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크게 텍스트작게 바로가기복사 프린트

[Nightly Brief]散步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이공순 기자 [기사입력 2018-04-12 오전 7:01:18 ]

  • 트럼프의 시리아 폭격 위협으로 주요 선진국 증시가 가라앉고 원자재(원유) 가격은 급등했다고 서구 경제 언론들은 전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정말?'이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시리아 사태는 아직은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으며, 심지어는 지난해 4월에 비해서도 훨씬 덜 덜 위험하다.

    인간의 기억력은 매우 짧은 것이기는 하지만, 지난해 4월 트럼프와 시진핑이 회담하는 도중에 미국이 '세계 최대의 폭탄'이라며 시리아를 공습했던 것을 이처럼 쉽게 잊고 있다는 사실에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지난해 4월에 비하면, 이번에는 아직까지는 미국이 직접 시리아를 공격한 것조차 아니며(이스라엘이 대신했다), 아직은 폭탄 대신에 트럼프의 트위터가 불을 뿜고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

    그리고 중동에서의 위기 고조는 H.R. 맥마스터 전 안보보좌관이 사임했을 때, 어느 정도 예견되었던 것이기도 하다. 그러면 '초강경파'인 존 볼턴의 작품이라는 얘기인가? 아닐 것이다.

    맥마스터는 지난 주 이임사에서 "러시아를 제대로 응징하지 못해서 유감"이라고 말했다. 미국 군사/공안 기관은 매우 신기한 특징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뒷끝'이 작렬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책을 대대적으로 수정하거나 혹은 책임자가 자리를 뜰 적에 거의 예외없이 기존에 자신들이 당했던 것을 되갚는 '복수극'을 수행한다(가장 대표적인 것이 소말리아 사태, 이른바 'black hawk down' 사건과 그 이후의 전개 과정이었다).

    그래서 맥마스터의 이임사를 보고 미국이 뭔가 러시아를 압박할 카드를 준비중이라고 예측 가능했다.

    핑계는 뭐가 되었든 별 상관이 없다. 시리아 두마에서의 이른바 화학무기 공격 사건은 그 진상과는 별개로 다만 프로파갠더로서 효과만 있으면 된다. 전쟁은 원래 그런 것이다. 일찌기 손자도 '전쟁이란 속임수'라고 설파한 적이 있지 않았던가.

    그런데 왜 트럼프는 러시아를 건드릴까? 그리고 이 요란한 협박은 다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러시아는 중국의 배후다. 동시에 미국이 유럽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가장 적절한 레버리지 카드이기도 하다.

    또한 러시아는 미국에 가장 위협적인, 그러나 그다지 크게 눈에 띄지는 않는 몇가지 행동을 취해오고 있다. 그것은 러시아가 금을 매집하고 있으며, 한발 더 나아가 원유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탈달러화 행보를 밟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서는 '무역 전쟁'으로, 그리고 러시아에 대해서는 '무력 전쟁'을 엄포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러면 정말로 미국은 러시아를, 시리아를 통해서 '손'을 볼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 미국은 전쟁을 할 능력도 없으며, 의지도 없다.

    그러나 원하지 않는데도 엉뚱하게도 전쟁으로 말려들어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는 트럼프 개인, 혹은 현재 미국의 군사/정보 당국의 기본 전략 수행 방식과 관련이 있다.

    얼마전 금융 자문사인 Evo Capital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Nicholas Glinsman이 흥미로운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는 트럼프와 가까운 자신의 지인의 말을 이렇게 전했다.

    "허세(bluff)가 통하기 위해서는 그 허세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위협이 통해야만 한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는 평생을 허세가 실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살아왔기 때문에 아무도 그가 실제로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

    이건 도박판의 기본 원칙 중의 하나인데, 뻔한 허세는 당연히 통하지 않는다. bluff가 통하기 위해서는 어느 순간에는 bluff는 bluff가 아닌 실제여야만 한다. 즉, 상대방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미친 짓'을 할 수 있어야만 한다.

    이는 실은, 아주 고전적인 madman theory에 속한다. 미친 척 하는 것만으로는, 아무도 실제로 미쳤다고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에, 미친 척 하는 인간은 간간히 실제로 미친 짓을 한다.

    이같은 정치 전략은 역사적으로 흔히 쓰여왔으며 가까이는 월남전 당시의 닉슨 행정부의 정책이 대표적인 것이기도 하다.

