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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ghtly Brief]니나노 경기, 나 죽네 시장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이공순 기자 [기사입력 2018-02-09 오전 7:59:19 ]

  •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2.8% 부근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다. 경기 전망이 좋아서, 또는 인플레이션 압력 때문이라고 이코노미스트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문제는 이 '인플레이션 압력'이 어디에서 나오느냐 하는 것이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서? 즉 cost-push inflation 때문에?

    그렇다면 이 달 초 이후 유가가 하락하고(고점 대비 8% 하락), 달러화는 오히려 약간 강세가 되었는데(DXY 상승) 여전히 장기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는 것을 설명하기가 곤란하다.

    '물가'가 상승해서(혹은 상승할 것 같아서)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는 것만은 아니다. 국채 수익률은 다른 이유로도 상승할 수 있다 : 부채가 증가해서.

    하루 지난 얘기지만, 변동성 폭발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간 7일부터 국채 수익률이 오락가락하는 것은 근거가 있다.

    소비자 신용이 폭증했다. 특히 revolving credit(크레딧카드, 자동차 대출 등 소비성 부채)이 유례없는 증가세를 보였다.

    미국 소비자 신용 (Revolving)

    ⓒ글로벌모니터

    지난해 11월에는 미국의 revolving credit은 전달 대비 248억 달러 증가했다(기존 발표치 112억 달러에서 상향 수정). 12월에는 258억 달러가 증가했다. 두 달 동안에 무려 506억 달러가 증가했다. 이 통계를 시작한 지난 1943년 이래 최고 수준의 증가세다.

    이 데이타를 보면 어안이 벙벙해진다. 모기지 대출을 제외한 민간 가계 부채가 증가하고 있다고는 이미 nightly에서 여러차례 지적했었다. 그러나 이 정도 규모의 부채 증가는 상상도 못했다.

    nightly는 이전 분석에서는 consumer credit(revolving) 증가 추세가 소비 증가세나 소비자 물가 증가세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consumer credit의 증가는 가계 재무구조가 악화되었기 때문에, 즉 기존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에는 임금 상승률에 비해 물가 상승률이 너무 높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었다(따라서 그 갭만큼을 부채로 충당한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12월 통계는 그동안 nightly가 주장했던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을만큼 revolving credit 증가세가 높다.

    과거 데이타를 보면, revolving credit이 급증했던 시기가 (지난해 말을 제외하고도) 두 차례 더 있었다. 그러나 2006년 6월의 급등세는 통계 방식 수정에 따른 것이었으므로 제외한다면, 단 한 번의 유사한 현상이 있었다 : 1998년 2분기에 revolving credit이 급증했다.

    특히 그 해 4월에는 월간 200억 달러가 증가했는데, 당시의 소비자 신용 총규모를 감안한다면, 지난해 말보다 훨씬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왜 1998년 2분기에 revolving credit이 증가했는지는 알 수 없다.

    (* 세인트루이스 연준 데이타베이스에서는 아직 지난 2월 7일 데이타 수정치를 업데이트하지 않고 있다. 요새 연준 관료들 제대로 일 안한다. 업무 생산성이 형편없다)

    지난해 11, 12월에는 왜 revolving credit이 증가했는가?

    부분적으로는 허리케인 피해에 따른 정부 재정 지출 확대와 보험료 지급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이 부채를 늘렸을 수 있다.

    또 그 시기가 세금 감면안이 거의 확정되던 시기였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미래의 잉여 소득(감세분)을 미리 앞당겨 쓴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만일 위에서 말한 두가지 경우라면, revolving credit은 2월 통계부터는 다시 급격하게 감소세를 보일 것이다.

    지난 1월의 자동차 판매 댓수를 감안하면 이미 1월부터 revolving credit 증가세가 확연히 감소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그건 지표로 확인되는 3월 초에 가서야 알 수 있는 얘기고, 일단 지난해 12월까지의 데이타를 보면 놀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괴상하게도 이처럼 부채가 증가했는데도 소비자 물가 압력은 낮다.

