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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ning Brief]블랙 먼데이의 추억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구글 싸이월드 요즘 안근모 기자 [기사입력 2014-10-09 오전 6:38:23 ]

  • 1. Editor's Letter

    ⓒ글로벌모니터

    지난 1997년 봄에 개봉된 영화 <첨밀밀(甛蜜蜜)>은 청운의 꿈을 안고 홍콩으로 넘어 온 중국대륙 출신 두 남녀의 질긴 사랑 이야기다. 여주인공 이요는 "목숨 걸고 하면 뭐든지 이룰 수 있다"는 일념으로 닥치는 대로 일해 돈을 모으는 또순이다. 남자 주인공 소군은 돈을 벌어 고향의 약혼녀를 부를 꿈을 안고 산다.

    영화 속 1986년의 어느 날, 이요가 현금지급기 앞에서 잔고를 확인한다. "1만2639.91 홍콩달러." 이요는 활짝 웃으며 소군에게 쏘아 붙인다. "뭘 봐? 부자 처음 보니?"

    다음해인 1987년의 또 어느 날, 이요의 잔고는 3만2639.91 홍콩달러로 불어나 있다. "대박 터졌다. 마르크가 올랐대!"

    이요에 따르면, 당시 홍콩의 시장통 아줌마들도 주식이나 외환투자에 밝았다. "주식은 마치 아랍의 석유처럼 홍콩의 특산물이었고, 홍콩에서 돈을 벌려면 반드시 주식을 사야"했다. 그래서 순진한 중국본토 청년 소군 역시도 "지금 주가가 3600인데 연말까지 4000으로 오를 거니까 미리 사야겠다"고 했다.

    그리고 1987년 10월, 이요가 다시 현금지급기 앞에 섰다. 표정이 어둡다. 곁에 선 소군은 "경기가 너무 나빠져서 식당 손님도 뜸해졌다"고 말한다. 이요의 통장 잔액은 89.91 홍콩달러. 3만이 넘던 그 많은 돈은 허공으로 사라졌다.

    영화는 당시 홍콩에서 시작돼 유럽을 거쳐 뉴욕으로 번진 '블랙 먼데이'의 일화를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몇 달 전 이요에게 대박을 안겨줬던 서독 마르크화의 상승은 돌이켜 보면 매우 불길한 징조였다.

    ⓒ글로벌모니터

    이요가 주식과 마르크화 투자에 한창이던 1987년 2월, 미국과 영국, 서독, 일본, 프랑스 등 G5 재무장관들이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 모였다. 2년전의 '플라자합의' 이후로 미국 달러화가 너무 떨어졌고, 그 탓에 일본과 유럽의 수출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각국의 경제정책을 조정해 환율흐름을 바꾸기로 했다. 미국은 긴축에 나서 달러화를 끌어 올리고, 일본과 유럽은 확장정책을 펼쳐서 통화가치를 낮추기로 했다. 이른바 '루브르합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일본이 확장정책을 이행했으나 서독은 미온적인 태도를 고수했다. 1900년대초 경험했던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정책 유전자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래서 마르크화는 계속해서 올라 홍콩의 이요에게 "대박"을 안겨줬다.

    마르크화의 강세는 루브르합의가 먹히지 않고 있음을 상징했다. 그렇다면 미국이 당초 계획보다 더 강하게 긴축을 해야 할 것만 같은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렇게 해야만 목표한 대로 달러가 다시 강해지고 마르크화는 약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것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의미는 완전히 달랐다. 서독의 부양 거부, 미국의 추가 긴축은 세계 총수요가 당초 합의했던 것에 비해 대폭 줄어든다는 걸 뜻했다.

    주요국들의 공조가 균열을 일으키고 정책 불확실성이 고조되자 주식 투자자들이 투매에 나섰다. 이 것이 지난 1987년 10월19일 블랙 먼데이를 설명하는 주요 배경 가운데 하나*다. 독일 분데스방크는 블랙 먼데이를 겪고 나서야 돈을 풀어 인플레이션을 높여 나갔다. 서독의 마르크화는 1987년말부터 서서히 약해지기 시작했다.

    * <금융 공황과 외환위기, 1870~2000> (차명수著, 아카넷刊)

    ⓒ글로벌모니터

    2014년 10월의 경제구도는 만 27년 전과 많이 닮아 있다.

    독일 경제 모멘텀이 두드러지게 약화되고 있다는 신호에도 불구하고 8일 유로화는 일본 엔화에 대해 대폭 상승했다. 기대 가능한 거의 모든 완화적 요소들을 담은 FOMC 의사록이 달러 강세에 급제동을 건 뒤 이 흐름은 더 강해졌다.

