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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국채 수익률 추락은 비관적인가?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8-12-05 오전 5:47:10 ]

  • 미국 국채 수익률 급락세가 놀라울 정도로 가파르다. 왜 추락하고 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어떠하냐에 따라 완전히 정반대의 투자 시사점이 도출될 수 있다. 현재 시장은 '비관적' 해석에 집중하고 있으나, 그게 아닐 가능성도 매우 높다. 개방된 자세로 입체적인 분석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글로벌모니터

    한 때의 채권왕 제프리 군드라크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고 이름을 붙였던 미국 국채 30년물 수익률의 임계선 3.25%가 결국 힘없이 붕괴됐다. 장중 200일 이동평균선까지 단숨에 뚫고 내려갈 정도로 이날은 30년물 수익률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30년물 수익률은 그동안 유별난 하방경직성을 보이면서 차별적 행보를 거듭해 왔으나, 결국 대세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매파적 발언이 게임을 바꾼 지 딱 두 달 만에 다시 게임이 바뀌었다.

    3.25%선의 상향돌파가 이끌어 낸 게임 체인지가 결국에는 새로운 게임으로 체인지 되었는지도 모른다. 고금리는 저금리의 어머니이다. 벤 버냉키가 "고금리를 위해서라도 저금리가 불가피하다"고 역설(逆設)했던 것처럼.

    주목할 만한 점은, 그 게임 체인지의 기간이 2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미국 경제의 장기적 펀더멘털은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을 확인해주는 방증이다. 장기금리는 역시 경제의 근본적인 기초체력을 반영한다.

    ⓒ글로벌모니터

    군드라크가 역시 주목했던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의 3%선 상향돌파 역시 일단은 내구성 없는 일시적 현상으로 잠정 판명되었다. 어제 종가로 2%대에 내려선 10년물 수익률은 낙폭을 더욱 확대해 가며 새로운 안착지를 찾는 중이다. 200일선은 완전히 붕괴됐다.

    3%라는 숫자는 매우 상징적이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이 점도표에 찍었던 '장기적으로 지배적'일 것이라고 보이는 미국 기준금리의 수준 즉, 중립금리 추정치(median)가 바로 3%이다.

    텀 프리미엄(term premium)을 무시하고 볼 경우, 10년 만기 시장금리는 그 기간 중 예상되는 단기 시장금리(=정책금리)의 평균치이다. 지금부터 1년간, 1년 뒤부터 1년간, 2년 뒤부터 1년간… 이렇게 총 10개의 1년간 포워드(forward) 금리를 합해 10으로 나눈 값이기도 하다. 좀 더 촘촘하게 나누어 평균을 내면 더 정확할 것이다.

    어쨌든, 글로벌 자산시장의 벤치마크 무위험 수익률인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FOMC의 중립금리 추정치를 강력하게 하향 돌파했다. FOMC가 야심차게 상향했던 중립 추정치에 대한 시장의 기각(棄却)일 수 있다.

    ⓒ글로벌모니터

    수익률곡선의 벤치마크 격인 미 국채 10~2년 수익률 스프레드가 이날 장중 한 자릿 수(9.0bp)로까지 좁혀졌다. 최근 며칠에 보여준 속도라면, 당장 이번 주 안에라도 '역전' 시켜버릴 기세다.

    10년물 수익률은 연준 금리인상의 '한계선'이라고 Editor's Letter는 주장해 왔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10년물 수익률의 3%선 하향돌파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중립 수준에 "훨씬 더" 근접해 있어 앞으로 더 올릴 여지가 매우 작아졌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어제 설명했듯이 5~2년, 3~2년 수익률 스프레드의 역전은 FOMC의 중기적 경제전망과 점도표가 과장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이날 나타난 2년물 수익률의 동반 하락세는 당장 내년의 점도표조차도 낮춰져야 할 필요성을 역설한다.

    국채시장이 풍겨내는 이런 모든 우울한 시사점들을 배경으로 뉴욕증시가 급락했다. 뉴욕증시 급락세는 국채 수익률의 낙폭을 더욱 키우는 상승작용을 일으켰다.

    시황에서 인용된 사람들은 "미·중 무역합의에 대한 비관 또는 우려"를 반영한 현상이라고도 말했다.