    지난해 12월의 '크레딧카드 사용액 폭증'과 관련된 흥미로운 지표를 살펴보자.

    Restaurant Performance Index

    ⓒ글로벌모니터

    ⓒ글로벌모니터

    이 챠트는 전미레스토랑협의회가 발표하는 업황 지수다. (* 붉은 색은 기대 지수, 검은색은 현황 지수).

    RPI는 조사 대상의 편차가 적기 때문에 nightly는 ISM이나 PMI보다 훨씬 실물 체감 경기를 잘 반영한다고 판단하고 있다(화학업종 지수와 더불어).

    기대 지수는 일단 접어두고, 현황 지수(current situation indicator)만 보자. 지난해 10월까지는 현황 지수는 부진했다. 특히 동일 점포 매출이 기준선(100)을 연속으로 하회했다.

    소비자 방문(customer traffic)은 더 감소세가 가팔랐는데, 이는 손님은 적게 오는 반면에 객장의 일인당 매출은 증가했다는 것(즉 음식점 물가가 올랐거나, 또는 1인당 소비액은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고용(labor)도 감소하고 있었다.

    그런데 12월에(일부 지표는 11월에) 급반전이 발생했다. 동일 점포 매출이 급증했다(101.1->105.4). 고객 방문 숫자도 급증했으며, 따라서 고용도 증가했다.

    RPI는 꽤 유용한 지표지만, 유감스럽게도 약 한 달 가량 지연 발표된다(2월 1일에 지난해 12월 지표가 나왔다).

    이 지표를 보면서, 도대체 무엇이 12월의 음식점 매출을 늘린 동인인지 매우 의아했다. 왜냐하면 지난해 12월 NFP에서는 이를 뒷받침할 임금 증가 추세는 관찰되지 않았고 지난 2014-16년 처럼 유가 하락으로 인한 추가 구매력의 증가(따라서 이 시기에는 서비스업이 급팽창했다)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12월 소비자 신용을 보고서야 그 의문이 풀렸는데, 소비자들은 '빚'을 냈다(크레딧카드 사용 확대). 문제는 여전히 '왜?'다.

    (* 참고로 음식점 업황이 좋아졌다고 해서, 음식점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것도 아니다. 지난해 12월 음식점 물가(food away from home)는 전달 대비 0.2%, 전년 동기 대비 2.5% 상승했다. 헤드라인 물가 상승률인 2.1%보다는 높지만, 음식점 물가도 '수요'에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지는 않는다. 현재 업황이 부진했던 지난 8-10월의 음식점 물가 월별 상승률은 오히려 11, 12월보다도 높다)

    소비자 물가 측면에서 보면, 이같은 소비자 부채 증가는 '불균등'하게 상품 물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자동차 가격은 상승했지만, 의류 가격은 지난해 12월에도 여전히 전월 대비 하락했으며 근원 상품 물가도 12월 들어 전달 대비 0.2% 상승하여 추세가 돌기는 했지만, 여전히 전년 동기 대비로는 -0.7%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의 '소비'와 '가계 부채'(revolving credit)에 참고가 될 수 있는 아주 흥미로운 사례가 있다 : 늘 그렇듯이, 미국의 '선구자'인 영국이다.

    "생계비 앙등은 소비자들의 크리스마스 지출에 흠집을 냈다"(The Guardian, 1월 8일자)

    가격 상승으로 소비자들이 자신의 소득을 음식물과 필수품에 더 많이 지출하게 되면서, 크리스마스 시즌의 일반 소비자들의 지출은 지난 2012년 이래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영국소매점연합(BRG)의 데이타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가구, 의류 및 신발류 소비를 줄인 것으로 나타나 비음식점 소매판매점에 우려의 사인을 보내고 있다.

    식료품 판매는 지난해 11월의 2.6% 증가(전월 대비)에 이어, 12월에도 0.6% 증가했으며, 이는 대부분 가격 상승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비식료품 상품의 매출은 12월중 2.2% 감소했다. BRG는 이같은 부진은 아동 의류, 가구, 신발류, 그리고 가구용품 및 사무용품에서 특히 두드러진다고 밝혔다. ...