    이에 대응하는 수단은 'tit for tat'(눈에는 눈, 이에는 이)이다. 미친 척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미친 척에 해당하는 동일한 정도의 미친 척이 동원된다. 이 때는 계산된 '동반 광기'다.

    트럼프의 '장기'는 어디에 있는가 하면, 상대방이 따라할 수 없는 미친 척을 할 수 있다는데 있다(의학적으로는 이건 진짜로 미친 놈에 해당한다).

    예컨대 지난주 목요일에 트럼프가 중국에 대해 '1000억 달러짜리 관세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트럼프의 관세 부과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500억 달러에 대한 500억 달러였다. 그런데 지난해의 경우 미국의 대중국 수출은 총 1300억 달러에 불과하다.

    따라서 트럼프가 중국산 수입품 1500억 달러 어치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으로서는 동일한 보복 조치를 취하는데 있어서 200억 달러가 부족하다. 즉, 중국은 트럼프의 미친 짓을 따라갈 수가 없다.

    그래서 트럼프는 자신이 무역전쟁에 손쉽게 승리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친 것이기도 하다(실제로는 요즘 우울한 젊은 층들이 쓰는 표현을 빌자면, '정신 승리'에 가깝다).

    중국은 다른 부문으로 전선을 확대하는 보복 조치를 취할 수도 있지만, 현단계에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을 것이다(이제까지의 미국의 무역 전쟁의 '성과'는 실제로는 경제적으로는 별 영양가가 없다). 중국인들은 매우 실용적인 인간들이다.

    트럼프는 자신의 bluff가 통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만일 러시아가 물러서지 않는다면, 실제로 행동을 취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될 수도 있다.

    그리고 현재까지는 러시아는 전혀 물러날 기색이 없다. 그러면 중동 사태의 위험도가 매우 높는 것이 아닐까?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어떤 식으로 타협할지는 알 수 없지만, 미국이 취할 수 있는 공세의 정도는 이미 맥마스터의 발언에서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제대로 러시아를 응징하지 못했다".

    미국으로서는 시리아의 알 아사드 정권이 붕괴하고 러시아의 군대가 퇴각하고 이란을 완전 고립시켰으면 '응징'이 되겠지만, 여기에는 상당한 위험이 뒤따른다.

    맥마스터의 이임사로 본다면, 미국은 거기까지 목표를 세운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좀 시끄럽다가 말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지난해 4월보다도 덜 심각하다.

    그런데 이것이 러시아에 대한 응징인지조차도 의아하다. 러시아 루블화는 폭락했지만, 유가는 중동 사태를 핑계로 급등했다.

    또한 러시아 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러시아의 주요 수출품 가운데 하나인 소맥(밀)의 국제 경쟁력이 상승했다.

    루블화 폭락과 러시아 증시 폭락으로 러시아의 올리가키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을까? 아니면, 유가 상승으로 그들의 자산 가치는 오히려 늘어났을까? 푸틴은 여전히 "미국이 상식을 되찾기 바란다"고 점잖은 대응만을 하고 있다.

    한가지 변수는 프랑스다. 엠마뉴엘 마크롱 대통령이 시리아에 '인도주의적 군사 개입'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데, 프랑스 국내 사정을 본다면 마크롱은 전쟁이 아니라면 파국을 맞게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전쟁의 길을 취해도 프랑스의 파국은 불가피하다. 만일 마크롱이 중동전을 개시한다면, 그는 드골의 전철을 밟게될 것이다.

    아마도 이제부터 프랑스 기득권층은 진지하게 국내 소요의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만큼 프랑스 사정은 나쁘다.

    마크롱의 권력이 약화되면 독일의 메르켈 정권도 과거와 같은 독-불 동맹을 지속하기 힘들며 유로존에서의 영향력도 약화될 위험에 처한다.

    이미 도이치뱅크의 경영진 교체는 상징적으로 그같은 독일의 지위를 보여준다. 도이치뱅크는 지난 월요일 존 크라이언 CEO가 퇴임하고 Christian Sewing이 새로 CEO로 임명되었다.

    Sewing은 소매 영업 전문가다. Sewing은 이제 도이치뱅크가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보다는 국내 영업에 치중하는 '상업 은행'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만일 Brexit가 발생한다면, 그 때는 유로존에서는 프랑크푸르트를 런던에 대신하는 금융 허브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도이치뱅크가 국내 영업 중심의 상업은행으로 전환한다면, 독일로서는 영국에 대적할 주요한 무기가 사라지는 것이다. 영국은 여전히 바클레이즈나 HSBC와 같은 글로벌 투자은행을 갖고 있지만, 독일은 그같은 글로벌 플레이어가 없다. 그러면 당연히 경쟁력에서 뒤진다.

