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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ning Brief]케빈 워시의 "제3의 길"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7-10-03 오전 7:01:45 ]

  • 1. Editor's Letter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차기 연방준비제도 의장 후보감으로 면접을 본 케빈 워시는 1970년 4월13일생이다. 우리나이로 올해 48세다. 우리나라 중앙부처의 국장급 정도 되는 나이다. 한국은행에서는 국장 달기에 턱도 없는 연배이다.

    지난 주말에 소개했듯이 케빈 워시는 트럼프의 와튼스쿨 동기동창으로서 50년 지기인 로널드 로더 세계 유대인회의(WJC) 의장의 사위다. 로더는 세계적 화장품회사 에스티 로더 창업자의 아들이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장인인 로더는 트럼프 대통령을 정기적으로 만나 중동정책을 조언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로더는 백악관에게 '케빈을 연준 의장으로 임명하라'고 종용해 왔다.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온 변호사 워시는 모건스탠리에서 7년간 인수합병(M&A) 업무를 했고, 이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경제정책 보좌관을 역임했다.

    부시는 이 케빈 워시 보좌관이 35세이던 때 연준 이사로 임명했는데, 사상 최연소 기록이었다. 이후 금융위기가 터지자 워시는 월스트리트와 연준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며 위기 극복에 매진했다.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은 회고록에서 워시를 '가장 자주 미팅을 가진 동료'로 기술했다. 도널드 콘 당시 부의장은 인터뷰에서 "셋이서 삼두정치를 구성했다"고 술회했다.

    초년 성공에 승승장구한 케빈 워시이지만 매사가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티모시 가이트너 뉴욕 연준 총재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재무장관으로 발탁되자 워시는 그 빈 자리를 노렸다. 그러나 경제학 박사학위도 없는 워시는 골드만삭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윌리엄 더들리에게 물을 먹고 말았다.

    이쯤에서 소개를 끝내고 말면 케빈 워시는 좋은 학교 나와서 장가를 잘 간, 고위 관직에 관심이 많은 행운아쯤으로 여겨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Morning Brief가 보기에 그는 먼 안목을 가진 야심가이며, 그래서 단기적으로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배포가 있는 인물로서, 나름의 뚜렷한 경제관과 경제정책관을 갖고 있으며, 혈기가 강한 사람이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고 했는데, 케빈 워시가 쓴 칼럼들을 본다면 이 중에서 셋은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을 듯하다.

    Morning Brief는 케빈 워시가 지난 7년 사이 월스트리트저널에 쓴 세 편의 기고문을 소개하고자 한다.

    Morning Brief는 케빈 워시가 연준 의장으로 지명될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으며, 그 가능성도 유의미한 수준으로 존재한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만일 이 40대 연준 의장이 자신의 '관(觀)'을 연준에서 실현하고자 한다면 금융시장에서는 일대 파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을 지배해 온 '수익률 추구(hunt for yield)' 패러다임은 완전히 와해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워시는 현재 스탠포드대 부설 후버연구소에 몸담고 있는데, 그에 걸맞게 '정통' 우파 경제정책론이 뼈에 새겨진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왜 워시에게 관심을 갖는지는 지난 2010년 11월8일자 칼럼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 2010년 11월8일의 케빈 워시

    당시 칼럼은 제2차 양적완화(QE2)를 결정한 FOMC 닷새 뒤에 실렸다. 그는 연준 이사로서 당시 결정에 ("버냉키 의장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찬성했지만, 닷새 뒤의 칼럼은 명백히 "난 반대"임을 표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케빈 워시가 매우 당돌하고 도전적이며, 비전통적이고 기성체제의 스타일과는 완전히 다른 인물임을 알 수 있다.

    그는 칼럼에서 당시 회자되던 "뉴 노멀(new normal)" 진단을 "거부한다"고 선언하면서 "나는 이것은 새로운 병증(new malaise)이라 부르겠다"고 밝혔다.

