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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arks-to-Market]FX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이공순 기자 [기사입력 2018-08-10 오전 8:04:16 ]

  • 9일(현지 시각) 외환시장에서 중대한 변동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8일부터라고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러시아 루블화나 터키 리라화의 미국 달러화 대비 환율은 8일부터 폭락했고 나름 그럴듯한 명분도 있다.

    러시아는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위원회에서 논의중인 대러시아 추가 제재안 초안이 언론에 유출된 것을 명분으로 삼았고, 터키는 미국인 목사를 둘러싼 미-터키간 갈등과 미국의 제재 위협이 명분이 되었다.

    그러나 관례로 본다면 전혀 그럴듯하지 못하다. 왜냐하면 미국의 대러시아, 대터키 제재 명분이 너무나도 미약하기 때문이다. 또한 실제로 이같은 제재안이 확정될지도 여전히 의문스럽다.

    뿐만 아니라, 이런 제재를 통해 미국이 무엇을 얻기를 원하는지도 전혀 불투명하다. 즉,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물론 트럼프 정권 출범 이후에는 'mad man' 트럼프를 핑계로 미국 정치권은 뭘 해도 된다는 면죄부를 스스로 부여하고 있으며, 글로벌 커뮤니티에서도 이를 마지못해 묵인하고는 있다.

    이것이 트럼프의 '용도'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과연 미국이 의도한 정책적 목표에 따른 대응인지, 혹은, 실은 미국 정치권의 명분은 그저 숟가락 얹기에 불과한 것인지 매우 모호하기 때문이다.

    만일 러시아 루블화만을 따로 떼어놓고 본다면, 미국 의회에서의 제재 논의보다는 차라리 다음 챠트가 루블화의 약세를(그리고 유가 하락을) 더 잘 설명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모니터

    8, 9일 외환시장에서의 변화를 살펴 보자.

    루블화나 리라화는 일단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다음 통화는 설명하기 어렵다.

    USD/NZD (daily)

    ⓒ글로벌모니터

    9일 시장에서 뉴질랜드 달러의 미국 달러화 대비 환율이 급등(1.5%)했다(누질랜드 달러 가치 하락). 그것도 심지어는 갭 상승이다(FX 시장에서 갭 상승은 흔한 일이 아니며, 특히 선진국 통화에서는 이런 사례는 드물다).

    뉴질랜드는 나름 선진국이며, Eagle 5 멤버 중의 하나다. 뉴질랜드가 러시아나 터키에 대한 익스포져가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이건 매우 괴상한 현상이다.

    현재의 글로벌 정세를 고려한다면, 예컨대 남아공화국 랜드(Rand, ZAR)이라면 그럭저럭 명분이 서기는 한다(미국의 타겟 중의 하나인 BRICS의 일원이며, 남아공에서 최근 BRICS 정상회담이 열렸다).

    USD/ZAR (daily)

    ⓒ글로벌모니터

    챠트 형태로 본다면, 교과서적인 'cup and holder' 패턴을 보이고 있다. 이런 패턴은 전 고점(2017년 12월의 고점)을 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남아공 정권 교체로 국내 정세가 안정되었다고 하지 않았나?

    이건 남아공만의 '특수한 문제'(예컨대 '약한 고리 이론')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USD/NOK (daily)

    ⓒ글로벌모니터

    USD/NOK (weekly)

    ⓒ글로벌모니터

    노르웨이는 선진국이며, 외환보유고도 넘치는 나라고(자산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국부펀드를 가지고 있다) 뭘로 봐도 '약한 고리'와는 거리가 멀다.

    노르웨이 크로네만이 아니다. 스웨덴 크로네화, 헝가리 포린트화, 덴마크 크로너화 등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의 통화 가치가 8-9일에 걸쳐 급락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그러면 지난 2015-16년의 금융 위기를 거치고, 이제는 '성장' 단계에 들어섰다는 브라질은?

    USD/BRL (weekly)

    ⓒ글로벌모니터

    브라질 헤알화는 너무 눈에 뻔할 정도로 'rounding bottom' 패턴을 보이고 있다. 이런 패턴에서도 흔히 전고점(2016년 1월 고점)을 넘는다.

