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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ghtly Brief]Status Quo In a Civilized Manner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이공순 기자 [기사입력 2018-05-15 오전 6:31:44 ]

  • 이탈리아에서 5성 운동과 '동맹'(League, 우파 5개 연합체)이 연정에 합의하고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이에 반대하지는 않겠다고 밝힘으로써 극적으로 정부가 구성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차기 총리는 5성 운동 소속도 '동맹' 소속도 아닌 제 3의 인물이 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The Guardian>지가 이탈리아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현재 유력한 총리 후보는 이탈리아 최대 석유회사인 Eni의 이사를 지낸 경제사학자인 Giulio Sapelli와 전직 법관으로 공공행정 전문가인 Giuseppe Conte가 거론되고 있다.

    아직 연정도, 차기 총리도 최종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즉, 막판 무산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동맹과 5성 운동의 극적인 합의 배경으로는 5성운동이 주장해온 '기본 소득제'(basis income)를 동맹이 수용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이 점이 재미있다. 흔히들 5성운동을 '포풀리즘' 정당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거기에 덧붙는 수식어가 '극우 정당'이라는 것이다.

    지난 2015년 무렵에는 전세계 언론들은 5성운동의 약진을 '극우 포풀리즘'의 발호로 우려스러운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그런데 '극우파'가 '기본 소득'을 주장한다?' 기본 소득은 지금의 이념 기준하에서는 '좌파' 정책에 속한다(한국에서는 극좌파 정책이다).

    우파, 그것도 극우파 정권이 좌파 정책을 주장한다? 아, 극좌와 극우는 통해서? 대충 non-cogito ergo sum하면 그런 소리가 나온다.

    유럽에서의 복지 국가 체제는 '좌파'가 주도한 것이 아니었다. 사회내에서 자연적으로 혹은 좌파의 지원을 받고 생성, 확대되어온 사회복지 정책을 국가 정책으로 끌어올린 것은 대부분 '우파' 세력들이었다(대표적으로 비스마르크를 들 수 있다).

    복지국가=좌파라는 이념적 공식은 그저 선전선동 일꾼들의 머릿속에나 있을 뿐이다.

    nightly도 구구절절이 설명하기 골치아퍼서 5성 운동을 흔히 주장되는대로 '(극)우파' 정권이라고 표현하고는 있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

    5성운동은 이른바 '반기득권'(anti-establishment) 정당은 맞다. 그런데 이 때의 '반기득권'을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문제다.

    정치적 과정에 있어서, 기득권이란 일반적으로 'party machine'을 지칭한다. 즉, 대중들의 다양한 경제적, 사회적 요구가 기존 정당(대부분 양당제)의 하부 조직에 완전히 포섭되어 다른 출구를 갖지 못하는 상태가 기득권이다.

    따라서 이런 정치적 프로세스 하에서는 어떤 사회적/경제적 이해관계나 정치적 변동도 기존 정당들(그리고 그 정당을 장악하고 있는 주류 세력들)만을 통해서 표현된다.

    이같은 정치 구도하에서는 기존 정당들은 대중들을 분할 통치하며, 자신들의 정치적 하부 조직에 포함되어 있지 않는 대중들을 정치적/경제적으로 차별한다.

    이런 경향이 극단적으로 발전하면, 국민들은 51:49의 구도가 되며, 이른바 '내부 식민지' 혹은 '이중 시민화'라는 과정이 발생한다(일국 내의 지역문제나 인종 문제는 모두 이같은 정치적 조건을 재생산하기 위한 메카니즘이다. 가장 근원적인 것은 젠더 차별화다). 즉, 51%가 49%를 착취하는 정치적 조건이 형성된다.

    그러나 국가를 통한 사회적 착취가 한계에 직면하면, 기존 정당들은 51%를 유지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따라서 점점 지지 대중이 소수화된다(이른바 20:80의 구도가 된다).

