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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ghtly Brief]꿈과 통계 사이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이공순 기자 [기사입력 2018-09-13 오전 8:17:15 ]

  • 브릿지워터의 레이 달리오가 "미국 경제는 지금 7회 정도"라고 말했다. 더블라인캐피탈의 제프리 군드라크는 "내가 경기 침체의 신호로 생각하는 지표에서는 아직 침체 기미가 없다"고 말했다.

    맞는 얘기다. '현재까지의' 미국 경제 데이타로 보면, 미국은 대략 7회 정도다(2015년 말에 9회까지 갔다가 극적으로 시간을 되돌렸다).

    문제는 '현재까지의' 데이타라는데 있다. '현재까지의 데이타'는 이 데이타의 싸이클 상 최소한 6개월 정도의 미래는 예측 가능해야 한다.

    즉, 과거의 사례를 본다면, 그리고 경제 시스템을 보면, 현재의 경제 데이타 상으로는 최소한 6개월 정도는 경기 침체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레이 달리오가 뭘 보고 '7회설'을 언급했는지는 모르겠지만, Nightly가 생각하는 경기 침체 신호를 알리는 가장 선행적인 시장 지표는 시장 지표로는 유로달러 선물 커브다.

    그리고 유로달러 선물 커브는 지난 6월에 2020년 물과 2021년 물 사이에 inversion이 발생했다. 그리고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다.

    유로달러 선물 커브가 다시 플러스(steepening)로 돌아서고 약 2-3개 분기 뒤에 경기 침체가 발생한다. 그러니까 현재 시장 지표 상으로는 최소한 내년 1분기 말까지는 경기는 그럭저럭 유지된다.

    유로달러 선물 커브에서 흥미로운 점은 2018년 12월물과 2019년 6월물 사이의 스프레드는 오히려 급격하게 steepening(스프레드 확대)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모니터

    이는 특히 지난 주말 비농업부문 고용지표(NFP)에서 시간당 임금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이 더 오래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된 결과로 보인다(이전에는 내년 상반기 중에 1번의 금리 인상을 반영했다가 지금은 2번의 금리 인상으로 바뀌었다).

    유로달러 선물 커브가 말하고 있는 것은 시장은 단기적인(2019년 상반기까지) 경기 과열 이후에 급냉하는 시나리오로 쓰여진 미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경우에만 해당되는 얘기다. 그것이 경기 막바지 싸이클(late cycle)임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인플레이션률이 생각보다 빨리 높아질 수도 있다는 다소 터무니 없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자산 가격, 특히 증시 랠리가 주춤한 이유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이같은 미국의 '호황'은 일시적으로 대규모 재정 부양책(감세+재정 지출 확대)을 동원하면서도 동시에 글로벌 달러 유동성을 조임으로써 '미국 과열, 글로벌 둔화'라는 기묘한 일시적인 불균형을 기초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미국이 글로벌 유동성을 조이지 않는다면(즉 달러 약세), 미국의 수입 물가 및 생산자 물가, 그리고 원자재 가격은 빠르게 상승할 것이며, 이는 결국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난 2014-2015년 처럼, 단순히 글로벌 유동성을 조이는 것만으로는(즉 대규모 감세 없는 긴축),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가 경기 둔화에 직면한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그걸 정책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은 원자재와 수입 상품 가격을 낮추어(이를 위해 글로벌 경기 둔화와 달러화 강세가 전제되어야 한다) 다국적 기업의 이윤율을 보장해 주면서도, 동시에 이같은 글로벌 둔화가 지나치게 악화되지 않도록 '조절'하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근본적으로 달러화의 기축 통화 지위를 이용하여 일시적으로 국내외 사이에 유동성 불균형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결과로 글로벌 경기가 먼저 둔화되고(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신흥시장 경기가 제일 먼저 둔화되고), 그 다음에는 선진국, 마지막에는 미국의 경기 둔화가 나타날 것이다. 이미 글로벌 각 지역의 산업생산 지표와 PMI는 이같은 신호를 보내고 있다.

    ⓒ글로벌모니터


    ⓒ글로벌모니터

    미국이 '호황'은, 매우 역설적이지만, 이같은 불균형 상태를 얼마나 오래 지속하느냐에 달려 있다.

    뒤집어 말한다면, 이 불균형을 만들어내는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연준의 금리 인상(그리고 QE roll-off)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래서 마찬가지로 매우 역설적이지만, 연준은 마치 경기가 좋아서 금리를 인상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정반대다.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기 때문에 이 불균형은 유지되며, 따라서 미국 경기는 지속될 수 있다.

