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크게 텍스트작게 바로가기복사 프린트

[Nightly Brief]옐런의 수다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이공순 기자 [기사입력 2017-06-15 오전 7:02:32 ]

  • 시장은 별 말 안해줬으면 하고 기대하는 눈치였는데, 하필 말이 많았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

    먼저 FOMC 결정 직전의 "예상"을 보자.

    "나는 연준이 보다 dovish한 쪽으로 기울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가장 주요한 dovish한 서프라이즈는 성장과 인플레이션에 대해서 당초 (연준이) 예상했던 것보다 모호성이 커지고, dot plot에서 연준의 금리 인상 경로가 지연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아마도 달러화를 약세로 유도할 것이며(동시에 미국 증시의 과도한 상승에 대한 우려도 자아낼 것이며, 왜냐하면 현재 증시는 역사상 최고의 롱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 듯이 보이기 때문에), 그러나 해외에서의 위험 선호를 계속 지지할 것이다" - Steve Englander, Rafiki Capital Management(Hong Kong) 수석 이코노미스트.

    Englander는 지난해 Bank of America 수석 이코노미스트 자리에서 물러났다(물러났다는 것은 우아한 표현이고, 아마도 '짤린' 것으로 보인다). 어디갔나 했더니, 홍콩에서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 BOA에서 이코노미스트가 여럿 교체되었는데, 그나마 읽을만한 리포트를 내던 Englender나 Matt King 등은 모두 떠났다.

    Englander가 위에서 언급한 것이 이른바 'dovish hyke'(완화적 금리 인상)이다.

    그런데 시장 예상에는 없던, 또는 시장이 원치는 않았던 balance sheet 감축(QE 자산 매각) 계획이 구구절절이 발표되었다. 물론 자산 매각 계획 자체는 시장이 예상하고 있었던 것보다는 그 규모가 적다.

    골드만삭스는 FOMC 이전에 나온 리포트에서 연준의 자산 매각 월간 최대 규모가 국채는 월간 100억 달러, MBS(모기지 채권)은 60억 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연준이 발표한 계획안은 합쳐서 월간 100억 달러(국채 60억 달러, MBS 40억 달러) 수준이며, 3개월 뒤에 월간 10억 달러씩 늘릴 수 있고, 최대 500억 달러를 넘지 않도록 되어 있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연준이 9월 FOMC에서 재무제표 축소안을 발표할 것으로(그리고 실행은 12월부터 돌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예상보다 빠른 재무제표 축소안 발표는 'dovish'한 것인가, 아니면 'hawkish'한 것인가? 이런 구분은 의미없다.

    연준의 정책을 dovish/hawkish로 준별하는 것은 문자 그대로 1960년대의 유산에 지나지 않는다.

    '신상태'(new normal)하에서는 매도 비둘기도 없다. 왜냐하면, 연준은 전통적 통화정책으로 달러량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이미 상실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이 매든 비둘기든 간에, 이들은 날지 못한다. 깃 빠진 닭들끼리 모여앉아 어떻게 퍼덕여야 높이 나네를 따지는 것은 볼만한 구경거리이기는 하지만, 현실이 아니라 '극장용 쇼'에 불과하다.

    머리 속을 비워내고 지난 2008년 금융 위기 이후의 장기 챠트를 들여다보라. 연준의 통화정책이 '성공적'이었다면, 인플레이션은 발생했어야만 했다(왜냐하면 인플레이션은 순수한 화폐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즉 화폐량이 증가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따라서 연준의 통화정책이라는 것은 안정적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을만큼의 화폐량을 중앙은행이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전제에 입각해 있다).

    그런데 14일자 미국 소비자 물가 상승률.

    ⓒ글로벌모니터

    물가 상승률은 유가 반등에 따른 '기저 효과' 때문에 반등했다가, 그마저도 이제는 '기저'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에 내려앉고 있는 중이다. 연준 스스로도 '단기적'(near term)으로는 물가가 정책 목표치를 하회할 것이라고 인정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연준이 물가 관련 정책 지표로 가장 중시한다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글로벌모니터

    지난 4월 기준으로 PCE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1.7% 상승률을 보이는데 그쳤다. 이는 정책 목표치인 2%에 미달할 뿐만 아니라, 지난 2011년의 3% 수준에도 못미친다.

    그런데 정작 2011년에도 연준은 금리를 인상하지 못했다(인상은 커녕, 금리를 인상했던 유로존은 부채 위기에 빠졌고, 미국 경기는 곤두박질쳤으며, 그 다음해에는 operation twist를 결정했다).

    3%대 물가 구간에서도 인상하지 못한 금리를 2%대에도 못미치는데 인상한다고? 그래서 dovish하다고? 아니, 그래서 hawkish하다고?

    14일 발표된 hard data 하나 더.

