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크게 텍스트작게 바로가기복사 프린트

[Nightly Brief]북 치고 장구 치고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이공순 기자 [기사입력 2018-12-06 오전 8:38:07 ]

  • '(정신이) 온전하다'는 것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 중의 하나는 '일관성'(coherence)이다. 여기서는 이 소리하고 저기서는 딴 소리하면 온전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래서 brexit.

    영국의 여론조사 기관인 ComRes가 발표한 4일자 영국 국민들의 brexit 관련 여론 동향.

    1. 테레사 메이 총리의 EU와의 합의안(the deal)에 대해서는 42:26으로 반대가 압도적

    2. 그렇다고 No Deal brexit'에 대해서도 41:34로 압도적 반대

    3. EU에 잔류하는 것은 45:44로 반대가 앞서기는 하지만 사실상 반반

    4. 재국민투표(second referedum)는 50:40으로 반대 우세

    5. EU 탈퇴 시한을 연장하는 것은 46:34로 반대가 압도적

    6. 메이 총리의 deal이 무산되면 EU와 재협상을 하는 것은 45:25로 압도적으로 찬성 우세

    요약하자면, 이 딜도 싫고 노딜도 싫고 국민투표 다시 하기도 싫고 계속 남아있는 것도 싫으며, 정 안되면 재협상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상대방(EU)이 빠졌다. 딜이 영국 의회에서 기각되었는데 EU가 재협상 안해주면 그냥 노딜이다.

    혼자서 자기 오른손과 왼손 사이의 딜이라면 이런 '여론'을 가지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상대방이 있는 협상이라면 이 중에 어떤 것은 포기되어야 한다.

    아무 것도 포기하기 싫다면 결국 자신들도 싫다는 노딜이 가장 '합리적인 예상 가능한 선택 결과'가 된다.

    그리고 EU는 무조건 재협상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EU도 재협상을 해줄 도리가 없다. 왜냐하면 재협상은 26개국의 동의를 다시 받아야 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너무 복잡하기도 하고, 일단 선례를 만들어놓으면 다른 국가들도 이를 이용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즉 영국 하나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EU의 통합성(integrity)에 대한 문제라서 더 이상 양보해 줄 수가 없다.

    게다가 EU 규약상(이른바 article 50) 일단 상대방이 탈퇴 선언을 하면 (이 선언이 취소되지 않는 한) 자동적으로 이 과정은 진행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내년 3월말이 그 시한이다. 그 때가 되면 영국이 원하든 원치 않든, EU가 원하든 원치 않든 brexit는 발동된다.

    지난 주에 하루 동안 파운드화가 '혹'(惑)한 적이 있었는데, 이는 EU사법재판소 자문위원이 영국 단독 결정만으로도 article 50 조항 진행을 중단시킬 수 있다고 발언했기 때문이었다.

    즉 영국 혼자서 일단 EU 탈퇴 시한을 연장시키고 재협상을 가질 수 있는 시한을 벌 수 있다는 해석 때문이었는데, 이건 개인 법률가의 견해지 본안 판결이 아니다. 가봐야 안다.

    어쨌든 현재 생각해 볼 수 있는 brexit 시나리오를 보자.

    1. 11일의 영국 의회 the deal 표결은 부결된다. 이건 거의 무조건이다.

    2. 재투표가 상정될지, 혹은 메이에게 재협상을 요구하는 의회 결의안이 통과될지 혹은 메이 내각 자체가 붕괴할지는 각기 1/3씩의 가능성이 있다.

    3. 재투표시는 결과는 알 수 없다. 최소한 영국 시장(파운드화)는 요동을 칠 것이다.

    4. 재협상시에는 EU는 뒷짐지고 하늘만 쳐다볼 것이다.

    5. 메이 내각이 붕괴되면 의회 해산/총선이 실시될 것이다(내년 2월이 유력)

    6. 총선 실시 경우에는 만일 보수당이 여전히 승리한다면 거의 no deal brexit라고 보아야 한다.

    No Deal brexit 경우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영란은행의 최악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영국 GDP가 -6%까지 감소할 수도 있다. 이를 두고 마크 카니 총재가 '공포 전술'을 쓰고 있다는 논쟁이 치열하다.

    전영란은행 총재인 머빈 킹은 메이 총리의 협상안을 '최악'이라고 주장하면서 카니 총재를 은근히 비난하고 있는데(결국 no deal에 대한 우려 때문에 메이 총리가 EU와의 협상에서 양보했다는 주장이다), 카니 현 총재는 이 비난을 염두에 둔 듯, 자신들의 평가가 과장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영란은행의 전후임 총재가 삿대질을 하고 형국인 셈이다. Nightly의 견해로는 둘 다(킹과 카니) 옳다.

    no deal brexit는 영국으로서는 재난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의 the deal 또한 최악의 협상안이다. 이건 무늬만 EU 탈퇴이고 여전히 주권행사는 중대한 제약을 받는다. 현재의 EU 회원국으로 남아있는 상태에 비해, 권리는 줄어들고 의무만 늘어나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위의 여론 동향이 사태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결국은 대중은, 그리고 정치권도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망해서 나가든지, 남든지. 안망하고 나가는 길은 없다.

    나가기를 원하면서 안망하기를 바라는 것은 온전치 못한 판단의 소산이다.

    현재 상태에서는, 게임 이론을 원용하자면, 가장 그럴듯한 경로는 no deal brexit다. 아무도 원치 않았는데, 결국은 가게되는 길이다.

    2. 트럼프가 '시진핑의 진지함' 어쩌구하면서, 게다가 쥬샤오촨 전 인민은행 총재가 '90일 이내에 해소될 것'을 언급하면서 시장에 온기가 돌았다.