    그러나 이것이 반드시 일본 경제의 독일에 대한 상대적 희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어제 Morning Brief에서 지적했듯이 지금 시장은 화폐증발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아 가고 있으며, 특히 유로존에서는 그 화폐증발마저도 기대했던 것만큼 강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해가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가 둔화되고 있다는 새로운 정보보다는, 중앙은행들이 큰 충격을 방어하는 것 말고는 경제둔화에 대해서는 별다른 수단이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세계경제에 관한 나쁜 뉴스는 주식시장에도 나쁜 뉴스다." (스티븐 잉글랜더 씨티그룹 수석 G10 환율전략가)

    물건에 매달아 놓은 줄을 당기면 물건이 당겨 온다. 하지만 이 줄을 민다고 해서 물건이 앞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통화정책의 한계를 상징할 때 쓰는 표현(push on a string)이다.

    어쩌면 이 한계에 관해서는 독일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지도 모른다. 지난 1987년 당시 자신들이 저지른 만행(?)*에 대해서도, 1900년대 초의 하이퍼 인플레이션 만큼이나,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플라자합의와 루브르합의 이후 일본의 성실하고도 강력한 내수부양 정책은 거품과 붕괴, 잃어버린 20년간의 디플레이션과 약점 투성이의 아베노믹스로 이어졌다. 아마도 독일은 일본의 그 참혹한 경험에 관해서도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독일은 일단 미약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민간의 연금 기여를 0.6%포인트 인하해 총 60억 유로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집권 기독교민주당의 원내부총무 미카엘 푸흐는 "성장을 촉진할 정책수단의 여지가 좀 있다"고 말했다.

    연정 파트너인 사회민주당은 좀 더 적극적이다. 로타 빈딩 사민당 의원은 "재정적자 도그마에서 스스로 해방되어야만 경기를 살릴 수 있다"며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재정의 투자확대를 주장했다. 독일 정부는 부진한 업종에 대한 고용유지 장려금 지급 연장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그 자체로 절반이다. 물론 그 절반이라도 채우기 위해서는 세상이 좀 더 시끄러워야 할 지도 모른다. bad news를 good news로 여기는 것은, 화폐증발에 중독된 증후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세상은 원래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면서 굴러가기에 bad news는 good news를 잉태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善이 도래하기 위해서는 惡이 누적되어야 한다. 자연의 섭리인 것을 어쩌겠는가.

    2. 시장에 영향을 미치거나 관심을 끈 주요 뉴스

    - 이날 공개된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달 FOMC 회의에서 위원들은 최근의 달러화 강세와 유로존, 일본, 중국 등의 경제둔화로 인해 미국의 경제, 고용, 인플레이션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디게 회복될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원들은 특히 인플레이션 압력의 저하에 대해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 관련기사 : 강한 달러에 대한 경계모드 돌입

    - 지난주 미국의 모기지 대출신청이 증가세로 돌아섰다.

    미국 모기지대출은행 협회(MBA) 발표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모기지신청 지수는 3.8% 증가했다.

    리파이낸싱이 5.0% 늘었고, 주택 매매시장 선행지표인 구입용 대출 신청은 2.4% 증가했다.

    지난주 미국의 30년만기 고정 모기지 평균 금리는 4.30%로 전주보다 3bp 내렸다.

    - 세계 최대의 알루미늄 업체이자 한 동안 다우지수 구성종목이기도 했던 알코아가 뉴욕증시 3분기 어닝시즌 개막 테이프를 공식적으로 끊었다. 서프라이즈였다.

    주당 순이익은 일년 전 11센트보다 세배 가까이 많은 31센트를 나타냈다. 시장 예상치 23센트를 대폭 웃돌았다. 매출액은 8.2% 증가한 62.4억 달러를 기록했다. 역시 시장 기대치 58.5억 달러를 크게 상회했다.

    정규장에서 0.75% 올랐던 알코아는 뉴욕 현지시각 오후 5시37분 시간외 거래에서 1.99% 추가 상승 중이다.

    3. 금융시장 동향

    뉴욕증시가 기록적으로 반등했다. S&P500(+1.75%)과 나스닥(+1.90%)의 상승률은 지난해 10월10일 이후 가장 높았다. 다우는 274포인트 뛰어 올라 지난해 12월18일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주식을 비롯한 모든 금융시장이 뉴욕 현지시각 오후 2시에 극적인 변동성을 나타냈다. 달러화 강세와 인플레이션 저하를 우려하며 매우 완화적인 내용을 담은 FOMC 의사록이 발표되자 주가가 급등하고 달러화는 금리와 함께 급락했다.