    BRG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Helen Dickinson은 "인플레이션이 임금 증가율을 앞서면서, 소비자들은 식료품과 같은 필수품에 더 많은 지출을 할 수밖에 없어서 나머지 상품들의 소비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17년의 쇼핑 시즌에 비식료품 업체들은 손가락만 빨고 있었다는 뜻이며, 그들 중 상당수는 막판에 헐 값 세일에 나섰다. 그녀는 10-12월 동안에 비식료품 매출은 4.4% 감소했으며, 지난 2012년 12월 이후 최악의 기록이라고 말했다.

    영국 소비자 지출의 1/3을 차지하고 있는 비자 카드 매출 전표에 따르면 12월 소매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 감소했다.

    비자는 "12월의 소비자 지출은 영국이 전반적으로 지난 5년 만에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소비 감소를 겪을 것이라는 우리의 이전 예측을 확인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비자 대변인은 "호텔과 레스토랑은 12월의 부진한 소비 가운데서도 유독 호황이었다. 소비자들은 물질적 상품이나 해외로 여행하는 대신에 국내 여행에 지출을 했다. 흥미롭게도, 의류와 신발, 가구용품 등 우리가 소비가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상품의 매출은 각각 2.4%와 3.4% 감소했다"고 밝혔다.

    물론 미국은 영국과 다르다. 미국은 영국과는 달리 revolving credit이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이 보여주는 것은 미국의 미래다.

    그래서 같은 날자의 역시 <The Guardian> 기사.

    영국의 소비자들은 신용 대출이 지난 금융 위기 이후 전례없던 수준으로 증가하면서 과거보다 훨씬 더 오랜 기간 동안 크레딧카드 부채를 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영란은행 보고서가 분석했다.

    영란은행과 Financail Conduct Authority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영국 소비자들이 하나의 신용카드 부채를 모두 갚은 뒤에도 다시 다른 카드에서 부채를 지는 행태가 일상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전에는 크레딧카드 부채는 보다 빨리 상환되었으며, 특히 모기지 관련 부채는 아주 빨리 상환된 것으로 나타났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6년 11월말 현재 크레딧카드 부채의 90%는 그 이전 2 년 전(2014년)에도 크레딧카드 부채를 지고 있던 사람들의 부채였다.

    영국에서 크레딧카드, 자동차 대출, 개인 대출의 증가율은 영국 임금 증가율의 거의 5배에 달한다. 민간가계는 brexit 이후의 낮은 파운드 환율이 수입 상품 가격을 앙등시켜 낮은 임금 상승률과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고 있다.

    은행 데이타에 따르면, 개인 부채는 금융 위기 이후 전례없던 수준으로 증가하여 모두 2000억 파운드에 달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700억 파운드가 크레딧 카드 부채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란은행은 점차로 개인 부채 증가를 우려하고 있으며, 은행들에게 잠재 손실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쌓아놓도록 요구하고 있다.

    영란은행은 금융 위기 이후의 경제 안정기에 나타난 무분별한 대출 기준을 경고하면서, 만일 금리와 실업률이 빠르게 상승한다면, 영국 은행들은 300억 파운드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연구 조사에서 그나마 은행들에게 안도가 되는 점은 소비자 신용의 증가가 개인 신용도가 낮은 서브프라임 대출자에 의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개인 부채 증가가 우려했던 것만큼 위험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저신용 대출자의 비율은 지난 2016년 11월까지 2년여 동안 거의 변함이 없지만, 그 동안의 경기 개선을 감안하면 이 비율에 개선이 있었어야만 하며, 따라서 은행들은 여전히 부실 부채에 대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영국의 파운드화는 지난 2014년 8월부터 가치가 하락했다. 그리고 지난해 여름까지 거의 20% 이상 절하되었다. 동시에 국내적으로는 주택 버블로 경기를 부양했다.

