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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ghtly Brief]'Heaven'이라는 허구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이공순 기자 [기사입력 2017-08-10 오전 6:34:07 ]

  • 북한발 핵 전쟁 공포에 시장이 사로잡혔다고 CNBC, 블룸버그, MSNBC, 월스트리트저널, 그리고 뉴욕타임즈에 이르기까지 불꽃과 분노의 열변을 토해냈다.

    분석가들은 이 어마무시한 핵 전쟁의 공포가 '안전자산'(safe heaven) 심리를 촉발했다고 '주장했다'. '주장'이다. 왜냐하면 실제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전통적인 의미에서 '안전 자산'으로 불리는 일본 엔화, 스위스 프랑, 금, 미국 국채 가격은 모두 상승했다.

    그런데 정작 달러화(dxy)는 전일 대비 0.1% 하락했다. 굳이 변명해주자면, 엔화 절상 속도가 너무 가팔랐기 때문이라고 말해 줄 수도 있겠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중국 위안화는 안전 자산이 아니다. 게다가 한반도가 핵전쟁의 불바다가 되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은 중국이다. 그런데 위안화 환율은?

    미국 달러/중국 위안 환율 추이

    ⓒ글로벌모니터

    물론 위안화는 중국 당국의 손을 타기 때문에 그렇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래서 Dr. Economy.

    구리 선물(9월물) 가격 추이

    ⓒ글로벌모니터

    인류가 자칫하면 향후 수백년 동안은(실은 영영) 가장 유망한 직종이 석수장이가 될지도 모르는 판에, 무슨 청동기 재료 가격이 이다지 비싸다는 말인가?

    그런데 챠트 상으로 보면, 오늘은 지난해 11월 이후의 반등에서 세번째로 전고점을 테스트하는 날이었다. 그러니까 챠트 상으로는 떨어질만한 순간에 떨어졌다. 만일 이 박스권을 돌파한다면, 구리 가격은 훨훨 날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는 해석의 문제가 제기된다. 구리가 도대체 글로벌 지정학에 대해서 뭘, 그것도 전지전능한 수준으로, 알고 있어서 정확히 변곡점에서 반응한 것인지, 아니면 구리 가격으로 대표되는 원자재 가격의 동향(즉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야기할 투기적 거래의 폭증)에 맞추어 '입'들이 불꽃을 뿜기 시작한 것인지.

    구리만 그런 것이 아니다. 심지어는 철광석 선물 가격도 상승했다. 그것도 무려 0.9%나 상승했다.

    그러니까 시장의 반응은 핵 전쟁이 나도 지금의 철기 시대가 종말을 맞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이 핵전쟁 레토릭이 '뻥'이라는 것이거나, 둘 중의 하나다.

    곡물(옥수수, 밀, 콩) 가격은 보합세에 머물렀으며, 니켈 가격은 상승했다. 목재(lumber) 선물 가격도 상승했다. 도대체 이런 원자재들이 'safe heaven'이라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면 왜 '안전 자산' 가격은 상승했을까? 먼저 이 '안전 자산'이라는 것의 성격데 대해서 보아야 한다. 엔화, 스위스 프랑화, 미국 국채는 모두 역외 포지션과 관련이 있다. 만일 일본계 은행들과 상사들이 역외 유동성 포지션을 줄이면, 엔화는 강세가 된다.

    그러므로 엔화는 '안전'해서 안전 자산이 아니라, 일본 금융 기관들의 역외 포지션이 위험 자산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 포지션의 청산이 이루어지면 마치 안전한 것처럼 강세가 될 뿐이다. 그리고 금은 엔화와 inverse 관계를 이루고 있다.

    일단 자타가 공인하는 안전 자산인 금 선물 추이를 보자.