    문제는 이 메카니즘은 매우 취약한 불균형을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사소한 충격으로도 깨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른바 보호 무역 정책과 대외 전략은 기본적으로 이같은 불균형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제적, 군사적, 외교적 수단을 동원하는 것을 기본 노선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중간 선거가 끝나면 미국 정책 결정자들은 본격적으로 다음 단계, 즉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는 불균형의 파괴 단계 이후에 대비한 대책을 본격적으로 마련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재까지는, 미국은 글로벌 host(숙주)가 지나치게 굶주려서 굶어 죽지는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트럼프의 '보호 무역'은 항상, 극적인 순간에는 타협을 전제로 한다. 만일 보호 무역 정책이 지나쳐서, 또는 달러화 유동성 고갈 정책이 지나쳐서 숙주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하면 그것은 미국에게도 '사건'이 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권의 경제 정책은 단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그것은 기괴하게도 버냉키와 그린스펀이 그토록 비난했던 신흥시장의 saving glut을 오히려 신흥시장에게 강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미국이 대규모 재정 적자를 내더라도 신흥시장은 계속 미국 국채를 매수하라. 이를 위해서는 신흥시장은 자국 통화를 더 약세로 만들어서 달러를 벌어라").

    관세 인상은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그나마 무역으로 신흥시장이 벌어가는 달러에서 '삥'을 뜯겠다는 의지의 표명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12일 스티프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의 '중국과의 무역 협상 재개' 발언은 이같은 미묘한 줄타기를 정확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이미 트럼프 스스로가 '때가 되면 협상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어차피 미국의 목적은 보호 무역은 아니다. 부차적인 목표 정도는 될 것이다).

    그리고 이 '협상'은 동시에 글로벌 유동성이 완화된다는 사인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동안 죽을 쑤고 있었던 신흥시장으로서는 일시적인 '반짝' 랠리를 기대할 수도 있다.

    지난 11일 시장에서, 특히 인도 국채 시장에서 장중에 숏 스퀴즈가 발생했던 것은 명분은 모디 총리가 경제회의를 주관한다는 그럴듯한 구국의 소명을 들이대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유동성 완화 소식에 따른 투기적 움직임일 뿐이다(실제로는 아직은 '기대'에 불과하고 현실은 여전히 달러화가 없다. 미국의 '숙주 달래기' 전략은 기본적으로 달러화를 제공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의존한다).

    그런데 아마도, 사태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 최근 재연되고 잇는 스태그플레이션 논쟁은 이미 미국의 경제 정책(글로벌 불균형화)이 궤도를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각국의 가솔린 수요와 가격 추이

    ⓒ글로벌모니터

    경기가 좋은데 가솔린 수요가 감소할리는 없다(그런데 심지어는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상승 중이다). 게다가 외관상의 글로벌 불균형과는 달리, 가솔린 수요(경제 활동 척도)는 신흥시장과 미국 사이에 거의 편차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신흥시장의 경기 둔화가 거의 시차 없이 그대로 미국에 전해진다는 것을 뜻한다.

    뿐만 아니라, 미국 중간 선거 여론조사 추이를 본다면, 이런 방식의 '호황'은 소비자 대중에게는 전혀 우호적으로 작용하지 못했다.

    부채가 가처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 추이

    ⓒ글로벌모니터

    무엇보다도, 아마도 미국과 유럽, 일본은 이 글로벌 불균형 정책 공조를 채택하면서 유로존의 경기 개선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 같다.

    즉 신흥시장의 목을 졸라도 유럽에서의 경기 회복으로 신흥시장은 그럭저럭 버티고 미국은 그 열매를 따먹기만 하면 될 줄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역시 현실은 시궁창이다.

    유로존의 산업 생산

    ⓒ글로벌모니터

    유로존 국채 5년/5년 선물 스왑

    ⓒ글로벌모니터

    그런데 트럼프 정권이 생각하는 다음 단계(침체가 도래했을 때의 해법)은 무엇일까?

    지난 주말 보스톤 연준 주최 컨퍼런스가 열렸다. 잭슨 홀 컨퍼런스 만큼은 아니더라도, 연준의 주요 행사 중의 하나다. 로렌스 서머즈, 얀 해치우스 등 저명 인사가 장기적 저금리의 부작용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정작 눈길을 끄는 것은 전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였던 올리비에 블랭챠드가 제시한 대책이다 : 중앙은행(연준)은 닥치는 대로 사라.

    필경 요 다음 경기 침체기에는 연준의 QE는 국채와 MBS 매입만이 아니라, 일본 중앙은행처럼 증시 ETF, ECB처럼 민간 부채까지도 매입하게 될 것이다.

    선물 옵션 거래에도 손댈지도 모르겠다. 단지, 얼마나 살 것이냐가 문제일 뿐이다.

    그리고 이런 정책에 대한 정치적 비난을 막아줄 바지 사장으로는 트럼프만한 인물이 없다(무슨 짓을 해도 '아, 트럼프니까'하고 넘어간다). 그래서 nightly는 트럼프의 재선을 예상한다.

    실은 진짜 이슈는 이게 아니다. 경제에 대한 분석은 알파에서 오메가까지 모두 '숫자'(통계)에 대한 해석이다. 그런데 더 이상 해석이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지난 8월 30일 미국 경제분석국(BEA) GDP 성장률 수정치를 발표하면서 기업 이윤도 함께 발표했다.

    당시 필자는 구구절절이 미국 기업 이윤 추이를 역사적으로 비교해 가면서 미국 경기 단계와 수준을 논했었다. 모두 부질없는 일이다. 다른 이슈 때문에 다시 자료를 보다가, 30일 발표에서 중요한 것을 놓쳤다는 것을 깨달았다.