    이들 나라 통화의 공통점은 지난 2016년 초의 통화 가치 안정기가 올 1월 말을 기점으로 종료되고 다시 통화 가치가 하락하는 시기를 맞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은 이들 국가가 선진국이냐 신흥시장이냐에 무관하며, 무역 수지나 국내 경제 구조와도 무관하다.

    이같은 현상을 각국 상황의 특수성(이른바 약한 고리론)에 의거해 설명하려는 시도는 브라질 헤알화와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사이의 달러화 대비 환율 패턴을 비교해 보면 정말 무색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USD/IDR (weekly)

    ⓒ글로벌모니터

    인도네시아는 브라질처럼 '정권 위기'를 겪은 것도 아니며, 이를 핑계로 어디서 갑자기 '자본 탈출'(capital flight)이 나타난 것도 아니었고, 브라질과는 중앙은행 정책도 서로 상이했다. 그러나 그러나 2015년 이후 양국 통화의 움직임은 동일하다.

    USD/IDR (weekly)

    ⓒ글로벌모니터

    이는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dollar'가 사라지고(evaporating)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또는 수요-공급의 측면에서 수요에 비해 글로벌 달러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리고 이는 미국 연준의 통화 정책(금리 인상)과도 무관하다. 만일 글로벌 달러 유동성이 연준 정책의 영향을 받는다면, 연준이 금리를 본격적으로 인상하던 시기인 2017년 내내의 신흥시장 통화 안정기는 존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같은 과정은 분명 어느 정도는 '선택적'(selective)이기도 하다. 그 흔적을 멕시코 페소화 환율에서 발견할 수 있다.

    USD/MXN (daily)

    ⓒ글로벌모니터

    페소화의 달러화 대비 환율은 지난 4월 18일 이후 상승한다(이 날이 글로벌 금융 시장 변곡점인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아직도 파악을 못하고 있다).

    그리고 6월 15일을 고비로 다시 하락(페소화 강세)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9일 시장에서의 페소화 급등이 변곡점인지에 대해서는 단정할 수 없지만, 지난 4월 중순의 패턴을 보면, 바닥 신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즉 향후 페소화 환율 약세).

    뿐만 아니라, 지난 2016년 최 이후의 상승 추세선도 여전히 훼손되지 않았다.

    페소화가 다른 통화들과는 다른 궤적을 보인 것은(6월 중순 이후 최근까지의 강세) 멕시코의 정치적 변동, 미국과의 무역 협정 논의 관련, 멕시코 중앙은행의 정책 변화 등 여러 요인들을 거론할 수 있다. 그리고 단기적으로는 분명히 이런 '외부적'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사라지는 달러(evaporating dollar) 현상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멕시코 페소화는 인도네시아 루피아화와 유사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 1990년대 초반 페소화의 달러화 대비 환율은 달러당 2.6 페소 수준이었다. 그리고 NAFTA 협정 직후부터 폭등하기 시작해서 10년만인 2000년에는 달러당 10페소 수준에 도달한다. 그 뒤로도 '안정적' 기간은 존재했지만, 달러화 대비 약세 추세에서 벗어난 적은 없었다.

    USD/MXN (monthly)

    ⓒ글로벌모니터

    이런 관점에서 보면, 세계화(globalization)란 사실은 '타인의 돈으로 나의 경제를 운용하는 것'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나의 경제가 커질수록(신흥국의 경제 성장), 당연히 타인의 돈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며, 따라서 '타인의 돈'(dollar)에 대한 '나의 돈'(신흥시장 통화)의 가치는 하락한다. 즉 화폐 수량설은 관철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화폐'가 나의 화폐가 아닌, 타자의 화폐일 뿐이다. 따라서 신흥시장의 경제 성장은 주기적으로, 그리고 필연적으로 통화 위기를 수반한다.

    8,9일의 외환시장 변곡점이 정책적으로 유도된 것인지, 혹은 시장이 외부의 힘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현실(달러 유동성 고갈)을 반영하기 시작한 것인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또 왜 그것이 하필 8,9일이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으며, 이것이 대변곡점인지 소변곡점인지도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무언가 변화가 발생했으며, 그것은 기존의 narratives로는 설명되지 않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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