    포풀리즘은 이처럼 대중의 이해관계와 기존 정당의 불일치가 커질 때 발생한다. 즉, 기존 정당이 그 이해관계를 반영하지 못하는(또는 반영할 수 없는 국가적 조건에 직면하는) 대중들을 포섭하는 새로운 사회/정치 운동이 형성된다.

    이같은 정치 운동은 기존 제도나 정치를 완전히 전복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정치 세력들을 교체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반기득권적이지만 역설적으로 체제 순응적이다(대중들의 불만을 계속 억압적으로 차단할 경우 폭발할 체제 전복의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처한다는 의미에서 예방적 반동 혁명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포풀리즘 그 자체는 좌도 우도 아니며, 체제 전복적이지도 않다. 즉, 전혀 위험하지 않다(그런 의미에서 포풀리즘이 발흥하고 있다는 호들갑은 체제의 밥그릇이나 자본주의의 밥그릇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단지 기존에 권력을 쥐고 있던 사람들이 '내 밥그릇'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에 불과하다).

    포풀리즘을 다른 측면에서, 즉 사회 동원 체제라는 관점에서 고찰해 볼 수도 있는데 이 때는 '국가'가 주도적으로 대중들을 특정한 정치적 국가적 목적에 복속시키기 위해 조직화하고 그 조직에 대중들을 강제로 편입시키는 정치적 과정을 의미한다.

    예컨대 포풀리즘의 고전으로 꼽히는 아르헨티나의 페론 정권이 대표적이며, 한국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유신 정권이 여기에 해당한다(유신 이전의 3공화국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동일 주체가 다른 정치적 성격으로 스스로 전환하는 것을 '유신'이라고 불렀다. 이는 일본 메이지 유신만이 아니라, 고대 중국에서부터 써왔던 용법이다). 유신의 후예들이 포풀리즘을 비난하는 것을 보면, 필설의 한계를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 차원의 포풀리즘(사회 동원 방식으로서의 포풀리즘)은 전체주의적 성격을 띄며 그렇기 때문에 non-cogito ergo sum들은 이것이 좌파인지 우파인지 우왕좌왕한다(유신 체제는 오늘날 '좌파' 정책이라고 불리는 복지 정책들, 즉 의료보험 국민연금 노동자 복지의 원조였다. 그것이 '잘 되었다'는 뜻이 아니라, 한편으로 국가 동원 체제를 유지하면서, 이 동원 체제 하에서 일방적으로 이득을 보는 세력들에 대한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서 국가가 나서서 대중들을 분할/편성하는 정책을 수행했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유신 정권은 반노동자 정권으로 평가하지만, 동시에 가장 차별을 받은 것은 농민과 도시 빈민이었다. 즉, 유신 정권은 노동자계층은 이들에 비해서는 특권적 지위를 부여하는 정책을 수행했다. 이 시절에 대한 향수와 대중적 지지의 근본 배경이다. 특히 사회정책에 있어서는 강력한 평등주의 정책을 시행했는것이 유신데 - 대표적으로 교육 평준화- 경제적 불평등 심화에 따른 정치적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다시 이탈리아로 돌아오자. 일부 언론들은 5성운동과 동맹 사이의 합의를 '서유럽에서 최초로 포풀리즘 정권'이라고 보도했다.

    일단 서유럽부터 틀렸다. 유럽을 동/서로 가르는 것은 정치적/이념적 구분이었다. 베를린을 기점으로 그 동쪽은 동유럽, 서쪽은 서유럽으로 불렸다. 그런데 독일 통일과 구소련 붕괴 이후에는 이같은 구분은 의미가 없어졌다.

    유로화와 EU 설립 이후에는 유럽은 남/북으로 구분한다.

    이는 경제적 지위와 산업 구조에서의 지배/종속의 관계를 표현하는 용어다. 그래서 지난 2011년의 유로존 부채 위기를 '남북 유럽' 문제라고 불렀던 것이다.

    이탈리아는 베를린보다는 서쪽에 있기 때문에 '서유럽'이기는 하지만, 이미 이같은 구별이 의미가 없어진 현재에 와서는, 서유럽이 아니라, 남유럽에 속한다.