    금 선물 가격 추이

    ⓒ글로벌모니터

    이 챠트를 보고, 2017년 8월 9일(현지 시각)에 전세계가 그리고 글로벌 금융 시장이 핵전쟁의 공포에 대한 반응을 보였다고 해석할 수 있는 후대의 챠티스트가 있다면, 그에게는 챠트 알파고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을 것이다.

    혹시 철광석 가격의 상승이 도래할 석기 시대를 앞둔 선취매가 아니냐는 의문(철광석도 어쨌든 돌이다)이 제기될까봐 '천국의 상품'인 미 국채 가격을 다시 들여다 보자.

    마찬가지로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 챠트

    ⓒ글로벌모니터

    이 챠트를 보고, 안전 자산 선호 심리가 시장에 발동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면, 그는 분석가의 영역에 속해 있다기 보다는, 웹툰계에 속해 있다고 말해야 한다.

    9일 시장에서 미국 국채 수익률은 고점 2.257%에서 저점 2.212% 사이에서 움직였다. 전날 대비로 최대 5bps 하락했다. 그런데 이 정도 진폭은 아무런 이벤트가 없는 '평범한 날'에도 발생한다.

    그리고 만일 특수한 변동 또는 '위험'(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인지된 것이든, 아니든 간에)이 존재한다면, 그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미국 국채 수익률 2014년 10월

    ⓒ글로벌모니터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할 2014년 10월 15일의 국채 수익률 폭락 사건(제임스 불라드가 QE4를 할 수도 있다고 통사정한 날) 당시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약 37bps를 움직였다(고점 2.237%, 저점 1.861%).

    2015년 8월 11일의 중국 위안화 전격 절하 이벤트 당시에는 10년물 국채 수익률 진폭은 11.5bps(고점 2.156%, 저점 2.04%)였다.

    그러니까 오늘 사건은 레토릭은 불을 뿜지만, 실은 '아무 것도 아닌 것'(nothing)이었다.

    물론 아무 것도 아닌 것은 아니다. 실제 이 레토릭들의 목적은 어떤 것이 진정인지 알 수 없도록 하는 것, 즉 의도적인 혼란의 유도에 있다. 그러므로 딸린 입들이 아우성을 쳐야 이 전략은 보다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트럼프의 불꽃과 분노 발언이 계획된 것이 아니라, 즉흥적인 것이었다는 후속 보도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트럼프의 불꽃과 분노을 재확인하면서 북한에 으름짱을 놓았다는 보도는 트럼프가 막무가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매티스가 광적인 해병대원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다만 정교하게 짜여진 커뮤니케이션 전략(그 목적이 어디에 있든 간에)에 맞추어 각자 맡은 바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이것이 미국 엘리트들이 트럼프를 선택한 진정한 이유라고 당선 직후부터 nightly는 주장해왔다).

    미국의 의도는 무엇인지 모른다(그리고 그들 자신도 목표를 가지고는 있지만, 그것을 수행하는 방식은 고정되어 있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미국의 대외전략 수행 방식의 핵심은 자신들의 의도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그것을 달성하는지를 상대방이 알 수 없도록 하는데 있다.

    그러므로 미국의 전략은 '계산된 막가파'이며, 마찬가지로 북한의 전략도 '계산된 막가파'다.

    이렇게 서로간에 막나가다 보면, 자칫 정말로 충돌하지 않겠느냐고? 그 앞에 '계산된'이라는 수식어를 고려해야 한다.

    '계산된'이라는 의미는, '이성적'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필요에 의해서 그리고 통제 가능한'이라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핵 전쟁은 처음부터 '계산된'이라는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핵 전쟁은 '절대적 적대에 의한 절멸'을 무조건적으로 전제하기 때문에, 실제 핵을 보유한 국가들 사이에서는 군사적 충돌은 불가능하다.