    그 결과 파운드화 가치는 손상되었으며, 순 수입국인 영국의 가격은 상승 압력에 노출되었고, 반면에 임금 상승은 극히 낮았다(주택 버블은 임금을 오히려 낮추는 효과를 발휘한다).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유지하고 유가가 하락했던 동안에는 이같은 '약점'은 노출되지 않았다. 그러나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서고 유가가 상승하자, 그동안 잠복했던 파운드화 가치 하락의 결과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즉 물가가 상승하면서 노동자들의 실질 소득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로 노동자들은 소비를 줄인다.

    그런데 미국과 무슨 상관? 미국도 2017년에 실질 소득은 거의 0%에 가깝다. 헤드라인 소비자 물가와 일반 노동자의 시간당 임금 상승률을 비교하면 실질 임금은 고작해야 0.3% 포인트 가량 상승한데 불과하다(소비자 물가가 정확하게 가계 지출 비용을 산출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서).

    그런데 이 시기에 대중들의 소비 지출(personal consumption expenditures, nominal term)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 즉, 번 것보다 많이 썼다.

    따라서 저축률이 하락하고, 부채가 증가한다.

    그러면 과소비인가? 과소비란 상대적 개념이기 때문에, 어쨌든 번 것보다 많이 썼으니 과소비이기는 하다.

    그런데 이 '과소비'가 실은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면? 또는 어차피 아무리 애써봤자 돈도 안모이는데 그냥 닥치는대로 쓰고 보자는 '막장 심리'의 발현이라면?

    생각해보자. 연방정부의 감세안과 의회의 재정 지출안 논의 과정을 보면, 과연 이 사람들이 진지하게 자신들의 부채를 갚을 것인지 의심스럽다.

    그런데 정부는 국민의 대표체다. 정부가 self-bailout하는데, 그 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국민들의 부채를 bailout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미국식 논리상 말이 안된다. 게다가 이미 월가도 bailout해준 전력이 있지 않느냐.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학자금 대출(student loans)이다. 이미 연체률이 40%를 넘었는데, 최근 조사에서는 학자금 대출을 받은 사람들 가운데 60%가 부채를 갚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정부가 학자금 대출을 탕감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흥미로운 데이타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첫째로,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의 디폴트률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수년간 거의 공짜로 차를 샀던 사람들이 할부금 못내서 나자빠지고 있다.

    그러면 자동차 대출 업체는 손실을 입지 않을까?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심지어 그런데도 불구하고 은행들의 자동차 ABS(자산 담보부 증권)는 계속 증가 추세다. 즉, 디폴트율이 증가하는데도 관련 대출이 증가한다. 잠재적 악성 부채의 증가다.

    자동차 대출 업체의 논리는 간단하다.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 디폴트의 경우에는 차를 차압 회수하기 때문에 손실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중고차 가격이 유지될 때에만 통용되는 논리다. 중고차 가격이 하락하면, ABS 기초 자산 산정에 균열이 생기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는다(2008년 주택 버블 붕괴시에도 동일했다).

    또 다음과 같은 희한한 데이타도 있다.

    PCE : Recreational spending

    ⓒ글로벌모니터

    영국에서 국내 여행 지출이 급증한 것처럼, 미국에서도 '노는' 지출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2014-16년의 노동 시장 활황을 nightly는 '먹고 마시는 경기'라고 표현했었는데, 지난해 말의 데이타를 보면, 한가지를 덧붙여야할 판이다 : "먹고 마시고 노는 경기".

    이 노는 지출은 경기 싸이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항상 끝물이 화려하다.

    nightly는 처음에 이 챠트를 보고 이것이 경기 활황인가, 아니면 꺼꾸러지기 직전인가 한참 고민했다. 결론은 다음과 같다.

    미국 재고 변동 추이(전분기비 변동치)

    ⓒ글로벌모니터

    재고 추이는 경기 싸이클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움직인다(동행). (반면 산업생산은 약간 시간차가 존재한다).

    이 챠트로 보면 완전히 끝물이다. 기업 재고는 기업들의 집합적 경기 판단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는 기업들이 경기 확장 국면이 다 끝났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해서, 미국의 소비 패턴과 소비자 신용 지표가 보여주는 것은, 경기가 매우 위험한 순간에 도달하고 있다는 신호다.

