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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 Watch] 구로다 "균형금리"의 양면성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오상용 기자 [기사입력 2018-05-14 오후 10:36:06 ]

  • # 아래는 6년째로 접어든 구로다 하루히코의 초완화정책이 일본 재정에 기여한 정도를 한눈에 보여주는 차트다. 재무성 통계에 기반해 블룸버그가 작성한 차트다.

    ⓒ글로벌모니터

    재무성에 따르면 2013년이후 발행한 국채(물가연동국채 제외)는 630조엔이다. 5년간 총 발행비용은 7조4000억엔이다. BOJ의 QQE가 없었다는 가정하에 2012년 시장금리를 적용할 경우 발행비용은은 12조3000억엔으로 불어난다. 지난 5년간 평균 금리가 연간 0.1%포인트씩 올랐다는 가정하에서는 비용이 16조3000억엔에 달한다. (차트가 제시한대로면) BOJ 덕에 일본 정부는 최소 5조~9조엔 가량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2012년말 1.75%대였던 JGB20년물 수익률은 현재 0.53%에 불과하다. 122bp하락했다. 같은 기간 10년물 수익률은 0.81%에서 0.049%로 76bp가량 떨어졌다. 5년물 이하 JGB 수익률의 변화는 더 극적이다. 마이너스 수익률로 반전했다.

    이를 통해 정부가 취한 이득은 국채 투자자와 예금자가 입은 손실, 그들의 급감한 이자소득이다. 이들의 희생은 정부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나눠가졌다(조달금리 하락). 예금자에게는 증세나 다를 바 없었다.

    ⓒ글로벌모니터

    재정 규율은 교과서대로 방만해졌다. 브레이크가 사라졌으니 거칠 게 없었다. 국채발행 잔액이 883조엔을 돌파하는 동안 재무성의 중장기 재정건전선 목표는 계속 뒷걸음질만 쳤다. 3% 명목성장, 2% 물가상승률 시나리오 하에서도 기초재정의 균형은 2025년까지 달성하지 못한다는 게 정부측 시나리오다.

    # BOJ가 출구전략에 나선다면, 그 결과 시장금리가 오른다면, 정부의 국채발행 비용이 다시 증가하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BOJ 보유 국채에서는 시시각각 평가손 (금리 상승에 따른)이 발생하게 된다. 그렇게 시장 금리가 오르고 BOJ의 자본이 침식될 때마다 재무성은 BOJ 자본금을 충당해줘야 한다. 중앙은행이 파산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이 경우 재무성은 지난 5년간 BOJ가 국고에 납부했던 `보유국채의 평가이익과 이자수입`을 고스란히 돌려주는 것은 물론 더 많은 돈을 토해낼 수 있다(금리상승폭, 즉 BOJ의 국채 평가손실 규모에 달렸다). 물론 BOJ는 2015년부터 국고 납부액을 줄여 이익금의 절반가량을 충당금으로 쌓기 시작했으나, 이걸로 차후 손실을 모두 충당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니 출구전략은 집권여당이나 BOJ 모두에게 곤혹스럽다 - 최대한 피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 그럼에도 불구, BOJ가 출구에 나서야 하는 경우는 크게 4가지다. ①완화정책 효과보다 비용이 두드러지게 커진 경우 ② 일본 정치구도의 변화와 정치권의 결단(재정건전성으로 초점 이동) ③미국 등 국제사회의 압박 심화 ④완화조치 축소를 감내할 만큼 일본 경제의 펀더멘털이 개선된 경우다.

    ①번의 경우 BOJ가 극구부인하고 있으니("금융중개 기능상에 장애는 없다") 당장 부각될 가능성이 낮다. ②번과 ③번은 올들어 아베 내각의 지지율 하락과 9월 자민당 총재선거 일정, 그리고 트럼프의 통상압박 등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④번은 후술하겠다.

    # 14일자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지난 10일 외부 강연에서 실질금리와 자연 이자율(균형금리)을 유난히 강조했다. 최근 BOJ의 정책결정 - 2% 물가목표 달성시점을 폐기하고, 지금의 완화정책을 지속하겠다고 결정 -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들이다.