    우리가 오늘날 알고 있는, 그리고 이 세계가 신봉하고 있는 '합리적 선택이론'도 지난 1950년대 미국 해군대학에서 전면적인 전쟁이 불가능한 핵 보유국들 사이에서의 상호 갈등을 분석하기 위해 처음 제기된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 정권이 취하고 있는 스탠스는 전통적인 합리적 선택 이론에 입각한 것이 아니라, 비합리적 선택 이론에 기초를 두고 있는 것이다.

    이는 실제로 핵이라는 무력을 사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존의 합리적 선택 이론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다는, 따라서 그 효용을 상실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즉, 여전히 목적은 동일하다. 그들은 '억지'(抑止; deterrence)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그 억지에는 전면전은, 그리고 전면전으로 발전할 수 있는 무력 충돌은 여전히 배제된다.

    그러므로 한반도 위기 상황이 아니라는 문재인 정권의 주장은, 몹시 태평해 보이기는 하지만, 정확한 상황 판단이기도 하다.

    그런데 여기에는 다른 변수가 숨어있다. 왜 북한이 '괌'을 특정했는가 하는 문제다.

    미국이 발끈한 것도 괌 때문인데, 괌은 국제법상으로는 미국 영토가 아니다. 즉 주민들의 자주적 결정에 의해서 얼마든지 독립국으로 전환할 수 있다(물론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는 않다).

    만일 북한이 '위협'을 가하려고 했다면 괌이 아니라, 보다 살상력과 파급력이 큰 일본의 도시들을 지목하거나(예컨대 도쿄를 불바다로 만들겠다거나), 혹은 미국이 해상 X 밴드 레이다 기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오키나와가 보다 적합했을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일본을 자극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남중국해 갈등에 미국의 개입 전초기지가 될 괌을 거론했다. 이같은 북한의 태도는 북한의 위협이 단지 북한의 이해관계만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의사가 포함되어 있음을 시사한다(현재 영국 항공모함이 남중국해로 항진 중이다. 즉 8월 하순부터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간 갈등이 매우 격렬해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만일 일본이 헌법을 개정한다면, 미일 방위조약의 내용은 수정되어야 하며, 미국은 전처럼 자유롭게 일본내에 이른바 '전략 자산'(핵무기)를 배치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따라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괌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진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괌 발언은 중국(군부)의 복화술이며, 남중국해를 분쟁지역으로 만들지 말라는 경고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이같은 북한의 전략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남한을 통해 이루어져왔다(즉 북괴에 대항하는 남조선 괴뢰라는 컨셉).

    예컨대 제한적 재래전의 경우에는 반드시 남한 군사력을 동원해야만 한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여 미국과의 동맹 강화를 외치면서도 북한 위협 뒤에도 한반도에서 전쟁은 절대로 안된다고 강조한 것은, '남한은 영원한 미국의 수하입니다'라고 딸랑딸랑한 뒤에, "그러나, 괄호 열고, 총대를 멜 생각은 없습니다 괄호 닫고'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남한 내에서 문재인 정권에 대한 대중적 지지가 지속되는 한은, 이같은 스탠스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이는 권력의 관점에서는 매우 위험한 전략이기도 하다).

    결국 한반도 문제는 미-중 사이의(그리고 러시아와의) 문제다. 만일 어떤 실제적인 변화가 있다면 중국의 레토릭에서 먼저 포착이 가능할 것이다.

    아직까지는 미-중간의 타협 여지가 남아 있는 한, 그리고 11월의 중국 당 대회를 앞두고는 '무력 시위'는 있을지언정 무력 충돌은 없다.

    그러니 시장도 알아서 반응했다. 안전 자산은 무슨 얼어죽을(물론 안전 자산 가격은 조금 더 상승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세상이 불안해서가 아니라, 글로벌 유동성 포지션을 줄이라는, 즉 좀 쉬었다 가라는 미국의 아우성이라고 해석해야 한다).

    시장은 단지 이 소음을 원자재 가격 너무 올리지 말라는 사인 정도로 읽었다. 나머지는 모두 가부끼에 불과하다.

