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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 Watch]유리노믹스(ユリノミクス)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오상용 기자 [기사입력 2017-10-06 오후 11:53:12 ]

  • 1. 닷새간의 흐름

    ①추석 연휴로 한국 증시가 쉬는 동안 도쿄 증시는 5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닛케이 225지수의 닷새간의 상승폭은 334포인트(1.64%)로, 지수는 2만690선으로 올라섰다.

    미국과 중국의 소프트지표가 기대 이상으로 개선된데다, 미국 재정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이어지면서 도쿄 증시는 뉴욕증시와 동반 상승하는 흐름이었다.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연기금 등 `보이지 않는 손`들이 아베집권 2기의 사상최고치 주가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근거가 미약하나 그럴싸해 보이는` 설(說)들도 시장 분위기에 일조한 한 주였다.

    허리케인 영향에도 불구 미국의 ISM지수가 견조세를 이어간 가운데 *중국 제조업 PMI는 대부분의 항목이 전달 보다 개선되며 2012년 3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경절 연휴로 본토 증시가 휴장하는 동안 홍콩증시는 미중 지표 개선과 인민은행의 선별적 지준율 인하조치에 고무된 은행주(홍콩증시에 상장된 중국 은행주)를 내세워 증시 랠리에 동참하는 흐름이었다.

    *통계국이 발표한 중국의 9월 제조업 PMI는 52.4를 기록, 전달치 51.7과 시장 예상치 51.5를 모두 웃돌았다. 하위 항목인 생산지수(54.1→54.7)와 신규주문지수(53.1→54.8), 신규수출주문지수(50.4→51.3)가 모두 전월비 개선됐다. 특히 생산자물가(PPI)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원자재 가격지수(65.3→68.4)와 출하가격지수(57.4→59.4)가 뛰어오르면서 굴뚝업종(철강 및 비철금속, 정유) 수익성이 개선에 대한 기대를 낳았다.

    비제조업 PMI 역시 55.4를 기록, 전달의 53.4에서 큰 폭으로 개선됐다. 2014년 5월이래 최고치다. 다만 최근 중국의 하드지표(생산 투자 소비)와 PMI 지표 사이에 괴리가 커진 점을 감안하면 이달 중순 발표될 9월치 산업생산과 투자, 소비지표를 확인하는 게 순서일 것이다.

    ②추석 연휴전 112엔 중반에서 등락하던 달러-엔 환율은 다시 113엔대로 올라섰다. 경기지표가 대체로 양호한 모습을 유지한 가운데, 연준 인사들이 12월 추가금리 인상 가능성을 계속 열어놓은 것이 재료가 됐다. 간밤 뉴욕시장 종반무렵 CME 그룹 FED 워치가 가리키는 12월 금리인상 확률은 88%까지 상승했다.

    여기에다 전날(5일) 미 하원이 2018 회계연도 예산안을 승인하면서 트럼프 세제개혁 현실화에 대한 시장의 기대도 좀 더 가세했다.

    다만 이날 도쿄거래에서 달러-엔 환율은 다음주 북한 노동당 창건일(10월10일)을 전후로 재개될 수 있는 북한 리스크, 뉴욕거래 시간대에 발표될 미국의 9월 고용통계를 경계하며 112엔 후반~113엔 근처에서 일진일퇴하는 흐름이었다.

    밤 시간 뉴욕 거래에서 달러-엔은 미국 고용통계를 모멘텀 삼아 좀 더 올랐는데, 우리시간 오후 11시30분 현재 113.3엔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9월 미국의 비농업부문(NFP) 일자리는 3만3000개 줄어, 예상치(8만개 증가)를 밑돌았지만, 시간당 평균임금이 0.5% 상승하면서 예상치(0.3%)를 웃돈 것이 재료가 됐다.

    일각에선 저임금의 레스토랑 일자리가 허리케인 때문에 일시 줄고, 허리케인 비상근무로 유틸리티 등 상대적으로 고임금 일자리에서 초과 근무시간이 발생한 것이 시간당 임금의 평균값을 끌어올렸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하는데 - 그 배경이 뭐든 - 외관상 `12월 금리인상의 조건이 충족됐다`는 시장의 인식이 강해지기 마련이다.

    2. 유리노믹스와 BOJ 통화정책

    일본 정치 이야기로 넘어가자.

    유리노믹스 - 아베노믹스의 대항마가 되겠노라며 6일 고이케 유리코 `희망의 당` 대표 겸 도쿄도지사가 6일 내건 구호다. 자신의 이름 `유리코`에다 `이코노믹스`를 붙여 만든 조어다.

