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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ghtly Brief]침묵은 돈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이공순 기자 [기사입력 2017-06-14 오전 5:09:46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닛 옐런 연준 의장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옐런 의장을 좋아한다. 우리는 같은 저금리주의자(low-interest rate person)"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CNBC는 이를 두고 "트럼프가 저금리를 비난했던 대선 캠페인 당시와는 달리"라고 평가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트럼프가 대선 후보 초기에는 저금리가 증시 버블을 야기했다면서 비난한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4월부터 9월 초에 걸쳐 세차례나 증시 폭락을 '예고'했었다(당시 캠페인 경제 자문관이었던 칼 아이컨과 함께).

    그러나 트럼프가 예언했던 증시 폭락은 없었고, 그의 말을 따랐던 추종자들은 따가운 숏 스퀴즈를 감수했었을 것이다.

    세번째 증시 폭락 예언이 빗나간 뒤, 트럼프는 9월 말에는 스탠스를 바꾼다. 그는 지난해 10월에는 'I like Yellen'이라면서 "나도 저금리를 원한다"고 말을 바꾸었다(그래서 nightly는 월가의 금융 자본가들과 트럼프 사이의 타협이 9월 중순 쯤에서 이뤄졌다고 추정하고 있다).

    당선 뒤에는 트럼프는 "내가 잘해서 증시가 상승하고 있지 않느냐"고 자랑하기까지 했는데, 그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오든 간에 그가 변화했다거나, 혹은 정권을 잡고 보니 현실적이 되었다고 평가하는 것은 새삼스러울 정도로 터무니없는 일이다.

    트럼프 캐릭터의 특징은 자신의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가 없는 사람이다. 그에게는 오직 현재만이 존재하며, 아시다시피, 현재는 늘 바뀐다. 그러니까, 트럼프는 원래 그런 사람이다.

    트럼프가 옐런을 '좋아'한다는 고백을 한 것은 지난 8개월여 동안에도 여러차례이기는 했지만(반면에 옐런이 트럼프 좋아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나 둘 사이에 類的 친연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말하자면 강남좌파와 강단좌파 사이의 친연성 정도는 존재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취향이 같으리라는 법은 없다), 오늘자 고백은 나름대로 효용이 있다.

    왜인지는 몰라도, 월가 일부에서는 이번 FOMC 결과가 매우 hawkish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었던 것으보 보인다. 트럼프의 발언은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는 효과를 발휘하며, 따라서 지난 며칠 동안 피곤했던 기계들의 심신을 달래주는 진정제 역할을 한다.

    "연준 보유 자산 처리 문제가 모두의 관심사다. 연준이 25bps 금리를인상하더라도 아무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연준이 어떻게 금리 인상과 재무제표 축소를 연관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만일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그것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는다면, 이는 시장에서는 아주 dovish한 것으로 간주될 것이다" (Jim Caron, Morgan Stanley Investment Management의 수석 채권 책임자).

    즉 시장은 연준이 아무 말도 안해주기를 바란다. 그저 25bps 금리 인상만을 원한다.

    왜냐하면, 시장에서는 연준 재무제표 축소(QE 자산 매각)를 'reverse taper'로 간주하기 때문이다(Diane Swonk, DS Economics CEO).

    지난 2013년 6월 연준의 tapering 당시에는 미국 증시는 살짝 하락했다가 곧 반등했으며, 채권 수익률은 상승(10년물 국채 기준 3.0%까지)했다가 다시 내려앉았다.

    tapering이 진짜로 영향을 미친 것은 외환시장과 신흥시장이었다. 당시 달러화는 신흥시장 통화 대비 초강세를 보였으며, 신흥시장 증시는 곤두박질쳤다.

    따라서 연역적으로, 만일 연준이 QE자산을 매각 결정을 발표한다면, 2013년과는 정반대로 이는 미국 증시와 국채 시장에서는 '동요'로, 그러나 신흥시장에서는 해당 지역 통화 강세와 자산 시장 랠리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Nightly가 decoupling이 나타날 수 있는 가능한 조건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연준 자산 매각의 경우다.

    금융시장에는 또 다른 호재가 있었는데(대부분 이미 선반영된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것은미국 재무부가 금융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한 것이었다.

    재무부 규제 완화안은 미 의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과는 약간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 규제완화 정책의 가장 큰 특징은 행정부 내 각 기관의 내부 지침 및 령을 수정하여, 의회의 법률 개정 없이도 사실상 도드-프랑크 법안의 핵심 내용들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데 있다.

    Steve Mnuchin 재무장관은 함께 발표한 성명서에서 정부 기관의 규정 변경만으로도 목표치의 약 70-80%에 달하는 규제 완화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한 내용은 연례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 규정 수정 및 자기 자본 거래 규제 완화(이른바 볼커룰 수정), 소비자금융보호청의 권한 약화 등이다.

