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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ECB의 인내심은 어떠한가?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9-01-09 오전 5:46:21 ]

  • ⓒ글로벌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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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일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실수(policy mistakes)로 귀결된다면, 그것은 아마도 선제적 액션에 나서야 할 중앙은행이 후행적 경제지표에 의존한 탓일 것이다.

    아르도 한손 ECB 통화정책위원 겸 에스토니아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8일 블룸버그에게 "우리는 현재 제 궤도에 있다. 몇 개 분기 전에 예상했던 동일한 궤도에 있다"고 경제를 긍정 평가했다. 그는 "나쁜 뉴스가 나오는 만큼이나 더 나은 뉴스들도 나온다. 전반적으로 볼 때 위험의 균형을 이동시키는 위험을 야기하고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날, 독일의 산업주문이 6년여 만에 최대폭 감소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그리고 나서 다음날에는 독일의 산업생산 역시 놀라울 정도로 격감했다는 발표가 나와 "리세션" 공포가 본격 부상했다.

    그러나 한손 총재는 여전히 낙관적이었다. 전날에 이은 블룸버그의 보완 질문에 한손 총재는 유로존 고용지표가 "예상과 달리 긍정적인" 모습을 이어왔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그는 "노동시장이 한 번 타이트해지면 임금압력이 높아진다. 결국 그건 물가로 전가되고 인플레이션 기반을 탄탄하게 만들어 준다"고 말했다.

    고용과 임금이 여타 경제지표들의 추세와 극명히 대립하고 있기로는 미국 역시 마찬가지이다. 12월 ISM 제조업지수가 10년여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2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같은 달 일자리 수는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하는 메가 서프라이즈를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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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독일 연방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중 독일의 산업생산이 예상과 달리 전월비 1.9% 감소했다. 전달 0.8% 줄어든 이후로도 기저효과가 없었다. 감소폭이 오히려 3년 4개월 만에 최대치로 확대됐다. 소비재에서 에너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생산 감소세가 나타났다.

    전년동월비로는 생산이 4.7%나 줄어 지난 2009년 이후 가장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다양한 '변명'들이 제시되었다. 독일 경제부는 칼렌다 효과를 들었다. 공휴일과 주말이 가까이 붙었던 탓에 많은 노동자들이 휴무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독일 산업의 젖줄이자 핵심 운송 인프라인 라인강의 수위가 크게 낮아져 수송이 지연되었다는 분석도 있다. 예년에 비해 기온이 높았던 점은 에너지 생산을 위축시켰다.

    하지만 독일 경제는 이미 앞선 3분기에 전기비 GDP 수축을 경험했기 때문에 기술적(technical)으로든 근본적(fundamental)으로든 리세션 위험이 굉장히 높아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 리세션은 통상 전기비 성장률이 2개 분기 연속해서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경우를 뜻한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제이미 머레이 이코노미스트는 "12월에 설사 반등한다고 가정하더라도 4분기 전체 산업생산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GDP 성장세에 의미있는 충격을 주기에 충분한 정도로 감소폭이 크다"고 지적했다.

    ⓒ글로벌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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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중순 통화정책회의에서 ECB는 양적완화를 종료했다. 통화정책 정상화에 중대한 진전을 이룬 역사적 결정이었다. 그러나 ECB는 성명서에서 "경제전망에 미치는 위험들의 균형이 하방으로 이동 중"이라고 평가했다. 아직은 "균형을 이룬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면서도 앞으로도 균형일 지는 불확실하다는 신호를 켰다.

    즉, 지난달 ECB는 경제 모멘텀이 악화하는 와중에도 QE 종료를 강행했다. 만일 그 회의 때 QE 종료 결정이 예정되었지 않았더라면, ECB는 "위험 균형이 하방으로 기울었다"고 새로운 평가를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 ☞ 관련기사 : 지쳤거나, 오만하거나, 두렵거나

    지난 4일 파월 의장이 언급했던 "지난 2016년의 사례"도 사실은 연준뿐 아니라 ECB가 합작한 발작소동이었다.

    2015년 12월 연준의 역사적인, 그러나 칼렌다 시한에만 몰린 금리인상 개시를 앞두고 ECB는 놀랍게도 "긴축적 부양"을 결정했다. 유로화 가치가 뛰어 오르고 달러가 떨어져 12월 FOMC 금리인상 환경이 마련되었다. 하지만 이는 양대 중앙은행의 동반 긴축 효과를 낳았고 다음달(2016년 1월) 일본은행의 '눈물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실책을 유발하고 말았다.

    하지만 ECB로서도 아직은 미적거릴 수밖에 없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한손 총재가 언급한 고용지표 외에도 밝은 면이 없지 않다.

    ⓒ글로벌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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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독일 경제부가 발표한 지난해 11월 중 독일 공장주문은 예상보다 낙폭이 컸기에(전월비 -1%) 큰 실망감을 야기했다. 그러나 독일 국내(+2.4%) 및 유로존 바깥(+2.3%)에서의 주문은 강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10월 중 7.4% 급증했던 유로존 내에서의 주문이 11.6% 줄어들면서 전체 주문 지표가 수축되었을 뿐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

    유럽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중 유로존의 실질 소매판매(자동차 및 오토바이 제외)는 전월비 0.6% 증가했다. 전월(+0.6%)에 이어 두 달 연속해서 비교적 강한 소비 성장세를 지속한 것이다. 이는 수출 중심의 독일 경제 전망에도 밝은 소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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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배기가스 규제에 따른 독일 자동차 산업의 '일시적' 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우세하다. 지난해 11월에도 독일의 신차 등록대수는 일년 전에 비해 9.9% 줄어든 수준에 머물렀다. 석달 연속해서 격감 추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새 규제(WLTP)는 실험실 시뮬레이션이 아닌 실제 주행기록을 사용한 엄격한 테스트를 요구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로 인해 독일 자동차 기업들은 십여종의 새 모델 공개를 중단한 상태이다.

    당초 예상보다는 길어지고는 있지만, 이러한 마찰적 요인이 사라져가게 되면 독일과 유로존의 생산지표는 '정상화'할 수도 있다.

    유로존 경제의 모멘텀 둔화가 이제 만 일년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 역시 기술적 반등의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글로벌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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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와중에 ECB는 딜레마를 하나 더 얻게 되었다. '환율'이다. 오락가락 끝에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일단 '금리인상 중단'으로 방향을 잡음에 따라 달러화 약세 압력이 강해지는 중이다. 자연히 유로화에는 상방의 압력이 가해졌다. 리플레이션(reflation)을 환율에 크게 의존해 온 ECB로서는 곤혹스러운 환경이다.

    따라서 만일 유로화에 미치는 절상 압력이 강력해진다면 ECB는 경제지표의 '정상화' 흐름에도 불구하고 금리인상 개시와 관련한 포워드 가이던스("현행 금리를 적어도 여름내내 유지")를 변경해야 할 수도 있다. 인플레이션 전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ECB의 그러한 후퇴 또는 그 조짐이 연준의 "인내심"을 능가한다면 글로벌 달러를 다시 되밀어 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뜻하지 않게 전세계에 다시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 압력을 되살려내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그러한 환율 추세반전을 ECB가 일으킬 것으로는 예상되지 않는다. ECB의 후퇴 또는 그 조짐은 양대 중앙은행의 "인내심 공조" 양상으로 귀결되어 리-리플레이션 흐름을 뒷받침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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