    그런데 만일 국채시장에서 나타난 이 움직임이 단순히 과거에도 반복해서 보았던 이른바 "수수께끼(conundrum)" 현상의 극적인 일환이라면 시사점은 완전히 달라진다.

    지난 10월초 이후의 국채 수익률 급등이 증시 폭락을 동반했던 것처럼, 최근 나타난 국채 수익률 추락은 리스크 온(risk on) 또는 hunt for yield의 촉매가 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글로벌모니터

    지난 2005년 2월16일 앨런 그린스펀 당시 연준 의장은 상원 보고에서 "연준이 금리를 150bp나 인상했는데도 불구하고 장기 시장금리는 최근 수개월 동안 하락추세를 보여왔다"며 "예기치 못했던 이 글로벌 채권시장 전반의 움직임은 수수께끼(conundrum)"라고 말했다.

    당시 보고에서 그린스펀은 장기 국채 수익률의 하락 배경을 설명하는 다양한 가설들을 소개하면서도 '새롭지도 않은 배경들이 왜 하필이면 이제서야 작동하는지 알 수 없다'면서 정답으로 채택하기를 유보했다.

    그리고 나서 약 넉 달이 지나 그린스펀은 중국 베이징에서 다시금 장기 수익률의 수수께끼 같은 하락 현상을 주제로 연설했다. 연설에서 그린스펀은 "무슨 힘이 작동하고 있는 걸까(What are those forces)?"라고 스스로 물은 뒤 역시 몇 가지 거론되는 가설들을 아래와 같이 소개했다.

    "1) 첫째, 경제의 취약성을 시사한다는 가설이다. 확실히 신뢰할 만한 개념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 일부 영역에서 주기적으로 활황을 보여주는데도 불구하고 수익률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2) 둘째, 연금의 행태와 관련되어 있다는 가설이다. 최근 프랑스와 영국 50년물에 대한 우호적인 응찰이 연금의 장기물 수요 증가를 보여주는 증거다. 그러나 이게 새로운 뉴스는 아니지 않은가. 부분적인 설명이 될 뿐이다.

    3) 셋째, 미 국채에 대한 해외 중앙은행들의 강력한 매수세다. 의심의 여지 없이 이들의 매수세는 미국 장기 수익률을 낮췄다. 그러나 연준 분석에 따르면, 그 효과는 미미하다. 게다가 미국이 아닌 나라들의 장기 국채 수익률도 매우 낮은 이유에 대해서는 이 가설이 설명하지 못한다.

    4) 넷째, 소련의 붕괴와 중국의 국제 교역시스템 합류로 전세계의 저비용 생산능력이 확대, 글로벌 수요를 충족시켜주게 되었다. 이는 의심의 여지 없이 인플레이션 관련 리스크 프리미엄을 낮춰 주었다. 하지만 단기 금리가 인상되는 와중에도 장기 수익률이 하락한 최근 1년 동안의 움직임은 이 것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최근의 중장기 수익률 급락세 및 그에 따른 급격한 수익률곡선 평탄화는 그린스펀이 13년 전에 소개한 네 가지 가설들의 복합적 작동의 재연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린스펀이 당시에도 여전히 궁금해 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다른 힘이 작동하고 있을 수도 있다.

    실상이 그러하다면, 현재 시장 환경은 당시 그린스펀이 소개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수익률 추구(search for yield)"라는 리스크 온(risk on)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수 있다.

    ⓒ글로벌모니터

    이번엔 Editor's Letter의 가설을 소개할 차례다.

    장기 수익률의 하락세는 달러화 약세와 연관되어 있다. 얼마 전까지 달러화 강세가 장기 수익률 급등세와 병행했던 것과 같은 맥락에서의 정반대 흐름이다.

    새로 전개되는 달러화 약세는 전세계의 유동성을 팽창시키며 이는 미국으로의 유동성 순환유입(이른바 '달러 리사이클링 시스템')을 야기, 미국 장기국채 수익률을 끌어 내린다. 이렇게 떨어진 미국의 시장금리는 다시 달러화 약세를 촉진한다.