    그러면 이탈리아에서 '포풀리즘' 정권이 수립된 것은 맞는가? 이것도 사실이 아니다.

    5성운동과 연정에 합의한 '동맹'(league)은 북부의 부유한 지역을 기반으로 한 기득권 정당이다. 게다가 전에도 잠깐 언급했듯이, 5성운동은 지난 2016-17년을 거치면서 조직 형태와 지도부에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다.

    , 지금은 더 이상 '포풀리스트' 동원 전략을 구사하지 않는다. 5성운동은 차라리 프랑스의 마크롱 정권을 구성하고 있는 신생 '행진! 공화국'(La République En Marche!)당에 더 가깝다.

    세상은 기괴한 것이라서, 정작 '포풀리스트'적인 마크롱 정권은 '개혁'이라고 표현하면서, 전혀 '포풀리스트'적이지 않았던 마린느 르 펭의 '국민전선'은 포풀리즘이라고 주장된다. 문명은 역진화중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이해관계가 다른 이탈리아 정당들이 '연정'에 합의할 수 있었을까?

    사정이 그랬다. ECB는 지난달 말에 이탈리아 은행들의 부실 부채 산정 기준을 완화하고 그 처리도 올해말까지 유예해주는 파격적인 조치를 결정했다. 그러면 국내적 위험이 감소한다.

    그 다음에 동맹-5성운동-베를루스코니가 서로 만족할 수 있는 정책적 합의가 있었다. 5성운동은 기본소득에, 베를루스코니는 평행 화폐(parallel currency)에, 그리고 동맹은 실질적인 권력을 쥐는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 중에 두가지는 외부적인 것이다. 기본 소득 정책을 시행할 수 있으려면 재정 지출이 늘어야 한다. 그리고 이 재정 지출 확대가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을 끌어올려 은행에 부담을 주는 일이 없어야만 한다.

    오케이, 이건 ECB가 해줬다.

    베를루스코니는 이탈리아가 마음대로 화폐량을 결정할 수 없는 유로화가 마음에 안들었다. 베를루스코니의 대안은 '정부 화폐'였는데, 오케이 이것도 어느 정도 해결됐다.

    3당이 합의했고, 무엇보다도 국제적 동의가 있었다. 월요일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crypto currency를 '자산'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한 것이다.

    G20 재무장관 회담에서 결정된 crypto currency의 성격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자산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인지(예컨대 중앙은행 자산에 crypto currency를 포함시킬 것인지)는 아직 파악을 못했다.

    어쨌든 예정된 수순으로 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지난 주말에 전 백악관 경제위원장이었던 게리 콘이 언론 인터뷰에서 "중앙은행의 digital currency가 미래에 현실화될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은 bitcoin은 아니며", "우리 모두에게 이해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었다.

    '우리 모두에게 이해될 수 있는 crypto-currency'가 어떤 성격의 것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하기는 할 것이다. 그것밖에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그리고 한 30년 쯤 뒤에는 이게 해결책이 아니라는 아우성이 나올 것이다. 어쨌든 30년 시간은 번다. 그리고 시간은 돈이다).

    변동성(화폐 가치)을 자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신규 가상화폐인 Basis (케빈 와쉬와 스탠 드럭큰밀러가 투자한 가상화폐)가 그럴듯 하기는 한데, 가봐야 안다. 어쨌든 미래는 crypto-currency의 것이다.

    nightly는 이번 이탈리아 연정 합의가 오래 가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왜냐하면, 결국 이탈리아 은행 부실이 문제이며, ECB가 더 이상 사정을 봐주지 않을 때는 이탈리아 정당들은 자해공갈단으로 돌변하여, 독일에 대해 '유로존 탈퇴'니 EU 탈퇴니 하는 무기를 들이밀 것이기 때문이다(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연정이 붕괴되어야 한다).

