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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arks-to-Market]쌍 낫의 검무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이공순 기자 [기사입력 2018-12-05 오전 7:25:39 ]

  • 1. Intentional Chaos

    미중 정상회담 이후 회담 내용에 대한 미국의 발표는 의도적으로 시장의 혼란과 동요를 부추키는 것이었다.

    월요일에는 마치 회담이 성공적인 것처럼 포장을 했다가, 오후장 들어서서는 중국과의 실무 협상 대표단 책임자가 누구냐로 혼선을 주고(로버트 라이트하이저라는 설이 확산되면서 시장이 눈에 띄게 동요하기 시작했다), 월요일 저녁부터는 여러 채널을 통해 도대체 무슨 합의가 있었는지조차 의문이 들 정도로 불안감을 유발하는 발언들을 흘렸다.

    급기야 화요일에는 트럼프가 '나는 관세 지지론자'(I am a Tariff man)이라는 트윗까지 쏟아냈다.

    반면 중국은 공식적인 회담 설명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간단한 브리핑만 있었다), 회담에 대한 분석이나 전망조차도 전혀 없었다.

    전문가들은 이를 시진핑 주석이 파나마를 방문 중이라 최정 결재권자의 허락이 없었던 탓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어쨌든 그 결과로 미중 정상회담에서 마치 이견만이 존재했거나(즉 회담이 성공적이 아니었거나), 또는 그 해석에 있어서 미중간에 대립이 있는 것처럼 비쳐지도록 만들었다.

    게다가 주중 미국 대사관이 WeChat(중국판 트위터)에 미국식으로 해석한 회담 결과를 싣자, 이 계정을 차단하여 대중들이 접촉하지 못하도록 했다.

    따라서 미국은 적극적으로, 중국은 소극적, 수동적으로 시장에 불안감을 야기하는 셈이 되어버렸다.

    미국은 부시 시니어의 장례식으로 수요일에는 휴장한다. 중국은 시 주석이 귀국하는 목요일까지는 여전히 미국쪽의 정상회담 해석에 대한 반응을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 회담에서(드물게는 정상회담에서도) 그 결과에 대한 해석이 다른 경우가 드문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이같은 차이가 발생하면 서로간 이를 '명료화'(clarify)하려는 작업들이 뒤따른다. 그런데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그같은 과정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

    특히 미국이 회담 결과를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지난달 국제 유가를 다룰 때와 아주 유사하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지난 11월 12일 트럼프는 "사우디와 OPEC은 감산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유가는 공급상 한참 더 하락해야만 한다"고 트위터에 썼다. 그런데 정작 그날 시장에서 국제 유가(WTI 기준)는 0.4% 하락하는데 그쳤다(트위터는 오전 10시 20분발).

    정작 유가가 폭락한 것은 그 다음날(13일)이었는데 약 6% 이상 급락했다. 래리 쿠들로우 백악관 경제위원장은 그 다음날인 14일 "유가 하락과 관련한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대통령과 상의할 예정"이라고 언론에 밝힌 바 있다.

    4일 미국 시장에서의 증시 하락이 미중 정상회담 결과의 불확실성(혹은 미중 무역 분쟁 해결 전망의 불확실성) 때문만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며(대부분의 시황이 이를 이유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미국 당국자들의 의도된 커뮤니케이션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흥미롭게도, 미국 정책 결정자들은 적어도 증시 측면에서는 회담 결과에 대한 상반되고 불확실한 언명으로 '변동성'을 키웠다.

    특히 지난 주 후반부터 월요일까지 급등세가 이어졌었기 때문에 화요일 시장에서의 변동성 상승은 그 충격이 더 컸다.

    반면 FX 시장에서는 큰 변동성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달러/인도 루피화 환율 추이

    ⓒ글로벌모니터

    인도 루피화의 경우 0.23% 상승(루피화 약세)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미중 정상회담 기대감을 배경으로 갭락했던 지점을 다시 메우는 상승이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즉 추가 약세이거나 횡보할 가능성이 더 높다. 단기적으로는 루피화 강세는 어려워 보인다).

    이제까지 트럼프 정권은 '인플레이셔니스트' 또는 '리플레이셔니스트'(따라서 증시 bull, 국채 bear)로 일반적으로 간주되었다(필자도 큰 틀에서 이 판단에 동의했다).

    그러나 지난달 중순 국제 유가, 그리고 최근 며칠 동안의 미중 정상회담에 대한 트럼프 정권의 발언과 행동은 이같은 기존의 판단과는 부합하지 않는다. 이들은 왜 '증시 하락/국채 상승'을 유도하는 제스쳐를 취했을까?

    그리고 언제 이 연막이 가실까? 중국이 독자적인 해석을 제시하는 시점에? 만일 그 해석이 '공식적으로' 미국쪽 해석과 충돌한다면?