    저물가와 저성장은 "예외적인 경제의 역사"를 구가해 온 "우리의 시민들이" 어쩔 수 없이 수용해야 할 자연현상이 아니다. "우리는 기대치를 낮춰서는 안된다. 우리의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 세계의 위대한 경제파워(미국)를 다시 세우기 위해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시 기고문에서 워시는 역설했다. 현직 중앙은행 이사가 쓴 글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역동적인 격문이다.

    그러면서 워시 당시 연준 이사는 기성 경제학과 재정정책 및 통화정책을 통타한다. "여기 지금에만 얽매여 있는 만성적인 단기주의가 오늘날 우리를 이 험악한 지경으로까지 이끌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비를 진작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은 "옳지 않은 구습을 다시 조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재정지출을 늘리려는 유혹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정긴축을 통한 엄격한 다이어트와 가계 및 기업의 디레버리징 같은 자원의 재배치가 정부 정책에 의해 방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당시의 정책환경을 안타까워했다. 게다가 이른바 주류 경제학이란 것도 최적의 정책을 계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워시 이사는 "제3의 길"을 가자고 했다. 그 길은 "친성장 정책"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생산능력, 공급측면 경제가 긴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 가지를 꼽았다.

    1)보다 단순하고 투명하며 장기투자를 진작하는 쪽으로 세제를 개혁하는 것, 2) 규제를 개혁해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룰을 이해하고 스스로 성공하든 실패하도록 만드는 것. 기존 진입자가 지대를 추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무명의 사업자에게는 친절하게 대하는 규제를 만드는 것, 3)친성장 정책에 반하는 보호무역주의를 막기 위해 전세계에 미국이 '무역의 리더십을 재개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선포'하는 것 등이다.

    1)과 2)는 트럼프가 현재 가장 주력하고 있는 경제정책의 테마이다. 3)은 트럼프와 정반대 지점에 있다. 그러나, 트럼프 역시 최근 들어서 보호무역 마케팅을 거의 중단한 상태이다.

    케빈 워시의 주장은 '창조적 파괴론'과 대공황 당시의 '청산주의'를 동시에 연상케 하는 고전주의 경향을 풍기고 있다. 그는 당시 칼럼에서 딜레버리징은 '축복받아야 할 좋은 검약함'이라고 말했고, 주택가격의 급락세는 '비록 고통스럽겠으나 회복의 기반을 마련해 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연준이 망가진 재정/교역/규제 정책의 수리점이 되어서는 안 되며, 추가적인 통화정책은 보다 강력한 친성장 정책을 대체하는 형편없는 수단일 뿐"이라고 역설했다.

    불과 수일 전 자신의 찬성 속에서 결정된 제2차 양적완화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특히 이로 인한 자산시장 왜곡 가능성에 깊은 우려를 드러냈다.

    연준이 무위험자산 가격의 수용자가 아닌 결정자가 되었음을 통탄하면서, 여타 모든 자산가격을 규정하는 이 무위험자산 가격에 대해 "시장이 의심하게 되는 순간 모든 자산군의 위험 프리미엄이 예기치 않은 움직임을 나타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QE로 인한 달러화 약세와 원자재가격 급등, 해외 정부들의 외환시장 개입과 보호무역주의 경향 등 파장들을 지적하면서 연준은 반드시 "장기적인 효과와 위험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직 연준 이사가 쓴, 그것도 추가 양적완화 결정 며칠 뒤 신문에 기고한 글로는 믿기지 않는 이 칼럼에 대해 연준 동료들 일부는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그리고 2011년 2월 워시 이사는 사표를 내고 연준을 떠났다. 석달 전 칼럼을 쓰기로 했을 당시 그는 이미 자신의 거취를 정해 놓은 상태였을 것이다.

