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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이 콩으로는 메주 못 쑨다.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이공순 기자 [기사입력 2018-12-04 오전 6:27:11 ]

  • 전에 미중 정상 회담을 전망하면서, '얼마나 합의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발표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썼었다.

    왜냐하면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합의는 이미 예정 사항이었던데 반해서, 얼마나 발표하느냐(발표 내용, 형식, 주체)는 향후의 시장과 경제에 대한 이들(미중 정책 결정자들)의 판단을 보여주는 문제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은 후자(얼마나 발표하느냐)가 (공표되지 않은) 전자(무엇에 합의했느냐)를 추정케해주는 매우 중요한 단서이기도 하다.

    일단 시장부터 보자. 모든 자산 가격이 상승했다. 국채 시장만 주춤거린다(그런데 미 국채 수익률 곡선은 미친 듯이 flattening되고 있다. 이 점이 중요하다).

    원자재 가격도 급등했으며, 특히 증시는 거의 폭등 수준이다. 달러화는 DXY 상으로는 그저그렇지만, 일부 신흥시장 통화 대비로는 약세다.

    시장의 반응은 타당하다. 왜냐하면, 미중 정상회담에서 논의되고 합의된 것이 '무역'이 아니라(물론 무역도 포함되기는 한다), '화폐'(달러)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 합의 내용은 결코 '공표'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것이 1985년 미일독불영이 모인 '플라자 합의'와의 다른 점이다.

    만일 G20 정상회담 이전에 미중 정상회담이 열렸다면, 일말이나마 플라자 합의 유형의 글로벌 협력 통화 체제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철저하게 G2가 상호간에 '글로벌 땅따먹기' 경계선을 그었다는 점에서(과거처럼 질척거리는 불, 독, 영이 필요없는 상태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만일 이번 미중 정상회담이 단지 '무역'에 대한 회의였고 합의였다고, 발표된대로만 믿는다면, 이 시장이 왜 이러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아니다. 처음부터 미중 간에 '무역'은 부수적인 문제에 불과했다. 콩 몇 됫박 더 팔자고, 또는 트럼프 스스로도 '이미 진 전쟁'이라고 말한 무역을 가지고, 그마저도 째째하게 고작 관세 몇 % 가지고 두 제국의 황제들이 만나서 심각하게 밀담을 주고 받을 것이라고 믿는 것은, '제국'의 경험이라고는 한 번도 없었던, 식민지 유제에 쩌든 사고에 불과하다. 제국은 그런 식으로 운행되지 않는다.

    동시에 시장의 반응은 너무 성급한 것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왜 미국과 중국의 '발표'가 다른지에 대해 고려를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뒤에서 다시 검토하자.

    먼저 무엇을 합의했는가부터.

    중국 은행의 해외 차입금 추이

    ⓒ글로벌모니터

    이 챠트는 얼마 전('대머리의 난')에 소개했던 것이다. 이 챠트는 현재 글로벌 금융 상황을, 그리고 왜 미국과 중국이 합의할 수밖에 없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중국 은행들은 해외 은행들로부터 무려 17.6조 달러를 빚졌다. 어마어마한 규모다.

    이걸 보면 그동안 중국의 성장이란 실은 (외부에서 차입한) 빚 잔치이며, 중국의 막대한 외환 보유고란 실은 부채 중의 극히 일부가 현금화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saving glut 따위는 없다.

    이 쯤되면 중국의 부채 버블이 언제 터질지 겁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다.

    심지어는 새도우뱅킹 영역을 정리하면서 일부 부실 부채가 디폴트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실물 경제에 주름을 지게하고 중국 금융 시스템에도 위험의 그림자가 다가서고 있다는 분석이 줄을 잇고 있다.

    이것도 모두 사실이다. 이 부채 버블은 터질 것이다. 단, 지금은 아니며, 우리가 상상하는 방식의 버블 붕괴도 아니고, 예상하는 영역이 터지지도 않을 것이다.