    2. 국채 시장의 수수께끼

    미국 국채 시장에서 Yield curve inversion이 발생한 것은 그다지 놀랍거나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다만 경제 언론들이 요란할 뿐이다.

    swap 마켓에서는 지난 2분기에, 유로달러 선물 시장에서는 지난 6월에 이미 inversion이 발생했었다(그리고 그 때마다 다 기사로 썼다). 즉 지금의 inversion은 시간 문제였을 뿐, 예정된 것이었다.

    yield curve inversion은 엄밀히 말하면, 시장에서 흔히 제시하는 2년/10년물 수익률 스프레드보다는 연준 이코노미스트들이 제시하는 3개월물/30년물 또는 3개월물/10년물이 경기 예측의 관점에서는 훨씬 정확한 것으로 보인다(이건 아직 60bps 남짓 여유가 있다).

    또는 시장의 금융 '이벤트' 예측을 믿는다면 5년/10년물 스프레드 inversion이 더 유용한 것으로 보인다(이것도 아직 약간 여유가 있다).

    5년/10년물 스프레드

    ⓒ글로벌모니터


    Ted Spread

    ⓒ글로벌모니터

    문제는, 왜 미중 정상회담 결과가 장기 국채 수익률 하락으로 표현되느냐 하는 것이다.

    만일 회담 결과가 안좋았거나 또는 불확실하다면 그리고 그 결과로 미국 경기가 둔화/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시장이 예측한다면 이같은 국채 시장의 반응은 타당하다.

    그러나 미중 무역 분쟁이 '본격화'된 지난 4월 이후를 보면 트럼프가 500억 달러 첫 무역 관세를 부과하고 추가 2000억 달러 검토, 그리고 나머지 2600억 달러도 모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짱을 놓았을 때,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오히려 최고 수준(3.2%)에 근접했었다.

    만일 당시에는 으름짱에 불과했고, 이번에는 '정말로' 전면 무역 전쟁이라고 시장이 판단했다면 최근의 국채 시장 움직임은 이해해줄 수도 있다.

    그러나 도대체 무엇을 보고, '당시에는 그냥 으름짱, 이번에는 정말'이라는 구분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식의 해석은 지나치게 후행적으로 끼워맞춘 것에 불과할 위험이 있다.

    왜 국채 시장은 정상 회담을 '장기 수익률 하락'으로 해석했을까?

    그런데 여기서 챠트는 점검하고 가자. 10년물 수익률은 냉정하게 보면, 지난 2016년 6월말 brexit 이후의 상승 추세선을 아직 하향 이탈한 것은 아니다.

    그보다 먼저, 제롬 파웰 문제를 해명해야 한다. 지난 10월 3일에는 "아직 중립 금리까지는 멀었다"는 사람이 어떻게 한달 반만에 '거의 근접'으로 말을 바꿀 수 있을까?

    왜냐하면 그 사이에 어떤 두드러진 경제 지표의 변화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파웰이나 클라리다 부의장이 '변호론'으로 내세운 'data dependent'와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파웰 의장의 발언은(즉 뒤집기는) '금리' 그 자체의 인상/인하 스탠스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다만 그는 '언어의 규칙성', 즉 '예측 가능성'을 교란시켰을 뿐이다.

    만일 중앙은행의 '신호'가 혼란스럽다면 은행들은 포지션을 '줄인다'. 즉, 파웰 의장의 발언은 금리를 움직이지 않고서도 은행들의 행동을 조절하는 (이 경우에는 디레버리징, 또는 포지션 축소)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화요일 미국 증시에서 하락을 주도한 섹터 중의 하나도 은행섹터였다).

    그런 점에서 파웰의 '중립 금리' 운운도, "이론상으로 계산해보니 이렇더라"가 아니라, 은행들의 행동을 염두에 두고 이를 통제하기 위한 계산된 발언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또한 그런 점에서 미중 정상회담 이후 미국 정책결정자들의 의도된 혼란 유도와 마찬가지로,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즉, 미국 정책 결정자들과 연준은 은행 포지션 축소와 증시 조정을 원한다고 해석해야 한다. 다만 그 수단이 범상하지 않을 뿐이다.

    문제는 왜?보다는 '언제까지?'다(어차피 왜인지는 알 수 없다).

    올해 말까지는 미국 단독으로 시장을 교란시킬 것이며(따라서 언제든지 반대로 반등시킬 수도 있다), 내년 초부터 90일 동안은 중국과 밀고 당기기를 하면서 서로간에 영향력을 중첩 행사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론은 "왜 이러는지는 모르겠다". 낫은 기역일 수도 있고, 니은일 수도 있으며, 시옷일 수도 있지만, 'V'자 일 수도 있다. 뭘로 읽을지는 낫 든 사람 마음이다.

    품행 제로에 머리 속은 이로 각박한 사람들이 쌍 낫 들고 풍차 돌리듯 할 때는, 제 풀에 지칠 때까지 멀리 떨어져서 보면, 구경거리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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