    그나저나 트럼프의 'fire and fury'는 셰익스피어의 'sound and fury'(제인 오스틴의 소설 제목이기도 하다. 우리말로는, 실은 일본어 번역으로는, <음향과 분노>라고 옮겨져 있는데, 이는 지나치게 폼을 잡은 번역이다. 이 때의 'sound'는 '소음'이라는 뜻이다)를 너무 흉내냈다.

    이 대사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12夜>에 나오는 구절로, 그 다음 대사는 'it signifies nothing'(의미 없어)이다. 아마도 이번 긴장 조성기는 12일 가량 지속될 모양이다.

    더불어 미국 엘리트들의 지적 수준도 9학년 쯤(의 bully, 똘똘한 애들은 이 때 쯤해서 셰익스피어를 읽는다)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원래 사춘기는 거친 법이다. 그러려니 하자.

    - 미국의 지난 7월 도매 재고는 전달 대비 0.7% 증가했으며, 도매 판매도 0.7% 증가했다. 경기

    싸이클의 마지막 국면에서는 도매 판매와 재고가 동시에 빠르게 증가하며, 산업 생산도 빠르게 증가한다.

    이에 따라 원자재 가격 상승 압력이 발생하고 동시에 기업의 투자는 내리막길을 걸으며 기업의 운전자금 대출도 둔화된다. 반면 기업 이윤율은 하락한다.

    - 10년 전 오늘, 즉 2007년 8월 9일 BNP파리바 은행 산하의 3개 헤지펀드가 청산을 선언했다. 이것이 금융 위기의 시작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글로벌 금융 체제는 그날 죽었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그 껍데기, 아니 그 유령에 불과하다(ghost in the shell).

    전 연준 이사이자 트럼프가 차기 연준 의장 3순위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케빈 와쉬는 지난 6월말 국제결제은행 연례 보고서 발간 컨퍼런스에서 BIS 사무총장인 Jaime Caruana와 더불어 개회 연설을 했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심지어는 와쉬는 현재는 아무런 중요 직책도 맡지 않고 있다).

    nightly는 와쉬가 글로벌 금융 자본의 대리인 자격으로 글로벌 중앙은행장들 앞에서 발언한 것으로 해석하는데, 그는 이 자리에서 미국 경기 호황 싸이클이 끝나가고 있으며, 중앙은행들이 개혁을 서두르지 않는다면, 쇠멸(decay)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그가 말한 개혁의 내용은 연설 속에서는 명확하게 표현되지 않고 있지만, 그러나 전후 맥락으로 보아서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조속한 청산을 촉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의 발언은 만일 조기 청산을 하지 못한다면, 중앙은행들은 정부의 일개 부속기관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재무부 국채발행자문위원회(TBAC) 보고서 내용을 보면, 와쉬의 발언은 개인 의견이 아니라, 금융 자본가들의 집합적 견해였던 것으로 보인다.

    TBAC 보고서는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중앙은행들이 더 이상 나서지 말고(즉 시장에 개입하지 말고), 시장이 알아서 청소하도록 두어라(let market clean up)는 것이다.

    민간 금융 자본과 중앙은행(연준) 사이의 타협이 지난 6월 FOMC에서 밝힌 balance sheet reduction(보유 자산 축소) 규모인 것으로 보인다. 그 정도로는 은행들은 market crash가 발생해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할 것이다. 대신 다른 것들이 죽겠지.

    시장에 무슨 일이 난다고 해도, 어차피 지금의 화폐라는 유령들은 물거품에서 태어나 물거품으로 돌아가니, it signifies nothing.

    이 10년 동안의 그 소음과 분노들이 모두 한낱 그림자에 지나지 않았다니. 그리고 이미 몸은 가버렸는데, 머리만은 과거 속을 헤매고 있다니. 우리는 10년을 더 늙었는데, 그 시간들이 모두 잃어버린 것(lost decade)이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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