    BEA는 이번 발표시에 기존 미국 기업 이윤 통계를 전면 수정했다.

    지난 2분기 미국 기업 이윤은 전년 동기 대비 7.7% 증가한 2조 2500억 달러에 달했다(재고조정치). 전분기 대비 724억 달러나 증가한 수치다.

    그런데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과거 이윤 수치가 전면적으로 하향 수정되었던 것이다. 그것도 무려 1940년대까지 소급해서 수정했다.

    그 결과, 지난 2014년 4분기의 기업 이윤은 당초 확정 발표되었던 2.23조 달러에서 614억 달러나 적은 2.17조 달러로 수정되었다. 금융 위기 이후 가장 기업 이윤이 많았던 것으로 발표되었던 2017년 3분기는 1125억 달러나 감소한 2.1조 달러로 수정되었다.

    지난 1940년 대 중반 이후의 수정치를 모두 합산하면, 미국 기업 이윤은 당초 발표되었던 것보다 7386억 달러 적다.

    문제는 1940-80년대까지의 기업 이윤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수정된 반면에, 2009년 3분기 이후의 기업 이윤은 35개 분기 합산으로 무려 9753억 달러나 적어진 것으로 수정되었다는 사실이다.

    이쯤되면 왜 금융 위기 이후 미국의 경기 회복이 그토록 지지부진했었는지 이해가 된다. 기업 이윤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아마 미국 기업 이윤을 연구하는 학자라면 이같은 수정에 뒷목을 잡고 쓰러졌을 것이다.

    시장이든 경제학이든, 모두 '지표'를 보고 해석하고 반응한다. 그리고 기업 이윤 데이타는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는 가장 중요한 경제 데이타 중의 하나다. 그런데 이번 수정은(통계 방식 변경에 따른 기술적인 것이라고 밝히고있다) 도대체 어떤 것이 '현실'인지 알 수 없게 만든다.

    그러면 이 데이타를 보고 일희일비했던 시장은 가공의 숫자 놀음에 놀아난 핫바지였단 말인가? 아마도.

    통계 방식 변경에 따른 데이타 수정은 "(과거 데이타와 현재 데이타 중에서)어느 것이 맞다"고 논쟁할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각각의 통계 수치에는 특수한 생산 방식이 있으며, 각 시대의 기술적 특성들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다만 통계기법을 확정하는데 있어서, 통계학자의 '바이어스'가 반영된다는 것은 논쟁의 여지가 없으며, 따라서 이같이 수정된 수치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가 더 중요하기는 하다.

    2분기 미국 기업 이윤이 금융 위기 이후 최대치라는 것은 현재 경기 수준이 경기 호황의 막바지로 가는 단계라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에, 더 이상의 싸이클은 없다(즉 2010년, 2013년, 2016년과 같은 소주기는 더 이상 없다)라는 것을 시사한다.

    이것이통계 작성자의 '의도'다. 이는 유감스럽게도 이 데이타 수정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고작해야 정책 당국의 '판단'이지, '현실'은 아니라는 것을 뜻한다.

    그렇게 광고하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다. 그들의 남부럽지 않은 의도를 분석하기 위해서 밤새고 자료를 파헤치기에는 인생이 너무 아깝다.

    자신들도 몰라서 고민인 경우도 있다.

    "...민간 기업들과 관련된 데이타 불일치는 전반적인 통계 불일치와 궤적을 같이하고 있다. (공급 측면 개혁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은 (통계상으로는) 그럴듯한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그러나 실제 경제에 대한 조망을 왜곡하고 있다. 데이타 아래에서는 일부 기업들은 생존에 애를 먹고 있으며, 일부 기업들은 이미 나자빠졌다....민간 섹터는 지난 40년래 가장 어려운 시기에 직면하고 있다. 데이타는 좋아 보이지만, 그러나 환상적인 숫자가 아니라, 민간 기업들이 진짜 상황에 관심을 기울여야만 한다..."

    이 발언은 중국상업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Ding Anhu가 중국의 경제지인 <New Fortune>에 쓴 칼럼을 <Global Times>가 재게재한 데서 따온 것이다.

    Ding Anhua는 중국 경제 지표들 사이의 모순점들을 지적하면서, 통계는 그럴듯 하지만 실제 중국 경제 현실은 매우 어렵다고 털어놓고 있다.

    놀라운 점은 이같은 글을 관영 <Global Times>에서 실었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어느 정도인지, 수치를 통해 구체적으로 알 도리가 없다는데 있다. 왜냐하면 중국인들조차도 모르기 때문에.

    데이타가 엇나가기 시작하면, '해석'은 '해몽'에 불과한 것이 되고 만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을 찾고 미래를 그리는 것은 허황된 짓에 불과하다.

    그리고 nightly는 지금 미국의 해몽과 중국의 해몽 사이에서 헤롱헤롱하고 있다. 판이 썩어서 더 이상 자료 해석 못하겠다. 불판 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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