    그런데 이게 국채 수익률과 무슨 상관? 만일 그렇다면 국채 수익률은 오히려 더 하락해야 하는 것 아닌가? 맞다. 그래야 한다.

    그런데 경기 침체를 회피하기 위한 정책 당국의 '작전' 때문에, 달러화 가치에 변동이 생기며, 이 변동으로 인해 화폐에 대한 신뢰성이 사라지고, 그로 인해 즉 그 결과로서 인플레이션이 생길 수 있다. 마치 영국처럼.

    7일과 8일 사이에 각국의 중앙은행 관료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hawkish'한 발언들을 쏟아냈다 : (1) 빌 더들리 - "경기가 지금처럼 좋다면 올해 금리 4회 인상도 가능하다" (2)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 - "금리를 더 빨리 인상할 수도 있을 것" (3) ECB 사빈느 로텐슐러거 규제 담당 이사 - "올해 내에 QE 종료".

    위에서 인용한 영국의 크레딧카드 부채에 대한 영란은행 보고서를 보면 이들이 왜 갑자기 이러는지 납득할 수 있다.

    부채가 너무 빨리 증가하고 있다. 임금 인상률은 낮고 물가는 상승하자, 소비자와 기업들은 부채를 늘린다. 그리고 부채 악순환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영란은행이 경고한 크레딧카드 trap은 한국식으로 말하면 카드 돌려막기다).

    심지어 경기가 좋았다고 평가된 2014-16년 동안에도 저신용자 비중은 감소하지 않았으며, 개인들은 부채도 줄이지 못했다. 특히나 2014-16년 시기는 인플레이션률이 기록적으로 낮을 때이기도 했다.

    디플레이션 압력 하에서도 못줄인 부채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시작되면 더 빨리 증가한다. 그러면 은행들의 부실 부채 노출 위험이 커진다. 즉 은행 위기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번의 '변동성' 폭발은 중앙은행들이 부채 증가 가속화를 막기 위한 합동 오퍼레이션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당연히 central bank put은 없다. 왜냐하면, 이것은 중앙은행들이 원한 조정이기 때문이다.

    상원에서 합의된 미국 재정 지출안을 보자. Bank of America는 향후 2개 회계년도 동안 약 2900억 달러의 추가 재정 적자가 생길 것으로 분석했다.

    국채 수익률은 인플레이션률뿐만이 아니라, 수급도 반영한다. 재정 적자가 증가하면 국채 발행량이 증가한다.

    그러면 누가 사주나? 거듭 얘기하지만, 미국 국내 저축으로는 미국 국채를 소화할 수 없다.

    결국 외부에서 사줘야 한다. 외부?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이 외환보유고에서 달러화 비중을 늘리든지, 아니면 역외 달러화 부채가 증가하여 글로버 달러 공급량이 증가해야만 한다.

    그런데 미국의 무역 적자가 줄어든다면(게다가 국내 산업 보호 명분으로 보호 무역 정책을 동원한다면) 미국 달러화의 무역 채널 공급량은 줄어든다. 따라서 미국 국채를 사줄 주체가 없다.

    또 다른 채널인 금융 채널(역외 달러화 표시 부채 증가로 인한 달러화 공급 증가)은 미국 국채 수익률이 지금보다 한참 높아져야만 다시 미국으로 환류된다(환헷지 비용 때문에. 환헷지 없이 단순 수익률만을 고려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 중앙은행이 비전통적 통화 정책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면 금리 부담 비용 증가 때문에 미국 재정 적자는 더욱 빠르게 증가한다.

    게다가 연준도 보유 국채 규모를 감축하면 시장에 유통되는 미국 국채량은 더 증가한다.

    역설적인 얘기지만, 연준의 QE는 통화량과는 상관이 없다. QE를 해도 시중 유통 통화량은 증가하지 않으며, 반대로 QE roll-off를 해도 시중 유통 통화량은 감소하지 않는다(그런 의미에서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QE roll-off를 한다는 것도 허무맹랑한 얘기다. 이미 재무부 국채발행자문위원회-TBAC-가 2014년에 지적한 얘기다).