    실질금리란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기대 인플레)을 차감한 것이다. 물가가 오르면 실질금리는 하락하고 물가가 내리면 실질금리는 오른다. 구로다가 흔히 하는 말처럼, BOJ가 현 수준의 통화정책을 유지해도 물가가 오르면 실질금리가 하락해 자연스럽게 완화수준은 강화될 수 있다.

    이 부분은 딱히 새로울 게 없다. YCC-QQE 체제로 넘어가면서, 즉 양에서 금리로 타겟팅이 사실상 변하면서, BOJ 통화정책의 중심축이 됐다.

    그런데 구로다의 자연이자율, 즉 균형금리에 대한 언급은 오랜만이다. 균형금리란 경제가 균형상태에 있을 때(물가와 경기가 과열상태도 침체상태에도 빠지지 않은 상태일 때 - 과도한 물가상승을 촉발하지 않으면서 잠재성장률 수준을 달성할 수 있을 때)의 금리를 의미한다.

    구조(공급부문)개혁과 성장전략 등에 힘입어 잠재성장률이 높아지면 균형금리도 상승하기 마련이다. 이론상 실질금리가 상승하더라도 균형이자율이 더 높은 상태로 이동하면 금융환경은 여전히 완화적인 게 되고, 실질금리가 하락하더라도 균형이자율이 더 많이 하락한 상태면 금융환경은 여전히 긴축적이게 된다. 중앙은행들의 금융완화 조치는 실질금리를 균형금리 아래 쪽으로 끌어내리는 조치라 하겠다.

    # 주지의 사실이듯 지난달 27일 구로다가 물가목표 달성 시기를 폐기한 표면적 이유는 세간의 추가완화 기대나 요구를 불식시키기 위함이다. 흔한 분석대로 현행 정책을 유지한 채 장기전에 돌입한다는 의미였다.

    "장기간에 걸쳐 기대인플레가 오르고(실질금리가 하락하고) 균형금리(잠재성장률)가 높아지면, 딱히 추가 완화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실질적인 완화수준은 더 강해진다"는 논리에 기반했다. 지난주 외부 강연에서 구로다가 실질금리와 균형금리를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다만 이 대목에서 눈여겨 봐야할 BOJ 보고서(워킹페이퍼)가 있다. 지난 3월 발표된 보고서인데, 새로운 모델로 일본의 균형금리를 추정했다. 그 결과 얻어진 균형금리(아래 파란선 : 베이스라인 모델) 추이는 흥미롭다.

    ⓒ글로벌모니터

    일단 기존의 모델들과 마찬가지로 80년대 이후 그리고 90년대로 접어들면서 일본의 균형금리가 빠르게 가라앉았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2013년 이후(마침 구로다의 QQE 도입과 맞물린다) 일본의 균형금리는 반등하고 있다.

    새로운 모델에 의해 추산된 균형금리는 기존 추정치 (녹색 점선의 이마쿠보 모델 추정치나, 빨간색 실선의 Laubach and Williams 모델 추정치, 그리고 검은 점선의 BOJ 조사통계국이 발표하는 잠재성장률) 보다 더 높은 곳에 자리한다.

    해당 보고서의 추정대로면 균형금리 상승에 힘입어 BOJ의 통화정책 수준은 (현상유지에도 불구) 한층 완화적으로 바뀌고 있다. 또한 균형금리의 상승세는 위에서 언급한 ④번 항목(일본경제의 펀더멘털 개선)의 진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 해당 보고서가 발표된 시점, 그리고 BOJ가 물가목표 달성시기를 폐기한 시점, 아울러 균형금리를 입에 올린 구로다 총재의 발언시점은 묘하다. 겉으로는 추가완화 기대를 불식시키며 장기전에 돌입했음을 선언한 구로다지만, 내심으로는 만약의 환경변화(②번 또는 ③번)에 대비해 조정의 여지를 계속 만들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구로다의 이론상

    구로다의 실질금리와 균형금리 이야기는 "통화정책 현상유지"의 논리적 근거이기도 하지만, 완화조치 축소의 근거로도 활용될 수 있다. `완화조치를 다소 줄여도 낮아진 실질금리와 높아진 균형금리를 감안하면 통화정책 완화강도는 변함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지난달 27일 BOJ의 결정(물가목표 달성시점 폐기)이 복선처럼 느껴지는 이유익도 하다. ☞ 정책변경의 신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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