    US Retail Sales

    ⓒ글로벌모니터

    미국의 소매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3.81% 증가했다. 전월 대비로는 0.3% 감소했다. 인플레이션률을 감안한 실질 소매 판매 증가율은 1.9%에 불과하다. 미국의 인구증가율이 약 1.3% 가량이기 때문에, 이는 1인당 소매 판매 증가율이 연간 0.6% 정도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그동안 Nightly가 누누이 지적했듯이, 연준이 금융 위기 이후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한 2015년 12월 FOMC 당일날 발표된 미국의 산업 생산은 경기 침체기 돌입 수준이었다. 그리고 소비 둔화와 PCE 둔화가 가시적으로 전망되는 그 순간에 세번째 금리 인상과 재무제표 축소(balance sheet reduction)을 결정했다.

    연준의 정책이 마치 '들어맞은 듯한', 금리 인상 뒤에 '물가'가 상승한 것은 수입 물가(달러화 가치)와 유가 변동에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었다. 경기 확장과는 무관하다(성장률은 오히려 하락 중이다).

    그런데 달러화 가치조차 연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의 '공조'가 없이는 연준은 달러화 가치(환율)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다.

    연준이 내세우고 있는 성장률 전망이, dot plot 등의 포워드 가이던스나 경기예측 전문가 조사는 모두 포장에 불과하다.

    지난 9년간 단 한 번도 연준의 경기 전망은 맞은 적이 없으며, dot plot은 리챠드 피셔 전 달라스 연준 총재가 솔직하게 말한 것처럼, '그냥 추정'(guessmate), 즉 '오늘의 운세' 정도쯤의 신통력에 불과하다.

    국채 시장(수익률 곡선)이 연준의 정책에 전혀 동조하지 않기 때문에 연준이 내세운 전문가 조사는 나름 일리가 있다.

    왜냐하면 그 전문가들은 월가의 투자은행의 유동성 창출 의향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의향'이 실제로 관철되는지는 역시 별개 문제다.

    성잘률 전망으로 따지자면, 얼마전 투자자들 사이에 재미있는 비교표가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지난 1930-1939년 사이의 미국의 성장률과 2007-2016년의 성장률을 비교한 것이었다. 그리고 두 시기 모두 연평균 1.33%의 동일한 성장률을 보였다. 다른 말로 해서, 금융 위기 이후 new normal은 대공황이었던 것이다.

    연준을 dovish/hawkish로 나누는 '낡은 관념'은 기계에도 스며들어 있다(기계는 인간이 만든 것이니 인간보다 지능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FOMC 성명서 발표 직후에는 기계들은 일제히 dovish를 외쳤다. 왜냐하면, Englander가 말한대로 나온데다가, 한술 더 떠서 재무제표 축소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재무제표 축소는 마치 시장에서 유동성을 흡수하는 것처럼 오해하기 십상이지만, 실은 월가 투자은행들이 화폐를 창출할 수 있는 재료(국채)를 추가적으로 시장에 공급하기 때문에 오히려 화폐량이 증가한다.

    이는 이미 지난 2013년 QE3를 실시할 때부터 월가에서 제기되었던 주장이기도 하다.

    미국 국채의 추가적 공급은 레포 시장에서 'hypothecation'(연쇄 재담보)을 촉진시키기 때문에, 연준이 QE를 통해 단지 은행 reserve를 늘려주는 결과로 창출되는 것보다 더 많은 유동성을 창출한다.

    따라서 QE 자산 매각은 화폐량을 늘리는 역할을 하며, 그 결과는 다음 챠트에 표시되어 있다.

    달러화 대비 멕시코 페소화 환율(USD/MXN; 15분봉 챠트)

    ⓒ글로벌모니터

    FOMC 결과 발표 직전, 미국 소매물가 지표와 소매판매 지표가 발표되자 달러화는 급약세를 보였다. 그리고 FOMC 성명서가 발표되자 달러화는 급강세로 전환되었다.

    왜냐고? 기계들이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기계 왈 : 어? QE 자산 매각한다고? 그럼 유동성 줄어드네!

    게다가 옐런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혼란을 부추겼다. 옐런은 연준은 금융조건(financial conditions)을 타겟팅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기계들은 'Oh shit, it's hawkish'라면서 달러화는 팔짝 뛰었다.

    그러나 옐런 의장이 다시 통화정책 정상화 이후의 연준 재무제표 수준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고, 인간들이 나서서 기계적 오류를 수정하자 달러화는 다시 주저앉았다.

    다른 말로 해서, 이를 dovish 서프라이즈라고 표현하든, 또는 그럴 듯한 분석을 내세워서 연준의 자산 축소 계획상으로는 내년 중 예상되는 3250억 달러의 채권 매각은 0.25% 금리 인상에 불과하다(BMO Capital)는 주장에 힘입어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시장 예상보다 완화적이라고 표현하든, 이 결과는 예정된 것이었으며, 아마도 지난 1월 중에는 '결정'된 것이었다(nightly는 지난 2016년 2월 결정되었으며, 7월에 확정되었다고 보고 있다).

