다.

    6월 회의 당시 파월은 당장 기자회견에서 언질을 주고 7월 성명서에서 예고를 한 뒤 9월 회의에서 테이퍼를 결정하자고 시간표를 제시했다. 그는 "나는 이 채권매입 정책의 효과성에 대해서 의심해 온 사람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프로그램이 성공해서 잘 끝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어쨌든 결국 버냉키와 파월의 연준은 2013년 6월 FOMC에서도 소통에 실패하고 말았다. 다음해 6월쯤으로 QE 종료시점을 처음 통보한 가운데 조기 금리인상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전혀 관리해내지 못했다.

    QE 종료 시점을 '칼렌다'로 제시한 것 자체가 매우 매파적이었는데(가급적이면 무조건 줄이겠다는 신호) "그 때쯤 실업률은 7%로 내려가 있을 듯하다"는 어정쩡한 정량적 기준을 덧칠했을 뿐이었다. (실업률 7%가 QE 종료의 조건이란 data dependent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했다.)

    실업률 7%쯤에서 QE가 끝날 것이란 '예상'은 6월 회의 당시 파월이 내놓은 것이었는데, 이후 제레미 스타인은 이를 두고 "파월 독트린"이라고 명명했다.

    '분칠' 소통전술을 중시하는 사람

    그 6월 회의에서 파월은 "위대한 커뮤니케이터"에게 공을 넘기며 자신의 전술을 다섯가지로 나누어 깨알 같이 제안했다.

    그 중 "굉장히 중요한 것"이라며 마지막으로 제시한 지침이 "테이퍼 결정을 굿뉴스(good news)로 특징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파월은 "의장을 비롯해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바깥에서 공개적으로 발언을 할 때에는 증가하고 있는 정책비용이라든가, 불어나고 있는 대차대조표 또는 다른 부작용들을 설명하는 것은 삼가기를 촉구한다. 내가 보기에 그게 굉장이 긴요하다. 이것은 고용시장 전망에 있어서 상당한 개선을 이뤄내는 경로에 연관지어야 한다. 다른 설명은 정책 실패를 시인하는 맛과 냄새를 풍긴다. 그런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시장 참가자들의 과도한 위험추구 및 그에 따른 금융불안정, 지나치게 무한정 불어나고 있는 연준 대차대조표(본원통화량) 등 잠재 비용과 리스크 때문에 QE를 축소/종료하는 것이었지만, 그 배경을 대중들에게 밝히는 것은 옳은지언정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게 당시 파월의 입장이었다.

    '금리' 올려서라도 거품을 잡아야 한다는 사람

    그 해 10월 회의에서 버냉키 의장은 FOMC 위원들에게 입조심을 주문했다. 중구난방으로 떠들어대는 통에 시장이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졌다는 판단에서다. 버냉키 의장은 "QE 축소 개시 시점과 관련해서 코멘트 하고 싶어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지금 그러는게 현명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대신 '지표에 달려 있다(data dependent)'는 점과 '테이퍼가 긴축은 아니다'라는 점을 집중 소통해 줄 것을 요청했다.

    당시 회의에서도 FOMC는 테이퍼 개시를 결정하지 못했다. 때마침 닥친 셧다운 사태 때문이었다. 파월 이사는 다소 낙담한 듯해 보였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제 4~5개월 또는 그 이상의 기간 안에는 테이퍼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투자자들은 다시 위험 거래를 축적하고 있어 테이퍼 개시 때 재차 요동을 칠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다시금 경종을 울려야 할 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파월은 적어도 자산거품에 관해서는 자신이 정통 매파 진영에 속해 있음을 당시 회의에서 분명히 드러냈다. 그는 "저금리와 연계해 금융안정을 관리할 보다 강력한 비책(knockout)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며 거품을 금리로 직접 다스릴 필요성을 주장했다.

    파월은 "변동성이 장기간 억눌리게 되면 위험의 축적과 파괴적인 결말로 이어진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또한 통화정책은 그걸 무시할 수 있으며 그 문제는 거시건전성 수단에 남겨둘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나로서는 신뢰할 수가 없다"고 역설했다.

    (2013년 6월 FOMC 녹취록 중) ⓒ글로벌모니터

    "이제 지붕에서 점프할 때. 리스크 프리는 없다"

    2013년 6월 회의 당시 파월은 이렇게 말했다. 다음해 여름에 QE를 끝낸다는 종료시점까지 정한 회의였다.

    "우리는 이제 지붕에 올라와 있다. 위험이 없는(risk free) 경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점프를 해야 한다. 우리가 어느 지붕으로 점프해야 할 지, 그게 유일한 질문이다. 따라서 위험이 없는 경로는 없다. 이게 최선의 경로다. 그 지점에 착륙했다는 걸 기쁘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 나는 지붕에서 점프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웃음) - 우리가 우리의 삶을 잘 관리해서 지금과 같은 선택의 문제에 직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파월은 여전히 지붕 위에 올라서 있다. 경제지표는 좋은데 금융시장은 불안에 떨며 요동치는 중이다. 어느 지붕으로 점프해야 할 지, 이번에도 운 좋게 최선의 지붕으로 옮겨탈 수 있을 지 소통이 다시금 중요한 시기이다. 시장에 대한 이해가 긴요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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