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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Japan Watch]오래된 말(言)과 물물교환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오상용 기자 [기사입력 2018-04-10 오후 5:12:51 ]

  • 10일 시진핑의 보아오 포럼 연설은 미중간 팽팽했던 긴장을 이완하는데 데 일조했다. 금융시장도 반짝 환호했다. 연설 내용만 보자면 수년간 반복해온 레토릭의 재탕이자, 구체성이 결여된 `선언`에 가깝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했던 사안 대부분을 아우러는 `화답`이었다는 점에서 시장의 호감을 샀다. 시장으로선 양측이 실력 행사나 무한 대치가 아닌 대화로 무역현안(마찰)을 풀어갈 것이라는 기대를 좀 품었을 법하다. 오늘 밤 트럼프가 제대로 맞장구를 쳐주면 안도성 랠리는 좀 더 이어질 수 있다.

    늘 "악마는 각론에 숨어 있다." 양측이 한껏 어깨 근육을 뽐낸 뒤 이제 겨우 협상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들어간 정도라, 향후 논의 과정에서 얼마나 흉흉한 장면들이 재차 연출될지, 최종 합의물이 어떤 모양새를 할지에 대해 예단하지 않는 게 좋다. China Express는 합의물의 성격에 대해 `적당한 성의표시와 체면치레`일 것이라 말해왔다. 지금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 남은 수순은 적절한 주고받기다. 다만 China Express 역시 선입견을 버리고 지켜볼 작정이다.

    이날 시진핑은 직접 트럼프를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의 보호주의 정책을 점잖게 어른스런(?) 말투로 꾸짖었다. 어른답게 우는 애를 (젖병을 물려서라도) 달래보겠다는 투였다. 이렇게 점잖게 대하는데도 젖병을 집어던지면 그 놈이 나쁜 놈이라고 말하고 싶었을 게다. 시진핑의 주요 발언은 다음과 같다.

    <"중국 경제와 시장을 더 개방할 것이다. 우리의 개혁개방은 제2의 혁명으로 중국을 크게 바꾸었을뿐 아니라 세계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고 자부한다. 개방의 문은 닫히지 않고 점점 크게 열릴 것이다"

    "올해 우리는 자동차 수입 관세를 상당폭 낮출 것이다. 동시에 다른 품목에 대한 수입관세도 내릴 것이다. 중국은 무역흑자를 탐내지 않는다. 수입을 늘리고 경상수지 균형을 맞추고 싶다. 미국은 하이테크 제품의 대중(對中)수출제한을 완화해야 할 것이다."

    "지적재산권을 보호할 것이다. 중국내 해외자본의 `합법적`인 지재권을 보호하는 한편, 외국인도 중국의 지재권을 보호하도록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 기구도 설립(조직 개편)할 방침이다."

    "자동차 섹터에 대한 외국인 소유한도(합작사 등에 대한 외국 기업의 지분 취득한도)를 가능한 조속히 완화할 것이다. 앞서 내놨던 금융섹터 개방 조치를 추진할 것이다. 해외 투자자들의 중국 시장 접근을 대폭 확대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다. 보험산업 역시 개방 속도를 높여나갈 것이다."

    "세계는 개방과 폐쇄의 기로에 섰다. 우리는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를 추진하며, 다자간 무역체제를 수호할 것이다. 냉전식 사고방식과 고립주의는 벽에 부딪칠 것이다. 집단이기주의에 빠져 남의 이해관계를 외면하면 장벽만 생겨난다. 평화와 대화로만 서로 윈윈하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

    내용들을 하나하나 짚어보자.

    ① 이날 시진핑 발언에서는 `자동차 시장 개방`이 도드라져 보인다. 외관상 트럼프의 쓴 소리 - "미국의 자동차 수입관세는 2.5%에 불과한데 비해 중국은 25%에 달한다는 지적" - 에 중국이 호응하는 자세를 취했다. 나름 체면을 세워줬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그간 봐왔듯 트럼프의 취미는 트위터로 예고편 날리기였다. 자동차 부문에서는 일찌감치 양측이 방향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을 수 있다.

    사실 이날 시진핑 연설과 관련해선 그의 책사인 류허의 지난 1월 다보스포럼 연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당시 류허는 "올해 세계는 중국의 개혁개방 속도에 깜짝 놀랄 것"이라 말하고,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도 질서정연하게 인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수입 자동차 관세 인하는 예정된 사안으로 시기와 폭의 문제일 뿐이라는 점을 이날 시진핑이 재 확인해준 정도다.

    ② 여타 수입제품에 대한 관세인하는 소비진작 및 내수시장 활성화의 일환으로 지난해 국무원회의와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의결된 사안이다.