    달러화 대비 멕시코 페소화 환율(주간)

    ⓒ글로벌모니터

    그런데 달러 인덱스(DXY) 상으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DXY 15분봉

    ⓒ글로벌모니터

    달러 인덱스는 미국 경기 지표 발표 직후 급락했다가, FOMC 이후에는 오히려 급등했고, 멕시코 페소화와는 달리, 내려오지 않았다.

    달러화 인덱스(DXY)는 선진 7개국 통화로 구성된 통화 바스켓 지표다. 이 중에서 유로화의 비중이 가장 크다.

    달러 인덱스가 FOMC 이후 상승한 것은, 유로화는 오히려 달러화 대비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EUR:USD 환율은 위의 DXY 챠트를 뒤집어 놓은 것과 완전히 일치한다). 반면 엔화는 달러화 대비 강세를 보였다.

    유로화가 약세를 보인 것은, 지난주 목요일의 ECB 정책 회의 결과에서 이미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었다. ECB는 달러화 약세, 즉 유로화 강세를 아직은 못받아들이겠다고 선언했다(아시다시피 메르켈과 트럼프는 사이가 안좋다).

    그러나 주간 챠트 상으로는 유로화는 지난 2016년 8월 이후의 하락 추세선을 갭 돌파했기 때문에 유로당 1.15 달러 부근까지는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거기까지 가면, 그 때쯤 해서는 ECB가 죽는 소리를 할 것이다.

    ⓒ글로벌모니터

    그런 의미에서 이번 FOMC 결과는 순전히 신흥시장을 위한 것, 즉 중국을 위한 글로벌 달러 공급 조치라고 할 수 있다.

    결국, IMF가 지적한 것처럼, 신흥시장의 성장만이 글로벌 성장을 견인할 수 있으며, 글로벌 성장만이 미국을 침체 목전에서 되돌릴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달러화는 신흥시장 통화 대비 '약'해져야 한다.

    달러화가 약세가 되기 위해서는 신흥시장에 대한 역외 달러화 대출이 증가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이윤을 보장해 주어 크레딧 증가를 유도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달러화 생산 재료(미국 국채)의 공급과 적당한 가격 타협(역외 달러 시장에서의 대출 금리를 얼마로 할 것인가)이 이뤄져야 한다.

    물론 중간에서 일본은 죽을 맛이겠지만, 어쨌든 버냉키 시절에 덕을 봤으니 지금은 되돌려도 할 말 없다.

    다른 말로 해서, 적어도 금융/경제상으로는 미국 중국 일본 사이에 공조가 잘 이뤄지고 있다. 이달 초 시진핑 주석이 미중 관계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밀접하다고 말했을 때, 그는 사실을 얘기한 것이다. 그러니 한반도에서 전쟁 안난다. 돈이 되는데 누가 폭탄을 던지랴.

    이제 진행되려고 하는 decoupling은 신흥시장 성장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미국 자산 시장으로서는 어느 정도 후퇴를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글로벌 익스포져가 큰 다우 존스 지수는 미국내 소비에 이윤 의존도가 더 높은 다른 지수들(S&P500이나 나스닥)을 outperform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지난 2007년의 decoupling과는 가장 큰 차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중국은 지난 14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6.6%에서 6.7%로 상향했는데, 이는 '달러'가 풍족해질 것이라는 예고다).

    잠정 결론.

    1. 신흥시장 통화 대비 달러화 약세. 그러나 balance sheet 축소 발표 타이밍이 예상보다 빨라진 것은 그만큼 사정이 다급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달러화가 절실한 일부 신흥시장 지역에서는 당분간 동요가 불가피하다.

    2. 9월 FOMC에서의 QE 자산 매각 축소는, 레포 마켓의 담보 금리 선물 스프레드로 보아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debt ceiling 쇼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3. 금리 수준은 상승하면서 역외 달러 유동성은 풍부해지는 상황이 예상된다. 신흥시장의 자산 버블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4. 글로벌 달러 공급량이 증가하고 달러화 약세가 진행되면,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하면 미국의 물가 수준이 높아진다. 유가 하락으로 이를 얼마나 커버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미국에서 물가 수준이 높아지고 소비가 감소하면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미국 경제의 해외 의존도가 더욱 높아지며,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내 자산 가격(특히 토지 및 주택 가격) 하락 압력이 발생한다. 이는 미국 증시(특히 미국 내수 소형주)에는 우호적이지 않다.

    5. Nightly의 예의 주장을 되풀이하자면, 금리 인상만으로는 경기 후퇴를 저지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판단되었기 때문에 그들은 금리 인상과 balance sheet 축소를 동시에 내놓았다.

    미국의 산업생산 지표(그리고 산업생산 가운데 소비재 생산 지표)의 반등에도 불구하고 소비 증가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은 총수요관리책으로서의 '달러 강세/자산 버블'의 효용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따라서 연준은 정책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6. 옐런 의장의 노동자 서민에 대한 '인도주의'는 여기서 끝났다(labor's share가 다시 하락할 것이다). 준만큼 뺏아가고 임기를 마칠 것이다.

댓글 로그인 0/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