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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중국의 이중(double) 미스매치 리스크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9-01-10 오전 5:21:18 ]

  • 1997년 대한민국 국가부도의 원인은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할 수 있겠는데, 그 중 한 측면을 축약하자면 '금융의 미스매치(mismatch)'이다. 만기의 미스매치와 통화의 미스매치가 이중으로 겹쳤다.

    이러한 미스매치가 국가부도로 이어질만큼 만연해진 원인은 물이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는 것만큼이나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 한국의 장기 수익률(또는 이자율)이 선진국의 단기 이자율(또는 수익률)보다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수요와 공급이 짝짜꿍으로 맞아떨어졌다. 한국은 엄청난 경상수지 적자국이었기 때문에 엄청난 외화차입이 불가피했고, 고정환율제였기 때문에 엄청난 외화차입은 환리스크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또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막 가입한 준(準) 선진국이었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앞다퉈 낮은 금리의 단기 자금을 빌려주려고 했다.

    아울러 한국은 엄청난 경상적자가 시사하는 엄청난 자본부족(또는 과잉 소비/투자) 상태에 비해서는, 사실은 너무 낮은 국내 단기금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낮게 고정된 금리는 낮게 고정된 환율과 더불어 대외적으로나 대내적으로나 어떠한 조정 메커니즘도 작동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발생한 엄청난 미스매치를 중개한 당시의 산업은 한 마디로 '투자신탁'이라고 할 수 있다. 투자신탁은 은행이 운용의 리스크를 직접 감당하는 예금과 명백히 다르다. 신탁회사는 중개만 할 뿐 잘 되든 못 되든 운용실적은 전적으로 투자자의 몫이다. (당시 투자신탁상품은 투신사뿐 아니라 종합금융회사, 투자금융회사는 물론이고 은행에서도 광범위하게 팔았다. 왜냐하면 투자신탁의 이자 수익률이 예금보다 더 높았기 때문이다.)

    지속될 수 없는 극단적 미스매칭은 결국 붕괴하고 말았다. 외환과 원화 모든 면에서 유동성 위기가 발생했다. 차입자와 중개자, 투자자 모두가 무너져내렸다. 당시 정부의 정치적 개입으로 인해 적지 않은 개인들이 손실을 적지 않게 보전 받았는데, 이는 가계자산에 미친 충격이 그만큼 심각했다는 방증이라고 하겠다.

    당시의 경험은 중국경제를 바라보는 Editor's Letter의 시각에 오래 전부터 프레임으로 작용해 왔다. "중국도 신탁 문제가 심각하다."

    (이미지 출처: 블룸버그) ⓒ글로벌모니터

    9일 블룸버그가 전한 중국 승용차협회(PCA)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중 중국의 승용차 소매판매는 일년 전에 비해 19% 줄었다. 7개월 연속해서 전년비 감소세가 이어졌는데, 감소폭은 날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연간으로는 총 2270만대가 팔려 2017년에 비해 6% 역신장했다. 자동차 판매가 연간으로 줄어든 것은 20여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에도 중국 자동차 판매가 전년비 7%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전례가 없는 2년 연속 판매감소를 내다본 것이다. 내년에 가서야 겨우 3% 반등할 것이란 예상이다.

    중국 자동차제조업협회(CAAM)는 올해 판매량이 제자리걸음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PCA는 올해 1.2% 반등을 내다봤다.

    CAAM은 "경제 변동성과 미국과의 무역갈등 등 전반적인 불확실성이 자동차 구매를 저해하고 있다"며 "시장 페이스가 다시 반등하는 데에는 약 3년은 걸릴 듯하다"고 밝혔다.

    중국 자동차시장의 급격한 침체와 관련해 전반적으로는 '무역전쟁'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무역전쟁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자동차 구매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설명되지 않고 있다. 무역전쟁 이슈가 해소된다면 자동차 판매가 살아날 것인지 의문이다.

    제퍼리즈 홍콩의 매트릭 유안 애널리스트는 "승용차 수요의 핵심 변수는 전반적인 경제 성장세"라며 "지속적인 자동차 시장 성장은 소비자들의 처분가능소득 증가 및 그에 대한 기대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Editor's Letter는 '소득 성장' 이상의 문제가 현재 자동차 등 중국 내구재 소비 부진 배경에 작동할 수 있다고 본다. 지난해말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가 이를 잘 설명할 듯하다. 중국 중산층 신탁재산의 붕괴다.

    (이미지 출처: FT) ⓒ글로벌모니터

    "중국의 중산층들이 섀도우뱅킹 부도사태의 충격을 받았다." 지난달 27일자 FT는 지난해 여름 중국을 휩쓸었던 섀도우뱅킹(그림자금융, 신탁, 이재상품, P2P 기타등등) 붕괴사태 후폭풍을 '투자자'의 앵글에서 보도했다.

    섀도우뱅킹 차입자 및 중개자 부도사태로 인한 투자자별 손실규모 총량통계는 마땅히 제시된 것이 없다. 그래서 FT는 우선 일화들(anecdotes)을 소개하는 접근법을 취했다.