    QE와 QE roll-off는 다만 시장에서 국채 유통량에만 영향을 미칠 뿐이다. 그리고 시중에 국채가 증가하면, 달러화 가치는 하락한다(달러화 가치는 시장에서 인지된 국채 유통량을 반영한다. 그래서 nigtly는 QE roll-off를 하면 오히려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런 점에서 버냉키-옐런 체제는 실은 '디플레이션 퇴치'를 명분으로 anti-infaltion 정책을 수행한 시기였다(중앙은행의 국채 축장과 이에 따른 인위적인 달러 고평가).

    그러면 다시 돌아와서, 누가 미국 국채를 사주나?

    만일 미국이 완전히 고립된 아우타르키 경제 체제라면 지금처럼 정부 부채가 증가하면, 그리고 지금처럼 소비자 신용이 대책없이 늘어나면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그래서 미국은 다시 '외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외부'에 의존하려면 역외 달러화가 증가해야만 한다.

    이는 역외의 달러 숏/국채 숏 포지션을 의미하며, 따라서 상대적으로 국채 수익률은 상승 압력을 받는다(동시에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ECB 인사들이 "므누신 재무장관이 달러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고 비난한 것은 다른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므누신의 '달러 약세가 좋아요'는 그 자체로는 별 의미가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ECB에서 주요 인사들은 모두 한마디씩 비난했다(드라기, 꿰레, 콘스탄시오, 프라에트, 노보트니). 므누신의 달러화 약세는, 실은 미국 국가 부채의 증가를 의미한다(즉 확대 재정).

    ECB는 부채 증가가 가져올 위험을 사전에 회피하고 싶은 것뿐이다. 이들에게 국채 수익률 상승은 엄청난 위험일 것이다.

    동시에 이는, 다음과 같은 전례를 의미한다.

    달러화 약세는 아시아 신흥공업국들에게는 유리하다. 그러나 유럽과 일본에게는 불리하며, 특히 유로존의 주변부 국가들에게는 재난이다.

    달러화 가치(DXY)와 지역별 금융 위기

    ⓒ글로벌모니터

    ECB의 므누신 비난은 '유로존 은행 시스템의 숨겨진 무언가'를 연상시킨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독일 쪽에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것도 매우 특이한 일이다. 게다가 혼선도 있다.

    독일 기민당과 사민당이 연정 구성에 합의하기는 했는데, 기민당이 국방장관과 경제장관을 맡고, 사민당이 재무장관과 외무장관을 맡기로 했다. 문제는 누가 재무장관이 되느냐 하는 것이다.

    당초에는 사민당의 마틴 슐츠 당수가 재무장관을 맡을 것으로 보도되었는데 불과 몇시간만에 외무장관설이 돌았다. 이 차이는 크다. 슐츠가 재무장관이 되면, 독일식 긴축 정책은 끝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그가 외무장관으로 돌아서면, EU 통합 가속화에 더 무게가 실린다. 즉 긴축 이외의 다른 방법들이 동원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유로존에는 한가지 이슈가 더 있다. 이번 정부 구성 협상안은 오는 22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사민당 전당원 투표를 거친다. 그리고 3월 4일에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리고 그 3월 4일은 이탈리아 총선일이다

    8일 금융 시장에 결정적 타격을 가한 것은 미국의 랜드 폴 상원의원(공화당. 켄터키주)이었다.

    전 공화당 대선 경선에 나섰던 론 폴 전 하원의원(연준 회계감사법안을 추진했지만 실패한 인물)의 아들이기도 한 랜드 폴은 이날 상원 공화/민주당 지도부가 합의한 재정 지출안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미국 상원 규칙상, 단 한 사람의 의원만으로도 필리버스터가 가능하다. 이를 회피하기 위해서는 의사진행 투표(cloture)를 해야 하는데, 여기서도 필리버스터가 가능하다. 그래서 갑자기 재정 지출안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여기에다가 하원에서도 공화당 내부에 반란표가 있어서 공화당 단독으로는 상원 합의안 통과가 불가능하다. 일부 민주당 반란표를 끌어와야 한다(충분히 예측 가능한 상황 전개였다. 그래서 중구난방 방송에서 고비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이다).