    - 볼커룰 적용 대상 금융 기관을 자산 규모 100억 달러에서 500억 달러로 상향 및 볼커룰 적용 대상 은행에게 자산 재고 수준 적용에 대한 유연성 부여

    - 포괄적 자본 분석 및 심사(CCAR; 이른바 '은행 유언장'이라고 불리는 청산시 대책)를 매년 1회씩에서 2년마다 1회씩으로 수정

    - 보충적 레버리지 비율(supplementary leverage ratio; SLR)에 대한 산정 방식 수정(현금을 제외).

    - 주택 대출 및 소상공인 대출 촉진을 위해 risk retention 룰 폐기. 레버리지 대출시에 기계적으로 6배를 적용하던 것을 완화

    - 상업용 모기지 대출시에 강력한 담보가 존재한다면 관련 규제에서 보충적 유연성 고려

    이같은 규제 완화책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각 연방 기관들 사이에서 정책 조정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또 실제로 이같은 규제 완화책이 어떤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다만, 은행들에게 더 많은 risk taking을 할 수 있는(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더 많은 이윤을 투기적으로 낼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적 보장의 일환인 것은 분명하다.

    미국의 지난 5월 생산자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2.4% 상승했다(시장 예상치는2.3%).전월 대비로는 0%였다. 에너지 및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생산자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2.1% 상승했다.

    생산자 물가 상승률로는 지난 3년래 가장 빠르지만, 그러나 물가 수준으로 따지면 지난 2015년 1월 수준에 불과하다.

    US Producer Price Index

    ⓒ글로벌모니터

    US Producer Price Index(전년 동기 대비, %)

    ⓒ글로벌모니터

    * 청색선은 헤드라인 생산자 물가 상승률, 적색 선은 근원 생산자 물가 상승률

    유가 상승의 기저 효과가 사라지면서 지난 2월 고점을 기점으로 생산자 물가는 하락 추세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생산자 물가 상승률을 기업 이윤 측면에서 보면 흥미로운 관찰을 할 수 있다.

    미국 기업 이윤과 생산자 물가(전년 동기 대비, %)

    ⓒ글로벌모니터

    생산자 물가와 기업 이윤 사이의 관계는 비즈니스 싸이클에 따라 다르다.

    경기가 침체로 접어들 때는, 먼저 생산자 물가가 상승하고(이른바 경기 과열의 결과), 반대로 기업 이윤은 하락한다.

    반면 경기 침체기에는 생산자 물가는 하락하며, 반대로 기업 이윤은 증가한다(전년 동기 대비 persentage point 증감율 차원에서).

    그리고 경기 상승 국면에서는 생산자 물가와 기업 이윤이 동반 상승한다.

    즉 기업 이윤이나 영업 현금 흐름은 경기 호황기에는 동행하며(순상관관계), 반대로 경기 침체기에는 반대로 움직인다(역상관관계).

    이를 기업 순영업현금 흐름(net cash flow)측면에서 보면 그 상관 관계가 보다 명확하게 나탄나다.

    미국 기업 순영업현금 흐름과 생산자 물가(전년 동기 대비, %)

    ⓒ글로벌모니터

    이는 기업의 투자와 매출의 증감에 따라 물가와 이윤이 결정되기 때문에 당연한 거시적 결론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현재의 추세가 어떤 국면을 나타내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기업 이윤과 순영업 현금 흐름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매우 특이하게도, 지난 2012년과 2015년의 이윤 및 영업 현금 흐름 감소기는 생산자 물가도 동반 하락했다. 이는 과거의 경기 침체 돌입시의 현상과는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지난 1960년 이후의 미국 비즈니스 싸이클에서 이같은 현상은 단 한번만 발생했다. 지난 1981년 8월-1982년 12월의 경기 침체기에는 생산자 물가 상승률과 기업 이윤 및 영업 현금 흐름이 동시에 하락했다(이윤 데이타는 좀 덜 명확하며, 반면에 현금 흐름 데이타상으로는 상당히 명확한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최근의 추세를 보면, 미국의 생산자 물가 연간 상승률은 하락 추세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 경제 상태가 지속된다면, 기업 이윤 및 영업 현금 흐름도 동반 감소 추세가 지속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과거 방식의 경기 침체가 아니라, 지난 2012년이나 2015년과 유사한 경기 상황이 재연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Nightly는 연준의 정책 결정에 있어서 소비자 물가는 그다지 중요하게 간주되지 않고, PCE(개인소비지출) 물가 및 기업 이윤 측면에서의 생산자 물가가 훨씬 중요한 요인으로 간주된다고 보고 있는데, 이같은 추정에 의하자면, 연준은 생산자 물가가 상승하지 않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하거나(이를 위해서는 매우 긴축적 스탠스를 취해야 한다), 혹은 국가가 정치적으로 생산자 물가를 낮출 수 있는 외부적 조치를 취해야만 할 것이다(예컨대 유가 하락).