    그러나 이 짧은 안도감은 5일 캐나다가 미국의 요구로 화웨이 CFO를 전격 체포함으로써 다시 빙하시대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는 아직 '90일간의 협상'이 시작도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것이 내년 1월부터로 협상 시작 시점을 정한 이유인 것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즉, 아마도 올해 말까지는 미국은 조자룡의 헌칼을 온 힘을 다해 휘둘러 자신의 힘을 과시할 것이다.

    회담 뒤 사흘 사이에는 중국이 공식적으로 어떤 태도를 변화하기는 커녕, 아예 취한 것 조차도 없었다.

    이를 미국측에서만 '믿을 수 있느니, 없느니'을 떠들면서 회담 전체 결과를 스스로 뒤흔들었다. 회담에 참석하지 않은 정책 결정자들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왔다면(예컨대 민주당 정치인들)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모든 소리는 회담 당사자/배석자들의 입에서 나왔다.

    즉 미국 혼자 북치고 장구치면서 되네 마네 아우성을 쳤던 것이다. 이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약을 팔려고 하는 것일까?

    3. 이른바 Yield Curve Inversion이 세간의 화제이기는 하지만, 이게 화제가 된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운 일이기도 하다.

    inversion이 경기 침체의 가장 선제적인 시그널이기는 하지만, 실제 침체가 발생하기까지는 약 1년 6개월-2년 가량이 더 소요된다.

    게다가 수익률 곡선이 다시 steepening된다는 전제가 있어야지만 이같은 판단이 가능하다.

    물론 시장에서는 그렇게 pricing되어 있기는 하다.

    유로달러선물 2019년 12월/2020년 12월 스프레드

    ⓒ글로벌모니터


    Mr. Market이라고 말할 수 있는 유이한 섹터인 유로달러선물 시장과 머니마켓 시장 중에서 유로달러선물 시장에서는 2020년에는 금리가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이 반영되어 있다.

    즉, 2020년 들어 어느 시점쯤 해서 경기가 침체 상태에 돌입할 것이다.

    그런데 증시 관점에서 보면, 역사적으로 경기 침체 약 6개월 이전이 지수 고점이다. 따라서 지금 inversion이 발생했다는 사실이 지수를 하락시킬 이유는 되지 못한다.

    과거에 하도 당해서 이번에는 선제적으로 똑똑해졌다고? 지난 60여년 동안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이제와서 시장의 지능이 향상되었다고 믿어야할 이유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더 큰 이슈는 왜 inversion이 발생하느냐 하는 것이다. 국채 시장에서는 트레이더들과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국채 10년물 수익률을 연준과 재무부가 인위적으로 억압하고 있다는 '설'은 지난해부터 이미 거의 '정설'에 가깝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국채 수익률이 낮아지는 원인으로서 saving glut이 아니라, 미국 정책 당국이 인위적인 개입을 들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inversion은 정책적으로 유도된 것이다(이 문제와 관련해서 연준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 논쟁이 계속 진행 중이다). 그리고 이는 과거에도 그랬느냐(과거의 inversion도 정책적 결과인가)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옐런 의장은 inversion이 경기 침체의 시그널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게다가 QT(QE roll-off)의 문제도 있다. 이것도 이론적으로는 아주 골치아픈 문제인데, 지난 11월 FOMC 의사록에는 흥미로운 구절이 있다.

    "현재까지는, 연준의 재무제표 정상화(QT)와 관련된 은행 시스템에서의 리저브 밸런스 축소가 머니마켓 금리를 끌어올리는데 역할을 했다는 명확한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즉 연준의 QT는 시장 금리를 끌어올리는데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연준 스스로의 평가다.

    그러면 QT는 뭔가? 실은 QE가 금리를 끌어내렸다는 명확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그리고 세상의 평가와는 정반대로), QT도 금리를 끌어올리지 않는다.

    즉, QE나 QT는 유동성에 아무런 변화도 가져오지 않는다.

    그러면 QE는 무엇이었는가? 버냉키는 QE가 금리를 인하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지 않았나?

    이건 복잡한 이론적 논쟁의 영역이기 때문에 여기서 다룰 필요는 없겠지만, nightly가 보기에는 QE는 '심리적 효과'(커뮤니케이션)을 제외하고는 실제 '유동성'이나 '금리'에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QE는 부채를 예금으로 전화시키는 기능을 하는 것 뿐이며(부채 스왑), QT는 예금을 다시 부채로 되돌리는 것 뿐이다. 즉 화폐 자본의 형질 변화일 뿐이지, '양'(quantity)에 관련된 것은 아니다.

    결국 시장에서 말들은 시끄럽지만, 아직 이것이 명확하게 '위험한 어떤 것'이라는 증거들은 관찰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증시가(특히 미국 증시가) 하락했을까? CTA라고 불리는 리스크 패리티 투자 전략이 연쇄 청산을 야기하는 수준으로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이는 펀더멘탈의 변화 때문이라기 보다는, 시장 구조(market structure)의 문제에 더 가깝다. S&P500 지수 기준으로 2570을 하회하면 또 다시 엄청난 대규모 청산 물량이 쏟아져 나올 것이기 때문에 여전히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어릴 때 시장에서 구경한 바에 따르면, 약이 잘 안팔릴 수록, 그리고 약효가 의심스러울수록 약장수의 북소리는 시끄러워지며 장구 소리가 시끄러울수록 막상 본게임(쇠망치로 배 위에 올려놓은 벽돌을 깨보이겠습니다!)은 시시하게 혹은 아예 하지도 않고 슬그머니 끝난다.

    이처럼 시끄럽게 태산을 울리는 것을 보니, 쥐가 지나가려나 보다.

댓글 로그인 0/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