    누구든 이 챠트를 보면 공포에 떨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면? 당연히 중국에서 피할 것이라고, 즉 중국에서 자금이 유출될 것이라고 예상할 것이다. 아니다.

    중국 은행들의 부채(liabilities)는 누군가의 자산(assets)이다. 누구의 자산? 다른 글로벌 은행들의 자산이다.

    중국 은행들이 부채에 대해 디폴트하면, 사라지는 것은 다른 글로벌 은행들의 자산이다.

    더구나 중국은 사적 소유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은 통제 경제 체제다. 중국 은행들이 담보로 설정한 '물권'으로 다른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얼마나 손실을 보전받을 수 있을까?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디폴트한 소규모 미국 은행들의 채권 회수율은 15% 남짓에 불과했다(fifteen cents on a dollar). 중국에서는? 거의 휴지나 다름 없다.

    물론 중국 은행들이 디폴트하면(달러화가 되었건 다른 통화로 되었건 외화 표시 부채를 갚지 못하면), 중국 금융 시스템은 엉망이 되고 중국은 곧장 극심한 경기 침체로 직진할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망하는 것은 중국 은행만이 아니다. 글로벌 은행 모두가 동시에 망한다. 공도동망한다.

    2008년 금융 위기 당시의 '부실 부채' 규모는 (서브프라임만 따지자면) 2조 달러에 채 못미쳤다. 17.6조 달러는 그 누구도 못 막는다.

    게다가 2008년 위기는 연준이 자산 부양책으로 자산 가격을 끌어올리고 지연책을 쓰면서 부실 부채가 현재화하는 것을 회피했지만, 중국에 대해서는 그럴 방도도 없다.

    17.6조 달러가 그냥 순 손실로 기록된다. 물론 이러면 중국은 고립되고 망한다. 그런데 세계도 함께 망한다.

    시진핑이 'win-win할 거냐, lose-lose할 거냐?'고 되묻던 것은 바로 이같은 상황을 말하는 것이다.

    'lose-lose situation', 즉 공도동망은 단지 '중국'이 그 기원인 것만은 아니다.

    미국의 민간 부채 추이 (GDP 대비)

    ⓒ글로벌모니터

    미국의 전체 기업 부채는 9.4조 달러에 달한다. 비금융 기업 부채는 5.4조 달러이며, 상업용 부동산 부채는 2.4조 달러다.

    지난 금융 위기 이후 미국은 소위 '디레버레징'을 해왔다고 주장되지만, 그건 모기지 부채에 관한 이야기일 뿐, 다른 섹터의 부채는 오히려 증가해왔으며, 무엇보다도 국가 부채가 폭증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놓고 보면, 국가 총부채의 관점에서는 미국이나 중국이나, 유럽이나 일본이나 별 차이가 없다(대략 GDP 대비 230% 수준).

    즉, 온세계가 빚으로 골병이 들어 있는 상태다. 누구 하나 온전한 놈이 없다. 이런 판국에 누가 누구 멱살을 잡고 싸운다는 말인가?

    크레딧은 flow이자 동시에 stock(총량)이기도 하다. 끊임없이 증가하지 않으면 그 순간에 과잉 부채는 터진다(왜냐하면 이윤으로 부채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크레딧이 수축은 커녕 정체하는 조짐만 보여도 다음과 같은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연준이 왜 freaked out(겁에 질렸)했는지는 다음 챠트 보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글로벌모니터

    IG OAS

    ⓒ글로벌모니터

    2016년 2월 수준까지 가려면 아직 약간 여유가 있기는 하지만, 일단 그 지점에 도달하면 거기서부터는 river of no return이다.

    옐런 전 의장이 전화돌려서 해결하던 시절은 그나마 좋은 때였다. 이번에는 그런 호사는 없을 것이다. 결국 그 전에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챠트가 나온다.