    그리고 ECB가 더 이상 이탈리아 은행을 돌봐주기도 현재로서는 난감하다. 마타렐라 대통령이 연정 합의 직전에 12월 재선거를 운운했던 것도 이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즉, 유럽 사정에 따라서 이 연정은 언제라도 깨질 수 있는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설사 연정이 들어서더라도 그것은 테크노라트에 의한 거국임시내각에 불과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5성운동은 순수한 행정 전문가인 Conte를 차기 총리로 선호하고 있다).

    그러면 이런 정치적 조건이 유로존의 위기로 하다못해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안한다.

    이탈리아 국채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5.1%에 불과하다. 이탈리아 국채의 68.7%는 내국인이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모니터


    ⓒ글로벌모니터

    즉, 이탈리아에 무슨 문제가 생겨서 국채 매도 현상이 발생해도, 이것이 유로화에 미칠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특히 유로화 환율에 미칠 영향은).

    망해도 이탈리아 내국인과 이탈리아 은행들만 망할 뿐이다. 그리고 망할 사태가 되면, 이탈리아는 정말 진지하게 crypto currency를 들고 나올지도 모른다.

    이 때는 유로화와 병존하는 이중 화폐체제인지, 아니면 유로존에서 탈퇴하는 독자 화폐 체제가 될지는 그 때의 국제적 조건에 달려 있다.

    독일 입장에서는 이탈리아는 하라는 재정 균형은 안하고 지출만 늘리면서 ECB에 기대는 거머리 같은 존재겠지만, 이탈리아로서는 생존 방식으로 선택할만 하다. 그러니 12월까지는 이대로 갈 것이다. 어찌됐건 간에, 유로화 창설을 주도한 독일이 원죄니까.

    참고로 위의 표를 보면, 유로화에 '변동'을 가져올 트리거는 북유럽 국가 국채 시장에서 국채 매도가 발생할 때뿐이라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즉 그리스나 심지어는 스페인조차도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결론적으로, 이탈리아에서 무슨 시끄러운 잡음이나 혹은 아름다운 선율이 울려도 지금으로서는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간단한 얘기를 하려고 이렇게 길게 써왔다.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무슨 정권이 들어서든, 적어도 올해 12월이 돼봐야 어찌될지 알 수 있다. 그리고 12월까지는 가던대로 간다.

    가던 대로 가는데에는 미-중 관계도 포함되어 있다. nightly는 미중간에 무역전쟁도 아니고, 양국간의 관계가 심각하게 험악하지도 않다고 주장해왔는데, 트럼프가 ZTE에 대한 제재 해제를 지시함으로써 그 일단을 드러냈다.

    그런데 이것도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것이었다. 미국이 ZTE에 대해 규제를 발표한 직후에 중국 정책 당국은 미국을 비난하기는 커녕, ZTE 경영진을 불러 대이란 제재 사항 위반에 대해 심하게 질책하였으며, 다른 기업들에 대해서도 미국의 보호 무역 정책에 맞추어 조정(adjust)하라고 지시했다.

    즉, 미국과의 무역 흑자를 알아서, 자율적으로 줄이라고 지시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15일부터 미국을 방문하는 Liu He 부총리가 협상을 끝낸 다음에는 트럼프는 자랑스럽게 '대중국 무역 적자를 1000억 달러 줄였다'고 트위터에다 떠벌일 수 있을 것이다(액수는 가변적이다).

    트럼프는 뭘 보고 ZTE에 대한 규제 해제를 지시했을까? 지난 일요일에 중국과 이란의 외무장관 회담이 있었다.

    중국은 '미국의 이란 핵협상 철수에도 불구하고 핵 협상 유지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언뜻 봐서는 미국과 싸우자는 얘기다. 그러나 속내는 그렇지 않다.