    * 위 그래프에서 보듯이 미국인이 해외채권을 사면, 그렇게 유입된 달러로 해외는 미국의 채권을 매입한다. 이것이 달러 리사이클링 시스템이다. 그러나 '테이퍼' 이후로 그 시스템은 망가진 상태를 이어왔다. 지난 2016년 중간부터 올해 초까지 빠른 속도로 개선(글로벌 리플레이션을 촉발)되기도 했으나 이후 급하게 되돌려졌다.

    이번 장기 수익률 급락세가 일차적으로는 연준의 완화적 신호에서 시작되어 미·중 무역협상의 일차 타결과 함께 본격화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리인상 종료가 임박해지고 있다는 기대감을 야기한 연준의 완화적 커뮤니케이션은 전통적으로 가장 강력한 달러 추세의 약세반전 신호탄이다.

    또한 미국과 중국 간 무역협상에서 전향적이고 긍정적인 공감대가 도출된 것 역시 강력한 달러화 약세 재료가 되었다. 위험선(7.0위안)에까지 근접했던 달러-위안 환율은 지난 주말 합의 이후 경계선(6.9위안) 아래로까지 급락했다.

    달러화의 추세가 약세로 본격 반전되면 그동안 차단되었던 해외의 미 국채 수요가 강하게 되살아 날 수 있다.

    특히 미·중 간 긴장이 근본적으로 완화될 경우 미국 및 달러 시스템에 대한 경계 및 거리두기 역시 이완되어 미국 국채에 대한 외국인 수요를 회복시킬 수 있다. (그런다고 해서 달러가 강세로 반전하는 것은 아니다. 거듭 주장하지만 달러가 약세여서 미 국채에 대한 해외 수요가 살아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의 흐름은 지난 9월에 소개했던 미 장기국채 수익률 급등세 배경 요인들의 되돌림이라고 볼 수 있다. ☞ 관련기사 : 대대적인 결별(the Great divorce)?

    ⓒ글로벌모니터

    연말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역외 달러 스왑시장의 유동성 개선 역시 미국 국채 수익률 급락세 배경으로 꼽을 수 있다.

    유로-달러 및 달러-엔 베이시스 스왑의 디스카운트(달러 스왑자금의 프리미엄)가 대폭 축소됨으로써 미국 국채 투자의 환헤지 비용이 크게 줄었다. 환변동 리스크 없는 미국 국채의 수익률 매력이 크게 높아진 셈이다.

    이러한 환경에 의해 스왑시장에서의 달러자금 수요가 증가하면 달러의 유동성은 더욱 빠른 속도로 창출되며, 이는 달러화 약세를 부추기는 상승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 달러-엔 급락세는 주목할 만하다.

    ⓒ글로벌모니터

    당초 1월1일부터라고 알려졌던 미·중 무역협상 개시 시점이 12월1일로 고쳐져 시장에 전달되는 등 혼선이 일고 있다. 그렇다면 3월말까지로 알았던 '시한'이 2월말까지로 앞당겨진다. 남은 기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

    시한을 두고도 이 지경이라면, 트럼프 행정부가 자랑했던 중국의 양보란 것이 어디까지 사실인지도 불분명해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금 '엄포'를 쏘아대기 시작했고, 중국은 계속해서 연막전술이다. 증시 등 위험자산 시장이 빠르게 위축되고 안전자산의 대표인 국채의 수익률이 급락하는게 당연할 수 있겠다.

    그러나 달러에 대한 위안화의 강세는 계속되는 중이다. 미·중 무역협상의 전망이 다시 주가지수 낙폭만큼 심각하게 불투명해진 상황이라면 달러-위안 환율은 다르게 움직였어야 하지 않을까?

    계속되고 있는 달러-위안의 하락세는 중국에서의 자본이탈 중단, 더 나아가 중국으로의 자본유입 재개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미국과 다시 우호적 관계를 맺기로 한 것이라면, 중국은 다시 유입되는 국제자본을 미국 국채로 리사이클링 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의 최대 수출품은 보잉 항공기도, GM 자동차도, 대두나 원유도 아닌, 국채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구상대로 협상이 타결된다면, 중국의 경상수지는 더 악화될 것이다. 그러나 금융계정으로는 훨씬 더 많은 해외자본이 유입되어 위안화는 강해질 수 있다(달러-위안 하락). 중국 인민은행은 미국 달러를 다시 사들일 수 있을 것이며, 이 돈은 다시 미국 국채에 투자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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