    오후 2시 직전까지만 해도 시장은 경계감을 나타냈다. 지난달 회의를 앞두고 샌프란시스코 연준은 '시장이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경고 보고서를 냈고, 회의에서 FOMC 위원들은 정책금리 전망을 더 높여잡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의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시장 가격에 반영된 내년 7월 금리인상 확률은 지난달 18일까지만 해도 59%에 달했으나, 이날은 32%로 추락했다. 금리정책 전망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수익률은 일년여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연준이 강한 달러와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 저하에 대응할 가능성을 시사함에 따라 인플레이션 전망에 민감한 30년물 수익률은 상승세로 반응했다.

    - 다우 : 16994.22(+274.83, +1.64%)

    - 나스닥 : 4468.59(+83.39, +1.90%)

    - S&P500 : 1968.89(+33.79, +1.75%)

    - FOMC 의사록 발표를 목전에 두고 달러 인덱스는 다시 86포인트를 향해 고점을 높여가고 있었다. 의사록이 아무래도 매파적인 내용을 담았을 지 모른다는 경계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의사록의 톤은 정반대였다. 달러인덱스는 85.26으로 곤두박질(-0.47%)쳤다. 의사록 공개직전 108.74엔으로까지 반등했던 달러-엔은 108.14엔으로 상승폭을 대거 축소했다. 소폭 오름세를 보이다 약보합세로 밀렸던 유로는 1.2737달러로 급등했다. 유로-엔은 137.75엔으로 급등했다. 낙폭이 커지던 파운드화 역시 1.6173달러로 뛰어 올랐다. 이날 의사록은 "달러가 특히 유로, 엔, 파운드화에 대해 크게 올랐다"고 기술하고 있었다. 호주달러는 0.875달러선 아래로까지 떨어지다가 상승세로 급반전, 0.8844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캐나다달러는 -0.6%, 달러-멕시코달러는 -0.98%, 달러-브라질헤알은 -0.61%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달러-남아공랜드는 1.3% 떨어졌고, 달러-터키리라 역시 0.5% 내렸다.

    - 의사록 발표 직전 2.38%로까지 뛰어 올랐던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하락세로 급반전, 2bp 내린 2.32%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년물 수익률은 0.52%로 레벨을 소폭 높였다가 0.45%로 추락했다. 전일대비 낙폭은 6bp나 돼 됐으며, 장중 고점 대비 낙폭은 8bp에 달하기도 했다. 5년물 수익률도 7bp 추락한 1.55%를 기록했다. 장중 고점대비 낙폭이 11bp에 이르기도 했다. 반면, 인플레이션 전망에 민감한 30년물 수익률은 1bp 오른 3.05%를 기록했다. 한편, 이날 의사록 발표 직전에 실시된 미 국채 10년물 210억 달러 입찰흥행은 부진했다. 금리는 2.381%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긴 했으나, 시장 예상치 2.359%보다는 제법 높았다. 응찰률은 2.52배로 최근 10차례 평균치 2.71배보다 낮았다. 가격 매력이 떨어진 탓이다. 해외 중앙은행을 포함한 간접응찰자들이 44.4%를 인수해 최근 10차례 평균치 45.8%에 크게 못지 않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채권펀드를 포함한 직접응찰자들은 6.1%만을 낙찰받았다. 지난 2012년 8월 이후 가장 낮았다. 최근 10차례 평균치는 16.7%였다. 내일은 30년물 130억 달러 입찰이 예정돼 있다. 이날 30년물 수익률이 상승세를 유지한데는 이 재료도 반영돼 있다.

    - 그래도 유가는 급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WTI 11월물은 1.54달러, 1.7% 떨어진 배럴당 87.31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4월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브렌트 11월물은 0.8% 하락한 91.38달러로 지난 2012년 6월이후 가장 낮았다. 연준이 석유의 과잉생산을 막아주지는 못한다. 이날 미 에너지정보청(EIA) 발표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원유재고는 500만 배럴 급증했다. 시장 예상치 210만 배럴을 두 배 이상 웃돌았다. 휘발유 재고도 120만 배럴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110만 배럴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래서 이날 휘발유 선물 11월물은 2.1% 폭락한 갤런당 2.3184달러를 기록해 지난 2010년 12월 이후 약 4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주 정제유 재고는 40만 배럴 증가했다. 역시 시장 예상(80만 배럴 감소)과 전혀 달랐다.

    - 금 선물 12월물은 6.4달러 하락한 온스당 1206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정규거래를 마친뒤 발표된 FOMC 의사록을 반영해 전자거래에서는 1221.2달러로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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