    US Swap Curve Inversion

    ⓒ글로벌모니터

    미국 국채 시장은 오는 2019년 말의 금리가 2020년보다 높을 것이라고 pricing하고 있다. 즉, 앞으로 몇 번을 더 금리를 올리건 간에, 2020년에는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 금리 인하기의 금융 시장은 대단히 불편한 전망을 내포하고 있다.

    ⓒ글로벌모니터

    2021년 이후의 미국 경기는 짧은 침체가 아니라 장기간의 침체(최소 3년)일 가능성이 있다고 시장은 경고 사이렌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한편으로는 매우 기이하기도 하다. 미국 경제는 중국 경제의 뒷면이다. 따라서 만일 중국이 계속 부채 증가 유도책을 쓴다면(또는 위안화 강세로 글로벌 소비 중심지로 부각된다면), 미국 기업들의 실적은 호조를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왜 이렇게 시장은 미국 경기를 부진하게 보고 있을까?

    이는 지난 1년 여 동안의 미국의 '호황'의 성격 때문이다. 트럼프 집권 이후의 미국의 호황은 두가지 힘으로 이뤄졌다. 하나는 감세이며, 다른 하나는 이른바 repartriation(기업 해외 유보금의 미국내 환류)이었다.

    감세는 미국 소비를 부양했으며, 기업들이 해외에 유보시켜놓았던 자금을 미국으로 들여오면서 미국은 일시적인 자금 과잉 상태가 되었다(이 자금은 거의 대부분 자사주 매입이나 다른 금융 상품 투자에 동원되었다. rapatriation중에서 기업 투자에 쓰인 금액은 전체의 5% 정도에 불과하다).

    미국 기업 해외 유보금의 미국내 환입 추이

    ⓒ글로벌모니터

    내년부터는 미국 기업들은 더 이상 repatriation에 목을 맬 필요가 없다. 따라서 다시 해외에 자금을 유치시켜 놓을 것이다.

    이는 미국으로 유입되는 달러화가 상대적으로 감소한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달러화 강세 압력이 약화될 것이다. 이 때는 dollar shortage가 해외에서가 아니라, 미국내에서 발생한다(따라서 금리를 내리거나 최소한 인상 싸이클을 멈출 수밖에 없다). 그리고 돈이 사라지면, 경기도 함께 사라진다.

    뿐만 아니라, 만일 중국이 재정 부양책과 더불어, 금융 시장을 개방한다면 국제 자금은 중국에 최우선적으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중국은 아무리 부채가 많다한들, 아직 자본의 유기적 구성도는 낮으며, 게다가 올들어 자금난으로 부채 가격이 형편없이 떨어진 상태다(WSJ, 3일자).

    즉, 싸다. 먼저 들어가서 줍는 사람이 임자다. 시진핑이 노린 것도 바로 이 점이다.

    시진핑은 실은, 아마도 지난해 트럼프 취임 직후 첫 정상회담에서 이를 트럼프에게 제안했었을 것이다(자금성 보물 창고를 보여주었다는 것이 그 뜻이다).

    미국내 정치 상황 때문에(이데올로기적 국수주의자들과 월가의 금융 분파에 몰려) 반중국 노선을 천명하기는 했지만, '돈에 죽고 사는 남자' 트럼프가 이를 그냥 지나칠리가 없다.

    게다가 트럼프를 정치적으로 지지한다는 돈 없는 세력들이 아니라, 진짜 배후들(카지노업계의 거물 스티브 윈, 블랙스톤 그룹의 스테판 슈와츠만, 원자재 거물 짐 로저스 등. 이 중에서 짐 로저스가 지난달 중국 증권사와 합작으로 상해에 증권사를 설립한다는 뉴스를 보고 미중간, 아니 최소한 시진핑과 트럼프 개인 사이에는 이미 합의가 이뤄졌다고 추정했었다)은 중국같은 노다지 시장을 놔둘리가 없다.