    #2016년 8월24일의 케빈 워시

    때는 여전히 민주당 오바마 행정부의 시대이다. 연준 이사회는 민주당원이자 케인지언 통화주의자들로 더 빽빽하게 채워졌다. 도널드 트럼프는 아직 '차기'가 불투명한 광대에 불화해 보였다.

    이 때 워시는 다시 WSJ에 기고문을 실었다. "최근 수년간 통화정책 수행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다(deeply flawed)"는 말로 시작되는 글이었다.

    워시는 미국의 경제 회복속도가 과거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중앙은행들은 이를 예견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인플레이션이 왜 목표치에 못 미치는 지 설명조차 못하고 있다고 통타했다.

    인플레이션 회복을 위해 물가상승 목표를 높이자는 일각의 논의에 대해 그는 "월스트리트의 주민들을 환호하게 할 것이나, 일반 가정에서는 분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준을 지배하는 주류 학계를 "경제학 길드(economic guild)"라고 비난한 그의 글은 여전히 '격정적'이었다. 당시 그는 연준의 정책수단, 전략, 커뮤니케이션, 지배구조 등을 싸그리 개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통령처럼 연준 의장도 국민투표로 뽑는다면, 유세 연설문은 아마도 이러했을 것이다. 그는 두 가지 걸림돌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째, 경제학 길드들이 주입한 '데이터 디펜던스' 통화정책이다. 이는 변덕 심하고 잡음 많은 경제지표에 따라 정책이 고무줄처럼 출렁이도록 하는 원인이 된다고 했다. 인플레이션이라는 것에는 커다란 측정 에러가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연준은 너무 정밀하게 물가목표를 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웃풋 갭이라는 경제 모델은 심각할 정도로 신뢰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포워드 가이던스란 것도 투명성으로 은폐한 모호함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연준은 소득 불평등을 우려하는 척하면서도 자신들의 정책이 불공정하게 자산 불평등을 조장한 사실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연준은 금융시장의 노예처럼 보이고, 금융시장은 또한 연준의 노예인 듯하다고 했다. 2008년초 이후 S&P500지수 상승분의 절반 이상이 FOMC 개최일에 축적되었다고 지적했다.

    또 하나의 극복할 장애물로는 '영역을 확대해 나가려는 연준의 경향'을 꼽았다. 케빈 워시는 "민주주의에서 중앙은행의 권능이란 것은 그 범위가 제한되고 트랙 레코드가 강력하며 신뢰가 강화되었을 때에만 인정되는 것"이라고 꼬집으면서 "시민들은 중앙은행으로 경제권력이 집중되고 있는 것을 합당한 이유로써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워시는 민간의 손에 있어야 할 금융자산 수조 달러가 금융위기 이후 연준에게 들어갔다며, 이는 "통화정책이 상장기업 주가를 띄우는 등 금융자산 가격을 조작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한된 책무와 정책수단을 가진 긴축적인 경향의 중앙은행을 강조하는 동시에 금융규제에 대한 완화 역시 주창하고 있다. 이 점 또한 도널드 트럼프와 맞닿는 지점이다.

    당시 칼럼에서 워시는 도드 프랭크법 이후로 연준이 대형 은행을 세세한 부분까지 관리하고 있으며, 사실상 그들의 수익(return)에 상한선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초대형 은행들의 시장 점유율은 연준의 권능과 함께 커져갔고, 결국 연준과 초대형 은행들은 마치 공적 기관들인양 조인트 벤처 파트너십을 형성하게 되었다고 비난했다. 그 결과 대중들은 연준을 "불공정하고 불공평한 경제 기관이라고 여기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워시는 자신이 한 때 이사로서 몸 담았던 연준에게 강력한 경고장을 날린다. "미국 정치 시스템에서 영원하게 수용된 기관이라고 착각하지 말라"고 했다. 연준은 민주적 통제에 따라 여차하면 해체될 수 있으며, 중앙은행은 새로운 시스템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주장들은 지난 8월 발표한 BIS 페이퍼의 골격이 되기도 했고, 트럼프에게 제출한 '원서'에 해당한다.