    정부 재정 지출안이 불투명해지면, 정부 폐쇄 이슈와 debt ceiling 이슈, 재정 부양책 이슈가 모두 불확실해진다. 가뜩이나 변동성 폭발로 유동성이 희박해졌는데, '성장' 기대감조차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면 국채 시장은 멈칫하고 증시는 내리 꽂는다.

    다우 지수가 3%나 하락했는데 이 무슨 한가한 크리스마스 매출이며, 소비 패턴 변화에 대한 얘기냐고?

    미국 증시의 추가 하락은 예견되었던 것이니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JP 모건의 마르코 콜라노비치가 "선물 옵션 시장 구조상 만일 급락이 발생한다면, 이번에는 일주일 짜리"라고 말했던 것을 상기하라.

    그리고 지금처럼 변동성이 유동성 문제로 번지는 상황 하에서는 추가 하락은 불가피하다.

    다만 nightly는 '흘러내릴 것'이라고 보았는데, 다시 급락이 나온 것으로 보아서는 유동성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래서 다시 Palladium

    ⓒ글로벌모니터

    주간 상승 추세선을 위태롭게 위협하고 있다. 만일 이 선에서 반등이 나오지 않는다면, 매우 골치 아프다. 그 때는 전에 예고했듯이, 기세 하한이 나올 수도 있다.

    어쨌든 일단 일주일 짜리 코스라고 가정하고 금요일 쯤에는 반등이든 안정이든 나와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시나리오 다시 써야 한다.

    "우리 은행들 건전해서 증시 하락해도 까딱없어요"의 뉴욕 연준 빌 더들리 총재는 8일에도 블룸버그TV에 출연하여 같은 소리를 반복했다. 천만의 말씀이다.

    금융 위기 이후의 경기 회복은 wealth effect의 과정이었다. 즉 paper wealth가 만들어낸 부의 환상이 이끌어낸 경기 회복이었다. 이 paper가 찢어지면, 그 환상도 사라지며, 경기도 함께 사라진다.

    그는 이 시장이 뭘로 굴러갔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지난 8년간의 랠리는 저금리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 아니다(물론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중앙은행들이 tail risk를 없앤다면서 필사적으로 변동성을 줄였기 때문이다. 즉, 최종 대부자(심지어는 최종 매수자)의 역할을 자처하는 중앙은행이 가격 하락을 막아준다는 보증이 있었기 때문에 자산 가격은 상승했다.

    "공식적으로 그런 약속한 적 없다"고 말하는 것은 밀당은 있는대로 다 해놓고 이제와서 "댁한테 관심 가진적 없는데요"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귀싸대기 맞기 딱 좋다.

    그런데 왜 연준은 갑자기 시장을 저버렸을까? 저버린 것이 아니다. 그들은 두 자식 중에서 하나를 선택했을 뿐이다 : 채권 시장(달러의 안정성).

    만일 대중들의 소비 성향을 여기서 억제하지 못한다면, 그리고 기업 부채 증가를 여기서 막지 못한다면,

    ⓒ글로벌모니터

    경기 좋아져서 인플레이션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부채 증가를 막지 못해 인플레이션이 생기는, 즉 화폐 가치의 하락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막지 못한다(금리로는 인플레이션을 막지 못한다. 볼커에게 물어본다면, 정책 금리가 12% 쯤이면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결국 모든 경제 주체들이 대책없이 늘리는 부채를 누군가는 제동을 걸어야 한다. 그러면 경기는 어쩌고? 어차피 제 갈길 갈 것이다. 위의 기업 재고 추이를 다시 보라.

    어쩌면 이 변동성 폭발은 지난 금융 위기 이후의 중앙은행의 정책이 더 이상 경기를 이끌어갈 수 없는 곳에 도달했다는 고백인지도 모른다. 슬슬 먹고 마시고 노는 시대도 끝이 나는 모양이다. 그러길래, 젊을 때 놀아두어야 했다. 아,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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