    다만 미국 산업을 살리겠다는(또는 미국을 살리겠다는) '애국자들'(미국 산업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나바로나 라이트하이저)을 옆에 동반하고 중국에게서 약간 더 양보를 받아내려는 제스쳐라도 쓰지 않을 수 없던 것 뿐이다(그렇지 않다면 앞으로 하원 다수당인 민주당의 공세를 누가 막아주랴).

    이제서야 본론. 자, 그런데 왜 미국과 중국 사이에 '발표'가 달랐을까? 중국은 무역 분쟁 해소가 '확정'인 것처럼 말했고, 백악관 관료들은 공식적으로 '내년 1월 1일부터 90일간의 유예 기간"을 말했다. 이 차이는 매우 중요하다.

    먼저 일정부터 보자. 왜 당장 '내일'부터가 아니라, 1월 1일부터일까?

    일단 12월에는 사건이 너무 많다. 당장 11일 brexit 영국 의회 표결부터 지켜봐야 한다.

    게다가 12월말까지 달러 사정이 안좋을 것으로 이미 예고되어 있다(연말 리보 금리 급등).

    즉 단기적으로는 달러 강세기가 끝나지 않았다.

    특히 brexit 표결은 매우 골치아픈 문제다. 미중간에 그럴듯하게 해결했다고 광고해서 모두다 증시에 들러붙었는데 영국발 충격으로 쇼크 먹으면 이건 마바라로서의 신뢰도에 관한 문제다.

    게다가 트럼프는 현재의 brexit deal이 실패하기를 바란다(왜냐하면 미국이 재편하려는 무역 질서에서 하위 파트너로서의 영국의 도움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바라는 정도가 아니라, 배후에서 은근히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것이다.

    일단 11일 brexit 투표는 거의 부결될 것이 확실시된다. 그러면 그 충격은 누가 해결해주나?

    "오는 18일은 중국이 경제 개혁과 개방을 선포한지 40주년이 되는 날이다. 중국은 이 날을 경제 체제 전환을 추구하겠다는 노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만일 그 날, 혹은 그 주에 아무런 새로운 발표가 없다면, 그 때는 우리는 중국이 현재의 경제 및 산업 정책을 수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할 수 있을 것이다"(Scott Kennedy, 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CNBC 3일).

    이것이 올해 말까지의 '산타'가 오느냐 마느냐 하는 기준점이다.

    11일에는 일단 brexit 부결로 혼란이 불가피하다. 재투표가 있을지, 메이 내각이 붕괴될지, 재협상이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이 충격은 일주일은 갈 것 같다.

    그 다음이 18일이다. 만일 이 날 중국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다시 분위기는 격앙될 것이다(그러니까 18일은 대중 강경파들의 최후 통첩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도 그냥 지나가면 싼타랠리고 뭐고 연말까지 죽을 쑤고 지나가야 한다.

    그런데 백악관이 밝힌 '90일'은 여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즉, 올해 내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그건 미-중의 책임이 아니다.

    따라서 일정이 시사하는 바는 올해말까지는 그다지 상서롭지 못하다.

    둘째로는 중국은 왜 '확정'된 것처럼 발표하느냐는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확정된 것처럼 보이는 것이 편하다. 그래야 일단 외부에서 자금이 유입된다.

    어떻게 중국으로 자금이 유입될 수 있을까? 그건 '민간 섹터'가 결정하기 나름이다. 그리고 민간 섹터는 'on the margin', 즉 이문이 남으면 움직인다.

    BNP 파리바 자산운용의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Chi Lo는 중국이 일대일로 정책을 추구하고 선택적 금융 개방을 추진하면서 위안화는 갈수록 전세계적으로 중요 통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를 보면, 위안화가 약해질 길은 없다. 그렇지 않다면 사람들은 위안화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만일 위안화가 장기적으로 약세 통화라면 글로벌 통화가 될 수 없을 것이다....HSBC는 시장은 중국과 미국의 무역 전쟁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중국의 금융 시장 개방이 아마도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위안화는 무역 관련 자금 유출입보다는 점점 더 자본 흐름에 의해 움직이게 될 것이다"...(CNBC, 3일, 'Trade War or Not, Experts say China' Yuan is poised to become a global heavyweight').