    고이케는 이날 선포식에서 유리노믹스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BOJ의)금융정책과 재정정책에 대한 지나친 의존에서 벗어나 민간의 활력을 끌어올리는 유리노믹스를 통해 경제성장과 재정재건 양립이라는 목표를 추구할 것이다. 2019년 10월로 예정된 소비세 인상을 강행할 경우 경기가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소비세는 동결해야 한다.

    우리는 대체 재원으로 약 300조엔에 달하는 대기업(자본금 1억엔 이상)의 내부유보에 대한 과세를 검토하겠다. 아울러 기본소득제도(최저한 소득 보장제)의 도입으로 저소득층의 가처분 소득을 늘리고, 규제 개혁 등을 통해 잠재 성장률도 끌어올릴 것이다.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선 2030년까지 원전제로를 목표로 제시하겠다.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원전제로 정책이 바뀌지 않도록 이를 헌법에 명기할 방침이다."

    요약하면 ▲아베노믹스의 주축이던 `과감한 통화정책과 선제적 재정정책`에서 선회, ▲기업 내부유보금 과세 ▲저소득층 최저소득보장제▲2030년 원전 제로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많은 게 모호하다. 우선 Japan Watch의 관심을 끈 BOJ 통화정책에 대한 부분이다. 고이케는, BOJ의 대규모 완화를 주축으로 한 아베노믹스와 선을 그으려 애썼지만, 한발 더 들어가면 "당분간 완화정책을 유지하면서 원활한 출구전략을 정부와 일본은행이 일체가 되어 모색할 것"이라는 설명에 그치고 있다.

    `당분간`이 어느 정도 기간을 의미하는지, 정부와 BOJ가 혼연일체로 원활한 출구전략을 `모색`한다는 게 어떤 선택지를 포함하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 그래서 외관상으로는 아베노믹스의 BOJ와 결별을 선언하면서도 내용상으로는 거의 의미 없는 문장들로 채워져 있다. 이날 오전 고이케의 `유리노믹스` 선언에 도쿄 금융시장이 무덤덤했던 이유다.

    `대기업 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자금잉여 주체인 대기업으로 하여금 설비투자와 배당확대에 나서도록 해 민간 주도 경제의 활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정치적으로는 서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소비세는 동결하되, 대기업에 더 선도적 역할을 주문하면서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하려 했다. 물론 위험을 감수한 설비투자 보다 차라리 세금을 물고 말겠다는 기업이 다수면 이는 법인세 인상에 불과하다.

    고이케가 제시한 `소비세 동결과 저소득층에 대한 최저소득보장제 도입`에 대해선 스가 요시히데 관방상이 나서 "재원 없는 무책임한 정책 제시일 뿐"이라며 "구호만으로는 경제를 일으킬 수 없다"고 비난했다. 자민당의 나팔수가 재정문제와 관련해 누구를 비난할 처지인지는 의문스러우나, 스가의 반박이 틀렸다고 볼 수도 없다.

    사실 정치색과 정치적 지향점에서 아베 신조나, 고이케 유리코는 별반 다를 게 없는 인물이다. 이날 고이케의 `유리노믹스` 선언에 담긴 정책공약도 마찬가지다. 큰 틀에서 아베노믹스나 유리노믹스나 포퓰리즘 선동정치의 껍데기일 뿐이다. 구조적 문제를 치유하기 위한 근본처방이나 미래 세대를 위한 결단은 심각하게 결여돼 있다.

    물론 선거는 이변의 연속이다. 그런만큼 선거전 중반을 넘기도 전에 고이케 바람을 `찻잔 속 태풍`이라 단정 지을 필요는 없다. BOJ 입장에선 자신들의 통화정책이 중의원 선거의 주요 정치 이슈로 쟁점화하고 있는 것 자체가 부담일 수 있다. 행여나 고이케의 `희망의 당`이 막판 뒷심을 발휘한다면 시장도 유리노믹스 시대의 통화정책 변수를, 유리노믹스 시대의 포스트 구로다 변수를 급하게 반영해야 한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이는 여전히 낮은 확률에 머물러 있다. 아베의 갑작스런 의회해산과 조기총선 카드에 고이케는 초반 기민한 대응을 보여줬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고이케 바람을 딱히 실감하기 어렵다. 민진당내 자유당 계열이 떨어져 나가면서 `非자민-非공산` 연대의 동력도 느슨해진 느낌이다.

    지난 3~4일 아사히 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당별 지지율은 자민당이 35%, 희망의 당이 12%였다. 직전 조사(9월26일~27일) 때 보다 자민당 지지율은 3%포인트 높아졌고, 희망의 당 지지율은 1%포인트 하락했다.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36%에서 40%로 4%포인트 상승했다. 이날 고이케의 `유리노믹스` 선언에 시장이 시큰둥했던 진정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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