    경제학 박사학위도 없이 일개 변호사일뿐인 워시는 반복해서 "기성 경제학계 내부의 집단사고(group think within the academic economics guild)"를 비난하면서 '뿌리째 개혁'을 역설하고 있는데, 이 역시 트럼프의 성향과 맞닿아 있다고 할 것이다.

    #2014년 6월19일의 케빈 워시

    다시 3년여 전으로 거슬러간 당시는 미국의 제3차 양적완화 테이퍼가 절반 이상 진전되고 있던 때였다. 당시 워시는 FOMC 위원들이 제시한 그 다음해의 야심찬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내심 기대를 거는 모습이었다. 3%의 성장전망이 정말 실현된다면 수익률곡선 전반이 높아질 것이고, 금융시장에 몰려 들어갔던 자본의 상당부분이 실물경제로 갈 것이며, 새로운 금리 환경 속에서 주가는 새로운 가격을 찾으려 할 것이라고 그는 예상했다.

    워시는 중앙은행이 아닌 정부의 '친성장 정책'을 주창했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고성장이 되살아 난다면 금융자산시장도 정상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었다.

    즉, 케빈 워시의 눈에 금융위기 이후 금융자산 시장은 왜곡된 비정상이었다. 당시 칼럼의 제목은 <자산 부자, 소득 빈곤 경제>였다. 조지 소로스의 수석 매니저로 일했고 '헤지펀드의 전설'이라고도 불렸던 스탠리 드러큰밀러와 함께 쓴 글이었다.

    *드러큰밀러 역시 최근 수년간 줄곳 연준의 초고도 완화정책을 비판하면서 비관적인 시장관을 견지해 온 인물이다. ☞ 관련기사 모음

    당시 칼럼에서 워시와 드러큰밀러는 금융위기 이후의 연준 통화정책을 '대차대조표 불황을 막기 위한 대차대조표 회복정책'이었다고 규정했다. 월스트리트와 자산가들, 위험투자를 추구하는 사람들과 돈을 쉽게 빌릴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박수칠 일이었지만, 일반 가정이나 소기업처럼 자산(asset)은 없고 소득(income)에만 의존하는 사람들에게는 남의 나라 얘기였다고 그들은 지적했다.

    2014년 5월 당시 비농업 취업자 수가 21만7000명이나 증가했는데도 불구하고 대부분 미국 국민들의 소득은 짓눌려 있는 현실을 질타했다. 성인 인구 중에서 일하지 않는 사람 비중이 36년만에 최고치로 늘어나고, 전체 취업자 수가 종전 피크를 회복하는데 무려 76개월이나 걸렸으며, 그 사이에 이미 노동가능인구는 1500만명이나 늘어났고, 장애인보험금을 수령하는 사람 수가 건설업 및 교육분야 취업자를 합한 것보다 많은 현실을 바로 이 '대차대조표 회복정책'과 대조했다.

    기업들은 공장을 짓고 투자를 하기 보다는 빚을 내서 자사주를 사들이는 금융공학에 몰두하고 있고, 기관투자자들은 벤치마크를 비트하기 위해 위험추구 수위를 높이고 있으며, 개미들은 이 판에 뒤늦게 뛰어 들고 있다고 격정을 토했다.

    그러나 실질 경제성장률은 5년째 2%에 머물러 있다. 기업의 투자기피가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며, 그나마 일자리가 있는 사람들은 더 나은 기회나 더 높은 임금을 찾아나서기 보다는 고용안정에 만족하고 있고, 청년들은 노동시장에서 아예 벗어나 버렷으며, 그 결과 생산스킬이 축적되지 않게 되었다.