    그런데 내년 1월부터는 '시장 안정' 혹은 '시장 동요'의 책임이 양자 모두에게 존재한다.

    그런데 바로 여기서 90일이 관건이다. 90일이 되는 3월말까지는 brexit가 어떤 식으로든 결정이 나야 한다.

    더 중요한 이벤트는 3월 15일부터는 미국에서 debt ceiling이 시작된다는 점이다.

    둘 다 어떤 방향으로 갈지 모른다. 즉, 이같은 이벤트들에 직면하여 중국이 어떤 스탠스를 보여주는가가 미국이 대중국 정책을 결정하는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는 트럼프 개인의 의사라기 보다는, 현재 트럼프 행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파벌들(국내 산업 자본 분파, 금융 분파, 네오콘, 포풀리스트 세력, 진짜 king maker들 등) 사이의 어정쩡한 타협의 결과로 보인다.

    케네디에 따르면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트럼프에게 중국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라고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당장은 '휴전'인 듯 해보이지만, 그러나 무역 분쟁은 지리하게 계속되기는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미국은 뭔가 '단서'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원유 시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금리 인상 싸이클이 거의 종료되거나 혹은 심지어는 하락이 예상되는 환경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가다.

    지난 2008년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금리 인하를 명분으로 또는 미중간 합의로 위안화 강세로 인한 달러화 약세 국면에서 유가가 상승한다면 미국은 매우 빠르게 경기 침체로 나아간다(물가 상승 압력이 급속하게 높아지는데 금리는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난 2008년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유가를 안정시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런데 원유 시장이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다. 트럼프는 유가에 대해서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보다 상당히 난처한 입장에 처해있는데, 원유 시장에 대한 영향력, 또는 중동에 대한 영향력이 지나치게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카타르가 OPEC 탈퇴를 발표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제 OPEC은 러시아와 사우디 2개국의 조직'이라는 말이 돌 정도다.

    이는 언뜻보면 OPEC의 카르텔이 붕괴되는 것처럼 보이며, 따라서 각국이 쿼터와 무관하게 원유를 생산함으로써 유가 하락에 일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 정반대의 효과가 있다.

    무엇보다도 전략적으로 사우디가 러시아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된다(G20 회담에서 푸틴이 빈살만 왕세자를 얼마나 극진히 환대하는지 보라).

    둘째로는 카타르 또한 러시아편이다(카타르와 사우디 분쟁시에 중재하고 카타르를 배후에서 지원해 준 것은 이란, 러시아, 터키였다). 즉, 아예 원유시장 전체가 러시아 손 안에서 놀아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세번째로는 지난 2일 캐나다 알베르타주에서 일 평균 약 32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하겠다고 발표한 점이다.

    캐나다가 과잉 생산으로 캐나다산 원유가가 폭락(배럴당 20달러대다)하고 있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감산 결정은 이벤트였다.

    OPEC이 이번 목요일 회의에서 유가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일간 약 130만 배럴의 감산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 가운데 30만 배럴은 이미 캐나다가 채워준 것이나 다름없다.

    러시아는 자신들이 약 15만 배럴을 감산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고 있는데, 따라서 기대에는 다소 못미치더라도 어느 정도 감산 효과는 볼 수 있다.

    여기에는 또 다른 변수가 있다. BP의 CEO인 밥 더들리는 지난달 "만일 베네주엘라에서 원유 생산이 완전 중단된다면 엄청난 공급 충격이 야기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베네주엘라의 원유 생산 중단은 '정변'이 발생한다는 것을 사실상 전제한다.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더 큰 이슈가 있는데, 그것은 EU발이다. EU는 '달러'를 결제 수단으로 하지 않는, 새로운 대안적 원유 거래 시스템을 추진 중이다.