    게다가 지난 3월부터 유로존 정책 당국자들 입에서 "차기 ECB 총재로 옌스 바이트만 분데스방크 총재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는 발언들이 부쩍 늘고 있다.

    지난해 4월 얘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그 때를 기점으로 글로벌 금융 시장은 이전과 달라졌다. 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달라진 것은 확인 가능하다.

    명목 무역 가중치 달러화 환율과 금/은 비율

    ⓒ글로벌모니터


    미국 10년물 물가변동채권 수익률(inverted)과 금 값 추이

    ⓒ글로벌모니터

    전통적으로 달러와 다른 통화들 사이의 관계는 금과 은의 관계에 비유된다. 역사적으로도 양자는 서로 동행했다. 또 인플레이션 전망을 나타내는 물가변동채(TIPS) 수익률과 금 값도 동일한 궤적을 갖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타당하다. 왜냐하면 둘 다 인플레이션 전망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해 4월 이후 이같은 전통적 관계가 깨어졌다. 또한 특히 유로존의 경우에는 독일의 명목 국채 수익률과 미국의 명목 국채 수익률 사이의 스프레드와 유로-달러화 환율 사이의 상관 관계도 깨어졌다(반대로 움직인다).

    일부 이코노미스트(예컨대 ECB의 베누아 꿰레)는 이를 'term premium'의 차이로 설명하지만, 그러나 화폐의 관점에서 본다면 뭔가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했다고 보아야 한다.

    이것이 지속가능한 것인지도 알 수 없다. 다만 추측컨대, 올해 3분기까지는 이같은 상태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필자는 인위적인 개입으로 인한 유도된 결과라고 보고 있다).

    어떻게해서 이런 현상이 발생했느냐는 이론이 분분하다. 여기에 크로스커런시베이시스 스왑 레이트와 Libor/OIS 스프레드의 괴리도 금리 분석가들에게는 골칫거리다. 최근에 크레딧스위스 은행의 Zoltan Pozsar와 Bank of America의 Matt King 사이에 이를 둘러싼 흥미로운 논쟁이 있었다.

    Pozsar는 미국의 법인세 개편에 따른 현상이라면서 달러 강세를 예측하고 있고, King은 단지 미국 연방정부 국채 발행이 일시적으로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중론은 두 요인 다 약간씩은 영향을 미친 것 같은데, 그렇다고 둘 다 결정적인 원인도 아니고, 결론은 잘 모르겠어요라는 것이다.

    금리 분석가들이 헤매기 시작하면 영 안좋은 사인이라고 보아야 한다(이 쪽 전공자들이 이코노미스트들 중에서는 가장 명민한 부류에 속한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소비자 물가)는 절대 수준을 그다지 높지 않지만, 모멘텀은 당분간은(올해 말 정도까지) 가속화될 것이다.

    그러니 연준은 금리 인상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고전적인 중앙은행 이론(또는 연준의 공식적인 견해)로는 연준은 실은 이미 지금 단계에서조차 금리를 인상해서는 안된다(지난해 11월 연준이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노동시장 slack은 실업률과 무관하게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다).

    연준이 금리를 올릴 수 있는 것은, 금리 인상이 실은 아무 영향을 안미치거나 또는 세간의 이해와는 정반대로 오히려 은행들의 크레딧을 늘리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일정 수준까지는) 해석할 수도 있다.

    어쨌든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화폐는 그 가치(이자율)만이 아니라, 그 화폐를 뒷받침하고 있는 실물도 함께 반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물은 벌써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미국의 기업 파산 신청 추이

    ⓒ글로벌모니터

    지난 2017년의 IMF 보고서에는 미국이 다음 경기 침체기에는 미국 기업의 20%가 디폴트할 수도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20%라면 좀비기업들은 모두 죽는다는 뜻이다. 우스꽝스럽게도 좀비가 죽으면 건강한 개체들도 함께 굶주릴 것이다. 왜냐하면, 이 체제는 너무 오랫동안 좀비와 공생하여 이제는 좀비와 인간이 서로 서로를 뜯어먹는 처지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고 FX 변동성은 여전히 낮다. 세상은 별 일 없을 것이다. 이 개는 물지 않는다.

    ⓒ글로벌모니터





댓글 로그인 0/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