    워시와 드러큰밀러는 투자와 노동 두 측면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런 병증들이 과거에 비해 증가세가 1%포인트나 떨어져 있는 미국의 생산성 부진을 설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래서 이들은 고성장(정책)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고성장을 계기로 자본이 다시 실물경제에서 선순환하면 생산성이 살아나고 소득이 증가할 것이며 노동력이 유입되고 저축이 증가하며 이 저축이 자본투자로 다시 순환하는 긍정의 고리가 형성될 것이라고 이들은 희망했다. 이런 환경에서야 비로소 대차대조표 자산이 지속가능하게 늘어날 것이라고 이들은 역설했다.

    당시 기고문에서 이들은 "2%의 저성장 늪에서 탈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연준이 보다 예측가능하게 보다 이른 시기에 초고도 완화정책에서 빠져 나오면 기업들과 노동자들이 사업과 일자리로 보다 빨리 복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 연결 메커니즘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박사학위가 있는 주류 경제학자였다면 수학 공식이라도 한 줄 걸쳤겠지만, 워시는 일개 변호사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제 드디어 워시는 자신이 구상해 온 경제관, 경제정책관을 실현할 주군(主君)을 찾았다. 3% 경제성장을 목표로 감세와 규제철폐를 적극 추진 중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마침 장인어른의 50년 절친이다.

    케빈 워시의 말처럼 세제개혁과 규제철폐로 지속가능한 3%의 성장세 회복이 이뤄질 지는 알기 어렵다. 그러나 비교적 분명한 것은, 만일 그가 연준 의장으로서 지도부를 구성, 운영하게 된다면, 기존 주류 경제학 길드(economics guild)에 의해 굳어져 있던 반응함수에 기반한 통화정책 전망, 자산시장 접근법 등은 완전히 폐기될 가능성이 있음을 매우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저금리 + 달러약세를 원하는 트럼프가 자신의 친성장(감세 + 규제철폐) 정책에 뼈속 깊이 동조하는 고금리주의자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는 매우 불확실하다.

    2. 시장에 영향을 미치거나 관심을 끈 주요 뉴스

    - 미국과 유로존의 제조업 경기가 역대급으로 가속도를 내며 동시에 서프라이즈를 연출했다.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가 집계한 미국의 9월 제조업지수는 전달에 비해 2포인트 상승한 60.8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58.0으로 소폭 둔화됐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지난 2004년 5월 이후 13년 4개월 만에 최고치로 가속도를 냈다.

    선행지표인 신규주문지수가 60.3에서 64.6으로 뛰어 올라 앞으로도 생산활동이 활발할 것임을 예고했다. 고용지수는 59.9에서 60.3으로 강화돼 지난 2011년 6월 이후 가장 양호했다. 운송장비 부문에서 "일손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불가격지수는 62.0에서 71.5로 급등, 지난 2011년 5월 이후 가장 높았다. 허리케인으로 인해 공급망에 문제가 생겨 화학 등 소재가격이 앞으로 3~6개월간 상승압력을 받을 듯하다고 ISM은 전망했다.

    납품소요시간지수가 7.3포인트 급등한 64.4를 기록해 지난 2004년 7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허리케인으로 인해 납품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이 없었다.

    금융정보 서비스업체 Markit이 별도로 집계한 미국의 제조업 PMI는 9월중 53.1로 0.3포인트 반등한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잠정치 53.0보다 약간 높게 나왔다.

    고용지수가 53.1에서 54.3으로 상승해 지난해 12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잠정치와 동일했다.

    ⓒ글로벌모니터

    유로존의 제조업 활동은 6년여 만에 가장 활발했다. 금융정보 서비스업체 Markit이 집계한 9월중 유로존 제조업 PMI는 전달보다 0.7포인트 상승한 58.1로 최종 집계됐다. 잠정치 58.2에는 약간 못 미쳤으나 지난 2011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생산지수가 58.3에서 59.2로 올라가 역시 2011년 4월 이후 가장 높았다.

