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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 Watch]복화술(腹話術)의 과반수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7-10-12 오전 5:29:40 ]

  • "과반수의(many) 회의 참석자들은 노동시장 수급의 긴축과 잠재능력을 웃도는 산출 등 경기순환적인 압력이 결국 중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의 상승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계속해서 믿었다. 게다가 과반수의 참석자들은 올해의 인플레이션 둔화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특수요인 또는 일회성 요소들에 의한 것으로 따라서 그 영향은 시간이 갈 수록 사라져갈 것으로 진단했다."

    11일 공개된 지난달 19~20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회복' 자신감은 위와 같이 당시 회의를 지배한 컨센서스였다.

    그러나 이 과반수(many)의 자신감은 바람 앞의 갈대, 풍전등화와 같았다. 의사록은 계속해서 회의 내용을 이렇게 요약하고 있다. 점진적 금리인상을 계속 예고하기로 결정한 뒤의 논의 동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반수의(many) 위원들은 올해의 낮은 인플레이션이 단지 일시적인 요소들만이 아니라, 보다 지속성이 있는 것으로 판명될 요인들의 영향을 반영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놀라운 복화술(腹話術)이다. 미국 통화정책 결정기구를 구성하는 과반수는 이처럼 이중적이었다. 매파와 비둘기파, 자신감 진영과 신중론 진영이 갈리던 전통적인 모습과 달리, 지난달 FOMC는 위원들 개개인이 각자 스스로의 머릿 속에서 분열증을 일으키고 있었다.

    재닛 옐런 의장이 당시 기자회견에서 "연준도 잘 모를 수 있다"며 불확실성과 불가지론을 적극적으로 설파한 이유일 것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옐런 의장으로 보이는 목소리가 "인플레이션 추세를 잘 살펴 가면서 부양기조를 제거해 나가는데 다소 인내심을 발휘할 필요가 있음이 지적되었다"는 식으로 의사록에 실렸다.

    물론 내부의 진영도 여전히 뚜렷하게 갈리어 있다.

    서너명(a few)의 위원들은 단기적으로 추가 금리인상은 정당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는 추가로 금리를 올릴 수 있는 폭은 아주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보다 조금 더 많은 일부 다른(some other) 위원들은 계속해서 인플레이션의 상방위험을 우려했다.

    그래서 '과반수(many)'의 위원들은 일단 연내 추가 금리인상이 필요할 듯하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다른 일부 위원들(several others)'은 불확실성을 강조하면서 '조건부' 포지션을 취했다. 앞으로 나올 지표를 통해 인플레이션 회복에 확신이 서면 연내 추가 인상에 찬성하겠다고 했다. 최근의 낮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게 아니라는 점이 확인될 때까지 추가 인상을 보류해야 한다고 주장한 위원은 '서너명(a few)'에 그쳤다. 이게 지난달 FOMC의 표면적 세력구도였다.

    그러나 전술했듯이 그 '과반수'의 속내는 매우 복잡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옐런 의장이 자백한 것처럼, 통화정책 환경은 갈 수록 이해하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이 열기를 더해가는데 인플레이션은 낮아지는 이 괴상한 구도가 바로 그것이다.

    '금융환경(financial conditions)'이란 녀석은 특히나 더 혼란스러운 계기판이 아닐 수 없다. 이 지표는 곤혹스럽게도 완벽하게 정반대의 방향을 동시에 가리키고 있다. 의사록에 이를 둘러싼 공방이 기록되었다.

    추가 금리인상을 강한 목소리로 설파하는 진영은 '금융환경'을 대표적 근거로 제시했다. 지난 2015년 12월 이후로 연준이 긴축 사이클에 돌입했는데도 불구하고 금융환경은 오히려 대폭 완화되어 버렸다. 이게 경기 회복세를 증폭시켜 시차를 두고 인플레이션 오버슈팅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이들은 우려했다. 비둘기 진영을 대표하던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준 총재가 이 쪽으로 붙은 이유다.

    게다가 이번 회의를 앞두고도 국채 수익률이 달러와 함께 떨어지고 주가는 오르는 전형적인 금융환경 완화 추세가 계속되었다. 두 명의 위원은 이 완화적 금융환경이 결국 금융안정을 위협할 것이라고 거품 우려까지 제기했다.

    그러나 서너명(a few)의 위원들은 정반대의 해석을 했다. 시장금리와 달러가 동시에 하락하는 이러한 완화적 금융환경이 만일 장기 경제성장에 대한 보다 비관적 진단, 그래서 결국 미국의 장기적 중립 금리가 낮다는 판단을 반영한 것이라면 이는 경기를 크게 진작하는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렌스 서머스가 최근 칼럼에서 연준을 비판한 논리이다. ☞ 관련기사 : 더들리 '계기판론'에 대한 서머스의 비판

    의사록에 기록되어 있는 FOMC 내부의 진영 구도를 좀 더 살펴보자.

    과반수의 위원들은 전술했듯이 인플레이션이 중기적으로 목표치를 향해 회복될 것이란 컨센서스를 기본 전망으로 갖고 있다.

    다만 대여섯명(some)의 위원들은 기술혁신과 같은 장기 추세적 요인들도 인플레이션을 누르는 요인으로 일부 작용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옐런 의장으로 보이는 인사는 "다른 선진국에서도 낮은 인플레이션을 겪는 걸 보면 미국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목표치를 밑도는 데에는 글로벌 공동요소가 작용하는 듯하다"고 진단했다. 구조적 요인에 기운 판단이다.

    역시 대여섯명(several)의 위원들은 낮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것을 볼 때 미국의 기저 인플레이션 추세가 2%를 밑돌 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역시 옐런 의장으로 보이는 인사는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낮게 유지된다면 연준 정책금리는 실효 하한 부근에서 불편하게 머물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너명의 위원들이 경기 및 고용회복과 인플레이션 회복 간의 시차를 강조하며 매파적 발언을 했다. 그러나 또 대여섯명(several)의 위원들은 이번에 제출한 경제전망에서 자신들은 인플레이션 회복이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한 가지 일치된 의견도 있었다. '대부분(most)'의 위원들은 트럼프 정부의 재정 부양 패키지가 실현되지 않을 것으로 또는 그 강도가 약할 것으로 경제전망에서 가정했다고 의사록은 전했다.

    이번 의사록은 Fed Watch가 이제껏 워치해 온 의사록 가운데 가장 싱거운 것 가운데 하나였다. 안개가 더욱 짙어진 탓이기도 하겠지만, 갈참들이 대거 참석한 회의여서 또한 그러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의사록에 대한 금융시장의 반응도 역대급으로 미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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