    왜냐하면, 현재 상태에서 생산자 물가의 상승(결국 유가 상승)은 미국 경기를 곧장 노골적인 침체로 몰아넣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중동 수니파 국가들의 카타르 고립 시도는 매우 흥미로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OPEC 감산 조치에서 예외를 인정받은 리비아나 나이지리아에서의 원유 생산이 시장 예상치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고(일산 약 70만 배럴), 동시에 다른 OPEC국가들의 감산 합의 준수 정도도 눈에 띄게 약화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는데(합의 준수율이 70% 선으로 떨어졌다), 만일 카타르 사태가 없었더라면 국제 유가는 급락했을 것이다.

    유가 급등과는 정반대로 이 경우에는 노골적인 디플레이션 압력이 나타나기 때문에 연준은 금리 인상은 커녕 오히려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렸어야 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카타르 사태는 지난 2010년의 이란산 석유 금수 조치와 마찬가지로, 유가 조절의 성격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카타르는 아랍토후국연방의 해상 봉쇄로 여전히 원유 수출이 불가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반면에, 사우디는 미국에 대한 원유 수출량을 대폭 줄여 미국에서 원유 재고가 감소하는 기현상이 지난주에는 벌어졌다(이것이 유가 반등의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물론 유가가 반등하면, 미국의 세일 오일 생산이 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 효과는 상쇄된다.

    그러나 단기적 처방책으로서는 이같은 인공적인 물량 조절이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이란 석유 금수는 일방적인 인플레이션 정책 추구를 위한 것이었지만(그 결과 실패했다), 현재의 다양한 수단을 통한 유가 조절책(리비아 나이지리아에서의 국지적 분쟁을 포함한)은 미국의 경기 상황에 따른 '맞춤형' 대외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기술주의 동요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반등하여, 다우 존스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2010년 QE2를 선언하면서,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은 이 정책을 다음과 같이 정돵화했다.

    "주가 상승은 소비자 부를 높여주며, 신뢰를 고양시키고, 이는 다시 지출을 증가시킨다. 증가된 지출은 더 높은 소득과 이윤으로 이어지며, 이 선순환 속에서, 이는 다시 경기 확장을 추가적으로 지지하게될 것이다".(Ben Burnanke, <Wall Street Journal> 2010년 11월 3일자 기고문 중에서).

    이것이 그 유명한 버냉키의 '부의 효과'(wealth effects)였으며, 노골적인 증시 버블 유도 선언이었다.

    그리고 지난 주말, 연준의 Flow of Funds(Z1)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1분기말 현재 미국 민간가계의 부는 94.8조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전년 동기 대비 8% 증가). 미국인들은 역사상 가장 부자가 되었다. 물론 서류상으로.

    이제 버냉키 선생은 만족하실까?

    부의 효과란 어떤 것일까? 지난 1995년 미국 민간가계의 부는 27.3조 달러였다. 그리고 당시 GDP 통계상의 명목 국내총구매는 7.6조 달러였다. 즉, 3.6달러의 부(wealth)당 1달러의 명목 소비가 있었다.

    지난 1분기말 기준으로는 이 비율은 4.85 달러 대 1달러로 높아졌다. 미국인들은 더 부자가 되었지만, 서류상으로 부자가 된만큼 소비하지는 못하고 있다.

    '부자'가 된 미국인들이 더 행복해졌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한가지는 분명하다. 이들은 부자가 될수록 더 '돼지'가 되어가고 있다. 가장 최근의 통계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비만율은 38%로(성인 10중 3.8명이 비만) OECD 최고 수준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이 버블 속에서 육우가(다행히도 육우가 아니라면, 비육우) 되고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제후가 장자를 초빙하려 하자, 장자는 사자에게 말했다.

    "당신은 제사에 희생물로 쓰이는 소를 보았는가? 아름다운 문양으로 수놓은 옷을 입히고 좋은 풀과 콩을 먹여 기른다. 그러나 그 소가 천자의 조상을 제사지내는 사당으로 끌려갈 때면, 비록 어미없는 자유로운 송아지가 되고 싶어한들 그게 가능하겠는가?"

    或聘於莊子,莊子應其使曰:子見夫犧牛乎?衣以文繡,食以芻叔,及其牽而入於太廟,雖欲為孤犢,其可得乎! (莊子 雜編 列禦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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