    이란으로서는 유럽과 중국이 핵 협상을 유지해주면, 즉, 유럽과 중국이 이란산 원유를 계속 사주는 한은, 중동에서 지금 이상으로 사태를 악화시키려고 하지 않을 것이며, 유가를 폭락시키지도 않을 것이다(이란은 공공연히 배럴당 60-65달러 선의 유가가 적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란이 원유 시장을 흔들면, 지금 조건에서는 유가는 간단히 아래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모니터

    중국이 이란을 보증해줌으로써, 중동의 지정학이 더 이상 불안정해지는 것을 억제하면서, 동시에 유가가 크게 변동하는 것을 저지했다. 트럼프로서는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미-중 간에 어떤 합의가 이루어지든지간에, 결국은 중국은 민스키 모멘트를 피할 수 없다.

    그것이 위안화 절하로 나타나든, 아니면 중국 내부에서의 크레딧 붕괴로 나타나든, 단지 경로의 차이뿐이다. 다만 지금이 그 때가 아니라는 것뿐이다.

    북한 문제도 '국제' 뉴스라면, nightly가 다루어도 될 법하다. 그리고 오늘자 한국 언론들은 문자 그대로 아무 생각없이 뉴스들을 쏟아냈다.


    그는 이어 "북한 군부는 오래전부터 스스로 생존을 유지해야 하는 실정이었기에 부대 이전을 자체적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면서 "개성공단 건설 때도 군부는 새로운 주둔지를 마련하기 위해 엄청난 고생을 했기에 군부는 당연히 한반도 종단철도 건설과 부대 이전을 반대했다"고 말했다. (뉴시스, 14일자)


    위의 발언은 전 주영국 북한 공사였다가 망명한 태영호씨의 인터뷰 중의 일부다. 이 발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느 언론도 해석하지 않고 그대로 옮겨 싣기만 했다.

    이 발언은 태씨가 동해안 남북 횡단 철도 공사가 주변 북한 군대 배치 때문에 불가능할 것이라는 주장을 하면서 나온 것이다.

    '오래전부터 스스로 생존을 유지해야 하는 북한 군부'가 언제 시작되었을까? 그리고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일까?

    90년대 중반에 이른바 '고난의 행군'기를 거치면서 북한 김정일 정권은 군부를 유지시킬 경제력을 상실했다(남한 및 미군의 군사력에 상응할 수 있을만큼의 군 예산 지출의 불가능).

    이 때 등장한 것이, 이른바 고난의 행군과 항일 빨치산 정신이다. 빨치산 군대는 국가로부터 재정을 지원받지 않는다(못한다). 즉, 독자적으로 군대가 스스로 물자를 조달한다(중국의 대장정 및 이후 항일전 당시의 빨치산 군대를 생각해 보라. 김일성은 이 때 동북항일연군 소속이었다).

    군대가 스스로 자급자족한다는 것은 군부가 국가와 부분적으로는 당의 통제력을 벗어났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군인 급여도 못주는 당이 군대에 무슨 영향력이 있는가).

    당연히 김정일 정권은 군부와 당의 연합체 성격이었으며, 다른 말로 해서 김정일은 전혀 절대 권력을 누리지 못했다.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남북한 철도 연결 및 경제 협력은 굉장히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즉, 군대에게 '이권'을 주면 된다. 그 모델이 바로 등소평의 경제 개발 전략이었다.

    등소평은 단지 경제 특구를 설치해서 외부 자원을 끌어들였을 뿐만 아니라, 내부적 반발(특히 군부)을 무마하기 위해 군에게 '국영기업'이라는 이권을 주었다.

    시진핑의 집권 체제 구축에 있어서도 이같은 군부가 주도하는 국영기업 처리 문제가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미국 내부의 민간 자본의 북한 투자'를 언급한 것은 중국식 발전 모델처럼, 글로벌 자본과 연결된 북한 군부의 이권을 보장해 주겠다는 것을 시사한 발언이다.

    만일 북한 군부가 자신들의 이권을 지키고, 오히려 확장시킬 수 있다면 군대 이전은 사소한 문제다.

    현재 북한 정권에서 미국 및 남한과 실무를 담당하는 주역은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인 것으로 보이는데, 그는 군 상장(대장) 계급을 가진 정찰총국장 출신이다.