    보도에 따르면 상하이의 직장인 진 링란은 "수익률이 더 높은" 섀도우뱅킹에 운용했던 자신의 저축 9만달러(약 1억원)를 날려버렸다. 자신이 투자했던 소비자금융회사가 지난해 7월에 망해버린 탓이다. 한 은퇴자는 20만위안(약 3300만원)을 잃었다 했고, 한 여성은 2년치 연봉에 해당하는 손실을 입었다.

    무디스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중 1조2000억위안(1740억달러)에 달했던 중국의 P2P 운용잔액이 8000억위안으로 쪼그라들었다. 그 과정에서 수백개의 P2P 플랫폼이 문을 닫았다. 감소액이 모두 부도액은 아닐 것이다. 일부는 인출분일텐데 구체적인 통계는 제시되지 않았다.

    중국 인구의 12%에 달하는 1억6900만명이 온라인 이재상품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는 2년 전에 비해서 66%나 증가한 것이다. P2P로 운용되고 있는 자금은 최근 2~3년 사이에 두 배로 불어났다.

    차입자는 주로 은행지원을 잘 못 받는 소기업이거나, 신용카드가 없는 개인이다. 대기업 중에서도 국영은행 차입한도를 소진한 경우에는 섀도우뱅킹 돈을 끌어다 쓴다. 지난해 8월 섀도우뱅킹 붕괴 과정에서 적기 상환을 하지 못했던 HNA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종금, 투신, 저축은행 등 사태 때 그랬듯이 중국에서도 돈을 잃은 투자자들이 항의 시위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국 중산 시민들은 체포당할 위험을 감수하느니 그냥 손실을 꾹 참고 만다"고 FT는 전했다.

    이런 분위기가 중국 가계부문의 자동차 등 내구재 소비에 분명 작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제퍼리즈 애털리스트가 지적했듯이 소비는 당연히 소득에 비례한다. 여기에 소비자들의 자신감이 소비/저축 성향을 좌우한다. 이 두 조합이 소비의 순환변동을 야기한다.

    그런데 만일 미래의 소비를 위해 유보해 두었던 저축자산이 상당부분 상실된 경우 소비(특히 재량성이 강한 내구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쪼그라든 저축을 다시 채우기 위해 사람들은 적어도 빅 아이템 지출은 자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부의 자동차 소비 진작책 효과를 제한하는 요소다.

    (이미지 출처: 블룸버그) ⓒ글로벌모니터

    "중국의 달러부채 중독이 위험한 지경이다." 애초에 이중 미스매치 얘기를 시작했으니 이번에는 중국의 외채에 관한 외신 보도를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 6일 블룸버그 크리스토퍼 볼딩의 칼럼이다.

    칼럼이 전한 공식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외채 총액은 1조9000억달러다. 지난 2017년 이후로 분기당 700억달러씩이나 외채가 불어났다. "13조달러의 경제규모에 비하면 아직 대단히 많은 외채는 아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다이와캐피털마켓이 추정한 "진정한" 외채 규모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3조~3조5000억달러에 달한다. 공식 통계에서 누락된 홍콩, 뉴욕, 카리비언군도 등 금융센터 차입금까지 포함한 수치라고 한다. 공식 통계보다 1조5000억달러 가량 더 많은 이 "진정한" 외채는 중국 외환보유액(3조달러)을 웃돈다.

    공식 통계만 '진정한" 외채라고 해도 그 이면의 상태와 추세는 좋지 않다.

    지난해 9월 현재 중국의 단기 외채는 전체 외채의 62%를 차지했다. 1조2000억달러의 만기가 일년 안에 돌아온다는 의미다. 칼럼은 그 증가속도가 더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한 해에만 단기외채가 14% 늘었고, 지난 2017년 이후로는 35%나 불어났다.

    중국 단기외채가 전체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6년 3월 26%에 그쳤으나, 지난해 9월에는 39%로 높아졌다.

    외채가 현 증가세를 지속할 중국이 언젠가는 환율 급등(위안화 급락) 또는 외환보유액 소진이라는 새로운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 칼럼은 경고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인내심"이 촉발한 달러화 약세 흐름은 "달러빚에 중독된 중국 경제"에 단비와도 같다. 그 단비는 이날 FOMC의 12월 의사록을 통해서도 계속 시장에 내렸다.

    그러나 그 단비는 역설적으로 독약이 될 수 있다. 불균형을 조정하는 압력을 제거하고, 외화부채 문제를 돌이킬 수 없을 지경까지 악화시키는 유인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의 국제수지 문제를 기회를 봐서 다시 한 번 다룰 필요가 있겠다. 몇 차례 심각한 우려를 제기했듯이 중국의 경상수지는 이제 더 이상 흑자가 아니다. 달리 말하자면, 중국 경제는 이제 더 이상 소비와 투자를 기조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펀더멘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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