    이건 아주 큰 뉴스다. 왜냐하면 페트로달러의 소멸을 뜻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협상용, 혹은 협박용 카드로 보이기는 하지만(brexit를 건드린 미국에 대한 보복 수단),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

    만일 유로화가 원유 결제 통화로 제시된다면(어차피 미국은 갈수록 원유 수입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원유 시장에 달러를 공급하는 원천에서 그 역할이 감소하고 있다), 달러화로 표시된 유가는 폭등할 가능성이 생긴다(달러 초약세).

    이러면 미국은 경기가 나빠지는데 금리를 인상해야할 위험에 놓인다. 금리를 올릴 처지가 못된다면, 지난 2008년 그랬듯이, 디플레이션 충격을 만들 수밖에 없다. 즉, 원유 시장에서 미국은 대단히 불편한 상황에 놓여 있다.

    우크라이나나 폴란드를 지렛대로 유럽과 러시아 사이를 분쟁상태로 만드는데는 한계가 있다(우크라이나가 그러기에는 이미 너무 막장 상태다).

    푸틴이 지금 방아쇠를 당길 것 같지는 않다(이와 관련해 중국과 약간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잠재적으로는 가장 큰 위험이다.

    결론적으로, 미중간에 타협은 좋은 일이기는 한데, 성사되지 못한, 미결의 타협이어서가 아니라, 아직 그 시간이 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마냥 기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그런 점에서 시장이 기뻐서 날 뛰는 것은 이해할 수 있기는 하지만, 너무 앞서간 느낌이 있다.

    시장이 얼마나 서둘렀는지를 보여주는 챠트

    달러/인도네시아 루피아 환율

    ⓒ글로벌모니터

    3일 시장에서의 저 긴 꼬리를 보라. 루피아 환율은 하루에 거의 4%를 왕복 운동했다. 즉 시장은 처음에는, '오케이 합의봤네'하면서 움직였다가 '응? 뭔가 이상한데'라고 후퇴했다.

    가장 상징적인 챠트는 인도 루피화다.

    ⓒ글로벌모니터

    현재 루피화가 머물고 있는 곳은 정확히 이전 갭 상승 지점이다. 즉, 지난 8월의 갭 상승의 원인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챠트 상으로 보면, 루피화는 현재 수준에서 당분간 머물다가 11일 brexit를 전후해 다시 상승할 가능성(루피화 약세)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만일 18일에도 중국에서 아무 얘기가 없다면, 또는 미국의 기대에 못미친다면, 전고점을 다시 테스트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만일 18일 무렵에 뭔가 신통한 중국발 뉴스가 나온다면, 싼타와 더불어 상승갭을 하향 돌파하게될 것이다.

    내년 하반기까지 길게 보면, 달러화 약세(특히 신흥시장 통화 대비)와 신흥시장 증시의 outperform(미국은 valuation상 더 이상 상승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달러 약세기에는 미국 증시는 underperform한다)이 예상된다.

    ⓒ글로벌모니터

    미국 소형 내수주 섹터인 Russell 2000 지수

    ⓒ글로벌모니터

    다 오르는데 혼자 못 올랐다. 미국 좋던 시절은 끝났다.


    * 예정된 내용을 절반도 못썼기 때문에, 왜 제목이 '이 콩으로 못 쑤는 메주'인지 설명을 못했다. 미중간에 합의된 것은 지난 2008년 붕괴된 유로달러 시장의 부활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로달러 시장은 되살아나지 못한다. 차라리 제2의 플라자 합의였다면, 그나마 믿을만한 콩이었을 것이다. Xi-T 합의는 기껏해야 2년 남짓한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 그만큼 더 많은 불씨를 남길 것이다. 못다한 부분은 다른 기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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