    즉, 군부 인사가 북핵 문제 및 평화 체제 문제를 사실상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김정은은? 김정은의 권력은 군부 위에 떠받들여져 있는 것에 불과하다(냉정하게 말하자면, 적통성을 가진 얼굴 마담에 불과하다).

    장기적으로 보면, 김정은의 권력은 강화되겠지만, 그러나 중국에서 군부, 태자당, 상해방이 지난 30여년간 누려온 지위를 고려해 본다면 군부의 지위는 상당기간 강력할 것이다.

    그리고 북한에서 핵 개발(이른바 핵경제 병진 노선)은 군부의 '생존 전략'이었다(당의 생존 전략이 아니었다).

    군부가 핵을 포기하는 대신에, 그 댓가로 군부의 지위와 영향력, 이권을 보장해주는 정책이 지금의 미국의 대북한 전략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접근 방식은 기본적으로 70년대 닉슨 행정부 당시의 대중국 정책과 대단히 유사하다.

    즉, 중국내의 핵심 기득권들과 미국의 자본들의 화학적 결합을 통해 중국을 국제 경제 시스템으로 끌어들이고 군사적인 적대를 해소하는 방안이다.

    북한의 권력 핵심들도 이같은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다만 장기적으로 군부가 완전히 무력화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중국의 보증이 필요하다는 판단은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관점에서만 본다면, 북한의 경제 개발, 혹은 남한과의 경제 협력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다음 대통령 선거 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낼 필요가 있으며, 중국도 후방을 안정화시킬 필요가 있다.

    한반도 사태에 있어서 일본은 흔히 japan passing이라고 얘기하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

    북한의 개발은 결국 어디선가 '자금'이 나와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미국의 민간 자본은 다른 어떤 국가의 국가 자금이 먼저 보장되어야만 움직일 것이다.

    가장 만만한 상대가 식민지 배상 책임이 있는 일본이다. 흔히 지난 2015년 말의 한일간 군사 정보 보호 협정 및 위안부 협정(10억 엔 보상)에 대한 오해가 있는데, 한일간 위안부 보상책은 지금 한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미래에 북한과 일본 사이에 관계가 정상화되기 위해, 일본이 치뤄야할 비용을 남북한이 논의한 것이다.

    따라서 한국이 고작 10억엔에 위안부 배상을 타협한다면, 이는 북한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며, 즉, 북한은 일본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배상금이 대폭 줄어들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일간에 위안부 문제로 대립하는 것은, 과거의 역사 때문이 아니라, 미래의 북한 때문이기도 하다(일본의 배상금이 커질수록 남한의 부담이 줄어든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북한이 일본에 대해 냉랭한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북한과 일본은 돈의 '액수'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중이다.

    누가 북한에 돈을 댈 것인가, 누가 북한 권력들과 연합할 것인가는 향후 한반도 사태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정치의 묘미가 있다. 남한은 과거에는 미국이 부과한 전쟁의 공포 때문에 미국에 의존했고, 이제는 그 공포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는 이유로 미국에 의존한다.

    주한미군 여부와 상관없이 남한의 미국에 대한 의존도는 더 커졌으며, 이제는 북한도 그 품 안에 들어갈 것이다.

    죽이지 않고 살려줬다는 이유로 숭앙되어야 한다면, 노예장사도 해 볼만한 사업거리이기는 하다.

    그 댓가로 먼 나라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죽어가고 있을 뿐이다. 그다지 마음에 드는 인간은 아니지만, 지정학 전문가인 Ian Bremmer는 수십명이 넘는 사상자를 내면서도 맨 몸으로 달려드는 팔레스타인 봉기를 보고 "그들은 hopeless하기 때문에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살려는 드릴께에 감사하여 열광하는 것과 드론 기관총 앞에 돌팔매로 맞서는 두 풍경 사이에는 넘지 못할 간극이 있다. 이제는 華氏의 玉의 고사를 기억하는 사람이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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