    Markit은 "주문이 급증해 유로존 제조업체들이 지난 20년간 보지 못했던 속도로 채용을 늘리고 있다"며 "회복세가 갈 수록 광범위해지고 있으며, 유로존 전역의 수요 증가에 힘입어 모든 배들이 뜨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행지표인 신규주문지수가 58.3에서 58.5로 올라갔다. 지난 2011년초 이후로 이보다 높았던 적은 지난 6월 밖에 없었다. 수주잔고지수는 최근 15년 중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치로 상승했다.

    ⓒ글로벌모니터

    - 이에 반해 영국의 제조업 PMI는 9월중 55.9를 기록, 전달에 비해 0.8포인트 둔화됐다. 시장 예상치 56.4에 못 미쳤다.

    투입가격지수는 62.1에서 70.4로 급등, 6개월 최고치를 기록했다. 성장 모멘텀이 둔화된 가운데 인플레이션 압력은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 미국의 건설업활동이 3개월 만에 반등했다.

    미국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8월중 미국의 건설업지출은 전달에 비해 0.5% 증가한 1.21조달러를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 0.4%보다 증가폭이 컸다. 다만 전달인 7월의 감소폭이 -0.6%에서 -1.2%로 하향 수정됐다.

    8월중 건설업지출은 전년동월비 2.5% 증가했다.

    상무부는 텍사스와 플로리다 지역의 실적이 예년에 비해 크게 낮지 않은 걸 보면 8월 지표에는 허리케인 여파가 거의 반영되지 않은 듯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9월 지표에는 충격이 나타날 수 있다. 텍사스와 플로리다는 지난해 미국 전체 민간 비주거용 건설지출의 22%를 차지했다.

    8월중 민간 주거용 건설지출이 전월비 0.4% 늘었다.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비주거용 건설지출 역시 0.5% 증가해 3개월 만에 반등했다.

    공공건설도 전월비 0.7% 반등했다. 전달에는 3.3% 급감한 바 있다. 주 및 지방정부 건설이 1.1% 늘었다. 연방정부 건설은 4.7% 급감해 지난 2007년 4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실시간으로 추정하는 애틀랜타 연준의 GDPNow는 이번 3분기 성장률을 2.7%로 0.4%포인트 높여 예상했다.

    이날 ISM 제조업지수와 건설업지출 지표를 반영해 3분기 실질 개인소비지출과 실질 민간 고정자산투자 증가율 추정치를 각각 1.8% 및 0.3%에서 2.3% 및 1.8%로 상향 수정했다.

    ⓒ글로벌모니터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원유 재고가 올해 크게 감소하겠지만 내년에 다시 늘어날 수 있다고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전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비OPEC의 감산이 올해 "상당한" 재고축소에 기여했다고 IEA는 인정했다. 하지만,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 증가 전망과 중국의 원유 수입을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내년 재고는 다시 쌓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관련기사 : IEA "내년 원유재고 다시 증가…美 중심 非OPEC 증산"

    3. 금융시장 동향

    중소형주 시장인 러셀2000까지 뉴욕증시 4대 지수들이 동시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 4분기 첫 거래일을 화려하게 시작했다. 오름폭이 두드러지지는 않았지만, 증시의 자신감은 충만해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감세와 규제철폐에 다시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허리케인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제조업활동은 1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가속도를 냈다. 부진을 면치 못하던 건설업활동 역시 3개월 만에 반등했다. 지난 3분기 성장세가 3%에 육박하는 제법 강한 페이스를 이어갔을 것임을 시사했다.

    유로존의 제조업 활동 또한 기록적인 열기를 보여주었고, 앞서 발표된 중국 제조업 지표와 일본 단칸지수 및 한국 수출실적도 고무적이었다.

    자연히 연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좀 더 높게 여겨졌다.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그 확률을 78%로 가격에 반영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매파적인 성향을 다분히 표출해 온 인사를 차기 연준 의장 후보 중 한 명으로 골라 놓았다.