    2016년에도 유사한 조치(소비재 수입관세 인하 및 면세잠 산업 활성화)가 취해졌다 - `삶의 질(소비자 권익)`과 `본토기업의 경쟁력 제고`라는 논리가 더해졌다. 이는 성장모델을 소비와 서비스 주도형, 고부가가치형으로 전환한다는 정책 방향과 맞닿아있다.

    당시 정책 방향에는 "본토 기업이 온실속에서 하청업자 노릇만 하다가는, 제대로된 브랜드 가치를 구축하지 못하면, 중국 경제 전반이 박한 마진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중진국 위험에 빠지게 되며)은 물론, 성장하는 중산층의 구매력이 계속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문제의식이 녹아있었다.

    일례로 관광객이 해외에서 뿌리고 다니는 돈을 국내 서비스 산업으로 돌릴 수 있다면 그래서 `내수시장이 더 커진고 고용이 증진된다`면 고율의 수입관세를 고수할 필요가 없다. 후진타오-원자바오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 `내수시장 발전론`은 대외전략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외풍(외수 산업)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워져야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높인다. 이는 `일대일로와 위안 국제화` 전략과도 연계돼 있다.

    ③ 시진핑은 지적재산권 보호를 재차 약속했다. 역시 수년째 반복돼온 약속이다. 지난 2016년 봄부터 국무원과 관련부처가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으나, 실효성을 거두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고, 미중 협상에서도 마지막까지 날선 대립이 지속될 수 있는 영역이다.

    ④ 이밖에 금융산업 개방가 외국인 지분취득 제한규제 완화는 수개월째 재탕되고 있는 메뉴다. 증권산업 개방확대(외국인 지분취득 완화)는 이미 가이드라인이 마련돼 의견수렴과 법제화 과정을 남겨놓고 있다. 전술한 내용(①~④) 중에서 China Express 기억에 딱히 새로운 것은 없다. 이미 진행중이거나,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이 대부분이다.

    ④ 서로 간을 볼 만큼 봤고, 멍석도 깔았으니 남은 수순은 실무작업이다. 태스크포스가 구성된 뒤, 몇 개월 티격태격거리다 적당한 선에서 주고받기를 해야 한다. 합의물이라는 것도 당장 효력이 발생하는 것과 유예기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나뉠 것이다.

    물론 글 머리에서 밝혔듯 China Express는 선입견을 버리고 지켜볼 작정이다. 합의 결과에 따라서는 정말 쇼킹한 변화가 생길지도 모르니까. 더구나 양보만 하는 협상은 없으며 중국도 뭔가 얻는 게 있어야 하는데 지난해부터 `China Express`는 바터(barter)의 대상이 결국 위안화와 관련된 게 아닐까 짐작하고 있다.☞달러와 위안의 공조 기류 / ☞질서정연한 자본계정 개방 / 상호자본 수혈의 명암 / ☞자본시장 로드맵의 ABC

    미국 물건을 더 사주는 것으로, 무역흑자를 일부 양보하는 것으로, 화폐의 지위를 공고히할 수 있다면 혹은 이를 위한 토대 (위안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선 중국의 금융 개혁개방이 필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최소화하려면 달러의 협조가 수반돼야 한다)를 좀 더 갖출 수 있다면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다.

    사실 트럼프 등장 이후 미중간 긴장도가 외견상 높아진 것 같지만, 그 와중에도 중국 A주 시장은 MSCI 지수에 편입됐고, 본토 채권시장은 글로벌 메이저 채권지수에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 공을 들였던 위안화 결제방식의 원유선물 시장도 문을 열었다. 대부분의 국제금융 허브에는 위안 청산결제소가 마련됐고, 주요국 통화와 위안은 잇따라 스왑 계약을 맺었다. ☞페트로위안과 中채권시장

    부언하지만, 미국과 중국이 제대로 합의물을 도출할지, 무엇을 주고받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외교안보 측면에서는 북미회담 혹은 4자회담의 풍향과도 직결될 수 있는 사안이다. 좀 과장되게 표현하면 향후 *긴 시간에 걸쳐 동북아 경제지형 및 지정학적 풍경을 크게 바꿔놓을 수도 있는 시작점이다.

    *시진핑의 시간표대로면 2035년(사회주의 현대화), 나아가 2050년(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에 이르는 시간축이다.

    <시장동향>

    닛케이225지수는 0.54%, 116포인트 오른 2만1794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2만1930선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장 막판 차익실현 매물로 상승폭을 줄였다. 오늘 밤 트럼프의 반응이 어떨지 알 수 없고, 미중간 무역이슈는 아직 갈길이 멀다는 경계심이 작용했다. 달러-엔 환율은 107엔을 중심으로 등락했다.

    상하이 종합지수는 1.67% 오른 3190에 거래를 마쳤다. 시진핑의 기조연설이 미중 무역마찰에 대한 우려를 누그러뜨렸다. 달러-위안 환율은 하락했다(위안 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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