    하지만 이런 재료들에도 불구하고 달러와 미국 국채 수익률의 오름폭은 제한됐다. 유럽에서는 카탈루냐가 거센 독립운동을 펼쳐 스페인을 헌정위기로 몰아 넣고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평화롭던 야외 공연장에서는 사망자가 최소한 58명에 이르는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트럼프의 감세 약속이란 것도 논란이 다분해 실현 가능성은 아직 확신할 수 없는 상태다. 이날 제조업지표의 서프라이즈 역시 허리케인으로 인해 위쪽으로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있다. 매파적 차기 연준 의장 가능성 또한 위험자산 시장에는 경계 대상이다. 탄력적으로 치고 올라가던 유가는 저항선에 부딪쳐 되떨어져 어느새 WTI 50불선이 다시 위태로워졌다.

    뉴욕증시 변동성지수(VIX)는 0.63% 내린 9.45를 기록했다. 증시 소재업종이 1.09% 뛰었고 헬스케어와 금융업지수도 0.9% 안팎 상승했다.

    - 다우 : 22557.60(+152.51, +0.68%)

    - 나스닥 : 6516.72(+20.76, +0.32%)

    - S&P500 : 2529.12(+9.76, +0.39%)

    -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0.5bp 오른 2.339%를 기록했다. 유럽 거래로 넘어가는 시간대에 2.37%선에 육박하기도 했으나, 이후 레벨을 낮췄다. 라스베이거스 총기난사 사건 소식에 한 때 하락세로 반전하기도 한 수익률은 이후 지표 호조를 앞세워 강보합 수준으로 올라섰다. 2년물 수익률 역시 강보합 수준인 1.483%를 나타냈다. 30년물 수익률은 0.9bp 상승한 2.869%, 5년물 수익률은 0.3bp 내린 1.933%에 거래됐다.

    - 달러인덱스는 0.6% 오른 93.63을 기록했다. 서프라이즈를 연출한 미국 9월 ISM 제조업지수 중에서 특히 지불가격지수의 급등세가 특히 주목 받았다. 유로가 0.7% 하락한 1.1734달러를 기록했다. 유로존의 제조업 PMI가 고무적이었으나, 스페인 카탈루냐 독립투표 사태가 투자심리를 어둡게 했다. 미국의 제조업과 건설업지표 호재 속에서 달러-엔은 112.72엔으로 0.2% 올랐다. 유럽거래로 넘어가는 시간대에 113엔을 넘어서기도 했으나 되밀렸다. 라스베이거스 총기난사 사건 소식도 달러 강세를 제한했다. 제조업 PMI가 실망스럽게 나온 영국의 파운드는 달러에 대해 0.9% 급락했다. 달러-스위스프랑은 0.7% 올랐다. 오지와 키위는 각각 0.1% 내렸다. 브라질 헤알과 멕시코 페소가 달러 강세 흐름에 거슬러 선전했다. 달러에 대한 두 통화의 환율은 각각 0.2% 및 0.1% 하락했다. 유가 급락세 속에 러시아 루블 환율은 0.7% 상승했다. 터키 리라 환율이 0.1% 오르고, 남아공 랜드 환율은 0.3% 상승했다.

    - WTI는 1.09달러, 2.1% 급락한 50.58달러를 기록했다. 장중 3% 넘게 밀리기도 했으나 50달러선이 지지력을 발휘했다. 브렌트는 0.85달러, 1.5% 떨어진 55.94달러를 기록했다. 장중 2% 넘게 떨어졌다. 지난주 한 때 59.49달러까지 올라가기도 했으나 60달러선이 저항선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미국 셰일오일 등의 증산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지난주 미국의 원유시추공 수는 유가 오름세에 힘입어 7주 만에 증가세로 반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원유 재고가 올해 크게 감소하겠지만 내년에는 미국 셰일오일의 증산 등으로 인해 재고가 다시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금 선물 12월물은 9달러, 0.7% 내린 1275.8달러를 기록했다. 장중 1273.7달러까지 밀려 8월 16일 이후 최저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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